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임죄에 있어서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2] 배임죄의 주관적 요건과 그 인정 방법
[1] 배임죄에서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으로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게 할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고, 부동산의 매도인이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 등을 경료하기 이전에 제3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피담보채무 상당액의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2]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 이외에도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 내지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한 목적이 오로지 이미 매매목적물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저당권을 말소시켜 매매목적물에 존재하는 물적 부담을 제거시킬 목적이었다면 배임죄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배임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간접사실에 의하여 본인이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1]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9도641 판결(공1989, 1828),
대법원 1995. 11. 21. 선고 94도1375 판결(공1996상, 127),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공1996상, 620),
대법원 1997. 5. 30. 선고 95도531 판결(공1997하, 1952) /[2]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8도1523 판결(공1989, 38),
대법원 1994. 11. 8. 선고 94도2123 판결(공1994하, 3315),
대법원 1996. 5. 28. 선고 95도161 판결(공1996하, 2062),
대법원 1997. 6. 13. 선고 97도618 판결(공1997하, 2106)
피고인
법무법인 두레 담당변호사 노승행 4인
서울지법 1997. 10. 10. 선고 97노4630 판결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이유(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채증법칙 위반, 배임죄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90. 5. 8.경 서울 강서구 방화동 648의 3 답 1,272㎡ 중 198㎡(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피해자 정영춘에게 매도하고, 이 사건 토지 지상에 건축이 완료되면 정영춘에게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하여 주기로 하고, 잔대금 지급과 동시에 위 토지에 관하여 정영춘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약정한 후 정영춘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았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위 약정에 따라 잔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위 토지에 관하여 정영춘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이 사건 토지 지상에 건축이 완료 되는대로 정영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1992. 8. 19.부터 1994. 11. 1.까지 사이에 제1심 판결문 첨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위 토지에 관하여 공소외 김명기 등 앞으로 채권최고액 합계 금 1,500,000,000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그 중 정영춘에게 매도한 이 사건 토지 면적에 해당하는 금 233,490,566원 상당의 담보가치에 해당하는 이익을 취득하고 정영춘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하여 이 사건 배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그와 같은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배임죄의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매매계약 해제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각 근저당권 설정행위를 하기 전에 피고인과 정영춘 사이의 위 매매계약이 해제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정당하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가 없다.
3.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배임죄에서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으로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게 할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고, 이 사건과 같이 부동산의 매도인이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 등을 경료하기 이전에 제3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피담보채무 상당액의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당원 1989. 10. 24. 선고 89도641 판결, 1982. 11. 23. 선고 82도2215 판결 등 참조).
다만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 이외에도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 내지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므로(당원 1996. 5. 28. 선고 95도161 판결, 1994. 11. 8. 선고 94도2123 판결, 1988. 11. 22. 선고 88도1523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변명하는 바와 같이 근저당권을 설정한 목적이 오로지 이미 매매목적물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저당권을 말소시켜 매매목적물에 존재하는 물적 부담을 제거시킬 목적이었다면 배임죄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배임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간접사실에 의하여 본인이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당원 1988. 11. 22. 선고 88도1523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각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기왕에 존재하던 근저당권들을 같은 날이나 그 다음날 등 인접한 날에 말소시킨 일이 있었음은 사실이나, 추가로 설정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 말소시킨 근저당권의 그것을 비교하여 보면 항상 추가로 설정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이 말소시킨 근저당권의 그것보다 더 크고, 최종적으로는 채권최고액 합계 금 1,050,000,000원의 근저당권이 위 토지에 대한 물적 부담으로 남게 되었음을 알 수 있는바, 그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추가로 근저당권을 설정함에 있어서 기존의 근저당권을 말소시켜 피해자인 정영춘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설령 있었다 할지라도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심의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위 토지에 관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타인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때마다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손해의 인정과 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가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