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임대인의 이행보조자가 임차인으로 하여금 임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임대인은 채무불이행에 의한 책임을 지고 그 이행보조자는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 양 책임의 관계
나.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 발생시 그 손해의 액수까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배상의무가 있는지 여부
다. 가집행부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심 계속중 피고가 변제공탁을 하고 원고가 이를 수령한 경우 / 가집행선고에 기하여 지급받은 것으로 보아 항소심에서 참작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 사례
가. 임대인인 피고 갑은 이행보조자인 피고 을이 임차물인 점포의 출입을 봉쇄하고 내부시설공사를 중단시켜 임차인인 원고로 하여금 그 사용·수익을 하지 못하게 한 행위에 대하여 임대인으로서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또한 피고 을이 원고가 임차인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원고로 하여금 점포를 사용·수익하지 못하게 한 것은 원고의 임차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이룬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을은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할 경우, 피고 갑의 채무불이행책임과 피고 을의 불법행위책임은 동일한 사실관계에 기한 것으로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다.
나. 채무불이행자 또는 불법행위자는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그러한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그러한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의 액수까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 가집행부 제1심판결이 선고된 후 피고들이 판결인용금액을 변제공탁하고 원고가 이를 수령한 경우, 피고들이 항소심에서 부대항소를 제기하면서 제1심에서 인용된 금액에 대하여 다투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그 금원은 비록 변제공탁이라는 형식을 취하였으나 채무자인 피고들이 제1심판결에 붙은 가집행에 기한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공탁한 것이라고 할 것이지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채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임의로 변제제공을 하였으나 원고가 수령을 하지 아니하여 변제공탁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원고가 공탁금을 수령한 것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채권의 일부를 임의로 변제받은 것이 아니라 제1심판결에 붙은 가집행선고에 의하여 지급받은 금원이라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제1심판결에 붙은 가집행에 기하여 지급받은 금원은 확정적으로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어서 항소심에서 이를 참작할 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고등법원 1994.3.29. 선고 93나32646 판결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이 피고 1에 대하여 인정한 것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이고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아니므로, 원심이 피고 1에 대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논지는 원심판결을 오해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제5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피고 1의 아버지로서 피고 1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임대차계약 및 관리 보수 등의 업무일체를 위임받아 처리하던 피고 2로부터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임차권양도의 승낙을 받아 소외 2로부터 판시와 같이 위 점포에 대한 임차권을 양수한 다음 소외 1로 하여금 이 사건 점포의 내부구조를 맥주판매점으로 개조하는 공사를 진행하게 하였는데, 피고 2가 위 건물에서 유치원, 레스토랑 등을 경영하는 다른 세입자들이 맥주판매점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가 이 사건 점포의 임차권을 양도받는 것을 인정할 수 없으니, 공사를 중단하고 이 사건 점포에서 퇴거하라고 요구하여 원고는 부득이 공사를 일시 중단하였다가 다시 공사를 진행하였으나 피고 2가 인부를 동원하여 이 사건 점포의 출입구에 쇠파이프를 가로질러 설치하여 이 사건 점포에의 출입을 막고 공사를 중단시킨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소외 2와 피고 1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상의 임차인의 지위는 피고 2의 승낙에 의한 임차권양도계약에 의하여 위 소외 2로부터 원고에게 승계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1은 임대인으로서 원고가 이 사건 점포에서 맥주판매점을 경영할 수 있도록 점포 내부구조의 개조를 허용하는 등 원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사용수익하게 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피고 2는 피고 1의 위 임대인으로서의 의무에 대하여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 출입을 막아버리고 내부시설공사를 중단시켜 원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사용 수익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피고 허 원은 이행보조자인 피고 허 종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임대인으로서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또한 피고 허 종가 원고가 임차인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원고로 하여금 임차물인 이 사건 점포를 사용 수익하지 못하게 한 것은 원고의 임차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이룬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허 종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며, 피고 허 원의 채무불이행 책임과 피고 허 종의 불법행위 책임은 동일한 사실관계에 기한 것으로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는 바, 관계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상호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석명권불행사로 인한 심리미진, 이유불비,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원심이 피고들에 대하여 인정한 손해는, 피고 1에 대하여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통상의 손해와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를, 피고 2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에 기한 통상의 손해와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를 인정한 것이지, 통상의 손해는 피고들에 대하여 모두 채무불이행 책임을,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피고들에 대하여 모두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것이 아니므로, 원심판결에는 소론과 같이 변론주의를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 또한 이유 없다.
제2점에 대하여
이 사건 기록을 검토하여 보면, 원고가 위 소외 2에게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임차권을 양도받으면서 시설비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한 사정을 피고들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본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채무불이행자 또는 불법행위자는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그러한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그러한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의 액수까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논지 역시 이유 없다.
제3, 제4, 제6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위 소외 1에게 점포의 내부구조를 맥주집으로 변경하는 내부시설공사를 공사대금 38,000,000원에 도급주는 계약을 체결하고, 당일 위 소외 1에게 착수금으로 금 18,000,000원을 지급하여 위 소외 1은 위 공사에 착수하였는데 피고들의 공사 및 출입 방해로 인하여 위 공사가 중단되어 버리고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위 소외 1은 당초계약에 따라 위 착수금을 공사를 착수할 때까지 지출한 설계비, 재료비 등 제반 비용으로 충당하여 원고는 위 착수금을 반환받지 못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들은 위 내부시설공사비 18,000,000원을 통상의 손해로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관계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임차인은 영업시설 설치에 지출된 필요비, 유지비 등 일체의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며 유치권도 행사하지 아니하고 연고권도 주장하지 아니한다”고 약정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약정은 그 문면상, 임차인이 당해 점포에 영업시설을 설치함으로써 들인 필요비, 유익비 등을 임대인에게 청구하지 않고 이를 포기하며, 또한 임차인이 설사 전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하고 임차권을 양도받은 경우라도 그 권리금을 임대인에게 주장하지 않고 기간 만료된 경우 원상으로 회복하여 주겠다는 취지의 약정이라고 할 것이나, 이러한 약정은 임대차계약이 계약대로 이행되어 기간이 만료된 경우나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예컨데 임료의 지체)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등에 적용되는 약정이지,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임대인이 임차권의 양도를 승낙하여 임차권을 양도받은 원고가 그 승낙의 내용에 따라 맥주판매점으로 내부공사를 하는 것을 임대인측에서 방해하여 영업을 개시 조차 못하게 함으로써 발생한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적용되는 약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이 위 규정을 들어 원고가 전임차인에게 시설비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및 내부시설공사비 상당의 손해의 배상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이 내부시설공사비 금 18,000,000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취지로 판단하면서 그 배상을 명하였음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를 잘못 해석한 위법이나, 이유불비,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피고들이 원고가 전임차인에게 시설비 명목으로 지급한 금 27,500,000원에 대하여도 위와 같은 약정을 이유로 위 금원의 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도, 원심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소론과 같은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약정은 이 사건에서 적용될 것이 아니므로 피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위와 같은 판단유탈의 위법은 결국 판결결과에 영향이 없는 것이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제7점에 대하여
을 제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들은 제1심 판결선고 후인 1993.7.13. 채무자인 피고들이 채권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제1심 판결에서 피고 1에 대하여 인용된 금 39,600,000원을 변제하고자 현실제공하였으나 원고가 수령거절하였음을 공탁원인사실로 하여 위 금 39,600,000원을 변제공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는 원심 제2차 변론기일에서 위 공탁금을 수령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피고들이 원심에서 부대항소를 제기하면서 제1심에서 인용된 금액에 대하여 다투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금원은 비록 변제공탁이라는 형식을 취하였으나, 채무자인 피고들이 제1심 판결에 붙은 가집행에 기한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공탁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그 금액상당의 채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임의로 변제제공을 하였으나 원고가 수령을 하지 아니하여 변제공탁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를 피고들에 의한 임의의 변제공탁으로 본다면 / 가령 원심의 심리결과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고 피고들의 부대항소가 이유 있어 제1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이 취소되고 취소부분의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다고 가정하여 볼 때, 이러한 경우 위 변제공탁된 금원은 채무 없음을 알면서 한 비채변제에 해당하여 피고들이 원고에게 반환을 구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피고들이 부대항소를 제기한 취지에도 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고가 위 공탁금을 수령한 것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채권의 일부를 임의로 변제받은 것이 아니라, 제1심 판결에 붙은 가집행선고에 의하여 지급받은 금원이라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제1심 판결에 붙은 가집행에 기하여 지급받은 금원은 확정적으로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어서 항소심에서 이를 참작할 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다(당원 1982.12.14. 선고 80다1101,1102 판결; 1990.5.22. 선고 90므26,33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원심이 원고가 위 공탁금을 수령하였음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소론과 같이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