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임수증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의 의미와 그 판단기준
[2] 대학교수가 특정출판사의 교재를 채택하여 달라는 청탁을 받고 교재 판매대금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원을 받은 경우 배임수증죄를 긍정한 사례
[1] 배임수증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과 이에 관련되어 교부받거나 공여한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2] 대학교수가 특정출판사의 교재를 채택하여 달라는 청탁을 받고 교재 판매대금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원을 받은 경우 배임수증죄를 긍정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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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
변호사 심일동 외 2인
서울지법 1995. 7. 27. 선고 95노2293 판결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의 상고이유 중 부정한 청탁에 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배임수증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과 이에 관련되어 교부받거나 공여한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88. 12. 20. 선고 88도167 판결, 1991. 6. 11. 선고 91도41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대학교수들인 피고인들은 원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동인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자를 교재로 채택하거나, 교재로 사용할 편집책자의 출판을 위 출판사에 맡겨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공소장 기재와 같이 학기마다 위 교재들의 판매대금의 약 30-40%에 해당하는 금원을 각 받은 사실, 피고인 1, 2는 자신들이 편집한 책자의 출판을 위 출판사에 의뢰하거나 인세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없고, 그들이 편집한 책자에 인지도 첨부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피고인 1, 2가 위 원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받은 금원을 저작물에 대한 인세로 볼 수 없다 할 것이고, 위 원심 공동피고인은 대학교재의 채택 및 출판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피고인들에게 위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자를 교재로 채택하거나, 교재로 사용할 편집책자의 출판을 위 출판사에 맡겨 달라는 취지로 통상의 인세의 범위를 훨씬 넘는 금원을 교부한 것이어서, 위 교재채택 및 출판에 대한 청탁은 그것이 묵시적이라 하더라도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그에 대한 금품수수가 의례적이라거나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본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위와 같이 교재의 채택과 금원의 교부가 학기마다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이를 기존 계약관계 유지를 위한 사례금으로 볼 수는 없으며, 위 교재의 내용이 강의교재로 사용하는데 객관적으로 하자가 없는 것이라고 하여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사실오인 또는 부정한 청탁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소론이 내세우는 대법원판결들은 모두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의 상고이유 중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칠 교재의 선택 및 출판업자의 선정업무는 대학교수로서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들은 배임수재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배임수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대학교수인 피고인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칠 교재의 선택 및 출판업자를 선정하는 일은 피고인들의 자유재량에 맡겨짐은 사실이나, 이는 대학교의 수업권( 교육법 제150조 참조)을 위임받은 것이라 할 것이므로 자신의 학문적인 성과를 저술한 책자를 출판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재로 쓸 것을 전제로 하는 한 이를 피고인들의 자신의 업무라고 볼 수는 없다 는 이유로 피고인들의 항소이유를 배척하였는바, 기록과 관계 법령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판단은 수긍이 가고( 대법원 1970. 9. 17. 선고 70도1355 판결, 1991. 1. 15. 선고 90도2257 판결, 1991. 6. 11. 선고 91도688 판결 등 참조), 교육법상 대학교원의 학문연구·교육의 자유가 보통교육기관의 교원이 갖는 교육의 자유보다 폭넓게 보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교재의 채택 등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이 사건의 경우까지 보호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며, 소론이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판결들도 모두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다. 논지도 모두 이유 없다.
3. 피고인 2, 3의 변호인들의 상고이유 중 나머지 상고이유들에 대하여 원심판결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들에 대한 판시 범행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상지대학교만의 특수한 사정으로 자율적인 교재채택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이나 공모관계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거나 이를 전제로 형평에 어긋난다는 피고인 3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들이 판시와 같이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그 후에 그 중 일부 금원을 학과 및 학회운영비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수할 당시에 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거나 피고인들에게 재산상 이익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배임수재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할 것이고, 소론이 내세우는 대법원판결들도 역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다. 논지 역시 모두 이유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