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과과세방식의 조세인 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확정신고자진납부를 하는 경우 이를 수령한 과세관청의 '확인적 부과처분'의 유무(소극)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인 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소득세법 제100조 , 제107조 에 따라 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하면서 그에 따르는 방어세액을 함께 신고납부(이른바 '확정신고자진납부')한 경우 그 납부시에 과세관청의 '확인적 부과처분'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의순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광하 외 2인
성북세무서장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원고의 소를 각하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직권으로 이 사건 소가 적법한 것인지의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1. 원심은, 원고가 방위세법 제5조 , 소득세법 제100조 , 제107조 의 규정에따라 이 사건 의제배당소득에 대한 방위세를 자진신고·납부한 날인 1985.5.30.에 피고가 그 방위세액 금 122,816,024원을 확정하는 확인적인 부과처분 즉 과세처분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그 과세처분이 위법한 것임을 주장하여 항고소송으로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확인적 부과처분의 일부가 위법한 것이라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가 이유있는 것인지의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하였다.
2. 그러나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인 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소득세법 제100조 , 제107조 에 따라 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하면서 그에 따르는 방위세액을 함께 신고·납부(이른바 "확정신고자진납부"를)하는 경우에, 납세의무자가 확정신고자진납부를 한 때에 과세관청의 "확인적 부과처분"이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그룻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 당원 1987.2.24. 선고 86누557 판결 ; 1987.11.10. 선고 87누776 판결 ; 1989.6.27. 선고 88누11476 판결 ; 1989.10.24. 선고 88누11483 판결 ; 1989.10.27. 선고 88누9077 판결 등 참조).
왜냐하면 이른바 "확인적부과처분"의 이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당하기 때문이다.
첫째, 조세채권의 확정에 관한 현행법령의 규정내용에 비추어 볼 때 허용될 수 없는 이론이다.
과세처분이란 법률에 규정된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객관적·추상적으로성립한 조세채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 확정하는 절차인 바, 현행 조세법령에 의하여 소득세와 같은 부과과세방식의 조세는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함에 따라 그 세액이 확정되고( 국세기본법 제22조 제1항 , 같은법시행령 제10조의2 제3호 ), 그 확정의 효력은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율·세액 기타 필요한 사항을 납세고지서에 기재하여 납세의무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는 방법에 의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통지한 때에 발생하며, 납부할 세액이 없는 경우에도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한 내용을 납세고지서에 기재하여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 국세징수법 제9조 , 소득세법 제128조 , 같은법시행령 제183조 ), 납세고지서나 과세표준과 새액의 결정통지에 관한 위와 같은 규정들이 단순한 세무행정상의 편의를 위한 훈시규정이 아니라, 헌법 과 국세기본법 에 규정된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따라 과세관청의 자의를 배제하고 신중하고도 합리적인 과세처분을 하게 함으로써 조세행정의 공정을 기함과 아울러 납세의무자에게 과세처분의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어 이에 대한 불복여부의 결정과 불복신청에 편의를 주어 납세의무자를 보호하려는데 그 근본취지가 있으므로, 이 규정들은 강행규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 당원의 확립된 판례이므로( 당원 1982.3.23. 선고 81누139 판결 ; 1983.7.26. 선고 82누420 판결 ; 1987.2.10. 선고 85누624 판결 ; 1987.2.24.선고 86누415 판결 ; 1987.5.12. 선고 85누56 판결 ; 1987.12.22. 선고 87누839 판결 ; 1988.2.9. 선고 83누404 판결 ; 1989.1.10. 선고 88누7996 판결 등), 과세관청은 납세의무자가 확정신고자진납부를 한 조세를 수령하기만 하였을 뿐, 결정된 과세표준과 세액을 납세고지서에 의하여 통지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조세를 수령한 때에 과세처분이 있었다고 보는 "확인적 부과처분"의 이론은 앞서 본 현행 조세법령의 규정내용이나 당원의 확립된 판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가 되어 현행법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행정쟁송에 있어서 납세의무자의 권리구제를 제약할 염려가 있다.
이 이론은 얼른 보면 과세관청이 납세의무자가 확정신고자진납부한 조세를 수령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대하여 (별도 납부할 세액이 없는 경우의 세무행정상의 관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과세관청이 조세를 수령한 때에 과세처분이 있었다고 보아 그 과세처분에 대하여 행정쟁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여 줌으로써 납세의무자에게 권리를 구제받을 기회를 더 주는 이론인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납세의무자는 일반적으로 납세고지서에 의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이 통지되지 않는 한 과세처분이 아직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므로, 전심절차를 제대로 거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납세고지서에 의하여 과세표준과 세율·세액등이 통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심사청구나 심판청구의 이유를 구성하는 데도 곤란을 겪게 되는 등, 행정쟁송에 있어서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다. 이 사건에서도 원심은 간과하고있지만, 원고는 "확인적 부과처분"에 대하여 적법한 전심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이 사건 방위세를 확정신고자진납부한 뒤에 1985.6.29.자로 한 과세표준수정신고 및 국세환급신청에 대한 피고의 1985.9.2.자 기각결정에 대하여만 전심절차를 밟고 있을 뿐이다).
조세채권의 확정절차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은 과세관청인데 납세의무자가 이와 같은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
또 이와 같은 결과가 납세의무자에게 납세고지서에 의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의 결정내용을 통지하도록 규정한 조세법령의 근본취지에도 반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셋째, "확인적 부과처분"에 취소사유 밖에 되지 않는 하자가 있어 과납금이 생기는 경우에도, 과세처분의 공정력 때문에 그 과세처분이 취소되기 전에는 납세의무자가 민사소송을 통하여 부당이득으로 세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을 터인데, 납세의무자가 확정신고자진납부한 때에 과세처분이 있는 것으로 본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납세의무자가 과세처분이 된 것을 잘 알지 못하게 되어 행정쟁송으로 과세처분의 효력을 다툴 기회를 놓쳐 버리게 됨에 따라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넷째, 특히 "확인적 부과처분"의 이론을 인정함으로써 행정쟁송이나 민사소송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확정신고자진납부를 한 선의의 납세의무자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확정신고자진납부를 하지 아니한 납세의무자는 납세고지서에 의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의 결정내용을 통지받게 되어 권리를 구제받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는데 반하여, 확정신고자진납부를 한 납세자는 그와 같은 통지를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 이론에 따르면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조세채권확정의 효력 발생시기가 확정신고자진납부하는 경우(납세의무자가 확정신고자진납부한 때)와 과세관청이 납세고지서에 의하여 과세표준과 새액을 납세의무자에게 통지하는 경우(납세의무자가 납세고지서를 수령한 때)가 다르게 되어, 납세의무자는 물론 과세관청에게도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을 불러 일으켜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조세법률관계를 더욱 미궁속으로 빠뜨리게 할 염려도 있다.
3. 당원 1970.8.31. 선고 70다1195 판결 ; 1983.4.12. 선고 82다501 판결 ; 1989.9.12. 선고 88누12066 판결 들은 현행 조세법령하에서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인 소득세와 이에 따르는 방위세를 확정신고 자진납부할 때 과세관청의 "확인적 부과처분"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를 판시한 것들이 아님을 밝혀 둔다.
4. 그렇다면 원고가 이 사건 방위세를 확정신고자진납부한 날인 1985.5.30.에 피고의 과세처분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소는 존재하지도 않는 과세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것으로서 부적법한 것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의 "확인 적 부과처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본안에 들어가 원고의 청구가 이유있는 것인지의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조세채권의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명백하므로, 피고 소송수행자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판단을 할 필요도 없이 원심판결은 이 점에서 파기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여 당원이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이 사건 소를 각하하고 소송총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