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도2654 판결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도265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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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판시사항

[1]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공모관계의 성립요건

[2] 피고인이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 및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입증 방법

[3] 간접사실에 의하여 사기의 범의와 공모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2인 이상의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

[2]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의 공모나 모의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그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3] 간접사실에 의하여 사기의 범의와 공모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본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도1435 판결(공1993하, 2479),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3154 판결(공1994상, 1225),

대법원 1995. 9. 5. 선고 95도1269 판결(공1995하, 3458),

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공1997하, 3215),

대법원 1998. 3. 27. 선고 98도30 판결(공1998상, 1261) /[2]

대법원 1988. 9. 13. 선고 88도1114 판결(공1988, 1294),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8도1523 판결(공1989, 38),

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도2919 판결(공1998상, 818)

상고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8. 7. 28. 선고 98노306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이 그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이 공동피고인 1, 2와 공모하여, 1997. 8. 27. 피해자 이규환에게 이미 제권판결을 받아 무효가 된 공채증권 액면 합계 금 89,000,000원 어치(이하 "이 사건 공채증권"이라 한다)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공채증권인 것처럼 교부하여 위 피해자로부터 금 40,00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과연 피고인이 위 공동피고인 1, 2와 공모하였는가에 관하여 보건대, (1) 피고인은 자신이 고위층에게 맡겨 놓은 다른 채권을 찾기 위하여 위 공동피고인 2를 만나게 되었다고 진술한 반면, 위 공동피고인 1은 피고인으로부터 공채증권 2억 원 상당을 매입하겠다는 말을 듣고 당시 채권을 가지고 있던 위 공동피고인 2를 만나게 해 준 것이라고 진술하고, 위 공동피고인 2도 공소외 구팔원으로부터 매각을 의뢰받은 이 사건 공채증권을 처분하기 위하여 위 공동피고인 1의 소개로 피고인을 만나게 되었다고 진술하는 등 만난 동기에 관하여 피고인과 상반되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 (2)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전날 위 공동피고인 1, 2를 만난 자리에서 피고인과 동행하였던 피해자 이규환이 그 대금지급을 머뭇거리자 위 공동피고인 1과 공동피고인 2가 피고인에게 약속을 지키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등의 심한 말을 한 점, (3) 피고인이 위 피해자에게 사전에 알려 준 매각대상 채권과 이 사건 공채증권이 서로 다른 점, (4) 위 피해자의 제1심법정에서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이 범행 당일 이 사건 공채증권을 보고 위 공동피고인 2에게 자신의 채권이 아니라고 항의한 사실이 있는 점, (5) 피해자측이 이 사건 공채증권이 분실신고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이미 경과한 후에도 피고인이 위 피해자와 함께 그 사무실로 다시 올라간 점, (6) 피고인이 위 편취금의 배분에 참여한 흔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공모의 점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어, 결국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2.  당원의 판단

2인 이상의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8. 3. 27. 선고 98도30 판결 참조),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의 이러한 공모나 모의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대법원 1988. 9. 13. 선고 88도1114 판결 참조), 피고인이 그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도2919 판결, 1988. 11. 22. 선고 88도1523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공채증권을 매입한 것은 당초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접근하면서 시작되었고, 접근 당시 피고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공소외 1으로 하여금 피고인을 그의 처인 것처럼 허위로 소개하도록 하였으며, 피고인은 처음부터 매수대상이 되는 채권이 견질담보용으로 피고인이 고위층에 제공한 액면 2억 원짜리의 확실한 채권이라고 하였으나 지금까지 그 채권의 정확한 내역을 밝히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출처에 관한 진술이 수사단계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성이 없어 그 말에 신빙성이 없는 점, 피고인은 위 공동피고인 1을 오래 전부터 알아 온 사이임에도 위 피해자와 함께 위 공동피고인 1, 2를 만나러 가는 동안 위 피해자에게 광부의 경력밖에 없는 위 공동피고인 1을 청와대비서관을 지낸 사람으로, 평범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위 공동피고인 2를 현직 안기부 차장으로 각 소개하여 마치 고위층과 비밀리 채권거래를 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한편 매입한 채권에 대해서는 절대 조회하지 말라고 말하였고, 그 직후에 만난 위 공동피고인 1, 2도 피고인의 말대로 자신들이 전직 고위직 출신이거나 현재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위 피해자에게 이 사건 채권에 대하여 가급적 조회하지 말라고 말한 점, 위 피해자가 매입대상으로 제시받은 채권이 경기도지사 발행의 이 사건 공채증권으로서 사전에 피고인이 알려 준 매각대상 채권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의를 제기하자 피고인이 자기도 오래되어 잘모르겠다고 하면서 자기 남편이 건설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중에 경기도지역 공채가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곧 말을 바꾼 점, 또한 피고인은 위와 같이 이 사건 채권에 대한 매매가 이루어지는 동안 위 피해자의 근무처인 공소외 김형주 경영의 성일상사에서 위 공소외 1을 대기하도록 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거래대상이 된 이 사건 공채증권을 신뢰하게 한 점 등을 엿볼 수 있는바, 전후 사정이 이와 같다면, 정상적인 채권거래에 있어서 그 매도인측을 고위직으로 가장하거나 매수인에게 거래대상이 된 채권에 관하여 조회하지 말도록 부탁하는 것은 극히 이례에 속함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미 분실신고되어 그 재산적 가치가 거의 없는 이 사건 공채증권에 관한 거래를 정상적인 채권거래인 것처럼 꾸미기 위하여 타인을 남편처럼 가장하여 들러리를 세우는 한편 직접 그 거래를 알선하면서 매수인에게 그 매도인측이 전·현직 고위직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였다고 한다면, 피고인으로서도 처음부터 이 사건 공채증권이 비정상적인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되고 그 의심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매매행위에 직접 나선 위 공동피고인 1, 2도 피고인의 말에 맞추어 사실과 다르게 그 신분을 가장하여 위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한다면, 피고인과 이들 사이에는 이 사건 공채증권을 이용하여 금원을 편취하기로 사전에 모의하였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들 사이에 암묵적으로나마 상통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그 매도인측의 사회적 신분을 오인하여 이 사건 공채증권을 매수하게 함으로써 그 대금을 편취하려는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졌다고 인정하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되고 그 의심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경우, 원심으로서는 그 거시 정황들에 비추어 피고인의 공모의 점에 의심이 간다고 할지라도, 그에 관한 입증이 없는 것으로 단정하기에 앞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관여한 정도, 그 진술의 신빙성, 피고인이 위 공동피고인 1, 2와 사이에 벌여온 그 동안의 거래내용, 이 사건 공채증권의 출처 및 피고인이 이에 관하여 알게 된 시점 등의 간접사실에 관하여 심리하여 본 다음, 제출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의 공모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심리에 나아가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공모의 점을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채증법칙 위배 내지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박준서(주심) 이돈희 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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