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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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금][공2002.4.15.(152),785]

판시사항

[1]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속적 보증계약에 있어서의 보증인의 해지권과 보증책임

[2]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확정

[3] 재판의 기초로 삼기 위한 요건사실의 주장 정도

[4] 당사자의 주장 경과에 비추어 요건사실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본 사례

[5]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방법

[6] 표의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효과의사(=표시상의 효과의사)

판결요지

[1] 기간의 정함이 없는 이른바 계속적 보증계약에 있어서는 보증인의 주채무자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등 보증인으로서 보증계약을 해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보증인으로 하여금 그 보증계약을 그대로 유지ㆍ존속케 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그 계약해지로 인하여 상대방인 채권자에게 신의칙상 묵과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하는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보증인은 일방적으로 이를 해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보증인은 해지 이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2] 근저당권이라 함은 그 담보할 채권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유보하여 설정하는 저당권을 말하고, 이 경우 그 피담보채무가 확정될 때까지의 채무의 소멸 또는 이전은 근저당권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근저당권설정자는 피담보채무가 확정된 이후에 그 확정된 피담보채무를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 변제하고 근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피담보채무의 확정은 근저당권 설정계약에서 근저당권의 존속기간을 정하거나 근저당권으로 담보되는 기본적인 거래계약에서 결산기를 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존속기간이나 결산기가 도래한 때에 피담보채무가 확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이 전부 소멸하고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새로이 금원을 차용하는 등 거래를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그 존속기간 또는 결산기가 경과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근저당권설정자는 계약을 해제하고 근저당권 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존속기간이나 결산기의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근저당권설정자가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언제든지 해지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피담보채무를 확정시킬 수 있다.

[3]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해지한 사실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에 속하므로 법원은 변론에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는 이상 이를 인정할 수 없으나, 이와 같은 주장은 반드시 명시적인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의 주장 취지에 비추어 이러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면 족하며, 또한 반드시 주장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진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에서 쌍방 당사자 간에 제출된 소송자료를 통하여 심리가 됨으로써 그 주장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그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

[4] 당사자의 주장 경과에 비추어 요건사실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본 사례.

[5]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6]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원고,피상고인

한화에너지프라자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나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임재연 외 3인)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임수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1과 이 사건 주유소를 동업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위 제1심 공동피고 1이 1994. 4. 30. 원고로부터 석유류 등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받기로 하는 조건으로 금 10억 원을 차용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는 동업자로서 위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모든 채무를 연대보증하기로 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제1심 공동피고 1의 기명날인 하단에 자신의 기명날인을 하고 원고에게 백지보충권 수여증서와 함께 교부하였으며, 위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 소유인 서울 강남구 (주소 1 생략) 대 422㎡(이에 인접한 (주소 2 생략) 대 586.3㎡는 위 제1심 공동피고 1의 소유이다) 및 양 지상에 신축된 위험물 저장 및 처리시설에 대한 피고의 소유지분 1/2에 관하여 채무자 제1심 공동피고 1, 근저당권자 원고, 채권최고액 20억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사실, 원고는 1997. 12.경 약속어음의 액면을 4,665,000,000원, 지급기일을 1997. 12. 23., 발행지 및 지급지를 각 서울시로 각 보충하여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의 항변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는 위 약속어음의 발행인으로서 공동발행인인 제1심 공동피고 1과 합동하여 약속어음의 액면금 중 원고가 구하는 20억 원 및 이에 대한 법정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어음법 상의 항변에 관하여

백지어음에 대한 제권판결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백지어음의 보충은 어음의 원본에 하여야 하고 그 사본에 대하여 한 보충은 적법한 백지어음의 보충이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니, 원고가 가압류신청을 하면서 백지어음의 사본에 액면 및 지급기일을 기재하여 소명자료로 제출한 적이 있었음에도 그 후 다시 어음의 원본에 백지를 보충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금 청구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보충권소멸 후의 보충이라거나 보충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옳다고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백지어음의 보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면제의 묵시적 합의 등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가 동업관계에서 탈퇴하기로 하고 1996. 2. 15.경 원고에게 제1심 공동피고 1과의 동업관계에서 탈퇴하였으니 이후로는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통지하였음에도 원고가 이에 대하여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아니한 사실, 원고는 1997. 1.경 유류대금 채무 등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가압류집행을 하였다가, 1997. 5. 말경 제1심 공동피고 1 및 소외 1과 사이에, 원고가 소외 1에게 금 20억 원을 대여하고 제1심 공동피고 1이 이를 연대보증한다는 내용의 자금대여계약서, 제1심 공동피고 1의 종전 채무는 물론 현재 또는 장래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의미로 제1심 공동피고 1, 소외 1 공동 명의로 발행된 백지어음, 10억 원에 대한 상환계획서, 액면 각 2억 5천만 원으로 발행한 백지어음 4장 및 백지보충권수여증서들을 각각 작성·교부받고, 1997. 5. 31.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 소외 1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무자 명의를 제1심 공동피고 1에서 소외 1로 변경하는 근저당권 변경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6. 12. 근저당권변경등기를 경료한 후, 원고가 피고로부터 아무런 변제도 받지 아니한 채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을 해제하여 준 사실, 원고는 1997. 11. 말경에 이르기까지 소외 1에 대하여 변제를 독촉하였을 뿐 피고에 대하여 변제를 독촉하지는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채무를 면제하여 주었다거나 피고와 사이에 이를 면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채무면제에 관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는바,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과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여기에 덧붙여 위 소외 1이 현직 은행지점장의 부인으로서 변제자력이나 신용에 있어서 피고보다 결코 못하지 않고 소외 1이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피고의 연대보증채무) 중 금 20억 원의 채무를 인수하는 이외에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여 원고로서는 피고의 연대보증채무를 면제해 주어도 담보가치 면에서 전혀 손해가 아니었다거나,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집행한 가압류를 해제해 주면서 제1심 공동피고 1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도 함께 해제해 주기는 했지만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는 아무런 가압류 내지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서 사실상으로도 담보가치가 있었으나 제1심 공동피고 1 소유의 부동산에는 시가를 초과하는 금액을 채권최고액으로 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서 사실상 담보가치가 없어 원고로서는 제1심 공동피고 1과 소외 1의 우호적인 채무변제를 유도하고자 상징적인 의미로 가압류를 해제하여 준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보태어 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채무를 면제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해, 면제의 묵시적 약정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대법원 1979. 7. 10. 선고 79다705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다. 계속적 보증계약의 해지 및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확정에 관하여

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이른바 계속적 보증계약에 있어서는 보증인의 주채무자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등 보증인으로서 보증계약을 해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보증인으로 하여금 그 보증계약을 그대로 유지·존속케 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그 계약해지로 인하여 상대방인 채권자에게 신의칙상 묵과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하는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보증인은 일방적으로 이를 해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 대법원 1978. 3. 28. 선고 77다2298 판결, 1986. 9. 9. 선고 86다카792 판결, 1990. 2. 27. 선고 89다카1381 판결, 1992. 7. 14. 선고 92다8668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보증인은 해지 이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고 할 것이다.

또한, 근저당권이라 함은 그 담보할 채권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유보하여 설정하는 저당권을 말하고, 이 경우 그 피담보채무가 확정될 때까지의 채무의 소멸 또는 이전은 근저당권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근저당권설정자는 피담보채무가 확정된 이후에 그 확정된 피담보채무를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 변제하고 근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피담보채무의 확정은 근저당권 설정계약에서 근저당권의 존속기간을 정하거나 근저당권으로 담보되는 기본적인 거래계약에서 결산기를 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존속기간이나 결산기가 도래한 때에 피담보채무가 확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이 전부 소멸하고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새로이 금원을 차용하는 등 거래를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그 존속기간 또는 결산기가 경과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근저당권설정자는 계약을 해제하고 근저당권 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존속기간이나 결산기의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근저당권설정자가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언제든지 해지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피담보채무를 확정시킬 수 있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62. 3. 22. 선고 4294민상1149 판결, 1966. 3. 22. 선고 66다68 판결, 1994. 4. 26. 선고 93다19047 판결, 1996. 10. 29. 선고 95다2494 판결, 2001. 11. 9. 선고 2001다4752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연대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은 그 존속기간이나 결산기의 정함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을 제6호증(근저당설정계약에 대한 보증채무 등의 해지통보)에 의하면, 피고는 1996. 2. 15.경 원고에게 피고가 제1심 공동피고 1과의 주유소 동업관계에서 탈퇴하였음을 이유로 이후로는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에 대한 피고의 보증채무 등 일체의 채무가 해지·종결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체결한 위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지하고 그 피담보채무를 확정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고(대법원 1965. 12. 7. 선고 65다1617 판결, 1987. 5. 26. 선고 85다카1046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피고는 1996. 2. 15. 이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근저당권(주유소 부지 2필지 가운데 피고 소유인 서울 강남구 (주소 1 생략) 대 422㎡와 그 지상의 주유소 시설물 중 피고 소유지분만을 목적으로 하는 근저당권 부분을 말한다. 위 주유소 시설물은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공유이므로 위 주유소 시설물에 대한 근저당권은 피고 소유지분을 목적으로 하는 근저당권과 제1심 공동피고 1 소유지분을 목적으로 하는 근저당권이 병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의 피담보채무도 위 날짜를 기준으로 확정되어 1996. 2. 15. 당시 위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채무만을 담보하는 보통의 저당권으로 변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대한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날 이후에 발생한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에 대해서도 연대보증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며, 이 부분 채무도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니, 이 점에서 원심판결에는 피고가 한 1996. 2. 15.자 의사표시에 관한 해석을 그르치고, 계속적 보증계약의 해지 및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⑵ 피고가 이 사건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해지한 사실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에 속하므로 법원은 변론에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는 이상 이를 인정할 수 없으나, 이와 같은 주장은 반드시 명시적인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의 주장 취지에 비추어 이러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면 족하며, 또한 반드시 주장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진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에서 쌍방 당사자 간에 제출된 소송자료를 통하여 심리가 됨으로써 그 주장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그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15359 판결, 1996. 2. 9. 선고 95다2799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제1차 변론기일에 진술한 1998. 8. 19.자 답변서(기록 57면 참조)에서,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1과의 동업관계에서 탈퇴하면서 원고에게 연대보증책임 해지의 통보를 하였다'고 주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도 4차 변론기일에 진술한 1998. 9. 30.자 준비서면(기록 167면), 6차 변론기일에 진술한 1999. 5. 12.자 준비서면(기록 243면)에서 "피고가 1996. 2.경 원고에게 그 동업관계에서 탈퇴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한 자기 소유 부동산의 소유권을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이전하고, 연대보증을 해지한다는 통고를 하였으므로 피고는 위 채무부담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이유 없다."고 진술함으로써 피고가 위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음을 자인하면서, 원고 스스로도 "피고가 1996. 2. 15.경 원고에게 내용증명 우편으로, 담보제공자 겸 보증인이 된 피고는 담보물의 소유권이 제1심 공동피고 1 앞으로 전부 이전됨에 따라 본 내용증명 발송 이후 보증채무 등 일체의 채무가 해지, 종결됨을 통지한다는 취지의 우편물을 발송하여 원고가 이를 수령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지하였다는 점에 관한 요건사실은 이미 당사자 쌍방의 주장에 의하여 변론에 현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해지통보서를 을 제6호증으로 제출하여 증거조사까지 마쳤으므로, 이 점에 관하여는 원심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당사자 쌍방이 제출한 소송자료를 통하여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짐으로써 그 주장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도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가 부담하는 주장책임의 정도는 요건사실 즉, 피고가 이 사건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지하였다는 사실만 변론에 현출되면 족하다고 할 것이고, 그 요건사실의 존재로 인하여 어떠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까지 주장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다카172 판결, 1997. 4. 25. 선고 96다46484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위와 같은 요건사실의 존재로 인하여 이제 피고는 1996. 2. 15. 이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고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도 위 날짜를 기준으로 확정되어 1996. 2. 15. 당시 위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채무만을 담보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미 그 주장책임을 다했다고 보아야 하고, 설사 당사자가 이 부분에 대해서까지 주장하더라도 이는 법률적 견해의 표명에 불과하므로 법원은 이에 구애되지 아니하고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상고이유서(11면, 28면 등 참조)에 의하면, 피고는 1996. 2. 15.경 원고에게 피고가 제1심 공동피고 1과의 동업관계에서 탈퇴하였으니 이후로는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통지하였다는 사실을 원심이 인정하였다고 지적하면서, 따라서 피고가 부담하는 채무는 1996. 2. 15.경 동업관계에서 탈퇴할 때까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인데 이는 모두 변제되어 소멸하였다고 주장한 바 있으므로,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도과한 이후에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에서 이 점에 관하여 다시 상세하게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여 이를 가리켜 본래 상고이유로 삼지 않은 새로운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라. 변제 기타의 원인으로 인한 채무의 소멸에 관하여

⑴ 유류대금의 변제와 충당에 관하여

피고는 1996. 2. 15.자 해지의 의사표시 이후에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와 사이에 거래를 계속하면서 유류대금 채무를 변제하여 왔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피고의 연대보증채무도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제1심 공동피고 1이 유류대금 채무를 변제한 부분이 있는지 여부와 어느 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변제자가 주채무자인 경우, 보증인이 있는 채무와 보증인이 없는 채무 사이에는 변제이익의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보증기간 중의 채무와 보증기간 종료 후의 채무 사이에서는 변제이익의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다. 위 제1심 공동피고 1은 주채무자이므로 만약 위 제1심 공동피고 1과 원고 사이에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하였다면 법정변제충당의 법리에 따라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유류대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연대보증인으로서 변제 책임을 부담하는 1996. 2. 15. 이전에 발생한 유류대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다26481 판결 참조), 피고의 잔존 채무 범위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점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있으니 원심판결에는 판단을 유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⑵ 소외 1의 차용금으로 변제한 부분에 관하여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만약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6601 판결, 1996. 4. 9. 선고 96다1320 판결 각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1997. 5. 말경에 이르러 소외 1, 제1심 공동피고 1과 사이에 1997. 4. 17.자로 소급하여 자금대여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가 소외 1에게 금 20억 원을 대여하고 제1심 공동피고 1이 이를 연대보증하기로 약정한 다음, 소외 1로부터 금 20억 원을 수령하였다는 내용의 영수증을 받고, 그 대신 위 돈을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기존 채무의 일부로서 변제받은 것으로 장부에 정리하였으며, 원고는 피고로부터 아무런 변제도 받지 아니한 채 1997. 6.초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을 해제하여 주었다는 것인바(을 제7호증의 1 내지 3, 을 제9호증의 1 내지 5 참조), 그렇다면 설사 원고가 금 20억 원을 위 소외 1에게 현실로 지급하였다가 그 돈을 다시 위 제1심 공동피고 1의 기존 채무에 대한 변제조로 수령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보면, 위와 같은 의사표시에 나타난 계약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는 원고가 위 소외 1에 대하여 새로이 금 20억 원의 대여금 채권을 취득하는 대신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기존 채무 중에서 금 20억 원 상당의 채무를 소멸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봄이 논리와 경험칙에 따른 합리적인 의사표시의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원심이 인정하는 사정, 즉 원고가 소외 1과의 거래내역에 관하여 경리장부를 별도로 작성하여 관리하였다는 점, 1997. 5. 말경 소외 1이 제1심 공동피고 1의 기존 채무를 인수하면서도 중첩적 인수를 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점, 원고가 그 밖에 별다른 담보를 확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만약 피고가 인적 담보에서 제외되는 경우에는 채권확보가 곤란하게 되는 사정이 있었다는 점, 원고가 1997. 6.경 피고에 대한 가압류집행을 해제하여 주면서 제1심 공동피고 1에 대한 가압류집행도 함께 해제하여 준 점, 소외 1이 변제를 하지 아니하자 1998. 1. 23.경 피고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다시 가압류집행을 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위 소외 1에 대하여 금 20억 원을 대여하고 그 대여금으로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기존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하는 약정의 내용을 부인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앞서 살펴본 1996. 2. 15.자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확정된 연대보증채무 내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이 얼마인지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 그 가운데 제1심 공동피고 1이 변제한 유류대금 채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래도 남는 채무가 있다면 그 가운데 금 20억 원 부분은 이미 소멸하였다고 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그 중 10억 원은 우선 제1심 공동피고 1의 차용금채무 10억 원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한 것으로 보이므로, 나머지 10억 원은 법정변제충당의 법리에 따라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유류대금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은 이 부분 채무도 소멸하지 않고 모두 잔존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의사표시의 해석을 그르치고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피고는 위 약정 당시에 제1심 공동피고 1이 별도로 금 1억 원을 변제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이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판단을 유탈하였다고 할 것이다.

⑶ 경매 배당금으로 변제충당된 부분에 관하여

한편,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하여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금 20억 원을 배당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여기에 가정적 판단을 덧붙여, 변론종결 후에 제출된 배당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변론종결일 이후인 2000. 6. 21.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20억 원을 배당받은 것은 사실이나 한편, 원고가 1996. 12.말 현재 제1심 공동피고 1에 대하여 대여원금 10억 원, 외상 유류대금 2,977,739,386원을 합한 3,977,739,386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후 위 채권이 전혀 변제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채권에다가 약정 또는 법정이율을 가산한다면 이 사건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인 1997. 12. 23. 현재 원고의 제1심 공동피고 1에 대한 채권은 40억 원을 초과할 것임이 명백하므로, 원고가 배당받은 20억 원을 공제하더라도 나머지 채권이 20억 원을 초과하게 되어 결국 피고의 변제항변도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가 변제 책임을 부담하는 채무액은 그가 이 사건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대한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1996. 2. 15. 이전에 발생한 채무에 한한다고 할 것이고, 더구나 그 가운데 피고의 1996. 2. 15.자 해지의 의사표시 이후에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게 변제한 유류대금액과 소외 1이 원고로부터 차용하여 제1심 공동피고 1의 기존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 위 금 20억 원 부분(그 밖에 제1심 공동피고 1이 별도로 변제하였다는 금 1억 원 부분도 살펴보아야 한다.)은 이미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설사 위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배당받은 금 20억 원을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충당하더라도 나머지 채무가 이 사건 청구금액을 초과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벌써 그 전제부터 잘못되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1997. 5. 31. 제1심 공동피고 1, 소외 1과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무자 명의를 제1심 공동피고 1에서 소외 1로 변경하는 근저당권변경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6. 12. 근저당권변경등기를 경료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 이는 피고가 체결한 계약이 아니며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 소외 1 사이에 체결한 계약에 불과하므로 피고의 법률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 소유의 대지 및 그 지상의 주유소 시설물 중 피고 소유지분을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무자를 제1심 공동피고 1에서 소외 1로 변경하는 부분은 잘못되었다 할 것이다(또한, 위 근저당권변경계약에서 소외 1이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에 대하여 중첩적 인수를 하고 종전 채무자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취지로 약정하였으나, 여기서 말하는 채무자라 함은 피고가 아니라 제1심 공동피고 1을 말하는 것임은 그 계약 문언에 비추어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약정은 장래 발생할 채무에 대해서도 피고가 계속 연대보증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근저당권은 피고의 해지 의사표시에 의하여 1996. 2. 15. 이전에 발생한 채무만을 담보하는 보통의 저당권으로 변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받은 배당금 가운데 피고 소유의 대지 및 지상 시설물의 경매대금에 상응하는 금액 부분은 위와 같이 확정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우선 경매 당시 피고가 변제할 책임을 부담하는 채무액이 남아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만약 잔존 채무가 있다면 나아가 원고가 받은 배당금 가운데 피고 소유의 대지 및 지상 시설물의 경매대금에 상응하는 금액 부분이 얼마인지에 관하여도 살펴본 다음(피고 소유였던 (주소 1 생략) 대지와 제1심 공동피고 1 소유였던 (주소 2 생략) 대지는 면적이 다르므로, 토지 부분에 관한 경매대금 중 그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금액을 산정해 보아야 한다는 점도 미리 지적해 둔다), 위 금액 상당은 잔존 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어 채무가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피고는 원심 변론종결일 이전부터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한 경매절차가 진행중이고 배당기일에 채권최고액 20억 원을 배당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해오고 있었고, 변론종결 후에 실제로 배당이 이루어져 배당표를 참고자료로 붙여서 준비서면까지 제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변론을 재개하여 위와 같은 점에 관하여 심리를 해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피고의 채무 소멸에 관한 항변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 점에서도 원심판결에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 사건 근저당권변경계약의 효력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나머지 위와 같은 점에 대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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