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도4940 판결

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도494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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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수수·뇌물공여]

판시사항

[1]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와 그 임의성에 대한 입증책임의 소재(=검사)

[2]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관련성

[3] 공무원이 얻는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4]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수수한 경우, 뇌물성 여부(적극)

[5] 수뢰죄에 있어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하에 동종의 범행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 포괄일죄의 성립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는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자백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할 소지가 있으므로 그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오판의 소지를 없애려고 하는 데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자백을 얻기 위하여 피의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피고인이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되는 구체적인 사실을 입증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여야 한다.

[2]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

[3]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의 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쌍방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의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판단 기준이 된다.

[4]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그 사람이 종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또는 수수받은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 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

[5]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각 범행을 통틀어 포괄일죄로 볼 것이고, 수뢰죄에 있어서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것이라면 돈을 받은 일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있고, 돈을 받은 일자 사이에 상당한 기간이 끼어 있다 하더라도 각 범행을 통틀어 포괄일죄로 볼 것이다.

피고인

피고인 1 외 2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 바른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정귀호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9. 10. 22. 선고 99노192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 2, 1의 검찰 자백의 임의성에 대한 위 피고인들의 사선변호인들의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 2와 피고인 1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자백은 각 협박과 회유에 의한 것으로서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는 위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무인을 시인하여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는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와 피고인 1은 모두 검사 작성의 각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하여 제1심 법정에서 그에 서명무인한 사실을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범위 안에서는 원심에서는 물론 제1심에서도 금원의 수수 내지 제공사실을 시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그 밖에 검찰에서 피고인들이 범행사실을 자백하기에 이른 경과와 그 조서의 내용, 피고인들의 학력과 지능정도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협박, 가혹행위나 강요에 의하여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사실과 다른 자백을 하였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고 하여 피고인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잠을 재우지 아니한 채 폭언, 강요, 회유 등을 하여 받아낸 것으로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면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자백은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 이와 같이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는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자백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할 소지가 있으므로 그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오판의 소지를 없애려고 하는 데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자백을 얻기 위하여 피의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피고인이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되는 구체적인 사실을 입증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1. 29. 선고 98도3584 판결, 1998. 4. 10. 선고 97도3234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기록에 의하여 살피건대, 위 피고인들의 검찰 자백 내용을 보면 뇌물의 액수와 전달 방법, 전달 시간 등이 너무나 규칙적이어서 그 자체로 강요나 회유에 의하여 마지못해 자백한 것으로 볼 소지가 많고, 위 피고인들은 공판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회수와 금액 및 명목 등에 관하여 공소사실을 일부 부인하면서 다투었을 뿐만 아니라, 공판과정에서 피고인 3, 제1심 공동피고인도 수사관의 강요에 의하여 수사관들이 요구하는대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원심 공동피고인은 자신이 동부지청에서 조사를 받으며 1998. 10. 29. 01:00경부터 02:00경까지 진술서를 쓰는 동안 옆방에서 크게 야단치는 소리, 쾅하고 무엇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고, 수사관들이 자신에게 "사실대로 써라, 지하로 내려가서 손을 봐야겠다."는 등의 말을 하였고, 그래도 머뭇거리자 "의자에서 일어나라. 상의를 벗고 입을 꽉 다물어라."고 하면서 때리려는 시늉을 하였으며, 진술서 작성 후 새벽 05:00까지 조사를 받았으며,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시 금원 수수내역은 묻지도 않고 조서를 출력하더니 읽어 보라고 하여 틀린 부분이 있기는 하였지만 맞을까 두려워서 읽지도 못하고 그대로 서명하였다고 진술하여 피고인 2의 주장을 일부 뒷받침하는 듯한 진술을 하고 있으며, 결국 검사는 원심에서 피고인 1과 3 및 원심 공동피고인의 금품수수와 관련된 증수뢰 공소사실의 회수 및 일자를 원심판결문에 첨부된 제1, 제3, 제2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일부 철회 및 수정하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하였는바, 이에 의하면 피고인 2와 피고인 1에 대한 검사 작성의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자백은 위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협박과 회유 등으로 인하여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기록상 위 피고인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검사나 검찰 수사관들이 피고인 2를 이틀씩이나 잠 재우지 아니하고 조사하였는지 여부, 검찰 수사관들이 피고인 2에게 폭행을 가할 듯한 태도를 보이고, 폭언과 협박을 하였는지 여부, 검사나 검찰 수사관이 피고인 1을 협박하거나 거짓말로 회유하였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검사가 그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기 위하여 무슨 입증을 한 흔적이 없다. 다만 기록상 검사가 제1심 법원에 '2에 대한 피의자신문경위'(공판기록 175쪽)라는 문건을 제출하여 피고인 2를 긴급체포하여 동부지청에 인치한 후 1998. 10. 28. 03:00경부터 08:00경까지 잠을 재웠으며, 피고인 2에게 욕설을 한 사실도 없고, 단지 검사가 설득을 하였더니 피고인 2는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피고인 2 제3차 진술서를 작성하였고, 이를 토대로 1998. 10. 29. 01:00경 검사가 직접 피고인 2 제1차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검사의 주장에 불과하여 자백의 임의성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기 위한 검사의 입증이라고 볼 수는 없다. 더구나 검사는 위 문건에서 피고인 2의 다른 영업과 관련하여 탈세 등의 여죄에 대하여 수사를 확대할 뜻을 수회 설명하고, 피고인 2가 뇌물 부분에 대하여 진상을 밝힐 경우 수사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아니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일이 있고, 1998. 10. 28. 저녁식사 후에 조사를 시작하여 다음날 01:00경 피고인 2 제1차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기 시작하였고, 04:30경 피고인 2에게 잠을 자고 아침에 조사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계속 조사를 받을 것인지를 묻고 피고인 2의 동의 아래 계속 조서를 작성하여 06:30경 피고인 2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을 완료하였다고 하여 긴급체포 다음날인 1998. 10. 28.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피고인 2가 전혀 잠을 자지 아니한 상태에서 그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된 사실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검사가 위와 같은 의심을 해소할 수 있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위 피고인들의 각 검찰 자백은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형식적 판단만으로 위 피고인들의 검찰 자백의 임의성을 인정하고, 이를 각 유죄의 증거로 쓴 것은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2.  금품을 수수한 사실의 인정 여부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는 원심에서 피고인 1과 3 및 원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수뢰 공소사실의 회수 및 일자를 원심판결문에 첨부된 제1, 제3, 제2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일부 철회 및 수정하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하였고, 피고인 1과 3 및 원심 공동피고인은 원심 제6회 공판기일에 그와 같이 변경된 공소사실의 금품 수수사실을 모두 자백하였는바, 앞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피고인 2와 피고인 1의 각 검찰 자백 이외에 원심이 채택한 증인 공소외 1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피고인들과 제1심 공동피고인, 원심 공동피고인의 각 법정 진술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1의 원심판결문 첨부 범죄일람표 순번 3, 6, 9, 12 기재 금원의 수수사실을 포함하여 피고인들이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기재된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이 점에 대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여기에 피고인 1의 사선변호인이 논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원심의 앞서 본 잘못이 여기에 무슨 영향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이 점에 대한 피고인 1의 사선변호인의 논지는 이유가 없다.

3.  주고 받은 돈의 직무관련성에 대한 피고인 2와 피고인 1의 사선변호인들과 피고인들의 국선변호인 및 피고인 3의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1996. 1. 23. 선고 94도3022 판결, 1995. 9. 5. 선고 95도1269 판결, 1995. 6. 30. 선고 94도101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의 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쌍방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의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판단 기준이 된다 할 것이고(대법원 1998. 3. 10. 선고 97도3113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그 사람이 종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또는 수수받은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 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되는 것이다(대법원 1999. 7. 23. 선고 99도390 판결, 1999. 1. 29. 선고 98도3584 판결, 1998. 2. 10. 선고 97도283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품절 의약품을 다른 약품으로 대체하는 것을 용인하거나 납품과정에서 다소의 하자를 선처하는 등의 편의를 보아주고, 또 의약품 입찰과 관련하여 의약품 리스트나 타업체의 투찰가를 알려주는 한편, 입찰과 관련된 필요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편의를 봐 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판시 각 금원을 수수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수한 금원 중 상당 부분이 회식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되거나 실제로 그렇게 사용되는 등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금원의 수수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는 직무행위의 대가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서 뇌물이라고 판단하였다.

앞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피고인 2와 피고인 1의 각 검찰 자백 이외에 원심이 채택한 증인 이찬동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피고인들 및 제1심 공동피고인 박남기, 원심 공동피고인 양석종의 각 법정 진술 등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피고인 1의 경우는 품절 의약품을 다른 약품으로 대체하는 것을 용인하거나 납품과정에서 다소의 하자를 선처하여 달라고, 피고인 3의 경우 입찰과 관련된 필요 정보를 제공하여 달라고, 제1심 공동피고인의 경우는 의약품 납품과 관련하여 선처하여 달라고, 공소외 2의 경우 의약품 납품 및 수금과 관련하여 선처하여 달라고 하는 각 명시적인 청탁과 함께 판시 각 금원을 수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위 같은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판시 각 금품이 수수될 당시 공소외 병원의 공개입찰에 의한 약품구매업무는 약제부 소속 약품정보책임약사가 매년 다음 1년간 사용할 약품의 종류와 수량 및 제조회사 등을 정하여 입찰리스트를 작성하여 입찰리스트를 진료부원장, 의사, 약사 등 11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약사위원회로 넘기고, 약사위원회에서 입찰리스트를 검토한 후 중앙약사위원회로 넘기고, 중앙약사위원회가 입찰리스트를 확정하여 관리부원장 산하 관리과 구매계로 통보하면 구매계에서 가격조사 등 기초조사를 하여 병원장에게 결재를 올리고, 병원장이 최종적으로 예정가격을 결정하여 입찰 10일 전에 신문에 입찰공고를 내어 공개입찰을 통하여 최저가에 응찰한 업체에 낙찰시켜 그 업체와 납품계약을 체결하여 약품을 구매하는 절차를 거치는 사실, 납품계약시 지정된 약품이 품절되어 납품업체가 그 지정 약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의약품구매계약일반조건(공판기록 제123쪽, 이하 일반조건이라고 한다) 제6조에 따라 납품회사는 서면으로 그 사유와 증빙서를 제출하여 병원의 승인을 받아야 계약해지를 하거나 병원이 제시하는 제조회사의 동일성분 타품목으로 변경 납품할 수 있는 사실, 일반조건 제8조 제3항, 제11조 제2항 등의 규정에 따라 납품업체는 병원의 납품지시서에 의한 지시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납품 완료하여야 하고, 병원은 필요할 때에는 수시로 납품지시를 할 수 있고, 납품하는 의약품에 대하여는 전량 검수하여 합격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일반조건 제11조 제2항에 따라 납품업체가 납기를 연장받기 위하여는 병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와 같은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납품을 지체하는 경우에는 일반조건 제18조가 정하는 바에 따라 지체상금을 현금으로 납부하여야 하는 사실 등을 알 수 있으며, 원심이 인정한 각 금원 수수 당시 위 병원에서 피고인 1은 약제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약제부 밑에는 병원의약품을 관리하고 환자에게 조제·투약을 담당하는 조제과와 그에 따른 약품 보급업무와 약품재고관리를 담당하는 의료보급과가 있고, 약제부의 인원은 약사 25명과 보조자 20여 명인데 약제부장은 그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던 사실, 제1심 공동피고인은 관리부원장으로서 그 산하에 기획부와 관리부가 있고, 기획부 산하에 관리과가 있고, 관리과 산하에 구매계가 있으며, 공소외 2는 관리과장으로, 피고인 3은 구매계장으로, 원심 공동피고인은 구매계 담당자로 각 근무하고 있었으며, ○○○은 의약품 도매상으로서 약품제조회사에서 약품을 구입하여 각 병원에 납품하는 영업을 하고 있었으며, 위 병원은 매년 수십억 원대의 약품을 공개입찰의 방법으로 구매하고 있었는데, ○○○은 그 중 60% 내지 70%를 납품하고 있었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피고인 1은 직무상 약품입찰리스트를 작성하는 약사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 납품하는 과정에서 품목변경이나 납품연기, 검수 등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으며, 피고인 3과 제1심 공동피고인, 원심 공동피고인 및 공소외 2 등은 직무상 입찰과 구매계약체결 과정에서 ○○○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입찰에 관하여 ○○○의 편리를 보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할 것이고( 공소외 1은 실제로 원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그와 같은 정보를 제공받은 사실이 있다고 증언하였다), 기록상 피고인 2와 피고인 1, 제1심 공동피고인, 원심 공동피고인 및 공소외 2 사이에, 또한 피고인 3과 공소외 1사이에 위와 같은 위 병원과 ○○○ 사이의 약품 공개입찰과 납품 등을 매개로 한 업무적인 관계 이외에 개인적으로 명절이나 연말에 판시 각 금액 정도를 선물할 무슨 친분관계가 있다고 볼 근거가 없으며, 피고인들이 제1심과 원심에서 자백한 것만으로도 그 수수된 금액이 상당하고, 매우 정기적으로 금품의 수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와 같은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인정한 각 금원의 수수에 있어서 원심이 인정한 것과 같은 명시적인 청탁이 있었는가에 관계 없이 원심 판시 각 금원은 피고인 1, 3, 제1심 공동피고인, 제1심 공동피고인 및 공소외 2의 직무와 관련하여 수수된 뇌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원심이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여기에 피고인 1과 피고인 2의 사선변호인들, 피고인들의 국선변호인 및 피고인 3이 논하는 바와 같은 뇌물죄에 있어서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에 대한 법리오해 또는 그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원심이 저지른 앞서 본 바와 같은 위법은 판결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이 점을 다투는 피고인 1과 피고인 2의 사선변호인들, 피고인들의 국선변호인 및 피고인 3의 각 논지도 이유가 없다.

4.  피고인 1의 죄수에 대한 피고인 1의 사선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각 범행을 통틀어 포괄일죄로 볼 것이고(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도2836 판결,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1990. 9. 25. 선고 90도1588 판결 등 참조), 수뢰죄에 있어서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것이라면 돈을 받은 일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있고, 돈을 받은 일자 사이에 상당한 기간이 끼어 있다 하더라도 각 범행을 통틀어 포괄일죄로 볼 것이다(대법원 1978. 12. 13. 선고 78도2545 판결 참조).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인 1은 1994. 2.부터 1998. 1. 사이에 설과 추석 및 연말마다 피고인 2로부터 매번 금 1,000,000원씩의 돈을 받아 왔다는 것이고, 앞에서 살핀 바에 의하면 피고인 1이 그 각 돈을 받을 때마다 피고인 2가 특정하고 단일한 명시적 청탁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할지라도, 그 각 돈은 피고인 1이 위 병원에서 약제부장으로서 담당하는 납품관련 업무와 관련하여 ○○○을 배려하여 준 데에 대한 사례나 앞으로도 잘 배려하여 달라는 뜻으로 주고받은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 1의 판시 각 수뢰행위는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 해당하여 그 각 범행을 통틀어 포괄일죄로 볼 것이다. 그와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여기에 피고인 1의 사선변호인이 논하는 바와 같은 포괄일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가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이돈희 이임수(주심) 송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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