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한 피고인의 항소에 대하여 항소심이 제1심판결을 직권파기한 후 제1심과 같은 형을 선고한 경우, 피고인이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법리오해나 사실 오인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공모관계의 성립 요건
[3] 상습사기에 있어서 상습성의 의미
[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소정의 '이득액'의 의미
[5]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한 후 그 반환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기존 차입원리금을 새로이 투자하는 형식을 취한 경우, 별도의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1] 피고인이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항소심이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한 후 제1심과 같은 형을 선고한 사건에서 피고인은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법리오해나 사실 오인의 점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2]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
[3] 상습사기에 있어서의 상습성이라 함은 반복하여 사기행위를 하는 습벽으로서 행위자의 속성을 말하고, 이러한 습벽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기의 전과가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나 사기의 전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범행의 회수, 수단과 방법, 동기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기의 습벽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상습성을 인정하여야 한다.
[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이득액은 단순일죄의 이득액이나 혹은 포괄일죄가 성립하는 경우의 이득액의 합산액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 입법취지에 비추어 이득액은 실질적인 이득액을 말한다.
[5]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이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하고, 그 후 피해자를 기망하여 편취한 재물의 반환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기존 차입원리금을 새로이 투자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새로운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므로 별도로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1] 대법원 1991. 2. 26. 선고 90도2276 판결(공1991, 1120), 대법원 1995. 2. 3. 선고 94도2134 판결(공1995상, 1195), 대법원 1999. 6. 25. 선고 98도3927 판결(공1999하, 1553) /[2][4][5] 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공2000하, 1911) /[2] 대법원 1998. 3. 27. 선고 98도30 판결(공1998상, 1261),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도2654 판결(공1999상, 81),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공2000상, 1011) /[3]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2448 판결(공1983, 1797), 대법원 1986. 6. 10. 선고 86도778 판결(공1986, 904),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도955 판결(공1995하, 2846) /[4][5] 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도825 판결(공1995하, 2691) /[5] 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
피고인 1 외 2인
피고인들
변호사 김문수 외 5인
부산고법 2000. 7. 13. 선고 2000노236 판결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 1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이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이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한 후 제1심과 같은 형을 선고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원심판결에 대하여 법리오해나 사실 오인의 점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1. 2. 26. 선고 90도2276 판결, 1995. 2. 3. 선고 94도2134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 2, 피고인 3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투자개발의 투자차입금 유치조직은 부장, 본부장, 이사, 상무, 전무 및 대표이사 순으로 구성되어 부장에게는 자기가 모집한 투자차입금액의 5%를, 본부장에게는 자기 및 그 산하의 부장이 모집한 투자차입금액의 2%를, 이사에게는 부산 본점 전체 투자차입금액의 0.3%를, 상무에게는 부산 본점 전체 투자차입금액의 0.3%를(다만, 상무인 피고인 3에 대하여는 그 산하의 본부장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의 책임하에 이루어지는 투자차입금액의 0.3%를), 전무와 대표이사에게는 위 회사 전체 투자차입금액의 0.3%씩을 수당으로 각 지급하고, 투자자 중 일부를 부장이나 본부장으로 영입하며, 영업실적 우수자는 한단계 승진시키는 방법으로 운영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렇다면 위 조직은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제45조 제2항에서 말하는 '다단계판매조직 또는 이와 유사하게 순차적·단계적으로 가입한 가입자로 구성된 다단계조직'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나 채증법칙에 어긋난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판례는 구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1995. 1. 5. 법률 제489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다단계판매조직에 관한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당하지 아니하다.
나. 공모의 점에 관하여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피고인 1 등과 순차적으로 공모하여, 단기간 내에 투자자들에게 투자원리금을 반환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위 ○○투자개발의 투자차입금 유치조직을 이용하여 마치 투자원리금을 반환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차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과 피고인 1 등은 공범으로서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죄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경법'이라 한다)위반(사기)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나 채증법칙에 어긋난 위법이 없다.
다. 상습성의 점에 관하여
상습사기에 있어서의 상습성이라 함은 반복하여 사기행위를 하는 습벽으로서 행위자의 속성을 말하고, 이러한 습벽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기의 전과가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나 사기의 전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범행의 회수, 수단과 방법, 동기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기의 습벽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상습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6. 6. 10. 선고 86도778 판결, 1995. 7. 11. 선고 95도95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범행의 수법과 횟수, 동기와 수단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사기의 전과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들에게는 사기의 습벽이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나 채증법칙에 어긋난 위법이 없다.
라. 특경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이득액 산정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들이 다단계 금융상품판매조직인 위 ○○투자금융의 임원들로서 공모하여 상습으로, 고객들에게 1구좌당 50만 원을 투자하면 이를 식품가공공장 등에 투자하여 15일에 20%의 이자를 가산하여 주는 방식으로 그 원리금을 지급하여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피고인 1, 피고인 2 등은 이에 속은 △△지점 등의 피해자 2,277명으로부터 6,756회에 걸쳐 합계 22,364,000,000원을, 피고인 3 등은 부산본점의 피해자 838명으로부터 2,380회에 걸쳐 합계 7,867,000,000원을 각기 차입금 명목으로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피해자들로부터 위 각 금원을 차입금 명목으로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고 따라서 그 합계액이 바로 위 사기범행으로 인한 피고인들의 이득액이라고 인정한 원심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특경법 제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이득액은 단순일죄의 이득액이나 혹은 포괄일죄가 성립하는 경우의 이득액의 합산액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 입법취지에 비추어 이득액은 실질적인 이득액을 말하고(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도825 판결 참조),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이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하고(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도825 판결,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 등 참조), 그 후 피해자를 기망하여 편취한 재물의 반환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기존 차입원리금을 새로이 투자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새로운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므로 별도로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유치한 차입금은 모두 신규 차입의 형식을 갖추고 그 차입금증서도 새로이 발행되었지만,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은 피고인들이 종전에 편취한 차입금이 만기에 이르러 피해자들에게 이를 다시 투자하면 종전과 같은 고수익을 보장하여 주겠다고 기망하여 반환하여야 할 원리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새로이 차입하는 것으로 하고 그 차입금증서를 발행하여 주었던 것일 뿐이고 실제로는 그 액면금액 상당의 차입금이 수수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피고인들은 당초부터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차입금을 유치하였던 것이므로 이를 교부받은 즉시 사기죄가 성립하고, 그 후 편취한 차입금의 변제기에 종전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그 원리금을 지급하는 대신 동액 상당을 다시 차입하는 것으로 정리하기로 하고 그 차입금증서를 새로이 발행하였더라도 이는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형식적으로는 별도의 차입에 해당하나 실질적으로는 기존 차입금에 대한 사기 범행을 은폐하거나 그 편취금의 반환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 기존 차입금의 편취 범행과 별도의 사기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들이 실제로 교부받은 차입금을 가려서 이를 합산한 금액만을 이득액으로 보고,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형식적으로만 기왕에 편취한 차입금의 원리금을 새로이 차입하는 것으로 하면서 그 차용금증서를 발행한 경우는 별도의 사기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므로 그 액면금액을 이득액의 합산에서 제외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를 가리지 않은 채 차용금증서의 액면금액이 모두 편취된 것으로 보아 이를 합산한 금액을 이득액으로 인정한 것은, 특경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이득액에 관한 법리오해나 그로 인한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을 위배한 사실 오인의 위법이 있다.
3. 그렇다면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특경법위반(사기)의 점에 관하여는 더 이상 원심판결을 유지할 수 없다 할 것이고, 한편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위 파기이유는 공동피고인인 피고인 1의 특경법위반(사기)의 점에 관하여도 공통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2조의 규정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원심판결도 아울러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특경법위반(사기)죄와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