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10조 제4항에 정한 '위력'의 의미 및 위력 행사 여부의 판단 방법
[2]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당황하고 겁을 먹은 나머지 의사에 반하여 간음을 당하였다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1]
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도2506 판결(공1998상, 644)
검사
변호사 이정일
서울고법 2004. 8. 24. 선고 2004노 1279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04. 1. 24. 02:00경 아들의 여자친구인 피해자 공소외 1(여, 17세)이 술에 취한 것을 이용하여 여관에서 잠을 재워 주겠다고 유인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간음할 것을 마음먹고, 모텔로 피해자를 데려간 다음, 침대 위에서 잠을 자자면서 술에 취한 피해자를 끌어안고 그 옷을 벗기려 하고 피해자가 하지 말라고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힘으로 피해자의 옷을 벗긴 후 울고 있는 피해자와 1회 성교하여 위력으로 여자 청소년을 간음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기는 하였으나 그 과정 전후에 걸쳐 나타난 정황들, 즉 ⓛ 피고인이 샤워를 하거나 맥주를 사러 밖으로 나갔을 때에도 피해자는 모텔에 그대로 있었고 또 함께 맥주를 마신 점, ② 피고인이 안겨보라고 하자 피해자가 스스로 안긴 점, ③ 피고인이 성관계를 가지기 위해서 폭행, 협박을 하거나 힘으로 완전히 제압한 것도 아닌 점, ④ 피해자는 성관계 후 모텔을 나온 다음 바로 공소외 2를 만나 함께 여관에 들어가서 또 다시 성관계를 가진 점, ⑤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성관계 사실을 스스로 밝힌 것이 아니라 이모로부터 왜 외박을 하였느냐는 말을 듣고는 그러한 사실을 이야기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보다 32살이나 많고 남자친구의 아버지였고, 피해자가 17세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겁을 먹은 나머지 성관계를 가졌다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기에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으나 갑작스럽고 위압적인 행동에 겁을 먹어서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못하였고, 성관계를 할 때에도 계속 몸을 비틀며 거부하였으나 피고인의 힘에 눌려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 부분은 믿기 어렵고, 그 밖에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모두 피해자로부터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서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하므로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할 수 없다.
가.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청소년강간등)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여자 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청소년에 대하여 추행한' 것인바, 이 경우 위력이라 함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도2506 판결 참조),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한 것인지 여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내지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1986. 5. 13.생(이 사건 당시 만 17세 8개월 남짓) 여자 청소년으로, 2003. 6.경부터 피고인의 아들인 공소외 6(당시 만 20세)과 사귀기 시작하여 약 10여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바 있고, 2003. 7.경에는 피고인(이 사건 당시 만 49세 6개월 남짓, 키 172cm, 몸무게 57㎏)에게도 인사를 하여, 그 무렵부터 피고인은 피해자를 '애기야'라고, 피해자는 피고인을 '아버지'라고 호칭하였으며(수사기록 54면), 그 후 피고인, 피해자 및 공소외 6은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피고인의 거주지인 서울 (이하 주소 생략)에서 함께 자기도 한 사실, 피해자는 이 사건 며칠 전 공소외 6으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서 미련이 남아 계속하여 공소외 6에게 만나자는 전화를 하였으나 거절당하자 이 사건 전날인 2004. 1. 23. 저녁에 2시간에 걸쳐서 친구들과 함께 맥주 약 4,000㏄ 가량을 마셨고, 그 후 피고인에게 세배를 드리러 가겠다고 전화연락을 하고 그날 22:00경 피고인의 집으로 피고인을 찾아간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공소외 6을 잘 설득할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피고인의 집 부근에 있는 식당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가 삼겹살과 소주 2병 가량을 함께 먹은 후 그날 23:00경 식당을 나와,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의 집으로 가서 자겠다는 말을 듣고서는 피해자에게 집에서 몸 좀 녹이고 있으라고 한 다음, 약속 때문에 다시 밖으로 나간 사실, 그 후 피고인은 집으로 돌아 와 자고 있던 피해자에게, 여기서 자면 아들이 오해할 수도 있으니 여관에 가서 자라고 하면서 2004. 1. 24. 02:00경 피고인의 집 부근에 있는 (상호 생략)모텔로 피해자를 데려 간 사실, 피고인은 모텔에 들어가서 샤워를 한 다음 피해자에게 맥주를 한 잔 하자고 하면서 다시 밖으로 나가서 맥주 등을 사 가지고 와서는 피해자와 함께 마시면서, 피고인은 '힘 내거라, 아들 공소외 6과 앞으로 만날 수 있게 잘 말해 보겠다.'라고 말하고 피해자는 '아버지,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서로 대화를 나눈 사실(수사기록 41, 66, 67, 118면) 등은 쌍방의 진술이 대체로 일치하고, 다만 피고인으로부터 간음당한 경위에 대한 피해자의 다음과 같은 진술 즉, 피해자는 피고인과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눈 다음 피고인에게 '안 가시냐'라고 물었음에도 피고인은 집으로 가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자자고 하면서 그냥 침대에 누워 피해자도 취한 상태에서 조금 떨어져 침대에 누웠는데, 이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애기야 안겨봐라'고 하자 피해자는 평소 아버지라 부르며 믿고 지내왔기에 의심 없이 피고인 옆으로 가 피고인에게 안겼고(수사기록 10, 11, 51, 60면), 그러자 피고인은 피해자를 껴안고 키스를 하면서 '이러지 마세요'라는 피해자의 말을 무시한 채 피해자의 팔목 부위를 저항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있게 꽉 잡았고, 울면서 눈을 감은 채 몸을 비트는 피해자의 청바지를 그 벨트부분을 잡고 힘으로 벗긴 다음 피해자를 간음하면서 '이제부터는 내가 너를 사랑해 줄께'라고 말하였으며(수사기록 11, 21, 22, 52, 119, 147면, 공판기록 91, 92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리거나 협박하지는 않았고 입을 막지도 않았으며, 팔목부위를 잡는 것 이외에는 무릎 등으로 피해자의 몸을 누르지는 않았으나, 피해자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음에도 이성을 잃은 피고인에게 맞을까봐 겁이 나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 피고인의 행동에 소극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수사기록 11, 54, 62면, 공판기록 35, 38, 91, 92면)는 진술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이를 완강히 부인하면서 자신은 침대 옆에 앉아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잤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 이 사건 간음경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비록 사소한 점에서 약간의 불일치한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매우 구체적인데다가 경찰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어 있는 점, 피해자가 간음당한 그 날 새벽 04:00경 공소외 6의 친구인 공소외 3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인으로부터 간음을 당했다.'라고 말하고 이는 공소외 3, 공소외 6의 진술과도 부합하는 점(수사기록 114, 116, 117, 127, 128면, 공판기록 36면), 그 무렵 피해자가 비록 피고인의 아들인 공소외 6으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미련이 남아 있던 상태에서, 자신이 신뢰하고 그러한 자신을 위로하여 주던 피고인에 대하여 거짓진술로서 무고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기록상 전혀 나타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날 밤 피해자와 피고인간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려워 보이고, 사정이 그러하다면, 피고인의 아들과 사귀면서 여러번 성관계까지 가진 바 있을 뿐만 아니라 헤어지자는 그 아들을 잊지 못하고 있던 피해자가 그 아버지인 피고인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여 성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경험칙상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점, 이 사건 당시 술에 취한데다가 아버지로 믿고 따르며 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피해자로서는 한번 안겨보라는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기는 하였지만, 피고인이 갑자기 껴안고 키스를 하고 반항하는 자신의 팔목부위를 저항하기 어려운 정도로 힘있게 잡고 덤벼들 줄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피해자로서는 순간적으로 피고인에게 압도당하여 정상적인 반항을 한다는 것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당황하고 겁을 먹은 나머지 의사에 반하여 간음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이를 가볍게 배척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라. 한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근거로 원심이 들고있는 정황 중 위 ①, ②의 점은 피해자가 그 때까지 피고인을 자기를 사랑해주는 친아버지처럼 신뢰하고 있었다는 사정을 간과한 점에서, 그 ④, ⑤의 점은 피해자가 위와같이 간음당한 그날 새벽 04:00경 공소외 6의 친구인 공소외 3에게 전화하여 피해사실을 알린 점과 그날 05:00경 컴퓨터 채팅으로 알고 지내던 공소외 2의 도움을 청하여 개봉전철역 부근에 있는 여관에 들어갔지만, 곧바로 잠을 잤으며, 그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그 다음날 15:00경 공소외 2의 요구에 의한 것인 점(수사기록 72, 115면)에서, 끝으로 원심이 들고있는 ③의 점에 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남자친구의 아버지로서 키가 큰 중년의 어른인 반면, 피해자는 다소 술에 취한 만 17세 가량의 여자 청소년에 불과한데다가 심야에 다른사람의 출입이 곤란한 모텔방에 피고인과 단 둘이만이 있게됨으로써 폭행·협박 등 물리력에 의하지 않더라도 이 사건과 같은 피고인의 돌발적인 행동에 제압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간과한 점에서, 어느 것이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사유로서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하고 피고인이 위력으로써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청소년강간등)죄에 있어서의 위력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