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제2항의 보충송달 방식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적법한 송달’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다수의견]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과 제2항에서 규정하는 보충송달도 교부송달과 마찬가지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국내에서 승인·집행하기 위한 요건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승인·집행하기 위한 송달 요건에서 제외하고 있는 공시송달과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로 볼 수 없고, 외국재판 과정에서 보충송달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졌더라도 그 송달이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위 규정에 따른 적법한 송달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요구하는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이 아니라고 본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 엄밀한 의미에서 ‘판례’는 ‘특정 사건과 관련한 쟁점에 관하여 대법원이 판단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가리킨다. 즉, 대법원판결에서 추상적 형태의 법명제로 표현된 부분이 모두 판례인 것은 아니고, 그중 특정 사건의 쟁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판단 부분만이 판례이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과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한다.’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다수의견은 이 부분이 ‘대법원이 판단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으로서 판례에 해당하고 이 사건에서 그에 반대되는 판단을 하므로,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위 두 판결에서 판단한 ‘보충송달의 적법성’은 직접적 쟁점이 아니었으므로 ‘보충송달의 적법성’에 관한 부분은 방론에 해당하여 엄밀한 의미에서 판례라고 볼 수 없고, 위 두 판결과는 사안이 다른 이 사건에서 판례를 반드시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공1992, 2395)(변경),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변경)
에이엔지 뱅크 뉴질랜드 리미티드(ANZ Bank New Zealand Limite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김선영 외 2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진 담당변호사 김민성 외 4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원고가 제기한 대출채무 및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에서 공식적인 외교 경로를 통하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피고에 대한 소송서류의 송달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한민국 법원은 2013. 5. 1. 피고의 거소에서 피고의 남편인 원심 공동피고에게 피고에 대한 소송서류를 송달하고 원심 공동피고로부터 우편송달 통지서에 서명을 받았다.
2)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2013. 8. 15. 피고에 대한 소송서류의 송달이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고, 피고와 원심 공동피고는 공동하여 원고에게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 사건 외국판결을 선고하였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외국판결에 따른 금원 지급 부분을 국내에서 강제집행하기 위하여 집행판결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원심은, 피고에 대한 보충송달이 이루어졌다고 보면서 보충송달도 교부송달과 마찬가지로 외국법원의 판결이 우리나라에서 승인·집행되기 위한 요건으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에서 규정한 ‘적법한 송달’에 해당하고 그 밖에 위 규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으므로 이 사건 외국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효력이 인정되고 위 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통상의 송달방법이 아니라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과 같이 송달을 의제하는 방식을 통하여 송달을 한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송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나. 보충송달 방식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적법한 송달’에 포함되는지 여부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과 제2항에서 규정하는 보충송달도 교부송달과 마찬가지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국내에서 승인·집행하기 위한 요건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우리나라는 2000년 헤이그송달협약에 가입하였으나 뉴질랜드는 현재까지 위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의 촉탁에 따른 송달은 국제민사사법공조법에 따라 이루어진다. 국제민사사법공조법 제15조는 외국으로부터의 촉탁에 따른 수탁사항은 대한민국 법률에 의하여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86조에서 정하고 있는 적법한 송달 방식 중의 하나이다.
2)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패소한 피고가 소장 등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송달받았을 것 또는 적법한 방식에 따라 송달받지 아니하였더라도 소송에 응하였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소송에서 방어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패소한 피고를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07747 판결 등 참조). 그러한 이유로 위 조항의 문리해석상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국내에서 승인·집행하는 데 필요한 송달 방식에서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가 제외된다. 한편 보충송달은 송달할 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 그의 사무원, 피용자 또는 동거인으로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여 송달을 의제하는 제도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는 본인의 수령 대행인이 서류를 수령하여도 그의 지능과 객관적인 지위, 본인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본인에게 서류를 전달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다5436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 게시판의 게시에 의하여 송달의 효력을 부여하는 공시송달 방식과는 달리 보충송달 방식은 피고에게 적절한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박탈할 우려가 현저히 적다. 나아가 만일 보충송달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적법하게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집행판결 사건에서 집행 요건으로서 송달의 적법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보충송달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송달 방식으로 인정하더라도 위 규정의 취지에 벗어나지는 않는다.
3) 기존 대법원 판례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하며, 그 송달은 적법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 참조), 보충송달은 위 규정에 따른 적법한 송달 방식이 아니라고 보았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은 외교상의 경로를 거치지 않은 영사송달의 효력이 문제 된 사안이었고,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은 피고를 대리 또는 대표하여 송달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으로, 보충송달의 효력이 직접적으로 문제 되는 사안들이 아니었는데 외국판결의 승인·집행 요건인 ‘적법한 송달’에 관한 일반론으로 위와 같은 내용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송달할 것을 요구하면서 송달의 방식 중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를 제외할 뿐 다른 송달 방식에 대하여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위 조항의 문리해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나아가 보충송달이 피고의 방어권 행사를 박탈할 수 있는 공시송달과 유사한 송달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4)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유지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승인·집행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판결보다 더 엄격한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피고가 법인인 경우 그 소송서류를 법인의 대표자 본인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집행 시 언제나 송달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5) 마지막으로 이 사건과 같이 외국법원이 공식적인 외교 경로를 통하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피고에게 송달을 요청하고, 우리나라에서 국제민사사법공조법 등 관련법령에 따라 보충송달 방식으로 소송서류 등을 송달한 다음 해당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이 이루어졌음에도, 그러한 송달 방식이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집행 요건인 송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행판결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서 적법절차에 대한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더욱이 국제적인 교류가 빈번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사법절차의 국제적 신뢰가 훼손될 수 있고, 송달지와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지가 우리나라로 동일한 이상 소송의 결과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 내에서 송달 방식과 관련하여 모순되는 행위 또는 평가를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다. 기존 판례의 변경
이와 같이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승인·집행하기 위한 송달 요건에서 제외하고 있는 공시송달과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로 볼 수 없고, 외국재판 과정에서 보충송달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졌더라도 그 송달이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위 규정에 따른 적법한 송달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요구하는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이 아니라고 본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라.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에 따른 보충송달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 요건에서 정한 송달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에 대한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의 소송서류가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남편인 원심 공동피고를 통하여 피고의 거소에서 적법하게 송달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집행 요건인 송달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거소에서 남편인 원심 공동피고가 피고의 소송서류를 송달받음으로써 피고에 대한 보충송달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로 보기 어렵고,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판단에 피고가 소송서류를 실제로 송달받았는지 여부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뉴질랜드 법원의 외국판결에 대한 승인 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이 정한 승인 요건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정도라고 할 수 있으며, 뉴질랜드 법원이 우리나라의 동종 판결을 승인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외국판결은 상호보증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호보증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하여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며, 다수의견에 대하여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이 있다.
4.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관 김재형의 의견
다수의견의 결론과 그 이유에 찬성하지만,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해서만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한다.
가. 엄밀한 의미에서 ‘판례’는 ‘특정 사건과 관련한 쟁점에 관하여 대법원이 판단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가리킨다. 즉, 대법원판결에서 추상적 형태의 법명제로 표현된 부분이 모두 판례인 것은 아니고, 그중 특정 사건의 쟁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판단 부분만이 판례이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과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한다.’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다수의견은 이 부분이 ‘대법원이 판단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으로서 판례에 해당하고 이 사건에서 그에 반대되는 판단을 하므로,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위 두 판결에서 판단한 ‘보충송달의 적법성’은 직접적 쟁점이 아니었으므로 ‘보충송달의 적법성’에 관한 부분은 방론에 해당하여 엄밀한 의미에서 판례라고 볼 수 없고, 위 두 판결과는 사안이 다른 이 사건에서 판례를 반드시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수의견을 이해하자면, 대법원판결의 방론에 대해서는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에서 보충송달의 적법성에 관한 판례가 변경되었다고 함으로써 대법원의 의견을 명확하게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판례의 다양한 의미를 살펴보고, 판례 변경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 것인지, 판례 변경에 관하여 대법원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관해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나. ‘판례’는 일반적으로 특정 사건에서 판결의 이유 중에 나타난 법률적 판단이라고 하지만, 그 의미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판례 변경과 관련하여 문제 되는 것은 대법원판결에 있는 법리 부분을 모두 판례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해당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법리 부분에 한정하여 판례로 볼 것인지이다.
현행 법령에서 ‘판례’라는 개념에 관하여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정의를 내린 규정은 없고 개별 법령의 해석을 통해 ‘판례’의 개념을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전원합의체의 심판사항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서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판례’라고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는 ‘소액사건에 대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의 제2심판결이나 결정·명령에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는 대법원에 상고 또는 재항고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은 "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제3호)" 또는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제4호)"에 해당하면 심리불속행 판결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 정한 ‘판례’에 관하여 대법원은 "구체적인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이 내린 판단"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4. 5. 13. 선고 2004다6979, 6986 판결 등 참조).「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심리불속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서 판례에 관해서는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한 적이 없다. 법원조직법에서 정한 전원합의체의 심판대상을 정한 기준이 되는 판례에 관해서는 대법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위 세 법률에서 사용하는 판례의 의미에 관해서는 통일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지만, 그 의미나 기준이 반드시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다. 헌법은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입법권과 사법권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별도의 기관에 귀속시키고 있다. 구체적 사건의 해결과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법규범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법부의 권한이 아니라 입법부의 권한이다. 국회는 입법을 통하여 일반적인 법규범을 만들지만, 개별 사안에서 법률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할 권한은 없다. 사법부는 구체적인 사건을 전제로 법률을 해석·적용할 권한이 있지만, 사건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반적인 법규범을 만들어낼 권한은 없다. 대법원이 최고법원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사건을 재판하는 데 필요한 권한 이상을 가질 수 없다.
판결은 1차적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적인 해결을 하는 것을 지향하고, 대법원판결에서 제시되는 추상적·일반적 법명제도 기본적으로 해당 사건의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므로, 그 의미는 어디까지나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이해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재다516 판결 참조). 선행 판결에서 사안의 쟁점 또는 그 해결과 관계없는 부분에 관하여 일반적·추상적 법명제를 선언하였더라도 이 부분은 판례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한 부분까지 판례로 본다면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데도 법령 해석을 통해 법규범을 창설하는 결과가 된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의 쟁점에 적용되는 법령에 한하여 해석 권한이 인정되는데, 이 경우에도 일반적·추상적 법명제를 선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구체적인 사건 해결에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될 뿐이다. 재판 실무에서 대법원판결이 갖는 정확한 규범적 의미는 전제가 되는 사안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파악하여야 하는데, 사안의 쟁점 또는 사실관계에서 문제 되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 법령의 해석·적용을 하게 되면 그 근거나 타당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법관은 판결 이유에서 주문이 정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판단의 근거를 표시하여야 한다. 법률 규정의 의미가 명확한 경우에는 그 규정을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의 법명제를 이용하여 해당 논점에 대한 결론의 정당성을 논증하게 된다. 구체적인 법적 분쟁에 적용될 법률에 불명확하거나 불완전한 점이 있더라도 법관은 법률의 구체적 의미를 파악하여 일반적인 법명제를 정립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법원은 적극적으로 법명제를 선언하는 방식으로 사안을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선행 판결이 해당 사건에 대한 재판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장래의 재판에 대하여 지침이 될 수 있는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제시하였다면, 후행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은 선행 판결에서 인정된 법명제를 후행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사안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후행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이 선행 판결에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대전제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선행 판결에서 한 판단의 대상인 쟁점이 후행 사건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해야 한다. 즉, 선행 판결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쟁점을 판단하는 법관은 선행 판결에 따라 사안을 해결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하여 사법부 전체의 통일적 의견이 형성됨으로써, 재판을 어느 법관이 담당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라. 영미법계의 기본원리인 선례구속의 원칙(the doctrine of stare decisis)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원칙은 상급심 법원이 일정한 법률 쟁점에 관하여 한 판단은 법규범으로서 구속력을 갖게 되어 그 후 동일 쟁점의 사건을 담당하는 하급심 법원은 그에 따라야 하는 법적 의무가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선례구속의 원칙이 엄격하게 준수되는 국가에서는 선례가 법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후행 사건의 논점이 선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선례가 법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결국 상급심 법원의 판결 중 해당 사건의 결론과 직접 연관되는 쟁점에 관한 부분에 한하여 선례로 인정받을 수 있고, 그 밖에 재판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다루어진 부분이 아니거나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판결의 결론에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선례로 인정받을 수 없다.
선례구속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판례에 기속되지 않고 하급심 법원이 판례와 반대되는 자신의 견해를 표명할 수 있다. 그러나 쟁점이 같은 사건에서는 선행 판결에서 한 대법원의 판단이 후행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의 판단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선례구속의 원칙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사안의 해결 과정에서 법령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줄이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동일한 쟁점에 관한 선행 판결의 판단이 판례로서 후행 판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 대법원이 판례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명확한 것은 아니고 판례 변경이 필요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관된 원칙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두1815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체납자 등에 대한 공매통지가 공매의 절차적 요건이므로 공매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그 공매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공매통지가 공매의 요건인지에 관한 기존 판례가 있는지를 둘러싸고 별개의견과 보충의견이 있었다. 최근에는 대법원이 대체로 선행 판결에서 다룬 구체적 쟁점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례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종래 판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불법행위일이라고 하고 있다(대법원 1975. 5. 27. 선고 74다1393 판결,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다48413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1882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6680 판결은 불법행위 시부터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장기간이 경과하고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 예외적으로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판단하면서 판례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재심대상판결인 위 대법원 2010다6680 판결이 판례에 어긋나는 것인지 문제되었는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대법원의 종전 의견을 변경한 것이 아니고, 종전 대법원판결들이 선언한 법리의 적용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하고 그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적용할 새로운 법리를 표시한 것일 뿐이라고 보았다. 즉,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심대상판결이 선행 판결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예외적 사정이 있는 사안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예외를 인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5다254507 판결은, 재외국민이 구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2014. 5. 20. 법률 제125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재외동포법’이라 한다) 제6조에 따라 거소이전신고를 마치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주택임대차의 대항요건으로 규정하는 주민등록과 같은 법적 효과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위 판결 이전에, 재외국민이 구 재외동포법에 따른 거소이전신고를 하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대항요건인 주민등록을 갈음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결정(대법원 2013. 9. 16. 자 2012마825 결정)이 있었다. 위 대법원 2015다254507 판결은 위와 같은 선행 결정의 사안이 재외국민인 임차인이 임대주택에 관하여 구 재외동포법에 따른 거소이전신고를 마쳤으나 다른 주소지에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위 임대주택에 관하여 다른 채권자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위 임차인이 전입신고도 한 것이므로, 거소이전신고만을 한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고 보아 판례 변경이 필요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후11360 판결은, 특허법 제163조에 따른 일사부재리 원칙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을 ‘후행 심결의 심결 시’를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종전에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심판청구가 부적법하게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심판청구를 제기하던 당시’라고 한 판결(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9후2234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그러나 위 대법원 2018후11360 판결은, 위 선행 판결에 대해서 선행 심결의 확정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특허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의 대세효로 제3자의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선행 심결의 확정과 관련해서만 그 기준 시점을 심결 시에서 심판청구 시로 변경한 것이라고 보아, 위 선행 판결과 서로 모순·저촉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대법원은 선행 판결과 후행 판결에서 판단한 내용이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에서 선행 판결의 의미와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보거나 그 의미를 축소 해석함으로써 선·후행 판결의 사안에 따라 두 판결의 의미를 서로 모순·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판례를 변경하지 않고 소부 판결로 선고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소액사건에서 판례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거나 심리불속행으로 판결하는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제시한 법리가 해당 사건의 구체적 쟁점에 관한 판단으로서 판결의 결론에 이르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지,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따라 판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판결에서 쟁점과 무관한 판단 부분을 판례라고 할 수는 없다. 쟁점에 관한 판단인지 여부를 대법원판결을 한 재판부 또는 대법관의 입장을 기준으로 정할지 아니면 그 판결을 읽는 독자의 입장을 기준으로 정할지는 그 다음 문제이다. 대법관뿐만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도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한 경우에 그러한 부분까지 판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바. 이 사건의 구체적 사안을 살펴본다.
다수의견은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송달 방식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종전 대법원판결에서는 "이때의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하며, 그 송달은 적법한 것이라야 한다."라고 하였다. 두 판결의 문언은 서로 반대되는 내용으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전 대법원판결은 보충송달의 적법성이 쟁점이 아닌데도, 쟁점이 된 부분의 해결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일반적 요건에 대한 법명제로 위와 같은 법리를 선언하였다. 위에서 본 판례의 개념에 비추어 보면, ‘보충송달 방식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대법원판결은 사실관계에서 문제가 된 것도 아니고 쟁점도 아닌 부분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판례라고 볼 수 없다. 당시 대법원판결을 했던 대법관이 아니라 그 판결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보충송달에 관한 판단이 쟁점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존 대법원판결은 보충송달의 적법성이 쟁점인 이 사건에 판례로서 사실상의 영향력을 미칠 수 없으므로 이 사건에서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대법원판결의 존재로 말미암아 혼란스럽게 여겨질 우려가 있다면 그 판결이 쟁점과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고 기존 대법원판결에서 보충송달에 관한 부분은 판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은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대법원 소부에서 심판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을 뿐이고, 전원합의체에서 대법원의 심판권을 행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종전의 대법원이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부에서 이 사건 재판을 할 수 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판을 하더라도 법원조직법에 배치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기존 대법원판결을 이 사건에서 변경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판례 변경이 아니지만, 보충송달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함으로써 하급심 법관에게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확인적 차원에서 판례 변경의 형태를 취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대법원판결 중에서 구체적 쟁점과 관련 없는 법리도 판례라고 하였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서는 판례의 의미를 넓게 파악하고 있다. 대법원이 판례의 의미와 판례 변경에 관하여 일관성 있는 태도를 견지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의견을 개진한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
가.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판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판례’는 당해 사건의 사안에 적용될 법령 조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정의적 해석을 한 대법원판결의 판단으로, 장래의 재판에 대하여 지침이 되는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의미한다.
나. 이 사건 법률 조항에 관한 기존 판례들(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 이하 ‘기존 판례들’이라 한다)은 당해 사안의 결론을 도출함에 있어 그에 선행되는 법리적 쟁점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 조항인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용 요건에 관한 정의적 해석을 내린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은, 외국법원이 우리나라 법인인 피고에게 외국 대사를 통해 직접 소송서류를 송달한 것이 현행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와 같이 외국판결의 승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3조 제2호의 송달 요건을 갖춘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그 허용되는 송달 방식은 ‘보충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이어야 한다.’는 법령의 해석에 관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선언한 후 그 논리적 결과로 영사송달 방식은 외국판결의 승인을 위한 적법한 송달 방식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은, 위 대법원 92다2585 판결의 판시를 재차 선언한 후 외국법원이 보낸 소송 서류를 송달받은 자에게 실제로 송달받을 자격이 없었다고 보아 그에 따라 선고된 외국판결이 구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2호(2014. 5. 20. 법률 제125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송달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즉 기존 판례들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외국판결을 승인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송달 요건의 충족 여부가 문제 된 사안에서, 그 법률 조항의 적용 요건에 관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선언한 후 해당 사안이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외국판결을 승인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기존 판례들의 판시는 송달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 된 사안의 해결 과정에 적용되는 법령 조항에 대한 정의적 해석을 통해 대법원의 의견을 밝힌 것이고, 이는 송달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 되는 후행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 대법원이 선언한 해당 법령 조항의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결국 기존 판례들이 당해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그 쟁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선결적인 문제로서 법령의 해석 권한 내에서 그 일반·추상적인 법명제에 관한 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힌 이상, 그 판시는 해당 사건의 쟁점에 관한 것임이 명백하다.
이 사건에서도 보충송달이 적법한 송달 방식으로 허용되는지 여부는 기존 판례들의 판시가 전제하고 있는 쟁점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고, 이에 관하여 기존 판례들이 명시적으로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 방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과 달리 이 사건에서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채택하는 이상, 이는 기존 판례들의 판시를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기존 판례들이 선언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안이 달라 그 법리가 직접 적용될 여지가 없어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판례 변경을 피하기 어렵다.
다. 법치주의 원리에 의할 때 법규범의 수범자들에게 법적 판단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여기에 법관의 특정 법령에 관한 통일적 이해가 법적 안정성의 보장에 중요하다는 측면을 함께 고려하면, 후행 판결에서 기존 판례의 판시와 명백히 모순되는 판시를 하고자 할 때에는 가급적 그러한 모순점을 의문 없이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즉, 기존 판례의 판시가 후행 판결에서 새롭게 선언하는 법리와 명백히 상충한다면 기존 판례의 판시 법리는 후행 판결에서의 법률의 해석·적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 이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원이 기존 판례의 변경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는, 기존 판례의 판시가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에 해당하여 그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경우 잦은 판례의 변경으로 말미암아 신뢰보호 내지 예견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기존 판례의 판시가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의 형태로 표시되었는데 그것이 그 법령의 의미에 관한 잘못된 이해에 따른 것으로, 이를 그대로 둘 경우 법질서 전체의 조화로운 해석·적용 및 그에 대한 일반의 신뢰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면, 명시적인 판례의 변경을 통해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위 대법원 92다2585 판결의 판시는 위 대법원 2008다65815 판결뿐만 아니라 다수의 하급심 판결에서 인용되고 있다. 그러나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 방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들의 판시는 잘못된 견해이므로 이를 바로잡아 후행 판결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기존 판례들의 판시가 사건의 구체적인 쟁점에 관하여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 아니라는 견해에 의하더라도, 그 경우 기존 판례들에 대한 법적 신뢰를 고려할 필요 없이 후행 판결에서 이를 명확하게 변경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기존 판례들의 판시를 변경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라. 이 사건 법률 조항에 관한 기존 판례들의 변경 필요성에 관하여 소극적인 입장에서 논거로 들고 있는 판례들 역시 그 문언과 내용을 살펴보면,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원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고, 단지 구체적인 쟁점과의 관련성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고 볼 수도 없어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하기 어렵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과 관련하여, 종래에는 불법행위 시부터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40년 이상의 장기간이 경과하여 위자료의 적정한 산정 내지 과잉손해배상 방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법리에 관한 대법원의 판시가 존재하지 않다가,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6680 판결에서 비로소 이에 관하여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하였다. 이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불법행위일로 본 종래의 판례와 법리상 모순됨에도 단지 구체적인 사안이 달라 결과적으로 서로 충돌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 오히려 원칙과 예외의 관계로서 법리상 양립가능한 관계에 있으며,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그와 같은 취지를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5다254507 판결도 그 판시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임차인인 재외국민이 구 재외동포법에 따른 국내거소신고나 거소이전신고를 한 경우 이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주택임대차의 대항요건인 주민등록과 같은 효과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최초로 선언하는 한편, 재외국민인 임차인이 임대주택에 대한 전입신고와 별도로 이미 다른 주소지에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민등록을 마친 경우에는 그 법리가 적용되지 아니함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후자의 예외적인 법리가 적용되어야 할 경우에 해당하는 선행 대법원 결정(대법원 2013. 9. 16. 자 2012마825 결정)의 사안과는 원칙과 예외의 관계로서 법리상 양립가능한 관계에 있어, 판례 변경이 필요하지 아니한 사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후11360 판결 또한 선행 심결과 동일 사실·증거에 기초한 것인지에 따라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인 사안에서 그 판단 기준 시점을 ‘후행 심결의 심결 시’로 본 것으로, 이는 선행 심결의 확정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쟁점인 선행 판결(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9후2234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그 적용되는 법리를 달리하는 것임을 판결의 문언상으로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선행 판결의 법리가 후행 판결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
결국 위 대법원판결들은 판결의 문언과 내용에 비추어 보면 선·후행 대법원판결의 법리의 내용 및 그 적용 영역이 달라 선행 대법원판결의 법리가 후행 판결에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어, 선행 대법원판결의 변경이 필요하지 아니한 사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명시적인 판례 변경이 있었던 사안들에서 대법원은 당해 사건의 사안에 적용되는 법령에 대한 정의적 해석을 한 일반·추상적인 법명제를 판례로 보아, 후행 판결에서 그러한 법명제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명확하게 판례 변경을 선언하였던 것이지,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서 판례의 의미와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보거나 그 의미를 임의로 축소 해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례의 변경을 회피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 결국 기존 판례들의 판시는 후행 사건의 쟁점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일반·추상적인 법명제의 형태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 요건의 해석에 관한 의견을 표시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는 하급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으로 보아야 하고, 이 사건에서 그와 반대되는 해석론에 입각한 법명제를 채택하는 이상, 기존 판례들의 판시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