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도3234 판결

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도323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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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판시사항

[1] 자백의 임의성에 다툼이 있는 경우, 그 입증책임의 소재(검사)

[2] 뇌물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가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자백은 그 자체로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자백을 얻기 위하여 피의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입증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여야 한다.

[2] 자백한 경위, 그 구체적 내용 및 자백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찰에서의 자백이 잠을 재우지 아니한 상태에서 임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그에 관하여 심리·판단 없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3248 판결(공1983, 695) /[2]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3318 판결(공1994상, 1043),

대법원 1994. 11. 4. 선고 94도129 판결(공1994하, 3302),

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도1964 판결(공1997하, 2221)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이기현

원심판결

인천지법 1997. 10. 16. 선고 97노1211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각 범죄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 1은 1994. 10.경부터 1996. 1.경까지 강화군청 사회진흥과 계장으로 근무하면서, 같은 계 소속 부하직원인 원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그가 지방토목주사보로서 강화군에서 발주한 여러 도로포장공사의 준공검사관 또는 공사감독관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판시 각 시공업체들로부터 '준공검사를 잘 처리하여 달라'는 부탁과 함께 교부받은 판시 각 금원 중 (1) 1995. 4. 말경 금 1,000,000원을, (2) 1995. 9. 말경 금 1,000,000원을, (3) 1995. 10. 말경 2건의 도로공사에 관하여 각 금 2,000,000원을, (4) 1995. 11. 초순경 금 3,000,000원을, (5) 1995. 12. 말경 금 1,000,000원을, 각 그 정을 알면서도 근무감독의 편의를 제공하여 주는 대가로 교부받아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고,

나.  피고인 2는 1996. 1.경부터 같은 해 11.경까지 사이에 강화군청 내무과 계장으로 근무함에 있어서, 자신이 주무계장이 되어 시행한 각종 도로포장공사에 관하여 공사감독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던 부하직원인 위 원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그가 판시 각 시공업체들로부터 '공사감독관 감독조서를 잘 작성하여 준공검사를 잘 처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교부받은 판시 각 금원 중 (1) 1996. 9.경 2건의 도로공사에 관하여 각 금 2,000,000원을, (2) 1996. 9. 말경 금 1,000,000원을, (3) 1996. 10. 중순경 2건의 도로공사에 관하여 각 금 1,000,000원을, (4) 1996. 10. 중순경 2개의 시공업체에 관하여 각 금 1,000,000원을, (5) 1996. 10. 하순경 금 4,000,000원을, (6) 1996. 11. 중순경 금 1,000,000원을, 각 그 정을 알면서도 교부받아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

2.  원심이 위 각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의 요지를 명시함에 있어서 인용한 제1심판결에 기재된 증거들을 기록에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위 원심 공동피고인이 시공업체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 이외에 피고인들이 위 원심 원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그 중 일부를 교부받았다는 점에 부합하는 유죄의 증거로는, 검사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와 위 원심 공동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뇌물공여자들인 공소외 1, 2, 3, 4, 5, 6, 7, 8, 9, 10, 11, 12 등의 제1심 법정 또는 검찰에서의 각 진술이 있는바, 원심은 피고인들이 임의성을 다투는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정에서 그 진정성립을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조서의 형식과 내용, 피고인들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특별히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상당한 정도의 구체적인 사실이 엿보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함과 아울러 위 원심 공동피고인 등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피고인 1에 대한 위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일부를 수긍하기 어렵다. 

가.  피고인들의 자백의 임의성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당초 검찰에 구인되어 조사받은 과정에서 한결같이 위 원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뇌물을 상납받은 적이 없다고 극구 결백을 주장하였음에도 위 원심 공동피고인이 이미 자백하였다면서 그와의 대질신문도 거절한 채 이틀동안 자백을 강요하는 신문을 계속하였고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밤에는 안대로 눈을 가린 채로 철제 의자에 앉히고 잠을 재우지 아니하는 바람에 불안한 상태가 계속된 나머지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묻는 대로 고개만 끄덕이거나 범행을 시인하는 진술을 한 결과 뇌물수수의 각 범행을 허위로 자백하는 결과가 되었으며 그 후에도 20여 일간을 검찰에 매일 출석하는 수난을 당하다가 공판정에 이르러 그 진실을 밝히게 된 것이므로, 위 각 자백은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한 경위, 그 구체적 내용 및 자백 후의 정황 등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들은 1997. 3. 29. 11:00 각 긴급체포되어 체포 당일에는 공무원으로서의 근무경력을 기재한 진술서만을 작성하였고 그 다음날에는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평소 업무내용 및 포장공사와의 관계 및 내역 등 간단한 진술서만을 작성하였을 뿐이며, 체포된 지 이틀 후인 같은 달 31.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뇌물수수의 범행을 자백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진술조서 또는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기 시작한 점, 그런데 피고인 1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거기에 기재된 근무경력이 위 1997. 3. 29.자 진술서나 공무원인사기록카드에 기재된 내용과 다를 뿐만 아니라 당초에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한 이유가 강화군청과 자신에게 불명예를 안겨주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반면, 금품을 교부받은 일시와 관련업체, 횟수 및 금액이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위 범죄사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후에도 같은 해 4. 1. 및 같은 달 15. 제2회 및 제3회 각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었으나 근무경력이나 뇌물수수의 일시 및 금액 등에 관한 종전의 진술이 전혀 정정되지 아니한 점, 특히 뇌물수수의 동기에 관하여 피고인 1은 시공업체로서는 위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 1의 계에 소속하여 있음에도 준공검사관이 되어 자리를 비우게 되면 본연의 업무가 그 만큼 지연되는 데에 대한 일종의 보상차원에서 금품을 제공하고 위 원심 공동피고인으로서는 업무지연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근무감독권을 가진 자신에게 잘 봐달라는 취지에서 이를 교부하는 것이라고 진술한 점, 피고인들은 제1회 공판기일부터 그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함과 아울러 증거조사시에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임의성을 부인하였을 뿐더러 한결같이 조사과정에서 벽을 마주한 채 철제의자에 앉히고 야간에도 전혀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등 계속하여 자백을 강요하는 강압적 수사를 받았다고 진술한 점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가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자백은 그 자체로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자백을 얻기 위하여 피의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입증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들은 체포 후 줄곧 범행을 부인하다가 금품수수의 상대방과 대질신문을 벌였다거나 특별한 증거가 제시되지 아니하였음에도 갑자기 그 동안 지켜온 명예감정을 포기하고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하였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것으로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데다가, 그 진술내용도 범행사실은 물론 굳이 허위진술의 필요가 없는 기본적인 사항마저도 부정확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피고인 1의 경우 아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준공검사의 결재과정에 관여할 여지가 없는데도 준공검사와 관련하여 부정한 금품이 수수된다는 것은 경험칙상 뇌물을 수수한 동기로 인정하기 미흡한 점, 피고인들은 모두 제1회 공판정에서부터 그 범행을 전면 부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의 검찰에서의 자백은 그들 주장대로 잠을 재우지 아니한 채 심문을 계속한 것이 사실이라면 강요와 회유를 거듭한 끝에 받아낸 것일 뿐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행한 위 각 자백은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철야조사가 있어 그 때문인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지 아니하고는 결국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것이고, 이와 달리 위 판시 이유만으로 그 임의성을 인정하여 이를 유죄의 증거로 인정한 원심판단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인 1에 대한 나머지 유죄 증거의 신빙성에 대하여

(1) 먼저 위 원심 공동피고인이 검찰에서 한 진술을 보면, 자신이 강화군이 발주하는 시설공사의 공사감독관 또는 준공검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시공업체들로부터 준공검사를 빨리 받게 해 준다는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다음 이와 같이 청탁받은 공사의 준공검사에 대한 결재를 잘 하여 달라는 취지에서 직속 상사인 피고인 1 또는 피고인 2에게 받은 뇌물액수의 절반 가량을 매번 상납하였으며 대부분 계장인 피고인 1 또는 피고인 2와 함께 현장에 나가기 때문에 각자 금 1,000,000원 이상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시공업체의 현장소장들이 알아서 돈을 주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강화군은 도로포장과 같은 시설공사를 수행함에 있어서 부실공사를 막기 위하여 시설공사업무규정상 가급적 공사감독업무와 준공검사업무를 분리하여 상호 견제하도록 하여 사업을 발주하는 주관부서에 소속하는 기술공무원을 공사감독관으로 지정하여 그로 하여금 현장을 감독하게 하는 한편, 동 공사가 완공된 경우에는 다른 부서에 속하는 자를 준공검사관으로 선임하여 준공검사를 실시하게 하되 시공업체가 제출한 준공계 또는 준공검사조서에 대하여는 발주부서의 계장, 과장 및 부군수가 차례로 결재를 마쳐야 비로소 준공검사의 전과정이 끝나는 점, 위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 1과 함께 위 피고인 1의 계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그 준공검사와 관련하여 뇌물을 받아 위 피고인에게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판시 공사 6건 중 5건은 그 발주부서가 사회진흥과 개발계로서 피고인 1의 계와는 무관하며 단지 위 원심 공동피고인이 그 준공검사관으로 선정된 것에 불과하며 나머지 1건인 사기리 하수도 정비공사도 당초에는 피고인 1의 계와 관련이 있는 업무였으나 그 예산집행기관이 강화군 화도면으로 이전되어 그 발주부서가 화도면이 되는 바람에 피고인 1로서는 위 6건의 공사의 감독업무를 수행하거나 그 결재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는 점, 공사시공업체들은 준공검사가 특별한 이유 없이 지연되거나 미리 준공검사를 잘 받기 위하여 위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점을 엿볼 수 있는바, 이와 같이 금품수수의 목적이 준공검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와 무관한 피고인 1에게 그 절반 가량이 전달된다는 것은 극히 이례에 속할 뿐더러 위 피고인으로서는 발주부서의 계장이 아니므로 위 원심 공동피고인과 함께 감독차 공사현장에 나갔을 리가 만무하므로 담당 계장과 함께 현장에 나갔다는 위 원심 공동피고인의 진술은 위 피고인에 관한 한 납득하기 어려워, 위 원심 공동피고인의 진술은 피고인 1에 관한 한 선뜻 그 진실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2) 다음 위 뇌물공여자들의 각 진술에 관하여 보면, 그 취지가 하나같이 공사감독을 까다롭게 하지 아니하고 준공검사를 잘 처리하여 달라고 공사를 감독하거나 준공검사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인 위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판시 금품을 교부하였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들 증거는 모두 공사감독이나 준공검사의 업무와 무관한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범죄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증거능력이 없는 피고인 1의 검사 앞에서의 자백과 신빙성이 없는 위 원심 공동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 및 범죄사실을 증거로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위 증거들만에 의하여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각 범죄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증거 없이 공소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위반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한 논지는 이유 있다.

다.  피고인 2에 대한 나머지 유죄증거의 신빙성에 대하여

한편, 피고인 2는 판시 관련 도로공사의 주무계장으로서 그 공사의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준공검사 후 그 결재과정에 관여하는 지위에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2의 위 자백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위 피고인에 대한 판시 각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결국 원심이 임의성이 없는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삼은 위 잘못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4.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의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정귀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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