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 등이 법정진술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는 그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할 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 소정의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와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검사
서울형사지방법원 1994.5.12. 선고 94노376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피고인이 1992. 9.초경부터 같은 해 12.말경까지 공소외 1로 하여금 피고인의 세무사 명의를 사용하여 세무대리 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검찰에서 한 자백은 일관성이 없을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피고인이 자백을 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조사가 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위 자백은 신빙성이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1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공소외 1에 대한 제3회 피의자 신문조서, 김남영, 장진호, 류근창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각 기재와 장진호가 작성한 진술서의 기재에 대하여는 원진술자들이 법정에서 “수사관이 그들에게 피고인이 세무사 명의를 대여한 것이 아니냐고 계속 추궁하면서 공소외 1이 다 자백하였으니 그에 맞추어 진술하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피고인이 세무사 명의를 대여한 것처럼 진술하게 된 것"이라고 하면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동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면서 받던 급여보다 더 적은 명의대여료를 받으면서까지 위 회계법인에서 탈퇴하여 세무사 명의를 대여하여야 할 특단의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위 증거들은 이를 믿을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선뜻 수긍하기가 어렵다.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 등이 법정진술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는 그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할 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고( 당원 1985.7.9. 선고 85도826 판결 참조),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 소정의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와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당원 1994.2.8. 선고 93도120 판결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수사기록 제204정)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단순히 이 사건 공소사실만을 시인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공소외 1을 알게 된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이 공인회계사 최종시험에 합격한 이후 1992. 8.말경까지 시청앞에 있는 동림회계법인사무실에서 회계감사와 세무지도업무를 담당하면서 세무사자격취득 수험생 등이 수강하는 서울회계학원의 강사로 일하였는데, 같은 해 9.경부터는 독자적으로 세무사사무실을 경영하려고 준비하던 중 평소 잘 알고 있는 공소외 조군환으로부터 공소외 1을 소개받아 알게되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1992. 8.초경부터 같은 해 12.말일까지 공소외 1로 하여금 피고인 명의로 세무대리를 하게 하였는데, 그 경위는 “ 공소외 1이 서울 중구 주자동에서 이영춘세무사 명의로 세무대리 업무를 하면서 확보한 90여개의 거래업체 및 집기 등을 권리금을 포함하여 금 20,000,000원에 피고인이 인수하기로 하였으나 피고인이 거래처와 직원 등을 완전히 파악하게 될때까지인 1993. 3.말까지는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명의로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피고인은 위 사무실에서 일하는 대가로 매월 금 1,500,000원씩의 월급을 받기로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위 사무실을 금 20,000,000원에 넘겨 받아 독자적으로 운영하기로 약정하고 그 준비기간 동안만 어쩔수 없이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명의로 사무실을 운영하기로 하였다가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거래처 등을 양도할 의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1993. 1.경부터는 피고인이 다른 곳에 따로 사무실을 개설하여 업무를 하고 있는 점 등을 참고하여 선처해달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다만 피고인은 위 진술에 이어 공소외 1과 함께 일하기 전에 동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면서 월 금 2,500,000원을 받고 있었으므로 공소외 1에게 월 금 1,500,000원을 받고 피고인의 명의를 빌려줄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에서 위 회계법인에서 근무할 당시의 소득세 영수증을 제출하겠다는 진술이 있으나 이는 피고인이 앞에서 자백한 진술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취지가 아니라, 피고인이 처음부터 공소외 1에게 월급을 받고 계속적으로 피고인의 명의를 대여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공소외 1로부터 위 사무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인수할 사무실의 업무와 직원들을 파악할 때까지 과도기적으로 어쩔수 없이 피고인의 명의를 대여하여 한시적으로 공소외 1로 하여금 위 사무실을 운영케 한 것이므로 이를 참작하여 달라는 취지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피고인은 검사 앞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1을 만나게 된 과정에서부터 피고인이 동림회계법인에서 받던 월급보다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까지 공소외 1에게 피고인의 명의를 대여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 등을 구체적이고도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소외 1과 위 사무실의 사무장으로 근무하던 공소외 장진호나 사무원으로 근무하던 공소외 김남영의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 역시 구체적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위 자백과 부합하고, 그 밖에 피고인이나 공소외 1 등이 수사관의 강압에 의하여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게 되었다는 의심을 갖게 할 별다른 상황이 있었다고도 보여지지 아니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검사 앞에서의 자백은 객관적이고 합리성이 있다고 보여지고, 또한 피고인의 자백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검사 앞에서의 피고인의 자백과 이에 부합하는 나머지 증거들의 증명력을 모조리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필경 자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