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5. 12. 12. 선고 94다42693 판결

대법원 1995. 12. 12. 선고 94다4269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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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이전등기말소][공1996.2.1.(3),353]

판시사항

[1] 신의성실의 원칙 위배를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한 요건

[2] 공탁서 정정의 허용 범위 및 '갑 및 을'로 되어 있는 피공탁자 명의를 '갑' 1인으로 하는 공탁서 정정의 허부

판결요지

[1] 민법 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2] 공탁서의 정정은 공탁신청이 수리된 후 공탁서의 착오 기재가 발견된 때에 공탁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인데, '갑 및 을' 2인으로 되어 있는 피공탁자 명의를 '갑' 1인으로 정정하는 것은 단순한 착오 기재의 정정에 그치지 아니하고 공탁에 의하여 형성된 실체관계의 변경을 가져오는 것으로서 공탁의 동일성을 해하는 내용의 정정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천정배 외 2인)

피고,피상고인

한국토지개발공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는 토지수용법 에 의한 사업 인정을 받은 성남 분당지구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로서 그 사업지구 내에 편입된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하기 위하여 그 소유명의자인 원고와 협의를 하였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자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여 1992. 7. 2.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소유자인 원고와 지상권자인 소외 1에 대한 보상금을 금 78,938,000원, 수용시기를 1990. 8. 10.로 하여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하는 내용의 재결을 받은 사실, 그 후 피고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1977. 3. 9. 위 소외 1을 지상권자로 하여 존속기간을 같은 해 3. 8.부터 15년간으로 하는 지상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고, 소유자인 원고와 위 소외 1 사이에 합의가 성립하지 아니하여 위 지상권의 말소가 불가능하므로 이는 토지수용법 제61조 제2항 제1호 소정의 '보상금을 받을 자가 그 수령을 거부하거나 보상금을 수령할 수 없을 때'에 해당하고 위 소외 1은 지상권자로서 보상금의 수령 권한이 있다고 보아 1990. 8. 9.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90년 금 제1350호 로 피공탁자를 '원고 및 위 소외 1'로 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위 보상금 78,938,000원을 공탁하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같은 해 7. 13. 토지수용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 피고는 1993. 6.경에 이르러 위 같은 법원 공탁공무원에게 위 공탁금의 피공탁자에 관하여 착오가 있었음을 이유로 그 공탁서 중 피공탁자란의 기재를 '원고 및 위 소외 1'에서 '원고'로 변경해 달라는 내용의 공탁서 정정신청을 하였고, 위 공탁공무원은 그 무렵 위 정정 신청을 인가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토지수용법 제45조 제1항 , 제2항 , 같은 법 제57조의2 에 의하여 준용되는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시행규칙 제6조 제1항 , 제7조 , 제21조 제1항 의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지상권의 목적인 토지를 수용하는 경우에는 먼저 그 토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평가액을 산정하고 그 토지상의 지상권의 가액을 평가한 다음, 지상권자에게는 지상권의 가액을, 소유자에게는 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평가액에서 지상권의 가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각각 개별적으로 보상하여야 할 것인데, 피고가 소유자인 원고와 지상권자인 위 소외 1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보상금을 개별적으로 지불하지 아니하고 그 전액을 일괄하여 지불하려다가 원고와 위 소외 1 사이에 합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와 위 소외 1을 공탁물수령자로 하여 보상금을 일괄 공탁한 것은 토지수용법 소정의 보상금을 지불 또는 공탁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나, 한편 그 거시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한 바 없고, 단지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보상금을 위와 같이 일괄 공탁하자 그 공탁금을 수령하기 위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지상권의 존속기간인 1992. 3. 8.이 경과한 이후까지 피고측의 담당직원에게 수차 찾아가서 공탁물수령자를 원고 단독으로 정정하여 원고가 공탁금을 수령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하여 1993. 6.경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공탁서 정정이 이루어진 사실이 인정되고, 이와 같이 원고가 수용재결에 대한 이의를 함이 없이 그 재결에 의하여 공탁된 보상금을 수령하기 위하여 피고측에 공탁서 정정 요청을 하고 그 요청에 따라 피고가 정정 청구를 하여 그 청구가 인가되었다면 원고가 그 후 위 공탁의 무효를 내세워 수용재결의 효력이 없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피고 앞으로 경료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2. 민법 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와 소외 1을 피공탁자로 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보상금을 공탁한 후 1992. 3.경까지 사이에 원고로부터 공탁서의 피공탁자 명의를 원고 1인으로 정정하여 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고서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다가 1993. 3.경에 이르러 원고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위 공탁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자진하여 이 사건 토지를 반환하거나 재매수할 것을 요구하고 만일 피고가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이 사건 제소와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 오자 같은 해 6.경 원심판시와 같은 공탁서 정정 절차를 밟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피고는 원고의 공탁서 정정 요청을 계속 거절해 온 점에 비추어 위 정정 요청으로 말미암아 피고에게 어떠한 신의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가 공탁서 정정을 하게 된 것은 원고에 의하여 창출된 신의에 기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원고를 대리한 변호사의 지적에 따라 위 공탁에 무효사유가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원고측의 무효 주장을 면하기 위하여 취하게 된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나아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을 놓고 보더라도, 원고가 공탁서 정정을 요청하게 된 것은 피고가 토지수용법 상의 관련 규정에 위배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수용보상금을 소유자와 지상권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 또는 공탁하지 아니하고 양인을 피공탁자로 하여 일괄 공탁한 잘못에서 연유한 것이고, 원고가 그 후 공탁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여 이 사건 제소에 이르게 된 것도 사업시행자라는 우월한 지위에서 손실보상의 주체가 된 피고가 수차에 걸친 원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위법을 스스로 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수용재결 후 무려 3년이 넘도록 보상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하는 불이익을 가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점, 공탁서의 정정은 공탁신청이 수리된 후 공탁서의 착오 기재가 발견된 때에 공탁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원고 및 소외 1' 2인으로 되어 있는 피공탁자 명의를 '원고' 1인으로 정정하는 것은 단순한 착오 기재의 정정에 그치지 아니하고 공탁에 의하여 형성된 실체관계의 변경을 가져오는 것으로서 공탁의 동일성을 해하는 내용의 정정이므로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원심판시와 같은 공탁서의 정정이 있었다고 하여 이로써 당초부터 토지수용법 상의 개별지급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이던 공탁이 유효로 전환될 리는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찰하면, 가사 피고가 원고가 여전히 공탁서 정정을 원하고 있다고 믿고 위와 같은 공탁서의 정정 절차를 밟게 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믿음을 가진 데에는 적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 원고가 공탁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설시의 이유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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