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도259 판결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도25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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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치상]

판시사항

가. 강간죄에 있어 폭행, 협박의 정도와 그 판단자료

나. 간음 당시의 폭행이나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보기는 미흡하다 하여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등 위법으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강간죄가 되기 위하여는 가해자의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폭행 및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이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간음 당시의 상황이나 전후 사정에 비추어 폭행이나 협박이 피해자의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하여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등 위법으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1.12.27. 선고 91노310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피고인이 1991. 3. 4. 20:00경 서울 강남구 C 54동 305호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옆방에 거주하는 피해자 D(여 22세)를 피고인의 방으로 끌고가 쓰러뜨리고 목을 누르면서 “소리를 지르면 칼을 가져와 죽여버리겠다” 라고 협박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1회 간음하여 피해자를 강간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약 1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대퇴부 좌상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그 사실인정에 있어 원심은 피해자 D의 진술을 가장 유력한 증거로 삼고 있음이 기록상 분명하다.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경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판시와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강간당하였다고 진술하고, 이에 반하여 피고인은 검찰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피고인을 유혹하여 성교하였을 뿐 피해자를 강간한 사실이 없다고 변소하면서 그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서로 상반되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각 진술 중에서 원심이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피해자의 진술을 채택한 것은 사실심의 증거 취사에 관한 것으로서 이것이 조리와 경험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 한 이를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강간죄가 되기 위하여는 가해자의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폭행 및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이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의 정황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은 피고인이 판시와 같은 폭행과 협박을 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였다고 만연히 설시하고 있으나, 과연 피고인이 행한 폭행과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정도의 것이고, 따라서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 의문스러운 사정이 엿보인다.

즉, (1)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가명 E)는 룸싸롱에서 일하는 호스티스로서 1990. 8월경 판시 방 2개짜리 아파트를 빌려서 그 이래 공소외 F와 동거하여 오다가, 1990. 12. 31.경 같은 룸싸롱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면서 평소 피해자가 언니라고 부르던 공소외 G에게 위 아파트의 방 1칸을 빌려주었고, 그 무렵부터 피해자는 위 아파트의 큰방에서 위 F와 함께, 피고인은 그 옆 작은방에서 위 G와 함께 각 동거하여 오면서 서로 친숙하게 지낸 사이임이 엿보이고 (수사기록 49면, 85 내지 88면), (2)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성교 이전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방에 들어와 담배를 빌려달라고 하여 피고인이 담배를 주고 불까지 붙여주자 피해자가 담배를 피우면서 현기증이 난다고 하면서 머리를 피고인의 어깨에 기대며 피고인을 유혹하여 성교하였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려 하자 시간을 끌어 피고인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였으나, 피고인이 주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고(수사기록 57, 59, 94면, 공판기록 59, 316, 321면), (3)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성교 직전에 피고인의 성기가 발기되지 아니하자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기를 손으로 만져서 발기시켜 주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성기가 발기가 되지 않는다면서 피해자의 손을 끌어다가 성기를 만지게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수사기록 60, 91면, 다만 피해자는 원심법정에서 성교 직전에 피고인의 성기가 발기되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꾸고 있다), (4)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성교도중 피고인에게 언니(피고인의 동거녀인 공소외 G)가 알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 언니를 사랑하면서 이럴 수 있느냐고 하자, 피고인이 너는 F(피해자의 동거남)를 사랑하느냐고 하여 피해자가 그렇다고 하자, 피고인이 나는 네가 좋으니 F하고 헤어지고 나하고 살자는 등의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이고(수사기록 92면, 공판기록 317면), (5)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성교도중 성기를 피해자의 질내에 여러번 삽입하였다는 것이며 (공판기록 324면), (6)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성교도중 피해자에게 질외에 사정할지를 묻자, 피해자가 질외에 사정하여 달라고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배위에 사정하였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도 대체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고(수사기록 12, 92면, 공판기록 318면), (7)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성교 후 피고인의 담배를 꺼내어 피웠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성교 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담배를 주고 불을 붙여주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수사기록 39면, 공판기록 59, 318, 321면), (8) 한편 의사 H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입은 상해 중 우측 대퇴부 좌상은 사람의 입으로 빨거나 물어서 생길 수 있다는 것이고, 배부찰과상은 넘어지면서 긁히거나 손톱 등으로 긁혀서 생길 수 있다는 것인데 (수사기록 72면), 기록상 피해자는 피고인의 어떠한 폭행으로 위와 같은 상처들을 입었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이 없고, 오히려 위와 같은 상처는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성교도중 격정에 못이겨 만든 상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엿볼 수 있는 바, 이와 같은 사실들에 나타난 상황으로 미루어 본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설사 판시와 같이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한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와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에게 미친 심리적, 육체적인 영향 등을 상세히 심리하여, 과연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를 강간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판시와 같은 폭행과 협박을 한 것이 바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증거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등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오인을 하거나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에 관한 심리를 제대로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있음에 귀착된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주한(재판장) 최재호 윤관 김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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