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5. 2. 14. 선고 93도3453 판결

대법원 1995. 2. 14. 선고 93도345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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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법위반][집43(1)형,513;공1995.3.15.(988),1369]

판시사항

구 변호사법 제78조 제2호 소정의 “감정” 및 “대리”의 의미나. 변호사 아닌 자가 교통사고원인 분석 등 감정을 하고 비용을 받은 경우, 구 변호사법 제82조 에 의한 몰수, 추징의 범위

판결요지

가. 구 변호사법(1993.3.10. 법률 제45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 제2호 의 입법취지와 현행 변호사법 이 그 조항을 이어받은 제90조 제2호 에서 “감정” 및 “대리”를 “법률사건”에 관한 “법률사무" 취급의 한 태양으로 조문 내용을 개정하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여 보면, 구 변호사법 제78조 제2호 소정의 “감정” 및 “대리”는 민 형사소송에서의 그것과 반드시 개념범위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법률사건 즉 법률상의 권리, 의무에 관하여 다툼이나 의문이 있거나 새로운 권리의무관계의 발생에 관한 사건 일반에 있어서, 그 분쟁이나 논의의 해결을 위하여 행하여지는 법률사무 취급의 한 태양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따라서 “감정”은 법률상의 전문지식에 기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관하여 판단을 내리는 행위로서 법률 외의 전문지식에 기한 것은 제외되는 것으로, “대리”는 법률사건에 관하여 본인을 대신하여 사건을 처리하는 제반 행위로서 분쟁처리에 관한 사실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각각 이해함이 상당할 것이다.

나. 구 변호사법 제78조 제2호 소정의 “이익”은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취급을 금하는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변호사 아닌 자가 변호사법 이 금지하지 않는 교통사고원인 분석 등을 위한 감정을 하고 그 비용을 받은 것이라면 그 비용 범위 내에서는 범죄가 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그와 같은 실비변상의 범위를 넘는 범위에 한하여 범죄로 취급하고 구 변호사법 제82조 에 의한 추징이나 몰수도 그 범위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찬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사실 및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한국교통사고조사기술원 지부장인바, 변호사가 아님에도 교통사고 조사의뢰인으로 하여금 위 한국교통사고조사기술원 본사에 한 사건당 1,500,000원 정도의 돈을 내게 하고, 피고인은 본사로부터 한 사건당 활동비 명목으로 350,000 내지 750,000원 정도의 돈을 받거나 피고인이 당사자들로부터 직접 활동비등 명목으로 사전에 돈을 받고 당사자가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경우 나중에 그들로부터 성공보수조로 돈을 받기로 하고, 그들이 의뢰하는 교통사고 사건에 대하여 현장조사, 목격자 면담, 수사기록 열람, 이의신청, 진정서, 고소장 제출등을 통하여 의뢰인들의 주장을 관철시켜 줄 것을 마음먹고, 상습으로 1988. 7. 3. 12:40경 시외버스와 충돌사고를 당한 개인택시 운전사인 공소외 김진석으로부터 조사의뢰를 받고 사고현장에서 실측을 하고, 전주경찰서로 가서 수사기록중 실황조사서를 복사한 뒤 다시 실측을 하여 시외버스의 일방적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단정하고, 피고인이 작성한 사고분석서 초고와 위 자료들을 서울로 보내 같은 해 10. 17.경 피고인의 의견과 같은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받아 의뢰인에게 주는 등으로 수사중인 사건에 대하여 감정 및 대리행위를 한 이래, 1992. 12. 29.까지 사이에 모두 14회에 걸쳐 수사기관에서 수사중인 사건등에 관하여 감정 및 대리행위를 하고, 한국교통사고조사기술원 원장인 공소외 강성모로부터 활동비 명목으로 합계 5,600,000원을 교부받았다는 것이다.

원심은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제1심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다고 판단하고, 다만 피고인의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구 변호사법(1993. 3. 10. 법률 제45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0조 , 제78조 제2호 , 제82조 를 적용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5,600,000원 추징을 선고하였다.

2. 구 변호사법 제78조 제2호 소정의“감정”이나 “대리”를 한 사실이 없다는 논지에 대하여

가. 위 “감정” 및 “대리”의 의미

일반적으로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여 널리 법률사무를 행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하므로, 변호사법 에는 변호사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그 직무의 성실, 적정한 수행을 위해 필요한 규율에 따르도록 하는등 제반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자격이 없고, 규율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 처음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위해 타인의 법률사건에 개입함을 방치하면 당사자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해하고 법률생활의 공정, 원활한 운용을 방해하며, 나아가 법질서를 문란케 할 우려가 있다. 비변호사의 법률사무취급을 금지하는 구 변호사법 제78조 제2호 는 변호사제도를 유지함으로써 바로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취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입법취지와 현행 변호사법 이 위 조항을 이어받은 제90조 제2호 에서 “감정” “대리”를 “법률사건”에 관한 “법률사무”취급의 한 태양으로 조문내용을 개정하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여 보면, 위 “감정” 및 “대리”는 민,형사소송에서의 그것과 반드시 개념범위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법률사건 즉 법률상의 권리, 의무에 관하여 다툼이나 의문이 있거나 새로운 권리의무관계의 발생에 관한 사건 일반에 있어서, 그 분쟁이나 논의의 해결을 위하여 행하여지는 법률사무취급의 한 태양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따라서 “감정”은 법률상의 전문지식에 기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관하여 판단을 내리는 행위로서 법률외의 전문지식에 기한 것은 제외되는 것으로, “대리”는 법률사건에 관하여 본인을 대신하여 사건을 처리하는 제반행위로서 분쟁처리에 관한 사실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각각 이해함이 상당할 것이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교통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하여 사고현장을 실측하고 수사기록을 열람하며, 수집된 자료를 종합, 판단하여 그 결과를 분석보고서로 작성하여 의뢰인에게 교부하는 판시 각 행위는 기록상 그와 같은 분석이 물리적인 운동법칙등 전문지식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으로 인정되고(수사기록 152정 내지 214정), 변호사의 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므로, 변호사법 에서 말하는 “감정”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민,형사사건에서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미리 결론을 정해 놓고 그 결론을 정당화하는 자료만 수집하여 분석보고서를 만들어 주었다면 그러한 행위는 감정의 형식을 빌고 있더라도 사실상 과실의 유무 및 정도에 관한 법률적 주장행위로서,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전체적으로 보아 그러한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이고, 기록상 이를 인정할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판시 각 행위를 “감정”으로 본 원심은 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다음 이 사건 각 행위중 경찰의 현장검증등에서 의뢰인을 대신하여 참가하고 의견을 개진한 것은 사실상의 변호행위로서 “대리”에 해당하고, 의뢰인의 명의로 고소, 항고, 재항고등을 하였다면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였던 간에 피고인이 의뢰인을 대신하여 고소장등을 작성, 제출한 것은 사실상 사건해결을 주도하고 법률사건에 변호사가 아니면서 개입한 것으로서, 변호사법 상의 “대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수사담당자에게 잘못된 수사결론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거나 항의하는 행위도 불의의 시정을 구하는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의뢰자를 대신한 의뢰자에 대한 변호활동으로 볼 수 있는 한 변호사법 상의 “대리”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사고현장의 답사, 실측, 사진촬영 및 목격자의 진술을 수집하는 행위뿐 아니라 실황조사서의 복사행위도 물리적운동법칙등에 따른 사고원인 분석을 위한 자료수집행위로서 그에 부수되는 행위인 한 이를 변호사법 상의 “대리”로 볼 수 없다.

결국 원심이 위와 같은 구분없이 판시 각 행위 전체를 변호사법 상의 “감정”및“대리”로 인정한 것은 관계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에 위배하였거나 심리를 미진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는 것이고, 따라서 앞서 본 점을 지적하는 범위 내에서 논지는 이유 있다.

3. 실비변상을 받았을 뿐 금품등 이익을 받은 바 없었다는 논지에 대하여 위 구 변호사법 조항은 금품, 향응 기타 이익의 수수 또는 그 약속행위가 있어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위 법조항 소정의 “이익”은 비변호사의 법률사무취급을 금하는 앞서 본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때, 이 사건에서와 같이 피고인이 변호사법 이 금지하지 않는 사고원인 분석등을 위한 감정을 하고, 그 비용을 받은 것이라면 그 비용범위 내에서는 범죄가 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인바, 그와 같은 실비변상의 범위를 넘는 범위에 한하여 범죄로 취급하고 추징이나 몰수도 그 범위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한 아무런 구분없이 처단조치하고 있음은 위법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도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를 판단할 필요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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