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도993 판결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도99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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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수수,뇌물공여]

판시사항

가.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의 정도

나. 뇌물공여의 상대방이 뇌물 수수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뇌물공여자를 만났던 사실 및 청탁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이 뇌물공여자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고 한 사례

다.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의 의미

라. 뇌물죄에 있어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의 의미

마. 경찰공무원이 슬롯머신 영업에 5천만 원을 투자하여 매월 3백만 원을 배당받기로 약속한 후 이를 교부받은 경우, 뇌물수수죄의 뇌물 액수 산정 방법

판결요지

가.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족할 뿐만 아니라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도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

나. 뇌물공여의 상대방인 공무원이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그 일시경에 뇌물공여자를 만났던 사실 및 공무에 관한 청탁을 받기도 한 사실자체는 시인하였다면, 이는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뇌물공여자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고 한 사례.

다.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는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직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있는 직무,과거에 담당하였거나 또는 장래 담당할 직무 및 사무분장에 따라 현실적으로 담당하지 않는 직무라고 하더라도 법령상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직무 등 공무원이 그 직위에 따라 공무로 담당할 일체의 직무를 말한다.

라. 뇌물죄에 있어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

마. 경찰공무원이 슬롯머신 영업에 5천만 원을 투자하여 매월 3백만 원을 배당받기로 약속한 후 35회에 걸쳐 1억 5백만 원을 교부받은 경우, 5천만 원을 투자함으로써 바로 이익을 얻었다고는 볼 수 없고 매월 3백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약속, 즉 뇌물의 수수를 약속한 것에 불과하고 현실적으로 매월 3백만 원씩을 지급받은 것이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1억 5백만원은 그 자체가 뇌물이 되는데, 다만 실제의 뇌물의 액수는 5천만 원을 투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통상적인 이익을 초과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하며, 여기서 통상적인 이익이라 함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경찰공무원의 직무와 관계없이 투자하였더라면 얻을 수 있었을 이익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위 투자의 형태가 실질에 있어서는 금원을 대여하고 그에 대하여 이자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슬롯머신 업소 경영자와 같은 사람에게 5천만 원을 직무와 관계없이 대여하였더라면 받았을 이자 상당이 통상적인 이익이 되며 그 이율은 양 당사자의 자금사정과 신용도 및 해당 업계의 금리체계에 따라 심리판단해야 하며, 그 경찰공무원이 다른 방법으로 그 돈을 투자하였더라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진성규(피고인 천기호를 위한)변호사 조성기(피고인들을 위한, 국선)변호사 김형기(피고인 박충희를 위한)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4.2.22. 선고 93노3305 판결

주 문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먼저 피고인 1의 변호인들의 각 상고이유 및 피고인 2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변호사 김형기의 보충상고이유서는 피고인 본인의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가.  금 50,000,000만원을 투자하고 매월 금 3,000,000만원을 받았다는 점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 2가 1988.10. 중순 일자불상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1소재 서울특별시 경찰국 부장인 피고인 1의 사무실에서 서울특별시 경찰국 관내 슬롯머신 허가 및 단속업무를 관장하던 동인에게, 동업자인 공소외 인의 명의로 영업허가신청을 한 바 있는 이태원호텔 슬롯머신 영업허가를 해 달라는 취지로 청탁을 하였는데 피고인 1이 위 영업허가를 해 주겠다면서 자신이 위 슬롯머신 영업에 금 50,000,000원을 투자할 터이니 위 영업의 허가기간인 3년 동안 매월 금 3,000,000원씩 교부하여 달라고 제의하자 이를 수락하여 같은 해 10.21. 위 슬롯머신 영업허가가 난 후 같은 달 24. 피고인 1로부터 금 50,000,000원을 송금받고 그 이후 같은 해 11.21.부터 1991.10.25.까지 사이에 1989.6.분을 제외하고 35회에 걸쳐 매월 금 3,000,000원씩 합계 금 105,000,000원을 송금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는 피고인 2가 피고인 1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하고 피고인 1은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채택한 증거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을 범하였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점을 다투는 논지는 이유 없다.

그리고 피고인 1이 비록 이 사건 슬롯머신 영업에 금 50,000,000원을 투자하고 매월 금 3,000,000원을 배당받는 형식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그 배당율이 월 6푼, 연 7할 2푼이라는 고율이어서 일반적인 투자의 방법으로는 도저히 그와 같은 이익을 얻을 수 없음이 명백할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일반인으로서는 위와 같이 슬롯머신 영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위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이 없이는 그러한 투자의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을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이 직무와 관련하여 통상의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상의 이익을 얻게 된 것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것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논지 또한 이유 없다.

다만 원심은 피고인 1이 피고인 2로부터 합계 금 105,000,000원을 받은 것 그 자체를 뇌물수수로 보지 아니하고 위 슬롯머신 영업기간 동안 매월 금 3,000,000원씩 확정적으로 배당받을 수 있는 투자자로서의 지위를 취득한 것 그 자체가 뇌물수수이고 그 수뢰의 액수를 확정할 수 없다고 인정하였는 바, 이는 뒤의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잘못이라고 할 것이나 이 점만으로 피고인들의 상고가 이유있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나.  그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위 1988.10. 중순 일자불상경 금 2,000,000원을 위 슬롯머신 영업허가를 해 달라는 취지로 교부하고, 1990.3. 일자불상경 금 1,000,000원, 같은 해 11. 일자불상경 현금 2,000,000원을 각 자신이 경영하는 슬롯머신 업소들의 위법행위시 잘 보살펴 달라는 취지로 각 교부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 또한 피고인 2가 피고인 1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하고 피고인 1은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채택한 증거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을 범하였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점을 다투는 논지는 이유 없다.

한편 피고인 2는 위 뇌물공여의 점에 관하여는 자신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족할 뿐만 아니라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도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인데(당원 1993.2.23.선고 92도2972 판결 등 참조), 원심이 들고 있는 증거에 의하면 위 뇌물공여의 상대방인 피고인 천기호는 그와 같이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위 각 일시경에 피고인 박충희를 만났던 사실 및 위 슬롯머신 영업허가에 관한 청탁을 받기도 한 사실 자체는 시인한 바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는 위와 같이 뇌물을 공여하겠다는 피고인 박충희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 고 할 것이니 이 점을 다투는 논지 또한 이유 없다.

그리고 피고인 1이 위 1990.3.경 및 1990.11.경에는 각 치안본부 부장 또는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어 슬롯머신 업소에 관한 업무를 직접 담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라 함은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직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 있는 직무, 과거에 담당하였거나 또는 장래 담당할 직무 및 사무분장에 따라 현실적으로 담당하지 않는 직무라고 하더라도 법령상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직무 등 공무원이 그 직위에 따라 공무로 담당할 일체의 직무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당원 1984.9.25.선고 84도1568 판결 ; 1992.2.28.선고 91도3364 판결 ; 1994.3.2.. 선고 93도2962 판결 참조), 슬롯머신 업소의 단속이 경찰의 업무에 속하는 이상 과거에도 슬롯머신 업소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 바 있던 위 피고인이 당시 현실적으로 그와 같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슬롯머신 업소의 위법행위시 잘 보살펴 달라는 취지로 위 돈을 교부하였다면 이는 피고인 1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교부한 것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어서 이 점을 다투는 논지 또한 이유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원심은, 앞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 1이 피고인 2 경영의 슬롯머신 업소에 금 50,000,000원을 투자하고 매월 금 3,000,000원씩 합계 금 105,000,000원을 배당받은 데 대하여, 피고인 2로부터 피고인 1에게 수수된 뇌물을 위 합계 금 105,000,000원 그 자체로는 볼 수 없으며, 위 영업기간 동안 그 투자금 50,000,000원에 대하여 매월 금 3,000,000원씩 확정적으로 배당받을 수 있는 투자자로서의 지위 그 자체가 뇌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위 지위의 경제적 가액에 관하여는, 금융자산의 보유자는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상호신용금고 등에 예금하거나 기업어음 또는 양도성정기예금증서를 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그 밖에 다소의 위험부담을 감수하여 주식에 투자하거나 사채를 주는 등, 시중은행의 정기예금금리를 상회하는 높은 금리를 목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는 점에 비추어 제1심 판시와 같이 위 금 105,000,000원에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이자 상당액을 공제한 나머지가 위 투자자의 지위의 가액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그 가액을 산정하기에 합리적이고도 적절한 방법이 없는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뇌물의 수수를 수뢰액수가 구성요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그 이유에서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 부분에 대하여는 몰수나 추징도 하지 아니하였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시는 수긍할 수 없다. 우선 원심이 피고인 1이 현실적으로 수수한 금 105,000,000원 그 자체를 뇌물로 보지 아니하고 위 슬롯머신업소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지위 그 자체가 뇌물이라고 본 것부터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뇌물죄에 있어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이라 함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하므로(당원 1979.10.10선고 78도1793 판결 ; 78도1793 판결; 1992.12.22.선고 92도1762 판결 ; 1994.11.4.선고 94도129 판결 등 참조) 예컨대 공무원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식 등의 재산을 시가보다 싼 가격에 취득함으로써 장차 이를 시가에 처분할 수 있는 이익을 얻은 때에는 그 자체가 뇌물수수가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천기호가 위 금 50,000,000원을 투자함으로써 바로 위와 같은 이익을 얻었다고는 볼 수 없고, 다만 앞으로 피고인 박충희로부터 매월 금 3,000,000원씩을 지급받기로 하는 약속이 이루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천기호가 위 투자에 의하여 이 사건 슬롯머신 업소의 동업지분권을 취득한 것으로도 보이지 아니한다), 이는 단순히 뇌물의 수수를 약속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인 박충희로부터 현실적으로 매월 금 3,000,000원씩을 지급받은 것이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러한 35회에 걸친 뇌물의 수수 및 위 뇌물의 약속은 포괄하여 1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 천기호가 지급받은 위 금 105,000,000원은 그 자체가 뇌물이 된다고 할 것이고, 다만 위 피고인이 이러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금 50,000,000원을 투자한 이상 실제의 뇌물의 액수는 위 금 50,000,000원을 투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통상적인 이익을 초과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여기서 위 피고인이 얻을 수 있는 통상적인 이익이라 함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피고인이 피고인 박충희 내지 그와 같은 처지의 사람에게 피고인 천기호의 직무와 관계없이 투자하였더라면 얻을 수 있었을 이익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이 사건 투자의 형태가 실질에 있어서는 금원을 대여하고 그에 대하여 이자를 받은 것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피고인 박충희와 같은 사람에게 위 금 50,000,000원을 직무와 관계없이 대여하였더라면 받았을 이자 상당이 위와 같은 통상적인 이익이 된다고 할 것이며 그 이율은 양당사자의 자금사정과 피고인 박충희의 신용도 및 해당 업계의 금리체계에 따라 심리 판단 해야 할 것이며, 피고인 천기호가 다른 방법으로 위 돈 금 50,000,000원을 투자하였더라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 고 할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통상적인 이익의 확정에 있어서 여러 가지의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의심스러울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원칙에 따라 피고인측에게 유리하게 사실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나, 원심 판시와 같이 그러한 이익의 확정이 불가능하여 피고인들이 수수한 뇌물의 가액 자체를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들이 수수한 뇌물의 가액을 산정하여, 그 액수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금 50,000,000원을 초과하는지를 심리하였어야 할 것인데도 그에 이르지 아니하고 그 가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뇌물수수죄의 법리 내지 뇌물 액수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 범위 안에서는 이유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런데 원심이 무죄로 인정한 부분은 위 유죄로 인정한 부분과 공소사실이 동일하거나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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