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받은 토지를 승낙 없이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다시 다른 사람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두 번째 설정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명의신탁받아 보관 중이던 토지를 피해자의 승낙 없이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준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고, 그 후 또 다시 다른 사람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주었다 하더라도 이는 횡령물의 처분행위로서 별개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근저당권 설정 및 말소등기의 과정을 시간순으로 단순화시켜 보면, 제1번 설정, 제2번 설정, 제1번 말소, 제3번 설정, 제2번 말소의 순으로 진행된 사안에서, 제3번 설정행위에 대하여 기소한 사건임).
피고인
검사
상고를 기각한다.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일단 횡령을 한 이후에 그 재물을 처분하는 것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는 것이고,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어서 타인의 재물을 점유하는 자가 그 점유를 자기를 위한 점유로 변개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그러한 영득의 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그 재물 전체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이병문으로부터 명의수탁받아 보관 중이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위 피해자의 승낙 없이 1991. 5. 8. 채권최고액 각 금 60,000,000원 및 15,000,000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공소외 한덕곤, 양창수에게 각 경료하여 줌으로써 객관적으로 위 토지 전체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발현시키는 행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때에 피고인의 위 토지 전체에 대한 횡령죄는 이미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 후 피고인이 기존의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모두 말소하여 피해자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를 회복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다시 이 사건 횡령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1992. 12. 29. 채권최고액 금 375,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공소외 김현동에게 경료해 주었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횡령행위의 완료 후에 행하여진 횡령물의 처분행위로서 위 횡령행위에 의하여 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이라고 할 것이니, 피고인의 위와 같은 소위가 별개의 횡령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횡령죄 및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