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담보권자의 정산의무불이행과 배임죄의 성부
(다수의견)
양도담보가 처분정산형의 경우이건 귀속정산형의 경우이건 간에 담보권자가 변제기 경과후에 담보권을 실행하여 그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을 채권원리금과 담보권 실행비용 등의 변제에 충당하고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의 나머지가 있어 이를 담보제공자에게 반환할 의무는 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자신의 정산의무이므로 그 의무를 이행하는 사무는 곧 자기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를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의 매도인의 등기의무와 같이 타인인 채무자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어 그 정산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소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소수의견)
정산형 양도담보의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 법률적 본질이 신탁적 양도임에 틀림이 없는 이상 양도담보권자는 수탁자로서 양도담보채무자의 위탁(위임)에 의하여 위임된 사무를 성실하게 처리할 의무와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적극적, 소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 그 사무의 처리는 법률행위는 물론 법률행위가 아닌 사실상 사무의 처리도 같이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양도담보권자의 정산의무는 위의 사실상의 사무처리에 속한다 할 것이어서 이는 양도담보권자의 사무임과 동시에 신탁자인 양도담보채무자의 사무에도 해당되어 결국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타인의 사무에 속한다.
피고인
춘천지방법원 1985.6.7. 선고 85노145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심판결이 인정한 피고인의 배임범죄사실의 요지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72의 11 대지 94평과 그 지상건물에 관하여 공소외 임명산으로부터 피고인 앞으로 경료된 1983.10.17자 소유권이전등기(1983.3.23자 소유권청구권 가등기의 본등기)는 피고인이 1981.12.18 강원도 명주군 왕산면 대기리 소재 태륜탄광을 위 임명산의 아들인 공소외 임정철에게 대금 3,500만원에 매도하고 1983.9.21까지 지급받기로 한 잔대금 채권 1,700만원의 담보목적으로 경료한 것이었음에도, 피고인은 약정기일까지 위 잔대금의 이행을 받지 못하자 위 담보부동산을 공소외 유 정렬에게 처분하여 그 대금 3,500만원을 전액 수령하고서도 채권액 1,700만원등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정산하여 피해자에게 반환하지 아니하였다는 내용인바, 원심판결은 그 이유에서 피고인이 정산반환하여야 할 돈의 액수만을 14,011,918원이라고 고쳐 판시하면서, 담보부동산을 처분하고 받은 대금 3,500만원중에서 채권원리금과 담보권실행비용등에 충당한 나머지를 채무자에게 돌려 줄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할 것이므로 이를 돌려주지 아니한 피고인의 소위는 배임죄가 된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양도담보가 처분정산형의 경우이건 귀속정산형의 경우이건간에, 담보권자가 변제기 경과후에 담보권을 실행하여 그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을 채권원리금과 담보권 실행비용등의 변제에 충당하고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의 나머지가 있어 이를 담보제공자에게 반환할 의무는 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자신의 정산의무이므로 그 의무를 이행하는 사무는 곧 자기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를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의 매도인의 등기의무와 같이 타인인 채무자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부동산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등기의무를 매수인인 타인의 사무라고 보게 되는 이유는 매도인의 등기의무는 그로써 자기의 재산처분을 완성케 하는 것이어서 본래 매도인 자신의 사무에 속하는 것이지만 등기의무자인 매도인의 등기협력없이는 매수인 앞으로의 소유권이전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등기협력의무로서의 성질을 중시하여 이점에서 그 등기의무를 주로 매수인의 소유권취득을 위해 부담하는 타인의 사무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협력의무로서의 성질이 없는 양도담보권자의 정산의무를 부동산매도인의 등기의무와 같게 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심 및 제1심판시와 같은 피고인의 정산의무는 양도담보권자인 피고인 자신의 사무일뿐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타인의 사무에 속하지 아니하여 그 정산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피고인의 소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할 것이니( 당원 1976.1.13. 선고 74도2076 판결; 1976.5.11. 선고 75도2245 판결 참조) 당원이 1971.3.9. 선고 71도189 판결; 1975.5.13. 선고 74도3125 판결; 1983.6.28. 선고 82도1151 판결등에서 판시한 이와 상반되는 견해는 이판결로써 폐기하기로 한다.
결국 피고인의 판시소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하여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양도담보권자가 부담하는 정산의무의 성질과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오해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하겠으므로 이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대법관 유태흥, 동 정태균, 동 강우영을 제외한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 대법관 유태흥, 동 정태균, 동 강우영의 반대의견
소위 양도담보로 제공된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이전에는 두 류형이 있으며 그 하나는 외부적 이전형이고 다른 하나는 대내외적 이전형인바, 통상 전자는 "약한 양도담보" 그리고 후자는 "강한 양도담보"로 지칭되는 일방 전자를 "정산형 양도담보"(처분정산형의 경우), 후자를 "유담보형 양도담보"(귀속정산형의 경우)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리고 유담보형 양도담보 즉 유담보의 특약을 한 경우에는 양도담보와 함께 대물변제의 예약을 한 것으로 보며 이에 대한 대법원판결은 그 특약이 민법 제607조, 제608조에 위반하지 않는 한도내에서만 유효하다고 선언하였다. 생각컨대, 실제문제로서 담보목적물의 가액이 피담보채권의 원리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란 거의 상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위 대법원판례태도에 비추어 본다면 결국 모든 양도담보는 그것이 강한것(대내외 이전형)이냐 또는 약한것(외부적 이전형)이냐를 불문하고 오직 정산형으로만 유효하다는 결론이 된다고 하겠다. 정 산형 양도담보의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 법률적 본질이 신탁적 양도임에 틀림이 없는 이상 양도담보권자는 수탁자로서 양도담보 채무자의 위탁(위임)에 의하여 위임된 사무를 성실하게 처리를 할 의무와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적극적, 소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 그 사무의 처리는 법률행위는 물론 법률행위가 아닌 사실상 사무의 처리도 같이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들은 타인의 사무처리에 관한 법률관계의 통칙인바, 그와 같은 규정들이 양도담보관계에서도 의당 적용되어야 하고 이에 기초를 둔 법리해석이 되어야함은 당연한 논리의 귀결이다.
양도담보권자가 변제기 경과후에 그 담보권을 실행(법률행위 경유)하여 채권원리금과 담보권 실행비용등에 충당하고 나머지가 있어 양도담보 채무자에게 반환할 의무는 사실상의 사무처리에 속한다 할 것이며 이는 양도담보채무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매듭이 된다 할 것인바, 민법 제684조 제1항은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가 수취한 과실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므로서 당사자간의 신뢰관계의 절대성을 특질로 하는 위임계약에 있어서의 수임인의 의무인 취득금품인도의무를 특히 명정한 입법취의를 아울러 살펴본다면 양도담보권자(수임인)의 의무란 양도담보채무자(위임인)의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민법 일반원칙인 신의칙에 입각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는 물론 위 명문규정처럼 취득금품인도의무도 지게되는 만큼 위임계약관계하에 있는 양도담보권자(수임인)의 정산의무의 하나인 취득금품인도의무 위배행위가 단순한 채무불이행의 선을 넘어선 배신행위로 단정하여 형사적인 고의 및 가벌성을 논의하기에 이른것도 양도담보제도의 사회적작용 내지 관습에서 생겨난 추세였으리라고 믿어진다.
따라서 원심 및 제1심판시와 같은 피고인의 이 사건 정산의무는 양도담보권자인 피고인 자신의 사무임과 동시에 신탁자인 양도담보채무자 즉 타인의 사무에도 해당되어 결국은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타인의 사무에 속한다 할 것이다. 한편 민법위임계약을 위반한 수임자가 모두 언제나 배임죄를 구성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본다는 취지가 아님을 밝혀두는 일방 양도담보에 관한 정산의무,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의 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등은 각 판례법(형사법에서의 법원)에 의하여 형성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형법해석의 원칙적인 입장에서 살펴볼때 위 정산의무나 등기협력의무가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그친다함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민사상 의무위반행위자를 형법 배임죄의 구성요건의 하나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포함시켜 처벌대상으로 하게된 대법원판례가 오래전부터 형성되고 그것이 유지되어온 근간적인 이유나 배경중 몇가지를 촌탁해본다면 사회, 경제생활의 복잡화 다양화를 틈타 계약자치원칙이 탈법적으로 악용되고 그 결과 경제평등원칙이 한편으로 기울어지고 나아가 법적안정성이 침해를 받게 됨에 이르러 이를 사법자치원칙에만 의지하게 하여 방치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놓여진 독특한 사회적 여건과, 형사적 의미의 고의 내지 가벌성 검토 및 처벌필요성을 인정하기에 이른 것으로 본다.
과시 그렇다면 이제와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위 양도담보의 정산의무를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한 것으로 단정할 경우 일반거래계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치게 하고 대법원판례에 대한 신뢰토대를 파손케하며 일반거래계에서의 경제적 강자의 탈법화 현상을 초래케하고 나아가 일반거래계의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므로 이 시점에서 위 대법원판례 등을 폐기하기에는 적당치 못하다고 생각하여 다수의견에 따르기 어려운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