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8. 3. 27. 선고 98도30 판결

대법원 1998. 3. 27. 선고 98도3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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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판시사항

[1]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공모관계의 성립요건

[2]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다.

[2]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도1435 판결(공1993하, 2479),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3154 판결(공1994상, 1225),

대법원 1995. 9. 5. 선고 95도1269 판결(공1995하, 3458),

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공1997하, 3215)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조수봉

원심판결

부산지법 1997. 12. 12. 선고 97노70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원심공동피고인과 공모하여, 1991. 6. 중순경 부산 서구 서대신동 3가에 있는 피해자 장방자의 집에서 사실은 경남 김해군 장유면 대청리 259의 1 답 1,279㎡(약 387평)는 개발예정지로 고시된바 없고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그 소유자가 약 3개월 전부터 이를 평당 금 340,000원에 매도하려고 내놓은 것을 알고, 피해자에게 "위 지역이 앞으로 개발되어 6개월 이내에 토지가격이 3배 이상 급등한다. 위 지역 토지를 소개하는 사람이 공무원이므로 틀림없다. 위 토지 소유자가 이를 평당 금 750,000원에 매도하려고 하니 금 150,000,000원을 주면 위 토지 200평을 매입하여 주겠다. 6개월 후에는 산 값의 3배 이상을 받고 되팔아 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여 이를 믿은 피해자로부터 1991. 6. 25.경 금 50,000,000원, 1991. 7. 3.경 금 100,000,000원을 각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원심 공동피고인의 범행사실을 알지도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그 채용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원심 공동피고인과 사실혼관계에 있는 자로서,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토지대금을 받을 때 그 자리에 있었거나 토지대금을 대신 수령하여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전달하여 주기도 하였고,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토지대금을 받고 현금보관증을 작성하여 줄 때에 피고인을 보증인으로 하도록 허락하였으며,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여 토지 매입을 권유하거나 위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동행한 바 있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나아가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에게 공소사실과 같은 기망행위를 한 사실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피해자 및 김영화의 각 진술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모두 믿기 어렵고, 오히려 원심 공동피고인은 일관하여 피고인은 아무런 내막을 알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은 토지대금의 출연 등 위 토지의 매입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으며, 매수할 토지 및 매매가격을 전적으로 원심 공동피고인이 결정하였고, 토지를 매수한 후에도 원심 공동피고인이 자신의 채무담보를 위하여 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매수한 토지에 대한 권한을 혼자 행사한 사실 등으로 미루어 보면,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의 사기 범행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의 범행을 어느 정도 인식하면서 이를 저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공동정범의 성립에 필요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기록에 의하면, 원심 공동피고인 원심 공동피고인은 매도인과의 흥정 끝에 위 토지를 평당 금 320,000원에 매수하게 되었으면서도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합계 금 150,000,000원을 교부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원심도 위와 같은 원심 공동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있는바,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의 요지는 피해자에게 위 토지 중 200평을 평당 금 750,000원에 매수하여 주기로 하여 금 150,000,000원을 건네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위 토지를 매수한 가격도 평당 금 750,000원이라고 원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들어 이를 사실로 알고 있었고, 다른 내막은 알지 못하였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피고인 등에게 위 토지의 매수를 권유한 박승규와 고용석, 부동산 중개보조원인 이만용, 토지의 매도를 위임받아 매도한 송경복 등이 수사기관과 제1심 법정에서 한 각 진술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경남 고성군에 있는 석산을 스스로 운영하면서 토석채취허가 등과 관련하여 경남도청 공무원인 박승규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로부터 김해군청 공무원인 고용석을 소개받아 알게 되었으며,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은 위 박승규와 고용석의 권유에 따라 위 토지를 매수하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토지 매수가 논의되던 시초부터 이에 관여하여, 원심 공동피고인, 박승규, 고용석과 함께 현지를 방문하여 매물을 살펴보고 시세를 알아보았을 뿐 아니라 현지의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도 동석하였다는 것이고, 특히 위 송경복은 피고인이 매매계약시에 참석하여 그 매수가격이 평당 금 320,000원인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까지 진술하고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증거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있는바, 위 증거들이 신빙성이 있는 것이라면, 설사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스스로 피해자를 적극 기망한 바는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위 토지의 매수가격이 평당 금 320,000원인 사실을 잘 알면서도, 기망을 당하여 그 매수 단가를 금 750,000원으로 잘못 알고 있는 피해자로부터 위 금 150,000,000원의 매매대금을 원심 공동피고인과 함께 수령하고 현금보관증을 작성하여 준 것이 되므로, 이러한 점으로 볼 때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의 사기범행을 인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이 오랜 사실혼관계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은 사정은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의 범행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여겨지므로, 결국 앞에서 본 증거들을 살펴보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의 사기범행을 알지 못하였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인바(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 참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의 범행을 인식하고서도 그 매매대금을 교부받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하였다면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 사이에 범죄의 공모가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원심 공동피고인의 행위를 이용하여 피고인의 의사를 실현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공동정범의 성립에 필요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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