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력의 행사가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본 사례
유형력의 행사가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본 사례
피고인
변호사 노현준
서울고등법원 1990.8.24. 선고 90노1502 판결
원심판결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사건 당일 18:30경 판시 버스정류장에서 이 사건 피해자를 발견하고 판시 기숙사방으로 유인하여 그 곳에서 불을 끄고 양손으로 껴안아 눕힌 다음, 주먹으로 얼굴을 한 차례 세게 때려 반항을 억압하고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채 판시 상해를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이 그와 같은 소위를 강간치상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시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피해자는 사건 당일 근무처 기숙사로 가던 중 위 판시 일시, 장소에서 동료공원인 피고인과 우연히 만나 별다른 강압이나 저항 없이 부근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40여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그길 건너 생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겨 21:00경까지 그곳에서 머물다가 같이 나왔고, 피고인이 그 친구인 공소외 박재현이 피해자에게 사과할 것이 있다 하여 같이 갈 것을 제의하자 그를 따라 그 바로 옆 판시 기숙사에 이르러, 전등이 고장나 텔레비전 불빛만으로 어두운 방안에 함께 들어갔고, 그 방 주인인 공소외인 또한 같이 앉아 피고인과 피해자의 남녀관계를 허위로 발설한 것에 대하여 사과를 하였으며, 공소외인이 그 방에서 나간 후 피고인이 갑자기 피해자를 방바닥에 눕히고 몸으로 짓누르며 내의를 벗기어 간음하려 할 때에도 몸부림을 치고 저항하는 것만으로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판시 범행장소 또한 다수의 사람이 기숙하는 곳으로서 피해자가 얼마간의 반항을 하여도 주위에서 곧 알아차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그 방 밖에서 연탄불을 갈고 있던 공소외인도 피해자의 거부의 의사표시나 다투는 소리 이외에는 별다른 저항이나 고함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는 것이고, 그 즉시 위 공소외인이 다시 방에 들어와 옆방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는데도 피해자는 피고인이나 그들의 별다른 감시나 방해 없이 밤늦은 23:00경까지 약 2시간 가까이 그곳에서 머물다가, 기숙사방에서 술을 마신다는 이유로 그곳 사장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다같이 그곳을 나왔으며, 그곳에서 나온 이후에도 피해자 자신의 기숙사나 집으로 돌아가지 아니한 채 뚜렷한 이유나 별다른 저항 없이 도보로 이, 삼십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피고인의 자취방으로 또다시 따라 갔고, 안집과 1미터의 마루를 사이에 두고 있는 그 자취방에서 같이 밤을 보내면서 피고인이 여러차례 피해자를 간음하려 하였으나 그때마다 피해자의 거부로 그뜻을 이루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려 한 때의 상황이나 전후의 사정이 그와 같다면 피고인은 다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간음하려 하였음에도 불과하고, 그 유형력의 행사가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케 할 정도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원심이 위와 같은 사정을 살피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과장되거나 다분히 주관적 평가나 감정에 치우칠 우려가 있는 피해자의 진술에 치중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여 강간하려 하였다고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음은 채증법칙위배나 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폭행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