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죄의 성립요건
나. 수표를 견질용으로 발행하면서 다른 담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원인채무를 변제하였는데 소지인이 반환의무에 위배하여 지급제시한 경우 발행인에게 위 법조항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본 사례
가.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의 죄는 예금부족 등으로 인하여 제시일에 지급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결과발생을 예견하고 발행인이 수표를 발행할 때에 성립하고, 그 예견은 미필적이라 하더라도 영향이 없으며, 기타 지급제시를 하지 않는다는 특약이나 수표를 발행하게 된 경위 또는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경위 등에 대내적 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부정수표발행의 죄책을 면할 수 없으나, 발행인이 그와 같은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아니하였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수표가 지급제시되지 않으리라고 믿고 있었고 그와 같은 믿음이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는 것이라면, 부정수표발행의 죄책을 인정할 수 없다.
나.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소위 견질용으로 수표를 발행한 것이나 갑의 요구에 따라 여러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 또는 가등기를 하는 방법으로 충분한 담보를 제공하였고, 갑은 피고인이 원리금을 다 갚을 때까지 위 수표를 담보로만 보관하고 있겠다고 각서까지 써 주어서 피고인이 제공한 다른 담보가 있는 한 갑이 수표를 지급제시하지 아니할 것으로 믿었고, 그 후 수표의 원인된 채무가 모두 변제되어서 피고인은 이 수표가 지급제시되지 아니하고 반환될 것으로 믿고 있었고 그 믿음이 정당한데 그 소지인인 갑이 이를 피고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의무에 위배하고 백지로 된 발행일을 무단기재하여 부당하게 지급제시한 것이라면, 피고인에게는 이 수표금이 지급되지 아니함에 따른
위 법 제2조 제2항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피고인
서울형사지방법원 1992.4.10. 선고 92노545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은 공소외 B로부터 돈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로 이 사건 수표들을 발행하여 그에게 교부한 것이고, 위 B는 위 수표들을 채무완제시까지 담보로 보관만 하기로 약정하였던 것인데 그 후에 피고인이 차용금을 모두 변제했음에도 위 B가 위 수표들을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부당하게 지급제시한 것이며, 피고인은 위 수표들을 발행할 때에 지급기일에 지급되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발행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1심은 피고인이 수표를 발행한 후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잘못 인정하였다는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제1심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마쳐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위 수표들이 지급제시될 경우 무거래나 예금부족으로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위 수표들을 발행 교부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고, 위 수표들을 발행함에 있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정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2.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의 죄는 예금부족 등으로 인하여 제시일에 지급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결과발생을 예견하고 발행인이 수표를 발행할 때에 성립하고, 그 예견은 미필적이라 하더라도 영향이 없으며, 기타 지급제시를 하지 않는다는 특약이나 수표를 발행하게 된 경위 또는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경위 등에 대내적 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부정수표발행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당원 1982.4.13. 선고 80도537 판결 참조), 수표의 발행인이 그와 같은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아니하였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수표가 지급제시 되지 않으리라고 믿고 있었고 그와 같은 믿음이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는 것이라면, 부정수표발행의 죄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3.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수표상의 발행일은 1989.5.19.이고 제시일은 같은 해 5.20.이나 그 실제발행일은 1985.8.27, 같은 해 10.25, 1986.5.26, 같은 해 6.30.이라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B로부터 돈을 빌리고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소위 견질용으로 이를 발행한 것이나, 위 B의 요구에 따라 여러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 또는 가등기를 하는 방법으로 충분한 담보를 제공하였고, 위 B는 피고인이 원리금을 다 갚을 때까지 위 수표를 담보로만 보관하고 있겠다고 각서(수사기록 248-250면)까지 써 주었으며, 담보로 제공받은 부동산 등에 의하여 원리금이 모두 변제되었는데, 위 B는 위 수표들을 반환해 달라는 피고인의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가 위 수표들의 발행일자를 1989.5.19.로 무단기재하여 제시하였다고 변소하고, 그에 관한 여러 증거(공판기록 48-182면, 243-269면)를 제출하였으며, 한편 위 B는 피고인을 상대로 이 사건 수표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하고 오히려 수표의 반환을 구하는 피고인의 반소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음을 알 수 있고, 또 피고인은 항소이유에서 위 B가 피고인을 상대로 하여 수표금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 사기미수에 해당한다고 공소제기되어 재판계류중에 있다고 주장하고, 피고인은 이 사건 수표를 위의 실제 발행일에 발행하여 담보용으로 보관시켜 놓았던 것이지 예금부족으로 제시일에 지급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결과발생을 예견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수표들을 발행하게 된 경위, 소지인인 위 B가 피고인에게 어떠한 약속을 한 것인지, 채무의 완제 여부, 위 B가 이 사건 수표들을 취득하여 소지하고 있다가 3∼4년이 지나서야 지급제시한 이유, 피고인이 이 사건 수표들이 지급제시되리라고 예견한 것이었는지 또는 지급제시되지 않으리라고 믿은 것인지 여부, 그 믿음이 정당한 것으로 수긍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 그 사실관계를 확정하여 피고인에게 부정수표단속법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이 사건 수표들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경위로 발행된 것이어서 피고인이 제공한 다른 담보가 있는 한 위 B가 이 사건 수표들을 지급제시하지 아니할 것으로 믿었고, 그 후 이 사건 수표들의 원인된 채무가 모두 변제된 것이어서 피고인은 이 수표들이 지급제시되지 아니하고 반환될 것으로 믿고 있었고 그 믿음이 정당한 것인데 그 소지인인 B가 이를 피고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의무에 위배하고 백지로 된 수표발행일을 1989.5.19.로 무단기재하여 부당하게 지급제시한 것이 사실이라면, 피고인에게는 이 수표금이지급되지 아니함에 따른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5.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의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미진하였거나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논지는 이 범위 안에서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