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1728 판결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1728 판결

  • 링크 복사하기
[해고무효확인등]

판시사항

가.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아무런 조건의 유보 없이 수령하고 난 후 장기간이 경과한 뒤에 해고무효확인청구를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는지 여부

나. 위 “가”항에 있어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이나 해고수당을 수령하였다 하여도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 및 해고무효확인청구소송이 늦게 제기되었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경우

판결요지

가. 해고나 징계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아무런 조건의 유보 없이 수령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상당한 이유 없이 그로부터 장기간이 경과한 뒤에야 해고무효의 확인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나. 위 “가”항의 경우라도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이나 해고수당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고, 해고무효의 확인청구소송의 제기가 늦어진 경우에도 먼저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하느라고 늦어졌다거나 사용자와의 복귀교섭 결과를 기다리거나 사용자의 복귀약속을 믿고 기다리다가 늦어졌다는 등 상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 상고인

개나리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건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1.11.26. 선고 91나2946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제2점에 대하여

1.  원심이 확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개나리아파트관리사무소의 보일러기사로 근무하던 중, 1988.8.25. 23:30경 위 아파트의 기관실에서 동료직원 5-6명과 함께 속옷바람에 술을 마시다가 피고의 대표자 및 입주자들에게 적발된 사실이 있었는데, 피고는 위 음주사실 외에 원고가 위와 같이 적발당한 후에도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이를 나무라는 피고의 대표자 및 입주자들에게 “그만 두면 되지 않느냐, 술을 마시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느냐”는 등의 폭언을 하면서 항거하였다는 사실까지 추가하여 징계에 회부한 다음, 원고에게는 해명의 기회조차 주지 아니한 채 징계위원들의 서면결의만으로 같은 해 8.31. 원고를 징계해고하였다.

나.  그런데 위 음주현장을 적발당한 후 이를 나무라는 피고의 대표자 등에게 폭언으로 항거한 것은 원고가 아니라 함께 술을 마시던 소외 1이었고, 원고도 이에 가세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으며, 적발 당시 원고 등이 속옷차림을 하고 있었던 것은 근무기강의 해이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한여름의 무더위에 열기로 가득한 기관실(보일러실)에서 근무를 하여야 하는 원고의 입장에서는 부득이한 행동이었다고 보여진다.

다.  한편 문제의 술자리는 그 동안 원고와 함께 기관실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게 된 소외 2가 그날 저녁 급료를 수령하고 술과 안주를 사들고 원고가 근무중인 기관실로 찾아와 그 동안의 정리나 달래자고 제의함으로써 우연히 이루어진 자리였는데, 원고는 24시간 격일제 근무자로서 통상 09:00에 출근하여 기계점검, 하자보수 등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18:00경까지 보일러 가동을 끝내고 나면 다음날 05:00경 다시 보일러를 가동할 때까지는 근무장소인 기관실을 이탈하지 아니하는 한 다소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형편이었고, 정리상 위 소외 2의 제의를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문제의 술자리에 동참하였던 것이다.

라.  피고의 인사규정에는 징계의 사유에 관하여, 직원의 본분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때, 직무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근무성적이 불량한 자로서 개전의 정이 없을 때, 규정 또는 기타 직무상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때 등의 6가지 사유를 규정하고, 징계의 종류로는 견책, 감봉, 출근정지, 정직, 권고해직, 징계면직(해고) 등의 6가지 종류를 열거하고 있다.

2.  원심의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근무시간 중에 근무장소에서 동료직원들과 함께 술을 마신 원고의 비위는 피고의 인사규정 소정의 징계사유인 직원의 본분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때, 직무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또는 규정 내지 직무상 명령을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근로자의 비위가 인사규정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여러 종류의 징계 중 가장 무거운 징계벌인 해고를 함에 있어서는 그 비위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보아 장차 당해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유지, 존속시키는 것이 사용자에게 현저하게 부당 또는 불공평하다고 인정될 수 있을 정도로 중한 것임을 요한다 할 것인바, 원고가 이사건 비위를 저지르게 된 데에는 참작할 만한 동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록 근무시간 중에 술을 마신 것이기는 하나 원고의 근무형태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21:00 이후 보일러 가동시간인 다음날 05:00시 까지는 근무장소인 기관실을 이탈하지 아니하는 한 비교적 자유로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던 점, 원고는 피고에게 채용된 이래 10년 이상 별다른 비위를 저지른 바 없이 비교적 성실하게 근무하여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의 비위사실을 원고와 피고사이의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이 현저하게 부당 또는 불공평한 정도의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위와 같은 비위사실만으로 원고를 징계해고한 것은 피고가 가지는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그 절차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따질 필요도 없이 무효라 할 것이다.

3.  당원의 판단

사실관계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다면 피고가 원고를 징계 해고한 것은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이를 다투는 논지는 이유 없다.

제1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는 위 해고 직후 피고가 지급하는 해고예고수당을 아무런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위 해고의 효력을 용인한 원고로서는 더 이상 해고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아무런 이의 없이 피고로부터 해고예고수당을 수령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위 해고의 효력을 용인하였다고 할 수 없고, 이로써 당연무효인 해고가 유효한 것이 아니므로 이 점에 관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가 주장하는 바는, 원고가 해고예고수당을 이의없이 수령하였다는 것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 소송대리인은 제1심에서, 피고가 위 징계해고 후 원고에게 소정의 퇴직금을 제공하고 원고는 이를 이의 없이 수령하였으므로 원고는 위 징계해고를 용인한 것이며 그 해고의 무효를 주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바 있고(1990.11.14.자 답변서), 원심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한 후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제공한 것을 근로자가 아무런 조건의 유보 없이 수령하여 간 경우에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해고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고 보아야하고, 그 후 1년 10개월이나 경과한 뒤인 1990.7.에 이르러서야 위 해고의 효력을 다투어 그 무효확인을 청구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위법하며,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로부터 위 징계해고 직후인 1988.10.6. 해고수당 금 270,740원과 피고 소정의 퇴직금 669,380원을 이의 없이 수령하였고, 그 무렵 원고는 위 징계해고가 부당노동행위라는 이유로 소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던 것을 취하하기까지 하였으므로, 이로써 원고는 위 징계해고를 용인한 것이며 그 해고의 무효를 주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바 있음을 알 수 있고(1991.10.28.자 준비서면), 을 제12호증의 1, 2, 3(해고수당지급, 지급전표, 영수증), 을 제14호증의 1, 2, 4(퇴직금지급, 지급전표, 영수증), 을 제15호증의 1 내지 7(구제신청서, 답변서제출, 답변서, 경위서, 신문통지, 처리결과통보)의 각 기재내용에 의하면 원고는 1988.10.6. 해고수당 금 373,690원과 퇴직금 4,780,910원을 영수하였고, 한편 원고 소속 노동조합의 위원장 소외 1은 같은 해 9.1. 그 자신 및 소외 3과 원고를 위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의 복직을 청원하는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제출하였으나 그 조사절차가 진행 중이던 같은 해 10.7. 취하하여 종결처리된 것으로 되어 있다.

3.  해고나 징계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아무런 조건의 유보 없이 수령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상당한 이유 없이 그로부터 장기간이 경과한 뒤에야 해고무효의 확인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당원 1990.11.23. 선고 90다카25512 판결; 1991.4.12. 선고 90다8084 판결; 같은 해 5.28. 선고 91다9275 판결; 같은 해 10.25. 선고 90다20428 판결 각 참조).

다만 이와 같은 경우라도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이나 해고수당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고(당원 1972.6.27. 선고 71다1635 판결; 1991.1.25. 선고 90누4952 판결; 같은 해5.14. 선고 91다2663 판결; 같은 해 6.28. 선고 91다1806 판결 각 참조), 해고무효의 확인청구소송의 제기가 늦어진 경우에도 먼저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하느라고 늦어졌다거나 사용자와의 복귀교섭 결과를 기다리거나 사용자의 복귀약속을 믿고 기다리다가 늦어졌다는 등 상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취하한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이를 취하한 이유나 경위를 알아보아 이것이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는 뜻으로 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해고수당과 퇴직금을 수령한 이유, 이의를 남겼는지 여부, 원고 소속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하고, 또 이를 취하한 이유나 경위, 원고와 상의하여 그렇게 한 것인지 여부, 원고가 이 사건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을 해고 후 1년 10월이 지나서야 제기한 이유 등을 알아보아 이 사실관계에 터잡아 피고의 위 주장의 당부를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이에 대한 심리가 되어 있지 않다.

기록을 살펴보면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피고에게 원고를 원직에 복귀시킬 것을 종용하여 피고가 이를 수락하였으나 소제기일까지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고, 원고는 피고의 당시 대표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여 약식명령에 의하여 벌금을 받게 한 일이 있고(소장), 만약 원고가 위 징계해고를 용인하였다면 이 사건 소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고(1990.12.17. 자 준비서면), 원고는 해고된 직후부터 별다른 직업이 없었다고(원심의 9차 변론조서) 주장하고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점도 살펴보아 피고 대표자가 원고를 복귀시켜 주겠다고 하므로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일단 수령하고,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취하하여 기다리다가 복귀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므로 뒤늦게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인지 여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5.  원심판결에는 피고의 주장취지를 오해하여 심리를 미진하고 그에 대한 판단을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논지는 이 범위 안에서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이회창 배만운

  • 검색
  • 맨위로
  • 페이지업
  • 페이지다운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