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도546 판결

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도54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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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강간치상]

판시사항

강간피고사건의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 또는 협박이 그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여 이와 달리 유죄로 판시한 원심판결을 강간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전화로 사귀어 오면서 음담패설을 주고 받을 정도까지 되었고 당초 간음을 시도한 방에서 피해자가 "여기는 죽은 시어머니를 위한 제청방이니 이런 곳에서 이런 짓을 하면 벌 받는다"고 말하여 안방으로 장소를 옮기게 된 사정 등으로 미루어 본다면 강간피고사건의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 또는 협박이 그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까지 이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여 이와 달리 유죄로 판시한 원심판결을 강간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황은환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1.1.30. 선고 90노35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변호인 박창래의 상고이유와 국선변호인 황은환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이 1989.12. 중순경 가정주부인 피해자(31세)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상냥하게 응대하자 그 때부터 수시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와 통화하여 오다가, 1990.3.21. 오전에는 피해자와 전화를 통하여 음담패설을 하면서 그 통화내용을 녹음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협박함으로써 간음하기로 결의하고, (i) 1990.3.21. 11:40경 혼자 있는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서 피해자에게 집을 보러 왔다고 거짓말을 하여 문을 열게 한 후 집안으로 들어가 안방에서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주먹으로 복부 등을 여러번 때리고 팔을 꺽어 비트는 등 폭행을 하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다음,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 1회 성교한 후, 미리 준비하여 가지고 간 사진기로 피해자의 나신을 촬영하고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방바닥에 눕히고 다시 1회 성교하여 강간하고, (ii) 3.23. 10:10경같은 장소에서 혼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할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말을 듣지않으면 녹음테이프와 사진 등을 공개하여 망신을 주겠다고 협박하며 강제로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 이에 반항하는 피해자의 뒷머리 부분을 철제옷걸이로 1회 때리고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 현관벽에 수회 부딪는 등 폭행을 가하였지만, 피해자가 과도로 피고인의 등 부위를 1회 찌르는 등 완강히 저항함으로 말미암아 미수에 그쳤으나,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약 2주일 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부염좌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2.  제1심판결과 원심판결의 각 이유의 요지.

제1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을 징역 3년 6월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자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였던바,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마쳐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에 관한 항소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제1심의 형의 양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다음, 제1심판결에 기재한 범죄사실과 증거를 모두 인용하고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3.  당원의 판단. 

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과 피고인 및 피해자의 원심공판기일에서의 각 진술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의 경찰 이래 원심공판정에 이르기까지의 각 진술만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직접증거일 뿐, 나머지 증거들은 모두 정황증거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는 바, 피해자는 대체로 공소사실에 부합되는 진술을 하고 있고 피고인은 이와 반대로 피해자와의 합의에 의하여 성교를 하였거나 하려고 한 것이라고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상반되지만,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들에 관하여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즉, 피고인과 피해자가 전화를 통하여 사귀어 오면서 서로 반말을 하는 사이가 되었고 마지막에는 음담패설을 주고 받을 정도까지 된 사실(수사기록 105면 내지 107면, 공판기록 40면, 47면, 323면), 피고인이 당초 1990.3.21. 11:40경 피해자의 집으로 가서,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방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들어가 치마를 벗기려고 하면서, 간음을 시도하였는데, 그 방에는 피해자의 죽은 시어머니를 위한 제청이 설치되어 있어서 피해자가 "여기는 제청방이니 이런 곳에서 이런 짓 하면 벌 받는다"고 말하여 장소를 안방으로 옮기게 된 사실(수사기록 90면, 공판기록 115면, 116면, 271면, 327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제청방을 나온 후 피해자의 시아버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피해자가 받았으나 적극적으로 구원을 요청하지 아니한 사실(수사기록 109면, 공판기록 117면, 118면, 328면, 329면, 다만 전화를 받은 시각에 관하여, 피해자는 제청방에서 나와 1차 성관계를 하기 전이라고 진술하고, 피고인은 1차 성관계를 한 후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치마를 벗기려고 하는 등 간음할 의도를 드러낸 후임에는 차이가 없다), 같은 일시에 행하여진 1, 2차 성관계 전에 발기되지 않고 있는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손으로 만져 발기시킨 사실(수사기록 90면, 111면, 공판기록 328면,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이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고 진술함에 대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강제로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가 1차 성관계 후 자신의 나신을 찍은 피고인의 사진기를 어항속에 빠뜨린 사실(수사기록 112면, 공판기록 62면, 103면, 119면, 330면) 등이다.

나.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는 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는 사실들에 나타난 상황으로 미루어 본다면, 피고인이 위 (i)항공소사실과 같이 1990.3.21. 11:40경 피해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가한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와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에게 미친 심리적·육체적인 영향 등을 조금 더 상세하게 심리하여, 과연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를 강간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1심이 채용한 증거들만으로도 위 (i)항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에 관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i)항 공소사실과 (ii)항 공소사실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단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최재호 김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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