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횡령행위의 기수시기와 경합범의 성립
나. 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
가. 타인의 재물을 공유하는 자가 공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공유대지를 담보에 제공하고 가등기를 경료한 경우 횡령행위는 기수에 이르고 그후 가등기를 말소했다고 하여 중지미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가등기말소 후에 다시 새로운 영득의사의 실현행위가 있을 때에는 그 두개의 횡령행위는 경합범 관계에 있다.
나. 횡령죄는 상태범이므로 횡령행위의 완료후에 행하여진 횡령물의 처분행위는 그것이 그 횡령행위에 의하여 평가되어 버린 것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이라면 새로운 법익의 침해를 수반하지 않은 이른바 불가벌적사후행위로서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피고인
(사선)변호사 한정수, 김인규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변호인 한정수와 피고인 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변호인 김인규의 상고이유서 기재사실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도과후의 것이므로 위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내에서 참작한다).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한일규 소유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287의 90 대지 62평에 관하여 피해자인 김치만의 대여금 550만원과 피고인의 대여금 150만원의 담보로 김치만과 피고인 양인명의로 등기할 것을 피고인 단독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하여 보관함을 기화로 동 대지에 관하여 (1) 1973.11.10 공소외 김상택으로부터 금 50만원을 차용하면서 동 일자로 김상택앞으로 가등기를 경료해주고, (2) 1974.2.15 공소외 이봉옥으로부터 금 200만원을 차용하고 동일자로, 동인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고, (3) 1974.4.1 공소외 강광세로부터 금 120만원을 차용하면서 동일자로 동인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고, (4) 1974.7.12 공소외 허진으로부터 금 200만원을 차용하면서 동일자로 동인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어서 각 횡령한 것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또는 타인과 재물을 공유하는 자가소유자 또는 타 공유자의 승락을 받지 아니하고 일시적으로 또 상대방을 달리하면서 보관받은 또는 공유하는 재물을 여러차례 담보물로 제공하는 영득의사의 실현행위가 있을 때에는 그 수개의 행위는 경합범관계에게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본건의 경우에 본건 공소사실과는 별도의 사실인 피고인이 1974.2.8 공소외 임옥상으로부터 금 300만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서 본건 대지에 관하여 동인명의로 가등기를 경료하여 준 소위에 대하여 피고인이 1975.2.27 횡령죄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아 그 무렵 동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동 확정 판결이 있은 사실과 본건 범죄사실과는 모두 경합범관계에 있는 것이므로 기판력은 본건 범죄사실에 미치지 아니하고 수개의 행위중 일부가 불가벌적사후행위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하여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살피건대 위 (1) 사실은 1973.11.10 공소외 김상택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고 동인 앞으로 본건 대지에 관하여 가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는 것인바, 기록을 검토하여 보아도 원심이 동 사실을 인정한 조처에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있음을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김상택 앞으로 본건 대지에 관하여 가등기를 경료하여 줌으로써 횡령죄가 성립하였고 그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1974.2.7 동 가등기를 말소하여 소유권에 대한 침해를 회복한 후 다시 1974.2.8 공소외 임옥상에게 가등기를 경료하여 다시 횡령행위를 한 사실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심이 확정 판결이 있은 횡령죄와는 별도로 피고인의 위 (1)의 소위가 별개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음은 정당하고 위 (1)의 행위가 확정 판결을 받은 횡령행위에 흡수되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소론 법리오해의 논지는 이유없고 또한 피고인이 위 대지를 김상택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동인 앞으로 가등기를 경료하므로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니 피고인이 그후에 그 채무를 변제하고 그 가등기를 말소하였다고 하여 중지미수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위 가등기 말소행위가 중지미수에 해당한다는 소론 법리오해의 논지도 이유없으며 원심이 피고인의 위 (1)의 소위를 유죄로 인정한 조처에 소론 심리미진, 일사부재리원칙 위배, 불가벌적사후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공소권의 남용 내지는 공소제기의 법리오해의 위법이나 그밖의 법리오해의 위법있음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니 위 (1) 사실에 대한 상고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그러나 위 (2), (3), (4)의 각 사실에 관하여 보건대, 횡령죄는 상태범이므로 횡령행위의 완료후에 행하여진 횡령물의 처분행위는 그것이 그 횡령행위에 의하여 평가되어 버린 것으로 볼 수 있는 범위내의 것이라면 소위 불가벌적사후행위로서 별개의 별죄를 구성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것인바, 본건의 경우 피고인이 공유자(김치만)의 승락을 받지 아니하고 1974.2.8 공소외 임옥상으로부터 금 300만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 본건 대지에 관하여 동인 명의로 가등기를 경료하여 줌으로써(확정 판결이 있은 범죄사실로서) 그때에 이미 본건대지에 관하여 횡령죄가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 횡령행위 완성후인 1974.2.15, 1974.4.1과 1974.7.12에 각하여진 피고인의 위 (2), (3), (4)의 각 소위는 새로운 법익의 침해를 수반하지 않는 이른바 불가벌적사후행위로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원심이 위 (2), (3), (4)의 피고인의 각 소위가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음은 불가벌적사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 위법이 원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인 즉 원판결은 이점에서 파기를 면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이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위 (2), (3), (4) 사실에 관한 나머지 상고논지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없이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