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횡령죄와 불가벌적 사후행위
나. 횡령죄에 있어서 미등기부동산의 보관자
다. 횡령죄에 있어서 횡령행위의 의미
라. 미등기건물의 관리를 위임받아 보관하고 있는 자가 임의로 건물을 자신의 명의로 보존등기를 하여 횡령한 후, 다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한 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인지 여부(적극)
가.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일단 횡령한 이후 재물을 처분하는 것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
나. 부동산의 보관은 원칙으로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인에 대하여 인정되지만 등기부상의 명의인이 아니라도 소유자의 위임에 의거해서 실제로 타인의 부동산을 관리, 지배하면 부동산의 보관자라 할 수 있고, 미등기건물에 대하여는 위탁관계에 의하여 현실로 부동산을 관리, 지배하는 자가 보관자라고 할 수 있다.
다.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횡령죄에 있어서의 행위자는 이미 타인의 재물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점유를 자기를 위한 점유로 변개하는 의사를 일으키면 곧 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단순한 내심의 의사만으로는 횡령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영득의 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가 있을 때 횡령죄가 성립한다.
라. 미등기건물의 관리를 위임받아 보관하고 있는 자가 임의로 건물에 대하여 자신의 명의로 보존등기를 하거나 동시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는 것은 객관적으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발현시키는 행위로서 횡령죄에 해당하고, 피해자의 승낙 없이 건물을 자신의 명의로 보존등기를 한 때 이미 횡령죄는 완성되었다 할 것이므로, 횡령행위의 완성 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한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새로운 법익의 침해를 수반하지 않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피고인
피고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보건대
1.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 이 협의 소유의 이 사건 미등기건물을 관리를 위임받아 거주하여 오던 중 이를 담보로 하여 돈을 차용할 것을 마음먹고, 1991.3.6. 마산지방법원 창원등기소에 위 건물이 피고인의 소유라는 취지를 기재한 건물소유권보존등기신청서와 채권자 김오랑, 채무자 피고인, 채권최고액 금 45,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신청서를 각 작성, 제출하여, 그 정을 모르는 등기공무원으로 하여금 건물등기부에 같은 내용의 소유권보존등기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각 마치게 함으로써 공정증서인 위 건물등기부에 각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고, 그 무렵 위 불실기재된 건물등기부를 위 등기소에 비치케 하여 각 이를 행사하고, 위 건물 1동을 횡령하고, 같은 해 7.23.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한 다음 근저당권자 최운규, 채무자 피고인 채권최고액 금 100,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신청서를 작성, 제출하여 그 정을 모르는 등기공무원으로 하여금 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비치하게 함으로써 공정증서원본을 불실기재하게 하여 행사하고, 또 위 건물 1동을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2. 그러나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일단 횡령을 한 이후에 그 재물을 처분하는 것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 당원 1978.11.28. 선고 78도2175 판결 참조).
3. 부동산의 보관은 원칙으로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인에 대하여 인정되지만 등기부상의 명의인이 아니라도 소유자의 위임에 의거해서 실제로 타인의 부동산을 관리, 지배하면 그 부동산의 보관자라 할 수 있고,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은 미등기의 건물에 대하여는 위탁관계에 의하여 현실로 부동산을 관리 지배하는 자가 보관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미등기건물의 관리를 위임받아 그 곳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의 보관자의 지위에 있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4.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횡령죄에 있어서의 행위자는 이미 타인의 재물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그 점유를 자기를 위한 점유로 변개(변개)하는 의사를 일으키면 곧 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단순한 내심의 의사만으로는 횡령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그 영득의 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가 있을 때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미등기건물의 관리를 위임받아 보관하고 있는 피고인이 임의로 그 건물에 대하여 자신의 명의로 보존등기를 하거나 동시에 타인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었다면 이는 객관적으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발현시키는 행위로서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승낙없이 이 사건 건물을 자신의 명의로 보존등기를 함으로써 이 때에 이미 횡령죄는 완성되었다 할 것이므로, 그 횡령행위의 완성 후에 타인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한 행위는 위 피해자에 대한 새로운 법익의 침해를 수반하지 않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5.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 있어서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