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동승에 있어서 운행자의 책임을 감경할 수 있는 경우
차량의 운행자가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동승자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동승을 허락하고, 동승자도 그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그 제공을 받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운행목적, 동승자와 운행자의 인적 관계, 그가 차에 동승한 경위, 특히 동승을 요구한 목적과 적극성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으로 보아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배상액을 감경할 수 있다.
원고 1 외 1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순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를 보면, 원심은 갑 제1, 2, 4호증, 갑 제8호증의 6, 7, 9, 10, 1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피고는 1991.12.1. 01:00경 자기 소유 승용차를 운전하여 전북 임실군 삼계면 덕계리 덕계부락 앞 오른쪽으로 구부러진 도로를 위 삼계면 쪽에서 오수 쪽으로 시속 약 70km로 진행하다가 안개 속에서 전방 주시를 제대로 아니한 탓에 차선을 벗어나 왼쪽 길 옆의 논으로 추락하면서 위 차에 타고 있던 원고들의 아들 소외 1로 하여금 차 밖으로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 제7호증의 3의 기재는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으므로, 피고는 자기를 위하여 위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로서 그 운행으로 일으킨 위 사고로 말미암아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다음, “피고는 오로지 위 망인을 위하여 호의동승을 허용하였으므로, 그 손해배상청구권을 감액함이 상당하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앞서 든 갑 제8호증의 8, 10의 기재에 따르면, 피고는 망인과 친구 사이로서 망인이 혼례를 올리기 전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위 덕계리에 있는 망인의 약혼녀 집에 함을 팔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망인을 태우고 임실읍으로 나오던 중 위 사고에 이른 사실, 피고는 1981년에 제1종 보통면허를 취득하였고 위 사고 다음날 망인이 혼례를 올리게 되어 있었으므로 조심스럽게 운전하였던 사실이 인정되는 바, 그 사고 경위에 비추어 호의동승이라는 사실만을 들어 망인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감액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상 상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이 다년간 운전경력이 있으며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피고에게 안전운전을 촉구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이를 망인의 허물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2. 차량의 운행자가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동승자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동승을 허락하고, 동승자도 그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그 제공을 받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운행목적, 동승자와 운행자의 인적 관계, 그가 차에 동승한 경위, 특히 동승을 요구한 목적과 적극성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으로 보아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배상액을 감경할 수 있다 고 함이 당원의 확립된 견해이다( 당원 1987.12.22.선고, 86다카2994 판결 ; 1989.1.31.선고, 87다카1090 판결 ; 1992.5.12.선고, 91다40993 판결 등 참조).
3. 돌이켜 이 사건을 보건대 기록에 따르면, 원심이 인정한 이 사건 자동차의 운행목적, 피해자인 소외 망인과 운행자인 피고의 인적 관계, 소외 망인이 피고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한 경위 이외에도 아래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먼저 원심이 채택한 을 제8호증의 10(피의자신문조서),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을 제7호증의 2(진정서)에 기재된 피고, 원고 1, 소외 망인의 형과 누나의 진술에 따르면, 소외 망인의 집에서 신부 집에 혼수함을 전하려 하는데 차를 가지고 있는 피고에게 이를 부탁하자 피고가 이를 받아들여 자기 차를 운전하고 위 함을 전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위 망인을 그 차에 태우고 오던 중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자동차의 운행은 소외 망인의 적극적인 부탁으로 동 망인을 위하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나. 이어서 이 사건 사고의 경위를 살피건대, 원심이 채택한 갑 제8호증의 8(진술조서)에 기재된 위 망인의 누나 소외 2의 진술, 원심이 배척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을 제7호증의 3(구속영장청구에 따른 변호인 의견서)의 기재(원심은 위 서증의 기재 중 ‘소외 망인이 차문을 열고 나갔기 때문에 사망하였다’는 부분만을 배척한 것으로 보인다)를 보면, 위와 같이 함을 전하러 간 사람은 피고를 포함한 친구 6인과 소외 망인으로서, 승용차 3대를 운전하여 갔고, 귀가할 때에는 다른 친구 5인은 먼저 출발한 반면에 피고와 소외 망인은 신부 집에서 마련한 음식물 등을 싣고 오느라 맨 마지막에 출발하였는바, 피고는 앞서 떠난 친구들의 차를 따라잡기 위하여 과속 운행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피고가 과속 운행하였다’는 점을 자세히 보건대, 원심이 채택한 갑 제8호증의 6(실황조사서)에 이 사건 사고장소의 제한시속이 60km로 기재되어 있고, 한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2조 제2항 제2호 가목 은 “최고속도의 100분의 50을 줄인 속도로 운행하여야 할 경우”로서 “안개…… 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인 때”를 규정하고 있으며, 원심이 인정한 사고 경위로 보아 이 사건 사고 당시 안개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 당시 그 제한시속은 30km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시속은 70km였다.”고 인정하고서도 한편으로 “피고가 조심스럽게 운전하였다.”고 인정한 데에는,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하였거나 이유에 모순이 있고, 또한 사실이 위와 같다면, 위 차에 동승한 소외 망인도 피고로 하여금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주의를 환기할 의무가 있다고 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위에서 설시한 사정들을 정리하건대, (1) 이 사건 자동차의 운행목적은 소외 망인과 피고가 소외 망인의 약혼녀 집에 가서 함을 전한 다음 귀가하려는 것이었고, (2) 소외 망인과 피고는 어려서부터 아주 절친한 사이이며(위 을 제7호증의 3 참조), (3) 소외 망인은 적극적으로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차를 운전하게 하여 이에 동승하였고, (4) 소외 망인에게도 위에서 본 잘못이 있다고 봄이 타당한바, 그렇다면 피고에게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으로 보아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므로, 위 사정들을 참작하여 피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액을 감액함이 합당하다 할 것이다.
5. 그러므로 원심이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데에는, 채증법칙위배나 이유모순으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한 데다가 호의 동승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어서,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6.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