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도1732 판결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도173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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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증재]

판시사항

[1] 배임증재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의 의미 및 그 청탁의 방법

[2] 재건축조합의 조합장과 시공회사의 대표이사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명시적으로 있었음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는 없으나, 재건축공사의 진행 및 정산 등에 있어서 시공회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의를 보아 달라는 취지의 묵시적인 청탁은 있었다고 추인함이 상당하고, 이는 사회상규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므로 위 대표이사가 위 조합장에게 무상으로 재건축공사장의 식당을 운영하도록 한 것이 배임증재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도2090 판결(공1996하, 3366),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도776 판결(공1997상, 701)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이대복

환송판결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253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단지명 생략) 재건축공사의 시공사인 공소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2000. 3. 위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인 공소외인에게 위 재건축공사와 관련하여 '공사대금 증액이나 공사대금 정산 문제가 발생하면 공소외 주식회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편의를 제공해 주는 등 공사진행이나 공사비 정산 등에 있어 잘 협조하여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그 대가로 위 공소외인로 하여금 그 무렵부터 2001. 1.경까지 사이에 무상으로 위 재건축공사장의 속칭 함바식당을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위 공소외인에게 위 함바식당 운영수익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공여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수가 28명으로 매우 영세한 탓에 조합장에게 판공비나 월급을 지급하기 어려워 조합장이 무보수로 근무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시공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의 입장에서 어차피 공사장 인부들의 식사를 위하여 제3자에게 함바식당을 운영케 해야 할 상황이라면, 이왕이면 공사진행에서 긴밀한 업무협조 관계에 있는 조합장에게 함바식당을 운영케 함으로써 그 수익으로 조합장 판공비 내지 월급에 충당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의도였을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로 위 식당을 운영하게 하였던 것은 아닐 가능성이 있고, 위 식당의 운영으로 예상되는 수익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으며, 피고인이 조합장 공소외인에게 함바식당 운영권을 제공할 당시 위 함바식당을 운영해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고, 피고인의 위와 같은 결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조합원도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부정한 청탁이 있었을 것이라는 고소인의 진술은 추측에 불과하고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형법 제357조에 규정된 배임증재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과 이에 관련되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액수와 형식,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도2090 판결, 1997. 1. 24. 선고 96도776 판결 등 참조),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다.

그런데 원심판결의 인정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재건축조합의 전임 조합장 전용부는 1999. 3. 8. 조합장에서 물러나고, 공소외인가 그 무렵 조합장으로 선출되어 2001. 4. 20.경까지 조합장으로 재직하였으며, 이 사건 재건축공사는 공소외인이 조합장으로 취임한 이후인 1999. 12. 10.경부터 2001. 3. 15.경까지 이루어졌고, 함바식당은 2000. 3.경부터 2001. 1.경까지 운영된 사실, 공소외인는 피고인으로부터 함바식당의 운영권을 제공받은 이후인 2000. 4. 20.경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피고인 운영의 공소외 주식회사를 위하여 위 회사의 채권자에게 재건축조합의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한 뒤 공증하여 주고, 그로 인하여 조합 소유의 토지에 가압류등기가 경료되도록 함으로써 업무상배임죄로 처벌받기까지 한 사실, 공소외인은 시공사의 추가공사비 지급요구와 관련하여 조합원들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은 채 피고인이 제시한 공사비용 정산자료만을 검토한 후, 이에 동의하여 준 바 있고, 2000. 8. 19. 재건축조합원들을 상대로 하여 위 재건축아파트의 호수 추첨이 있었는데 피고인의 적극적인 배려로 공소외인은 추첨을 통하지 않고도 위 재건축아파트의 로얄층에 해당하는 11층 6호를 배정받게 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사실에, 이 사건 함바식당의 운영수익이 많지 않다고 하여 그 운영권에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위 함바식당의 운영자를 결정하는 것은 시공사의 전권사항이라고 할 것이어서 조합원의 동의나 이의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점(수사기록 141, 523면 참조), 특히 공소외인은 이 사건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으로서 이 사건 재건축 공사의 진행 및 정산 등에 관하여 조합을 대표하여 시공사와 접촉하기 때문에, 시공사의 이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공소외인이 보수를 받는지 여부는 재건축조합의 조합원들이 결정할 사항이고 그 보수를 받아야 한다면 조합원들로부터 받아야 하는 것이지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시공회사가 이에 관여하거나 시공회사로부터 이를 받을 이유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공소외인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명시적으로 있었음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는 없으나, 재건축 공사의 진행 및 정산 등에 있어서 시공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의를 보아 달라는 취지의 묵시적인 청탁은 있었다고 추인함이 상당하고, 이는 사회상규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위 함바식당의 운영권도 위와 같은 청탁과 관련하여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피고인이, 공사 진행에서 긴밀한 업무협조 관계에 있는 조합장에게 함바식당을 운영케 함으로써 그 수익으로 조합장 판공비 내지 월급에 충당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고, 공소외인이 위 식당의 운영권을 취득함에 있어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형법 제357조에 정하여진 부정한 청탁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고현철 김영란(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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