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전원합의체 판결

  • 링크 복사하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방조·알선수재)·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저축관련부당행위)·뇌물공여·업무방해]

판시사항

[1] 뇌물죄에 있어서 대통령의 직무범위 및 그 직무관련성

[2] 정치자금과 뇌물의 관계

[3] 정범의 실행행위 착수 이전의 방조행위와 종범의 성부(적극)

[4]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상의 실명전환에 관한 금융기관의 업무 내용 및 합의차명에 의한 실명전환행위의 업무방해죄 성부(소극)

판결요지

[1]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여 정부의 중요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등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하고, 대형건설 사업 및 국토개발에 관한 정책, 통화, 금융, 조세에 관한 정책 및 기업활동에 관한 정책 등 각종 재정·경제 정책의 수립 및 시행을 최종 결정하며, 소관 행정 각 부의 장들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 신규사업의 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도 역시 대통령의 직무범위에 속하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이므로 이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바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하고,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기하여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직접의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에는 특별히 의무위반행위의 유무나 청탁의 유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므로,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

[2] 정치자금, 선거자금, 성금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의 수수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는 한 뇌물로서의 성격을 잃지 않는다.

[3] 종범은 정범의 실행행위 중에 이를 방조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실행의 착수 전에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 방조한 경우에도 정범이 그 실행행위에 나아갔다면 성립한다.

[4] [다수의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의 목적과 관계 규정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기존 비실명자산의 거래자가 위 긴급명령의 시행에 따라 이를 실명전환하는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실명전환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거래통장과 거래인감 등을 소지하여 거래자라고 자칭하는 자의 명의가 실명인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또 그것으로써 금융기관으로서의 할 일을 다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그가 과연 금융자산의 실질적인 권리자인지 여부를 조사·확인할 것까지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실명전환사무를 처리하는 금융기관의 업무는 실명전환을 청구하는 자가 권리자의 외관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의 명의가 위 긴급명령에서 정하고 있는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등 실명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일 뿐이지, 나아가 그가 과연 금융자산의 실질적인 권리자인지 여부를 조사·확인하는 것까지 그 업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기존의 비실명예금을 합의차명에 의하여 명의대여자의 실명으로 전환한 행위는 위 긴급명령에 따른 금융기관의 실명전환에 관한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보충의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은 그 핵심적 개념인 '실명'의 정의에 관한

제2조 제4호의 규정에서 위 긴급명령에 의하여 폐지된

구 금융실명거래에관한법률(이하 구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와 마찬가지로 실명이라 함은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명의'를 말한다고 명백히 규정하여 구법을 따르고 있는데, 구법의 입법취지는 어디까지나 무기명, 가명으로 되어 있는 금융자산의 양성화에 초점이 있는 것이었고, 구법상의 실명이란 전체적으로 무기명, 가명에 대칭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이었을 뿐 이른바 차명에 대칭되는 개념은 아니었으며, 이러한 구법의 입법취지나 구법 하에서의 실명의 개념설정은 위 긴급명령에서도 그대로 타당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위 긴급명령과 그 하위 법규의 관련 규정들을 살펴보더라도 위 긴급명령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금융거래의 명의인만을 거래자라고 보고 그 명의를 실명에 의하도록 하여 금융거래관계만을 규율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고, 거래자가 차명관계에 있는지 여부나 차명관계에서 실권리자가 누구인지 여부 등 차명관계에 관하여는 어떠한 규율도 하고 있지 아니함이 분명하다. 따라서 위 긴급명령에서 말하는 거래자란 금융거래에 있어서 '자기의 명의로 금융기관의 상대방이 된 자 또는 되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반드시 자금의 실소유자 또는 금융자산의 사실상의 권리자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위 긴급명령 하에서는 그

제2조 제4호에서 정의한 실명이 아닌 명의 또는 무기명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만이 기존 비실명자산으로서

위 긴급명령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실명전환의 대상이 되고 차명거래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이라도 그 명의가 위에서 말한 실명이라면 이는 기존 비실명자산에 속하지 아니하여 실명전환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야 하므로, 기존 비실명자산의 실권리자와 명의대여의 약정을 맺은 명의자가 거래자가 되어 그 명의로 실명전환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위 긴급명령에 따른 금융기관의 실명전환의무 이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반대의견1]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은 제5조 제1항에서 기존 비실명자산의 거래자에게 실명전환의무를 부담시키고 있으면서도 그 법조항에서 말하는 거래자가 누구인가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금융기관에 예금 등 금융자산의 거래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이를 개설하는 자와 금융기관이 그 금융자산에 관하여 소비임치 등의 금융거래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여기의 거래자는 그 금융거래계약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하여 금융자산 환급청구권 등의 권리를 갖는 계약상의 채권자로 풀이하여야 한다. 또한

위 긴급명령 제3조 제1항은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여 거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제3조 제2항에서 위 긴급명령 시행 후 최초의 금융거래가 있는 때에 기존 금융자산의 명의가 실명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그 문언 해석상으로나 규정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거래자의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라 함은 거래자 자신의 실명에 의한 거래임이 명백하고, 금융기관은 기존 비실명자산에 대한 실명전환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그 금융자산의 명의가 거래자의 실명으로 전환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은 명백하므로, 금융기관이 기존 비실명자산에 대하여 실명전환청구를 받았을 때 실명전환을 청구하는 자가 그 금융자산의 권리자 즉 거래자인지 여부를 조사·확인하는 업무는 금융기관이 담당하는 실명전환업무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 내용을 이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기존 비실명자산의 권리자 아닌 자가 허위신고로써 그 명의를 전환시켰다면 이는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실명전환업무를 방해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한다.

[반대의견2]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의 목적이 실지명의의 금융거래를 실시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기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한다면, 위 긴급명령에서 말하는 실명에 이른바 합의차명이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함은 다언을 요하지 아니하며, 이는 위 긴급명령의 목적이 결국 투명한 금융거래를 실시하여 금융소득을 종합하여 합당한 조세를 부과함으로써 경제정의와 건전한 경제발전을 꾀하겠다는 데에 있는 점,

4항이 모두 기존 차명자산도 기존 비실명자산에 해당되어 실명전환의 대상이 됨을 전제로 하여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명백하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기존 비실명자산에 대한 실명전환업무는 그 실질거래자의 실명으로 전환하는 것이 본래의 정상적인 업무인 것이고, 위 긴급명령에서 그 실명을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등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한 것은 위와 같이 위 실명이 실질거래자인 것을 전제로 하여 실명전환 업무처리 방식으로써 실질거래자의 여러 가지 명의 중 어느 것을 실명으로 할 것인가 하는 그 실명을 확인표시하는 방법을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합의차명이 실명으로 허용된다면 모르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합의차명은 실명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합의차명에 의한 실명전환은 금융기관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된다.

참조판례

[1][2]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도1017 판결(공1995하, 2681),

대법원 1995. 9. 5. 선고 95도1269 판결(공1995하, 3458),

대법원 1996. 1. 23. 선고 94도3022 판결(공1996상, 703),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8 판결(공1997상, 1368) /[3]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2873 판결(공1983, 680),

대법원 1996. 9. 6. 선고 95도2551 판결(공1996하, 3069) /[4]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도2362 판결

상고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인 C의 상고 후 구금일수 중 100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1. 피고인 A, D, C, E의 각 변호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 A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여,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여 정부의 중요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등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하고, 대형건설 사업 및 국토개발에 관한 정책, 통화, 금융, 조세에 관한 정책 및 기업활동에 관한 정책 등 각종 재정·경제 정책의 수립 및 시행을 최종 결정하며, 소관 행정 각 부의 장들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 신규사업의 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위 피고인이 경영하는 기업체와 관련된 그 판시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도 역시 대통령의 직무범위에 속하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헌법과 관계 법령의 각 규정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 또는 대통령의 직무권한 내지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위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이 위와 같이 대통령의 직무에 속하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인 이상, 이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바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하고,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의 여부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이와 다른 견해에서 이를 다투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고인 A의 상고이유 제2, 3점, 피고인 D의 상고이유 중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부분, 피고인 E의 변호인 법무법인 F의 상고이유 제1, 2, 3점 및 같은 피고인의 변호인 G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 A, D가 대통령직에 있던 공소외 H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피고인 E가 대통령직에 있던 공소외 I 및 위 H의 각 뇌물수수를 방조하였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증거능력 없는 증거를 채용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고 심리를 제대로 다하지 아니하여 뇌물성의 인식, 범의, 금원 공여의 취지 등에 대한 사실을 오인한 위법 또는 방조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기하여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직접의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에는 특별히 의무위반행위의 유무나 청탁의 유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므로(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도101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도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정치자금, 선거자금, 성금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의 수수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는 한 뇌물로서의 성격을 잃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대통령에 대한 금원 공여의 취지가 기업경영과 관련된 경제정책 등을 결정·집행하고 금융·세제 등을 운용함에 있어서, 우대를 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여 달라거나 국책사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라는 데에 있었던 것인 이상, 그것만으로도 앞서 본 대통령의 직무와 그 금원의 공여가 대가관계에 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A, D가 위 H에게 공여한 원심 판시의 각 금원 및 위 I나 H가 기업인들로부터 수수한 원심 판시의 각 금원은 모두 대통령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 뇌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뇌물의 직무관련성 등 뇌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피고인 A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위 H에게 금원을 공여한 것이 공갈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그 금원을 공여할 당시 적법행위에 나아갈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갈죄 또는 기대가능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5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J에 있던 공소외 K에게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피고인 D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L실장직에 있던 피고인 C에게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 또는 뇌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마. 피고인 C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뇌물수수방조 부분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 C가 위 H의 뇌물수수를 방조하였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증거능력 없는 증거를 채용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뇌물성의 인식, 범의, 금원 공여의 취지 등에 대한 사실을 오인한 위법 또는 뇌물의 직무관련성 등 뇌물죄 및 방조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와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의 항소이유 모두에 대하여 판단을 하였음이 분명하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또한 피고인 C의 뇌물수수방조 범행에 관한 공소사실에는 정범인 대통령의 직무는 물론, 그 직무와 수수된 금원 사이의 대가관계에 관하여서도 명확히 적시되어 있으므로,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2)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M은행장인 공소외 N으로부터 저축에 관하여 이자 외의 금품을 수수하고, 기업인들로부터 자신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거나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처는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 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9조 및 뇌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바. 피고인 E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1) 변호인 G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의 요지는 종범인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과 범죄사실을 기재함에 있어서 정범인 위 H의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구체적 사실을 기재하지 아니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과 범죄사실에 기재된 행위 자체가 범죄행위(방조행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과 범죄사실에는 다른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과 범죄사실의 기재를 인용하여 그 정범의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구체적 사실을 기재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변호인 G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그 주장하는 바의 요지는 피고인이 위 I, H가 기업인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기 전에 그 면담을 주선한 것으로서, 정범이 실행행위에 나아가기 전에 방조하였을 뿐이므로 피고인을 수뢰죄의 종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나, 종범은 정범의 실행행위 중에 이를 방조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실행의 착수 전에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 방조한 경우에도 정범이 그 실행행위에 나아갔다면 성립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2873 판결, 1996. 9. 6. 선고 95도2551 판결 등),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종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변호인 법무법인 F의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의 요지는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이 피고인과 죄질이 유사한 다른 피고인들에 비하여 현저히 과중하여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의 상고이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나, 이는 헌법위반을 내세워 실질적으로 원심의 양형을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원심에서 징역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주장과 같은 사유만으로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 Q의 뇌물공여의 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위 H에게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에 의하여 면소를 선고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피고인 O, P, Q의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 O, Q는 1993. 9. 초순경 공모하여, 피고인 O가 관리하고 있는 제3자 명의의 비실명예금을 피고인 Q가 실명전환하여 장기저리로 사용하기로 하여, 위 Q가 같은 달 11. M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공소외 R로 하여금 위 은행 실명전환담당 직원에게 S단체T라는 가명으로 위 은행에 개설되어 있는 기업금전신탁예금의 통장과 거래인감도장 등을 제시하고 마치 위 가명예금의 거래자가 위 Q인 것처럼 실명전환을 신청하게 하여, 위 은행으로부터 그 확인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같은 달 9.부터 다음 달 9.까지 사이에 같은 방법으로 원심판결 별지 실명전환일람표 (Ⅰ) 기재와 같이 3개의 은행으로부터 6개의 예금계좌(예금잔고 합계 금 606억 2천만 원)의 거래자가 위 Q라는 확인을 받아, 그 정을 모르는 위 각 은행으로 하여금 거래자가 아닌 사람 명의로 실명전환을 하게 하고 국세청에 이를 각 통보하게 하여 위계로써 위 각 은행의 실명전환 업무, 전산처리업무 및 실명전환자산통보 업무를 각 방해하고,

(나) 피고인 O, P는 1993. 10. 초순경 공모하여, 피고인 O가 관리하고 있는 제3자 명의의 비실명예금을 피고인 P가 실명전환하여 장기저리로 사용하기로 하여, 위 P가 공소외 U를 시켜 같은 달 11. 위와 같은 방법으로 원심판결 별지 실명전환일람표 (Ⅱ) 기재와 같이 3개의 금융기관으로부터 12개의 금융거래계좌(잔고 합계 금 362억 8천만 원)의 거래자가 주식회사 V 또는 A라는 확인을 받아, 그 정을 모르는 위 각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거래자가 아닌 사람 명의로 실명전환을 하게 하고 국세청에 이를 통보하게 하여 위계로써 위 각 금융기관의 실명전환 업무, 전산처리 업무 및 실명전환자산통보 업무를 각 방해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이하 긴급명령이라 한다)에서 정한 실명은, 긴급명령 제2조 제4호, 제3조 제1항, 긴급명령의시행을위한대통령령 제3조의 각 규정이 밝힌 바에 따르면, 실제 예금주 내지 자금의 실소유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법인명의 및 등록번호를 말하고, 또 긴급명령이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자금의 실소유자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할 조문상의 근거가 없으므로 금융기관이 자금출처에 대한 조사, 확인의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으며,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기 이전에 있어서는 통장과 도장을 소지하고 금융기관에 대하여 거래자라고 주장하는 자의 배후에 자금의 실소유자가 따로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실소유자를 금융기관과의 거래자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긴급명령 제3조 제1, 2항제5조 제1항에 따라 실명을 확인함에 있어서도 통장과 도장을 소지하고 자신이 거래자라고 주장하는 자의 명의가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인지의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표면상 거래자가 자금의 실소유자임을 확인하는 것이 긴급명령의 시행에 의하여 금융기관의 업무로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확인이 금융기관의 업무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위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은 더 살펴볼 것도 없이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3) 이 법원의 판단

긴급명령은 실지명의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기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고( 제1조), 실명을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명의로 정의하고 있으며( 제2조 제4호),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여 금융거래를 하여야 하고( 제3조 제1항), 긴급명령 시행 전에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기존 금융자산(이하 '기존 비실명자산'이라 한다)의 거래자는 긴급명령 시행일부터 2월 이내에 그 명의를 실명으로 전환하여야 하고( 제5조 제1항), 금융기관은 긴급명령 시행 전에 금융거래계좌가 개설된 금융자산(이하 '기존 금융자산'이라 한다)의 명의인에 대하여는 긴급명령 시행 후 최초의 금융거래가 있는 때에 그 명의가 실명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였으며( 제3조 제2항), 금융기관이 긴급명령 시행 후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금융거래를 하거나 기존 금융자산의 명의인에 대하여 긴급명령 시행 후 최초의 금융거래가 있는 때에 그 명의가 실명인지의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임직원 등에게 과태료를 과하도록 하고 있고( 제13조, 제14조), 나아가 그 시행규칙에서 개인의 경우 실명거래의 확인방법을 주민등록증 기타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긴급명령의시행을위한규칙 제3조 제1호 참조).

이러한 긴급명령의 목적과 여러 규정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기존 비실명자산의 거래자가 긴급명령의 시행에 따라 이를 실명전환하는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실명전환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거래통장과 거래인감 등을 소지하여 거래자라고 자칭하는 자의 명의가 실명인지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또 그것으로써 금융기관으로서의 할 일을 다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나아가 그가 과연 금융자산의 실질적인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조사·확인할 것까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긴급명령이 금융기관에게 그러한 조사·확인을 명문으로 요구하고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그와 같은 조사·확인을 할 수 있는 어떠한 수단도 마련하여 두고 있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명전환사무를 처리하는 금융기관의 업무는 실명전환을 청구하는 자가 권리자의 외관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그의 명의가 긴급명령에서 정하고 있는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등 실명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일 뿐이지, 나아가 그가 과연 금융자산의 실질적인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조사·확인하는 것까지 그 업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금융기관의 업무범위 내지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에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법리오해,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있다는 각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피고인 A, D, C, E의 각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O, P, Q에 대한 각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 C의 상고 후 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는바, 이 판결에는 피고인 Q 등의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대법관 김형선, 대법관 송진훈의 보충의견이, 대법관 천경송, 대법관 지창권, 대법관 이용훈, 대법관 이임수의 반대의견이, 대법관 박준서의 별도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4.  대법관 김형선, 대법관 송진훈의 보충의견

긴급명령 제5조 제1항에서 말하는 기존 비실명자산의 거래자가 이를 실명전환하는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거래자라고 칭하는 자의 명의가 실명인지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또 그것으로써 금융기관으로서의 할 일을 다한 것이므로, 그 경우 금융기관이 실명전환을 청구하는 자가 과연 당해 금융자산의 실질적인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조사·확인할 것까지는 없다고 하는 다수의견에 동조하면서 다음과 같은 보충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긴급명령의 제반 규정 등을 살펴보면, 긴급명령에서 말하는 거래자란 금융거래에 있어서 '자기의 명의로 금융기관의 상대방이 된 자 또는 되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반드시 자금의 실소유자 또는 금융자산의 사실상의 권리자(이하 실권리자라 한다)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금융거래는 본질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사경제행위로서 그 상대방의 선택, 거래의 방식과 내용 등 모든 사항이 당사자인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할 것인데, 긴급명령은 그 제1조에서 목적으로 밝히는 바와 같이 공공복리를 위하여 국민의 위와 같은 자유의 일부를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규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제한적으로 엄격히 해석하는 것이 실질적 법치주의 이념의 당연한 요청이다.

우선 긴급명령은 그 핵심적 개념인 '실명'의 정의에 관한 제2조 제4호의 규정에서 긴급명령에 의하여 폐지된 금융실명거래에관한법률(이하 구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와 마찬가지로 실명이라 함은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명의'를 말한다고 명백히 규정하여 구법을 따르고 있는데, 구법의 입법 취지는 어디까지나 무기명, 가명으로 되어 있는 금융자산의 양성화에 초점이 있는 것이었고, 구법상의 실명이란 전체적으로 무기명, 가명에 대칭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이었을 뿐 이른바 차명에 대칭되는 개념은 아니었으며, 이러한 구법의 입법 취지나 구법 하에서의 실명의 개념설정은 긴급명령에서도 그대로 타당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

그러므로 긴급명령 하에서 금융자산의 실권리자와 명의대여자 사이의 명의대여약정에 기초한 차명이 긴급명령 제2조 제4호에서 정의한 실명에 해당한다면 이에 의한 금융거래(이하 차명거래라 한다)가 금지된다는 해석이 나올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긴급명령의 규정들의 해석에 의하여 긴급명령이 종래와는 달리 차명거래까지를 금지하는 취지라고 보게 되면 이는 국민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있어서 앞서 본 엄격해석의 요청에 따르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입법자의 의도가 가령 내심으로는 차명거래까지도 금지하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법규란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면에서 어디까지나 이를 객관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또 그러한 의도였다면 의문의 여지가 없도록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였어야 할 것이다. 긴급명령상의 '실명'이라는 용어와 비교되는 '실권리자 명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명의신탁등기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의 관계 규정들을 긴급명령의 관계 규정들과 대조·검토하여 보면, 긴급명령은 차명거래를 금지한 것이 아님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나. 긴급명령과 그 하위 법규의 관련 규정들을 살펴보더라도, 우선 긴급명령 제3조 제2항에서는 금융자산의 명의인에 대하여 그 명의의 실명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고(그 명의인이 실권리자인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제4조긴급명령제4조의시행에관한규정(1994. 5. 30. 대통령령 제14273호) 제4조, 제5조, 제9조 등에서도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을 오직 명의인만을 중심으로 규정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거래의 상대방이 그 명의인임을 명백히 하고 있으며, 또한 실명거래의 확인방법에 관한 긴급명령의시행을위한규칙(1993. 8. 13. 재무부령 제1945호) 제3조도 금융거래에 있어서 실명의 확인은 개인의 경우 주민등록증 기타 실명의 확인이 가능한 증표, 법인 등의 경우 사업자등록증이나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문서 또는 그 사본 등에 의하도록 하는 등 긴급명령의시행을위한대통령령 제3조에서 정하는 실명과 일치 여부를 확인하도록만 규정하고 있을 뿐, 실명의 확인을 금융자산의 실권리자를 확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한바, 이러한 여러 규정들의 취지를 종합하면, 긴급명령 제3조 등에서의 '거래자'라 함은 그가 금융자산의 실권리자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항상 자기의 이름으로 거래자가 된, 또는 되는 명의인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며, 만일 그렇게 보지 아니하면 위와 같은 실명거래의 확인방법 등과도 모순되는 결과가 된다. 이와 같이 긴급명령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금융거래의 명의인만을 거래자라고 보고 그 명의를 실명에 의하도록 하여 금융거래관계만을 규율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고, 거래자가 차명관계에 있는지 여부나 차명관계에서 실권리자가 누구인지 여부 등 차명관계에 관하여는 어떠한 규율도 하고 있지 아니함이 분명하다 . 따라서 금융기관으로서는 그 상대방인 거래자의 명의가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등 긴급명령의시행을위한대통령령 제3조에서 정한 실명과 일치하는지 여부만을 긴급명령의시행을위한규칙 제3조에서 정한 방법으로 확인하여야 하고, 또 그것으로 충분하지, 그 자금의 출처, 배후에 차명관계가 있는지 여부 또는 실권리자가 누구인지 등을 조사·확인하는 것은 금융거래의 속성상 필요하지도, 적절하지도 아니하다. 금융기관에 대하여 예금반환청구권 등을 갖는 권리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민사절차에서 다룰 문제이며, 그 자금주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료를 통보받은 세무관서가 필요에 따라 실지조사권에 기하여 조사하고 종국적으로는 조세쟁송에서 밝힐 문제인 것이다.

다. 그렇다면 긴급명령 하에서는 그 제2조 제4호에서 정의한 실명이 아닌 명의 또는 무기명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만이 기존 비실명자산으로서 긴급명령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실명전환의 대상이 되고 차명거래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이라도 그 명의가 위에서 말한 실명이라면 이는 기존 비실명자산에 속하지 아니하여 실명전환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야 하므로, 기존 비실명자산의 실권리자와 명의대여의 약정을 맺은 명의자가 거래자가 되어 그 명의로 실명전환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긴급명령에 따른 금융기관의 실명전환의무 이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 더욱이 거래자의 실명전환의무나 금융기관의 실명확인의무는 거래자나 금융기관이 국가에 대하여 지는 것으로서 이에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 거래자는 과징금 또는 차등과세율에 의한 소득세의 원천징수를 당하는 불이익을 받게 되고 금융기관의 임직원은 과태료의 제재를 받을 뿐이므로 이러한 의무이행행위가 개인의 경제적, 사회적 활동의 자유(개인적 법익)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의 업무에 속한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라. 결국 이 사건에서 금융기관인 공소외 주식회사 M은행 등이 이 사건 각 예금계좌의 거래자 명의가 긴급명령의시행을위한대통령령 제3조에서 정하는 실명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긴급명령의시행을위한규칙 제3조에 정한 방법으로 확인한 이상 그로써 위 은행들의 확인의무는 아무런 지장 없이 완수된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각 예금계좌의 거래자명의가 차명이라 하더라도 그 차명이 긴급명령 제2조 제4호에서 정의한 실명인 이상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형법 제314조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5.  대법관 천경송, 대법관 지창권, 대법관 이용훈, 대법관 이임수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금융기관이 긴급명령에 따라 처리하는 실명전환에 관한 업무 내용에 금융자산의 실질적인 권리자에 관한 조사·확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 O 등에 대한 위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하나 이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금융기관의 실명전환에 관한 업무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것인지를 규명하기 위하여는 긴급명령에 의하여 실명전환의무를 부담하는 거래자 및 이에 의하여 전환할 실명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 법률해석의 논리상 선행되어야 할 것이므로 먼저 이에 관하여 본다.

긴급명령은 제5조 제1항에서 기존 비실명자산의 거래자에게 실명전환의무를 부담시키고 있으면서도 그 법조항에서 말하는 거래자가 누구인가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예금 등 금융자산의 거래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이를 개설하는 자와 금융기관이 그 금융자산에 관하여 소비임치 등의 금융거래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여기의 거래자는 그 금융거래계약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하여 금융자산 환급청구권 등의 권리를 갖는 계약상의 채권자로 풀이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긴급명령 제3조 제1항은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여 거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는바, 위 규정에서 말하는 '거래자의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라 함은 그 문언의 해석상 거래자 자신의 실명에 의한 거래임이 명백하므로 , 가명에 의한 거래는 물론 실명거래라도 거래자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실명에 의한 거래(예컨대 합의차명)는 여기의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자에게 실명전환의무가 있는 기존 비실명자산에는 가명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과 함께 타인의 실명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이 포함되고, 또한 이러한 기존 비실명자산을 실명전환하는 경우에도 오로지 거래자의 실명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기존 비실명자산에 관하여 실명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 자도 역시 여기의 거래자에 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실명전환은 기존 비실명자산의 명의를 거래자의 실명으로 전환함으로써 그 후의 금융거래를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여 실시하게 하도록 하려는 것이지, 거래자가 가진 금융자산 환급청구권 등의 귀속에 변동을 초래하거나 그 귀속의 변동을 승인하는 취지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비실명자산에 관하여 아무런 권리를 갖지 못하는 자는 물론이고 예컨대 거래자로부터 부탁을 받았거나 거래자로부터 기존 비실명자산에 관한 권리를 양도받은 자라고 할지라도 적법한 채권양도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자신의 명의로 실명전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다.

나. 긴급명령은 제3조 제1항에서 위와 같이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여 거래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같은 조 제2항에서 긴급명령 시행 후 최초의 금융거래가 있는 때에 기존 금융자산의 명의가 실명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금융기관은 기존 비실명자산에 대한 실명전환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그 금융자산의 명의가 거래자의 실명으로 전환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은 명백하며 , 이와 같은 확인의무가 있는 이상 실명전환을 청구하는 자가 그 금융자산에 관한 거래통장과 거래인감을 소지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고, 그가 제시하는 실명확인증표에 의하여 그의 명의와 주민등록표,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가 일치하는지를 대조하는 등 적당하고 가능한 조사방법을 통하여 기존 비실명자산이 거래자의 실명으로 전환되는지의 여부를 조사할 의무가 당연히 있는 것이고, 조사 결과 실명전환청구자가 그 금융자산의 권리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실명전환을 거절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기관이 기존 비실명자산에 대하여 실명전환청구를 받았을 때 실명전환을 청구하는 자가 그 금융자산의 권리자 즉 거래자인지의 여부를 조사·확인하는 업무는 금융기관이 담당하는 실명전환업무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 내용을 이룬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조사·확인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실명전환을 하려는 자가 권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경우에는 실명전환을 거부하여야 하며, 만약 이를 거부하지 아니한 채 실명전환을 하여 주고 이에 의하여 금융거래를 하면 긴급명령 제3조 제1항이 정한 금융실명거래에 위반하게 되어, 그 임·직원은 물론 금융기관까지 그 업무에 관한 위반행위로서 긴급명령 제14조, 제13조에 의하여 행정벌로서 우선 과태료의 제재를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은 긴급명령 제8조, 제9조에 따라 실명으로 전환된 기존 비실명자산에서 발생한 실명전환일까지의 이자·배당소득 중 종전에 부족하게 징수한 소득세 및 실명전환의무기간이 경과한 후에 기존 비실명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소득에 대하여 차등적용되는 원천징수세율에 의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야 하는바, 이러한 원천징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으로서는 기존 금융자산이 비실명자산인지 및 이로부터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의 귀속자가 누구인지를 조사·확인하여야 하고, 그 외관에 의한 형식적인 조사·확인만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그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과세관청으로부터 납부고지를 당하고 체납처분까지 당하게 되는 한편 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 원천징수의무자 처벌조항에 의하여 처벌의 제재를 받게 된다.

금융기관 등이 이처럼 제재를 받는 것은 거래자의 조사·확인이 바로 위와 같은 금융기관의 업무에 포함되기 때문이며 위 각 긴급명령의 규정은 이를 당연한 전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금융기관에게 실명전환을 하려는 자가 기존 비실명자산의 실질적인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조사·확인할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그와 같은 조사·확인의무를 부정하여 그 의무의 수행을 위한 사무가 금융기관의 업무가 아니라고 하나, 조사·확인할 수단이 없다고 하는 것만으로 조사·확인할 의무의 존재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의 경우처럼 기존 비실명자산의 권리자 아닌 자가 금융기관이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을 악용하여 허위신고로써 그 명의를 전환시켰다면 이는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실명전환업무를 방해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금융기관의 실명전환업무에는 실명전환청구인이 그 금융자산에 관한 거래자인지 및 그가 자신의 실명으로 전환하는지의 여부에 대한 조사·확인이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금융기관의 업무를 위계로 방해하였는지의 점에 나아가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않은 원심판결의 위 업무방해에 관한 부분은 실명전환에 관한 금융기관의 업무범위 내지 업무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에 해당하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6.  대법관 박준서의 반대의견

금융기관이 실명전환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실명전환을 청구하는 자가 실질적인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조사·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과 같이 합의차명에 의한 실명전환이 금융기관의 실명전환업무를 위계에 의하여 방해하는 범죄가 성립함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므로, 이 점에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피고인들이 금융기관의 금융자산 실명전환업무, 전산처리업무 및 실명전환자산 통보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지, 실질적인 권리자인지의 여부에 대한 금융기관의 조사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 아니다.

긴급명령은 기존 비실명금융자산의 거래자는 그 명의를 실명으로 전환하여야 하고( 제5조 제1항), 금융기관은 긴급명령 시행 후 최초의 금융거래가 있는 때에 실명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제3조 제2항), 긴급명령의 목적이 실지명의의 금융거래를 실시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기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 제1조)임을 고려한다면, 위 각 규정에서 말하는 실명에 이른바 합의차명이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함은 다언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이는 긴급명령의 목적이 결국 투명한 금융거래를 실시하여 금융소득을 종합하여 합당한 조세를 부과함으로써 경제정의와 건전한 경제발전을 꾀하겠다는 데에 있는 점, 긴급명령 제8조, 제9조, 제11조, 제15조 제3, 4항이 모두 기존 차명자산도 기존 비실명자산에 해당되어 실명전환의 대상이 됨을 전제로 하여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명백하다 고 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기존 비실명자산에 대한 실명전환업무는 그 실질거래자의 실명으로 전환하는 것이 본래의 정상적인 업무인 것이고, 긴급명령에서 그 실명을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등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한 것은( 제2조 제4호) 위와 같이 위 실명이 실질거래자인 것을 전제로 하여 실명전환 업무처리 방식으로써 실질거래자의 여러 가지 명의 중 어느 것을 실명으로 할 것인가 하는 그 실명을 확인표시하는 방법을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방해되었다는 업무도 금융기관이 기존 비실명금융자산을 위 실명으로 전환하여 이자소득세 등의 원천징수 등을 위하여 전산처리하고 이를 관계 기관에 통보하는 업무 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금융기관이 실명전환을 청구하는 자가 금융자산의 실질적인 권리자인지 여부를 조사·확인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하여 이 사건에서 합의차명으로 실명전환한 것이 업무방해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니, 이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방해되었다는 업무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서류전형의 방법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경우 전과자인 갑이 제3자인 을의 학력, 경력증명서 등을 제출하여 을로 행세하여 채용되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될 것인바( 당원 1992. 6. 9. 선고 91도2221 판결 참조), 여기에서 방해된 업무는 회사가 근로자로서의 적격자를 채용하는 업무인 것이지 전형서류를 조사하는 업무인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의 논리에 의하면, 이 경우에도 회사가 전형서류의 진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므로 업무방해가 되지 아니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원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는 대체로 업무처리자가 실질적인 조사·확인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것을 악용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고, 이 사건에서도 금융기관이 기존 비실명금융자산의 실질거래자가 누구인지 조사·확인이 불가능한 점을 악용하여 공모에 의하여 합의차명으로 제3자를 거래자인 양 오인하게 하는 위계에 의하여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실명전환하게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실질적인 거래자 즉 실명전환 적격자를 상대로 하여야 할 실명전환업무를 방해한 것이다.

즉 금융기관의 거래자 조사·확인 업무는 실명전환업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을 오인, 착각하게 한 것은 위계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 사건에서 방해된 금융기관의 업무는 실질적인 권리자만을 상대로 하여야 하는 실명전환업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합의차명이 실명으로 허용된다면 모르되, 앞서 본 바와 같이 합의차명은 실명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에서 위 피고인들에 의한 합의차명에 의한 실명전환은 금융기관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과 같은 합의차명에 의한 실명전환이 금융기관에 대한 업무방해가 된다는 것이 긴급명령 시행 이후 종전 하급심 판결의 견해이었고, 대법원은 이미 1996. 11. 29. 선고 96도2362 판결에서 같은 견해를 취한 원심판결을 정당하다고 유지함으로써, 이 점에 대한 최고법원으로서의 견해를 표명한 터이므로, 다수의견은 위 종전 법령 해석의 견해를 이 사건에서 변경하는 결과가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법령 해석의 통일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고, 동종사안에서 법령 해석의 견해를 함부로 변경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하므로 자제되어야 하며, 동종사건이라 하더라도 종전 판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부합되지 아니하는 결론이 되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종전 판례의 보편타당성을 다시 검토하여 그 법리를 보완하는 등 법의 정의와 법적 안정성의 양대 이념을 고려하여 법령 해석에 임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에서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는 것이 특별히 정의와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다수의견이 이 사건에서 종전 견해를 변경하는 법령 해석 운용의 방식에도 찬성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장 윤관(재판장) 박만호 최종영 천경송 정귀호(주심) 박준서 이돈희 김형선 지창권 신성택 이용훈 이임수 송진훈

  • 검색
  • 맨위로
  • 페이지업
  • 페이지다운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