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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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횡령·증재 등·알선수재)·사기·제3자뇌물취득·제3자뇌물교부·뇌물공여·상호신용금고법위반(일부 인정된 죄명 : 배임)·부정수표단속법위반]

판시사항

[1]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없는 경우의 죄수

[2]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7조의 '알선'에는 청탁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3] 국회의원이 의정활동과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는 금원을 교부받은 경우, 뇌물죄의 성부(적극)

[4] 정치자금·선거자금 등 명목으로 금원을 받았지만 그것이 정치가인 당해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갖는 경우, 뇌물성 인정 가부(적극)

[5] 자수감경을 하지 아니한 것이 정당하다고 본 사례

[6] 횡령의 피해자별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더라도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7] 어음할인의 방법으로 금원을 교부받은 경우, 사기죄의 성립요건과 편취의 범의의 판단방법

[8] 상호신용금고법 제39조 제1항 제2호 위반죄와 형법상 배임죄는 신분관계로 인하여 형의 경중이 있는 경우인지 여부 및 비신분자가 위 상호신용금고법위반죄의 공범이 된 경우의 적용법조

판결요지

[1]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하에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각 범행을 통틀어 포괄일죄로 볼 것이나, 이러한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을 인정할 수 없는 때에는 각 범행마다 별개의 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경합범으로서 처단하여야 한다.

[2]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7조의 알선수재의 죄에서 말하는 '알선'이라 함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의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어떤 사람이 청탁한 취지를 상대방에게 전하거나 그 사람을 대신하여 스스로 상대방에게 청탁을 하는 행위도 위 조항에서 말하는 '알선'행위에 해당한다.

[3]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기하여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을 그 직접의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의 직무와 금원의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뇌물수수죄가 성립하고, 특별히 청탁의 유무, 개개의 직무행위의 대가적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또한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 할 것이고, 한편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에는 공무원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도 포함된다 할 것이므로, 국회의원이 그 직무권한의 행사로서의 의정활동과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는 금원을 교부받았다면 그 금원의 수수가 어느 직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한편 국회의원이 다른 의원의 직무행위에 관여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직무행위 자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국회의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인 의안의 심의·표결권 행사의 연장선상에서 일정한 의안에 관하여 다른 동료의원에게 작용하여 일정한 의정활동을 하도록 권유·설득하는 행위 역시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위 직무권한의 행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로서 그와 관련하여 금원을 수수하는 경우에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4] 정치자금·선거자금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의 수수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는 한 뇌물로서의 성격을 잃지 아니한다.

[5] 자수감경을 하지 아니한 것이 정당하다고 본 사례.

[6] 횡령죄는 피해자별로 별개의 죄를 이루는 것이어서 그 피해자가 수인인 경우에는 각 피해자별로 횡령금액이 정하여져야 하지만 공소사실의 기재에 있어서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의 정도에 반하지 아니하고 더구나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 하며 또한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포괄일죄에 있어서는 그 일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범행횟수 또는 피해액의 합계 및 피해자나 상대방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되는 것이다.

[7] 어음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그러한 내용을 수취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이를 속여서 할인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인 고의로도 족하다.

[8] 상호신용금고법 제39조 제1항 제2호 위반죄는 상호신용금고의 발기인·임원·관리인·청산인·지배인 기타 상호신용금고의 영업에 관한 어느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의 위임을 받은 사용인이 그 업무에 위배하여 배임행위를 한 때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이는 위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의 배임행위에 대한 형법상의 배임 내지 업무상배임죄의 가중규정이고, 따라서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와의 관계에서는 신분관계로 인하여 형의 경중이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신분관계가 없는 자가 그러한 신분관계에 있는 자와 공모하여 위 상호신용금고법위반죄를 저질렀다면, 그러한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 대하여는 형법 제33조 단서에 의하여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처단하여야 할 것인바, 그러한 경우에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일단 업무상배임으로 인한 상호신용금고법 제39조 제1항 제2호 위반죄가 성립한 다음 형법 제33조 단서에 의하여 중한 형이 아닌 형법 제355조 제2항에 정한 형으로 처벌되는 것이다.

참조판례

[1]

대법원 1971. 1. 26. 선고 70도2373 판결(집19-1, 형18),

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2055 판결(공1983, 130),

대법원 1989. 6. 20. 선고 89도648 판결(공1989, 1105),

대법원 1989. 9. 26. 선고 89도1334 판결(공1989, 1623) /[3][4]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판결(공1997상, 1354),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8 판결(공1997상, 1368) /[3]

대법원 1980. 10. 14. 선고 80도1373 판결(공1981, 13413),

대법원 1996. 11. 15. 선고 95도1114 판결(공1997상, 131) /[5]

대법원 1985. 9. 24. 선고 85도1489 판결(공1985, 1459),

대법원 1993. 6. 11. 선고 93도1054 판결(공1993하, 2067),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619 판결(공1994하, 2675),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도2130 판결(공1994하, 3039) /[6]

대법원 1988. 11. 8. 선고 88도1580 판결(공1988, 1552),

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도1532 판결(공1992, 2932),

대법원 1997. 7. 11. 선고 97도1097, 97감도34 판결(공1997하, 2581) /[7]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도1408 판결(공1993하, 2478),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도2048 판결(공1994하, 3158),

대법원 1996. 5. 28. 선고 95도857 판결,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2904 판결(공1997상, 850),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1095 판결(공1997하, 2758) /[8]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517 판결(공1986, 3153),

대법원 1989. 10. 10. 선고 87도1901 판결(공1989, 1705),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885 판결(공1991, 134)

상고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7. 9. 24. 선고 97노1262, 1813 판결

주문

피고인들의 각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C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피고인 A, C에 대하여는 80일씩을, 피고인 D에 대하여는 10일을 본형에 각 산입한다.

이유

피고인 A의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하에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각 범행을 통틀어 포괄일죄로 볼 것이나, 이러한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을 인정할 수 없는 때에는 각 범행마다 별개의 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경합범으로서 처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9. 26. 선고 89도1334 판결 등 참조 ).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 피고인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취지에서 판시 <별지1> 금품수수일람표 순번 제2의 가 내지 라항 기재의 각 금품수수의 점은 이를 통틀어 포괄일죄라고 보되, 같은 일람표 순번 제1항 기재의 금품수수의 점은 그것과 독립하여 별개의 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소론이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판결들은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논지는 이유 없다.

피고인 E의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7조의 알선수재의 죄에서 말하는 '알선'이라 함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의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어떤 사람이 청탁한 취지를 상대방에게 전하거나 그 사람을 대신하여 스스로 상대방에게 청탁을 하는 행위도 위 조항에서 말하는 '알선'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국회 F위원회 위원장직에 있는 위 피고인이 1996. 10.경 서울 중구 G 소재 H 호텔에서 상피고인 C로부터 금융기관에 청탁하여 공소외 I 주식회사(이하 I라 한다) J의 시설자금 등을 원활하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무렵 평소 잘 알고 지내던 K은행 총재인 공소외 L에게 I에 대한 대출을 적극 검토하여 달라는 취지로 청탁을 하여 I가 위 은행으로부터 금 5백억 원의 지급보증을 받게 되자 위 C로부터 위 대출알선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현금 2억 원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위 피고인의 행위가 위 법조 소정의 "알선"에 해당한다고 보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죄로 의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사실오인이나 알선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피고인 M의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기록에 의하면, 제1심판결에 대하여 위 피고인의 원심변호인은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내세웠음이 명백하므로, 이를 인용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위 피고인의 상고심 변호인으로서는 소론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등의 점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는 것이고(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도1561 판결 등 참조, 뿐만 아니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뇌물죄에 있어서의 직무관련성 및 고의에 관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도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피고인 D의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1996. 10. 7.자 금원수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와 같이 위 피고인의 1996. 10. 7.자 금원수수에 관한 사실을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1993. 3.경, 같은 해 12.경 및 1996. 3.경의 각 금원수수의 점에 대하여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기하여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을 그 직접의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의 직무와 금원의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뇌물수수죄가 성립하고, 특별히 청탁의 유무, 개개의 직무행위의 대가적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또한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 할 것이고(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8 판결 등 참조), 한편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에는 공무원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0. 10. 14. 선고 80도1373 판결 등 참조).

국회의원이 그 직무권한의 행사로서의 의정활동과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는 금원을 교부받았다면 그 금원의 수수가 어느 직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한편 국회의원이 다른 의원의 직무행위에 관여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직무행위 자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국회의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인 의안의 심의·표결권 행사의 연장선상에서 일정한 의안에 관하여 다른 동료의원에게 작용하여 일정한 의정활동을 하도록 권유·설득하는 행위 역시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위 직무권한의 행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로서 그와 관련하여 금원을 수수하는 경우에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위 피고인이 제1심판결 범죄사실 제4의 가항 기재와 같이 1993. 3.경, 같은 해 12.경 및 1996. 3.경에 상피고인 C로부터 받은 각 금원은 위 피고인이 의정활동을 통하여 N그룹을 도와주고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N그룹을 문제삼지 않도록 하여 국회에서 N그룹에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과 함께 그 청탁금 명목으로 교부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위 피고인은 판시와 같이 국회의원으로서의 고유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비록 소속 위원회가 N그룹과 별 관련이 없는 국방위원회나 행정위원회 등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직무권한을 N그룹에 이익이 되거나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행사할 수 있으니, 자신의 의정활동을 통하여 N그룹을 도와달라는 취지로 금원을 받은 이상, 이는 위 피고인의 직무행위 내지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와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에 있는 금원을 받은 것으로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고 위 C가 위 피고인의 특정한 직무행위를 지정하지 아니하고 청탁함으로써 위 금원의 수수가 위 피고인의 어느 직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뇌물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정치자금·선거자금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의 수수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는 한 뇌물로서의 성격을 잃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위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판결 등 참조), 위 피고인이 위 정태수로부터 받은 위 각 금원이 국회의원인 위 피고인의 직무와 대가적 관계에 있는 이상 설령 위 각 금원 중 순수한 정치자금의 성격이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뇌물이라고 보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이른바 '한보비리'의 수사과정에서 위 피고인의 범죄 혐의사실이 드러나자 위 피고인이 먼저 기자회견을 통하여 언론에 위 각 금원을 정치자금으로 받은 사실을 공표하였으나, 위 금원의 수수와 관련된 조사를 위하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997. 2. 9. 21:30경 전화로 직접 위 피고인에게 같은 달 10. 14:00까지 대검찰청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자, 위 피고인은 처음에는 같은 달 11. 14:00에 출석하겠다고 하였다가 그 후 태도를 바꾸어 이 사건 수사가 수사목적과는 다른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것이라는 이유로 임의출석을 거절하였고, 이에 다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같은 날 17:45경 위 피고인에게 다음날 10:00까지 대검찰청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는 출석요구서를 위 피고인의 집으로 보내고 그 무렵 위 피고인이 상피고인 정재철으로부터 금 1억 원을 추가로 받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부득이 같은 달 12. 14:30경 대검찰청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게 되었으며,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위 피고인은 이 부분 금품수수 사실은 전부 사실대로 시인하였으나 이를 순수하게 정치자금으로 받은 것이라고 하여 그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은 전부 부인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위와 같다면 위 피고인은 자신의 범죄사실에 관하여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수를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원심설시의 이유는 이와 일부 다르나, 원심은 결국 위와 같은 사정들과 형법상의 자수가 임의적 감면사유에 불과한 점을 들어 위 피고인에 대하여 자수감경을 적용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자수의 요건에 관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들도 모두 이유 없다.

피고인 C, O의 각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가.  피고인들의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각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저지른 업무상횡령에 의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횡령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피고인 C의 부동산 구입 등으로 인한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각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피고인 단독으로 저지른 업무상횡령에 의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한 원심의 인정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증명력이 없는 증거들을 믿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원심은, 위 피고인이 그 판시의 각 부동산들을 구입함에 있어 I 또는 주식회사 P{이하 P라고 한다}로부터 정상적인 부동산구입자금 인출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부정한 방법으로 인출한 비자금으로 위 부동산을 구입하였고, 위 부동산들은 위 피고인의 친지나 개인 재산관리인 등의 개인명의로 구입되어 N그룹 계열사의 부동산을 등록·관리하는 관재대장에 등록되지 아니한 채 위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소유 관련 서류를 보관하고 관리하여 온 점 등을 들어 위 부동산들은 위 피고인이 개인 소유의 의사로 구입한 것이 분명하고, N그룹을 위하여 구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인정판단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심리미진이나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다.  피고인 C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의 피해자문제와 그 특정 여부에 대하여

원심은, 위 피고인이 I의 경우는 P에 IJ 공사비로 지급한 것으로 회계처리하고, P의 경우는 하도급업체에 위 J 공사비로 지급한 것으로 회계처리하면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I 또는 P로부터 현금을 인출하여 위 피고인의 조카로서 위 피고인이 경영하는 Q의 출납을 맡고 있는 공소외 R 등에게 보관시킨 다음 이를 필요에 따라 수시로 N그룹 업무와 관련하여 지출하기도 하고, 이 사건 부동산 구입이나 위자료 지급 등 개인적인 목적을 위하여 지출하여 온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피고인은 I에서 금원을 인출함에 있어 그 명목은 P에 대한 공사비 지급을 위한 것이라고 장부상 회계처리를 하기는 하였지만, 처음부터 위 금원을 P에 공사비로 지급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실제로 위 금원은 P와는 관계없이 위 피고인 경영의 Q 출납직원이 이를 교부받아 보관하였다가 위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P에 대한 공사비와는 관계없는 명목으로 지출된 것이니, I에서 공사비 명목으로 P에 지급한 것처럼 회계처리가 되었다고 하여도 그 금원의 소유권이 P에 귀속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위 피고인 개인의 부동산 구입이나 위자료 지급을 위하여 사용한 자금 중 그 출처가 I인 금원에 대하여는 회계상 인출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그 횡령죄의 피해자는 I가라고 할 것이지 P라고 볼 것은 아니며, 이와 같은 결론은 위 금원을 I로부터 교부받아 보관하던 위 R 등의 직원이 P의 직원을 겸하고 있다 할지라도, 동인들의 위 금원 보관행위가 위 피고인 개인이 경영하는 Q 출납직원으로서 한 것인 이상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인정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횡령죄의 피해자를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 이유 없다.

한편, 횡령죄는 피해자별로 별개의 죄를 이루는 것이어서 그 피해자가 수인인 경우에는 각 피해자별로 횡령금액이 정하여져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공소사실의 기재에 있어서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의 정도에 반하지 아니하고 더구나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 하며 또한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대법원 1997. 7. 11. 선고 97도1097, 97감도34 판결 등 참조), 포괄일죄에 있어서는 그 일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범행횟수 또는 피해액의 합계 및 피해자나 상대방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도153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피해자로 I와 P 모두가 기재된 부분은, 위 피고인이 I 또는 P로부터 인출한 금원을 구분하지 않고 위와 같이 위 R 등에게 보관시켜 두었다가 그 중 일부 금원을 위 피고인 개인의 부동산 구입 또는 위자료 지급 등에 사용함으로써 횡령을 한 사실에 대한 것으로서, 그 사용된 금원이 위 두 회사 중 어느 회사로부터 인출한 자금인지를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임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경우에 회사별 피해액을 특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인으로서는 위 두 회사에서 인출된 금원 중에서 사용을 한 것은 분명하고, 위 두 회사는 위 횡령된 자금에 대하여 지분비율이 불명하지만 그 공유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어, 공소를 제기함에 있어 위 두 회사 모두를 피해자로 함께 기재하는 것이 부득이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위와 같이 회사별 피해액이 특정되지 않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횡령 부분만으로도 위 각 회사로부터 횡령하여 취득한 이득액이 각 금 50억 원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위 피고인은 어차피 위 각 피해자별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될 수 있어 위와 같이 두 회사를 피해자로 기재한 부분에 의하여 법률적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므로, 위와 같은 정도의 기재만으로도 이 사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재판을 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 또한 이유 없다.

라.  피고인 C의 사기의 점에 대하여

어음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그러한 내용을 수취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이를 속여서 할인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도1408 판결,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1095 판결 등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인 고의로도 족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도2048 판결, 대법원 1996. 5. 28. 선고 95도85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자본조달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에도 외부차입금에만 의존하여 무리하게 IJ 제2단계 공사를 강행한 결과 1996. 11.말경에 이르러서는 I의 재무구조가 극도로 취약해짐으로써 은행의 추가 자금지원이 없이는 결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 어음들을 발행하였고, 위 피고인이 기대한 거래 은행들로부터의 추가 자금지원은 위 피고인의 일방적이고도 막연한 기대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미 I의 과다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인하여 완공 후의 만성적인 적자경영의 위험까지 예상하고 있었던 거래 은행들이 추가 자금지원을 무한정 계속하리라고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위 피고인으로서도 그 때쯤부터는 N그룹에서 발행하는 이 사건 어음들이 지급기일에 정상적으로 결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예견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은행들로부터의 추가 자금지원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으로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이 사건 어음들을 발행하여 그 할인대금 명목으로 금원을 교부받은 위 피고인에게 최소한 편취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또한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이 사건 어음들을 사채업자나 할부금융사 등으로부터 할인을 받음에 있어 당시 I 등의 재무구조가 극도로 열악해져 1996. 11.말경에 이르러서는 N그룹 일부 계열사 간부들에 대한 월급까지 체불되고 매일 매일 돌아오는 수표 및 어음의 결제에 급급하였음에도 그 담당직원들로 하여금 이러한 사정을 묵비한 채 할인을 의뢰하도록 하였음을 알 수 있고, 이와 같이 할인을 받은 행위는 사기죄에 있어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원심의 이유설시에 부적절한 면이 없지 아니하나, 원심은 결국 위와 같은 취지에서 위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와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여 그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 역시 이유 없다.

마.  피고인 C의 양형부당의 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형의 양정은 적절하다고 인정이 되고, 그것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소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바.  피고인 C의 부정수표단속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논지는 요컨대 위 피고인이 이 사건 수표들을 실제로 발행할 당시에는 그것이 예금부족으로 인하여 제시일에 지급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위 피고인을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죄로 처벌한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으로서, 결국은 위와 같은 예견가능성 유무에 대한 사실오인 내지 그에 터잡은 법리오해를 주장한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기록과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부분 범죄사실에 관한 한 위 피고인은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삼았을 뿐 다른 항소이유를 내세우지 아니하였고,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는 원심에서 배척되었음이 뚜렷하므로, 위 피고인측으로서는 원심판결에 대하여 위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등의 사유를 들어 상고이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위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도1561 판결 등 참조). 논지 역시 이유 없다.

검사의 피고인 C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상호신용금고법 제39조 제1항 제2호 위반죄는 상호신용금고의 발기인·임원·관리인·청산인·지배인 기타 상호신용금고의 영업에 관한 어느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의 위임을 받은 사용인이 그 업무에 위배하여 배임행위를 한 때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이는 위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의 배임행위에 대한 형법상의 배임 내지 업무상배임죄의 가중규정이고(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885 판결 참조), 따라서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와의 관계에서는 신분관계로 인하여 형의 경중이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상호신용금고법 제39조 제1항 제2호와 형법 제33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신분관계가 없는 자가 그러한 신분관계에 있는 자와 공모하여 위 상호신용금고법위반죄를 저질렀다면, 그러한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 대하여는 형법 제33조 단서에 의하여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처단하여야 할 것인바, 그러한 경우에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일단 업무상배임으로 인한 상호신용금고법 제39조 제1항 제2호 위반죄가 성립한 다음 형법 제33조 단서에 의하여 중한 형이 아닌 형법 제355조 제2항에 정한 형으로 처벌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517 판결 참조). 이 점에서 원심이 위와 같은 신분관계가 없는 피고인 C의 그 판시 행위에 대하여 이를 곧바로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은 법률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나, 위 피고인으로서는 어차피 같은 죄의 형으로 처벌되는 셈이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또한 소론과 같이 위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판시 범죄사실이 가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 죄의 법정형은 검사가 이 사건에서 기소한 위 상호신용금고법위반죄의 그것보다 무거워 위 피고인의 판시 행위를 형이 무거운 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위반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각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C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 A, D, C에 대하여는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씩을 본형에 각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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