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8. 30. 선고 2005노202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8. 30. 선고 2005노202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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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

판시사항

초등학교 교사가 만 9세인 남학생의 성기를 수차례 접촉한 행위를 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학교라고 하는 공개된 공적 공간에서 초등학생들의 전인격적인 지도를 담당하여야 할 교사가 만 9세인 남학생의 성기를 수차례 접촉한 행위는, 그 동기가 아무리 순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교육의 방법과 수단으로서의 적정성을 그르친 것이라는 점, 정신적, 육체적으로 미숙한 피해자의 성장 및 성적 정체성의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 현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의 변화 등에 비추어 보아 이를 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항소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이정회

변호인

변호사 위대훈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05. 6. 30. 선고 2004고단7830 판결

주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이 사건에 나타난 제반 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개된 교실에서 아이들을 칭찬하거나 예뻐한다는 마음에 비단 공소외 1 뿐만 아니라 다른 아동들의 경우도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상태에서 불과 2, 3초 내외 가량 옷 위로 '고추' 부위를 살짝 만지려고 하거나 만진 경우에 지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과장된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진술에 의존하여 판시와 같이 객관적으로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인정을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법리오해

이 사건과 같은 추행죄는 법적 성격이 경향범으로서, 주관적으로 추행에 대한 인식, 의욕과 함께 성욕의 자극이나 만족을 구한다는 행위자의 주관적 요소를 필요로 하는 것인바, 원심은 주관적 요소로서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한편 추행죄에 있어서 달리 요구되고 있는 또 다른 주관적 요소로서 경향범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관해서도 충분히 검토를 하였어야 하는데,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추행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만연히 '피고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 사건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양형부당

가사 피고인이 유죄라고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추행이라고 평가되는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추행의 의사나 의욕이 강한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예뻐하고 귀여워하는 가운데 발생한 점, 다른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은 오히려 피고인의 행동을 탓하지 아니하고 이를 동정하고 있는 점, 기타 피고인이 성실하게 교사생활을 해오고 있는 점, 가족관계, 그 밖의 정상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벌금 5백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 사

피고인의 무책임한 본건 성추행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는 어린 나이에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장차 사회생활을 유지함에 있어서 상당한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피해자의 성기를 잠깐 쓰다듬거나 만지는 시늉만을 하였을 뿐이라며 진정으로 참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당심의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피고인)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 특히 원심증인 공소외 1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의 성기를 만진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가사 피해자가 주장하는 추행의 일시 및 횟수에 일부 과장된 진술이 있다고 하여 이를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것은 아니다).

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피고인)

(1) '추행'의 개념 및 추행죄의 구성요건

살피건대,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하는 것인바(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우선 추행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위자의 성적 자극이나 만족의 추구라고 하는 주관적인 요건이 필요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그와 같이 해석한다면 범죄의 성립이 행위자의 주관적인 의도에 의하여 좌우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독자적인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2) 판 단

다음으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기 위하여 이 사건 범죄의 보호법익 및 추행의 판단 기준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 이 사건 범죄의 보호법익

1) 이 사건 범죄의 보호법익을 논하기에 앞서 관련 처벌규정을 보면, 우리 법은 성범죄('추행'에 한하여 본다)에 대한 처벌규정을 ①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경우(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 ② 미성년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추행을 한 경우( 형법 제302조, 미성년자추행죄), ③ 13세 미만의 사람에게 추행을 한 경우( 형법 제305조,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죄), ④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2항, 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등 죄), ⑤ 청소년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2항, 청소년강간등 죄)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위 각 처벌규정의 법정형은 ①, ③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②는 5년 이하의 징역, ④, ⑤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고, ①, ②, ③은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이며( 형법 제306조), ④, ⑤는 친고죄가 아닌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앞서 살펴본 추행죄에 대한 구성요건, 법정형, 소추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보면, 우리 법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경우,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추행만을 하는 경우에도 이를 폭행, 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일반적인 강제추행죄에 준하여 처벌하고 있고(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죄),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추행하는 경우 가중하여 처벌하며, 피해자의 고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2) 이는 입법자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일반적으로 정신적, 육체적 성장 또는 발육이 미숙하고 성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아니하여 성적 수치심, 혐오감 등 주관적인 성적 감정에 대한 이해 내지 인식 및 표현이 부족하고, 성적 도덕관념 등 객관적인 성적 가치기준에 대한 분별이 엄격하지 아니하므로 소위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자족적으로 향유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형법 제305조에 정한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죄에 있어서는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에 의하여 피해자의 의사가 억압되었는지의 여부,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구성요건적 요소로서 요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것인바,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은 '일체의 외부적 자극 또는 물리력의 행사에 의한 성적 장애가 없는 상태에서의 미성년자의 성장'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의 침해 여부 보다는 과연 피고인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추행'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하겠다.

(나) '추행'의 판단 기준

1) 먼저, 추행에 관한 사회적 가치기준의 변화에 관하여 보건대, 전통적인 한국 사회의 공동체 구성원들은 소위 남아선호의 사상에 기초한 남성우월주의의 이념과 가부장적 지배이념의 영향을 받아, 피해자 본인 및 피해자 부모의 암묵적인 동의, 가해자의 선의를 전제로 하여 어린 남자아이의 성기노출 또는 성년 남자의 어린 남자아이에 대한 성기접촉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평가하고, 이를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근대적 가치관의 도입, 특히 남녀평등주의 이념의 보급 및 확산은 모든 인간은 성별, 나이의 구별 없이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권리 및 그 존엄성을 보호받아야 하고, 이에 따라 여성과 연소자도 더 이상 남성들의 보호의 대상 내지 객체로서가 아니라 자발적인 권리의 주체로서의 측면이 더욱 부각되게 되었다.

또한,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변화하고 사회공동체 구성원리가 가정, 친족집단, 지역사회와 같은 1차 집단 위주에서 학교, 직장과 같은 2차 집단 위주로 변경됨에 따라,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전에 1차 집단 내에서 성년 남자의 어린 남자아이에 대한 성기접촉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과거의 규범의식에도 변화가 있게 되었고, 전통적인 관념에서 성범죄의 피해자는 여자에 한한다는 관점에서 남자 역시 성범죄의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되었으며, 남성과 남성사이, 즉 동성 간에 있어서도 학교 또는 직장 내에서 나이 또는 직급의 차이라고 하는 수직적인 상하관계를 배경으로 하여 추행이 행해질 수 있음이 널리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현실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여 여전히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관대한 판단을 반복하거나 이를 규범외적인 문제로 치부하여왔다.

2) 나아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심화, 성문화의 무분별한 개방, 유입은 우리 사회 내에서 자유로운 성적 교류의 증가 및 성적 가치기준의 퇴락을 가져와 성의 상품화, 성의 탈규범화가 일상화되었고, 그러한 경향은 미성년자에게 조차 급속한 속도로 확산되어감에 따라 미성년자를 성적 가치기준의 혼돈 및 여러 가지 성적 침해의 시도와 유혹으로부터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은 이전에 비해 훨씬 증대되었다.

3) 따라서 미성년자에 대한 어떠한 성적 접촉행위가 추행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앞서 본 바와 같은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 위와 같은 성적 가치관 및 시대적 상황 변화에 따라 미성년자를 각종 성적 유해요소로부터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증대된 점 등을 감안하면, 이전에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 단지 가해자의 시각에 따라 관행적으로 추행이 아니라고 평가되던 행위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의사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더욱 세심한 배려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의 경우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성별 또는 나이 등을 불문하고 성기 또는 성기 부위에 대한 의도적, 직접적 접촉은 추행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나, 피고인은 초등학교 교사로서 근무하여 오면서 주관적으로 칭찬 또는 격려의 의미로 피해자 공소외 1의 성기를 접촉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해자 공소외 1은 원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에게 미움 받고 때릴까봐 무서워서 거부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 때문에 아프고 불쾌하게 생각하였고, 학교에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였다.", "피고인이 옷 위로 살살 자극을 주다가 성기가 딱딱해지면 쥐어뜯고 꼬집었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그러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믿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창피하였기 때문에 일찍 어머니에게 말하지 못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만 9세의 남자아이로서 비록 성년자에 준할 정도의 성적 정체성, 성적 가치기준이 확립되었다고 볼 나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남녀의 외형적, 생물학적인 차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고('발기'라고 하는 성적, 생리적 변화에 대한 인식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 피해자의 진술내용에 나타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은 단순히 감정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학교라는 공간 내에서 교사와 학생간의 사회적, 구조적 역학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고, 피고인의 행동에 대한 제3자(피해자의 모)의 관점까지 고려한 이성적, 논리적 대응양식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위 진술내용에 의하면, 피해자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소위 피해자로서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에 대한 침해, 억압 및 구속에 대한 초보적인 인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피고인은 피해자와는 약 50년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초등학교 학생들의 성적 정체성 및 성적 가치기준의 정립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어 피해자의 담임교사를 맡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아니한 시점에서부터 숙제 또는 일기장 검사라는 과정에서 성기접촉을 상벌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이에 대해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의사에 반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암묵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통제의 기제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피해자가 학교생활에 부적응하도록 하는 원인을 제공하거나 피해자의 인격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행위는 피고인의 의도, 피해자의 성별 및 나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3) 소 결

그렇다면 이 사건은 학교라고 하는 공개된 공적 공간에서 초등학생들의 전인격적인 지도를 담당하여야 할 교사인 피고인이 만 9세의 학생인 피해자의 성기를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서, 그 동기가 아무리 순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교육의 방법과 수단으로서의 적정성을 그르친 것이라는 점, 정신적, 육체적으로 미숙한 피해자의 성장 및 성적 정체성의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 앞서 살펴본 현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의 변화 등에 비추어 보아 이를 추행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피고인 및 검사)

피고인이 초등학교 교사로서 피해자에게 추행행위를 반복하고도 이에 대하여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이로 인하여 정신적 충격을 입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죄질이 불량하다고 할 것이나, 피고인이 30년 이상 교직에 봉직하여 온 점,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및 경위에 있어서 참작할 바가 있는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전과관계, 지능과 환경, 행위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적정하다고 보이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중현(재판장) 송승용 오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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