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37676 판결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3767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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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금][공2005.12.15.(240),1950]

판시사항

[1]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2] 하자확대손해로 인한 수급인의 손해배상채무와 도급인의 공사대금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지 여부(적극)

[3] 제3채무자의 압류채무자에 대한 자동채권이 수동채권인 피압류채권과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경우, 그 자동채권이 압류 후에 발생한 것이더라도 피압류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건설산업기본법 이 적용되는 건설공사의 하도급계약관계에서 하수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수급인의 책임 및 여기서 말하는 '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한다는 것의 의미

[5] 노무도급의 경우, 도급인이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6] 부진정 연대채무자 중 1인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를 실제로 이행한 도급인이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는 수급인에 대하여 취득하게 되는 구상권과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이 동시이행관계에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민사소송법 제136조 는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제1항 ),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제4항 )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말미암아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에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만약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2] 수급인이 도급계약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도급인의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수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는 한 도급인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원래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입각하여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채무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고 관련되어 있을 때 그 이행과정에서의 견련관계를 인정하여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한 채 당사자 일방의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때에는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러한 제도의 취지로 볼 때 비록 당사자가 부담하는 각 채무가 쌍무계약관계에서 고유의 대가관계가 있는 채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계약관계에서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약정내용 등에 따라 그것이 대가적 의미가 있어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인정되어야 하는 점, 민법 제667조 제3항 에 의하여 민법 제536조 가 준용되는 결과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하자보수와 함께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채권과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은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하자확대손해로 인한 수급인의 손해배상채무와 도급인의 공사대금채무도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제3채무자의 압류채무자에 대한 자동채권이 수동채권인 피압류채권과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비록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어 압류의 효력이 생긴 후에 비로소 자동채권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제3채무자로서는 그 채권에 의한 상계로써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이 경우 자동채권이 발생한 기초가 되는 원인은 수동채권이 압류되기 전에 이미 성립하여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므로 그 자동채권은 민법 제498조 에 규정된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그 후에 취득한 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4]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3항 은 "수급인은 하수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하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건설산업기본법 이 적용되는 건설공사의 하도급계약관계에서 하수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그 하수급인은 물론 거기에 귀책사유가 없는 수급인도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한다는 것은 건축법 등 각종 법령·설계도서·건설관행·건설업자로서의 일반 상식 등에 반하여 공사를 시공함으로써 건축물 자체 또는 그 건설공사의 안전성을 훼손하거나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5] 일반적으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는 지휘·감독의 관계가 없으므로 도급인은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없는 것이지만,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와 같은 이른바 노무도급의 경우에는 비록 도급인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있다.

[6] 부진정 연대채무자 중 1인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를 실제로 이행한 도급인이 사용자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수급인에 대하여 취득하게 되는 구상권은 도급인이 하자보수와 함께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채권이나 이른바 하자확대손해의 배상채권의 변형물로서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과 그 실질에 있어서 대가적인 의미가 있어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함이 상당하므로 위 양 채권은 서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평 담당변호사 박연철 외 2인)

피고,상고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홍익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안동일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먼저 그 설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 즉 소외 주식회사 지아산업(나중에 '주식회사 경부산업'으로 그 상호가 변경되었는데, 이하 편의상 '지아산업'이라 한다)이 1999. 12. 13. 피고로부터 '올림픽대로 하일-행주대교간 미끄럼방지 포장공사'를 공사대금 410,575,146원에 도급받았고, 소외 1은 1999. 12. 27. 지아산업으로부터 위 포장공사를 하도급받아 2000. 5. 12.경 그 공사를 완성한 사실, 원고는 지아산업에 대한 공증인가 새서울합동법률사무소 2000년 증제77호 집행력 있는 약속어음 공정증서 정본에 터 잡아 2000. 5. 23. 서울지방법원 2000타기4798호 로 지아산업의 피고에 대한 위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이하 '이 사건 전부명령'이라 한다)을 받았고, 위 명령은 그 무렵 피고에게 송달되었다가 2000. 8. 8. 확정된 사실, 그 후 피고는 당시 시행되던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 제1항 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2000. 6. 5. 원고의 동의 아래 지아산업과 소외 1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 중 노임 부분에 해당하는 126,634,460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이어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터 잡아, 이 사건 전부명령에 의하여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이 원고에게 이전되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전부명령에 따른 전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피고의 다음과 같은 상계항변, 즉 피고가 지아산업에 대하여 갖고 있는 구상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위 전부금채무와 서로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주장에 관하여는, 피고가 지아산업에 대하여 구상권을 실제로 취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이를 배척한 다음,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인 제1심판결을 사실상 유지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민사소송법 제136조 는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제1항 ),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제4항 )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말미암아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에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만약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4143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미끄럼 방지턱 공사의 하자로 판명될 경우에는 공사계약조건에서 정한 바에 따라 위 지아산업이 전적으로 위 소외 망인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기록 43, 139쪽)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피고 서울특별시가 위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하여 그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경우에는, 피고 서울특별시는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자인 위 지아산업에게 그 지급된 손해배상금 상당 금액의 구상금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것"(기록 162쪽), "피해자측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채무를 부담하는 피고가 그 손해배상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구상금채권과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상계하게 된다면, 위 공사대금채권은 모두 소멸하게 되는 것"(기록 241, 265, 306쪽 등)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으나, 2002. 4. 9.자 준비서면 등을 통하여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그 손해배상금의 지급책임이 인정됨에 따라 위 지아산업에 대하여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거나 그 손해배상금의 지급에 따르는 구상금채권을 가지게 되는 피고 서울특별시로서는 그 손해배상금 상당액 또는 그 손해배상금의 지급에 따르는 구상금채권과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상계한다면 위 공사대금채권은 모두 소멸하게 되는 것"(기록 177쪽), "지아산업의 공사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피고 서울특별시 측의 위 지아산업에 대한 손해배상금액이나 구상금채권 등 그 구체적인 자동채권의 상계금액도 위 사건의 판결이 확정되어야 비로소 산정될 수밖에 없는 것"(기록 241, 266쪽), "지아산업으로서는 피고 서울특별시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지급책임을 피할 길이 없는 것"(기록 351쪽)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여, 이 사건 자동채권의 발생 근거와 그 성격에 관한 피고의 위 각 주장에는 법률상 관점에서 볼 때 불명료한 점이 없지 아니하였으므로, 위의 법리에 비추어 일단 원심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에서 피고가 내세우는 자동채권의 발생 근거와 성격이 단지 부진정 연대채무자 내부관계에서의 구상권에만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과 더불어 도급인인 피고가 수급인인 지아산업에 대하여 민법 제390조 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채권(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 참조)까지도 아울러 포함되어 있는지를 먼저 밝힌 다음, 그에 따라 명백하게 드러난 피고의 주장의 당부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하였어야 옳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그런데 만약 피고가 이러한 손해배상채권까지도 이 사건 상계항변의 자동채권으로 내세운 것이라면, 원심은 피고의 이러한 상계항변의 당부에 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아니한 셈이 되어 판단 누락의 잘못을 저지른 것이 되고 이러한 잘못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판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즉, 수급인이 도급계약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도급인의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수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는 한 도급인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 앞에 나온 대법원 2001다70337 판결 참조), 원래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입각하여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채무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고 관련되어 있을 때 그 이행과정에서의 견련관계를 인정하여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한 채 당사자 일방의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때에는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러한 제도의 취지로 볼 때 비록 당사자가 부담하는 각 채무가 쌍무계약관계에서 고유의 대가관계가 있는 채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계약관계에서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약정내용 등에 따라 그것이 대가적 의미가 있어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인정되어야 하는 점 (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다24236 , 24243 판결 등 참조), 민법 제667조 제3항 에 의하여 민법 제536조 가 준용되는 결과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하자보수와 함께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채권과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은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하자확대손해로 인한 수급인의 손해배상채무와 도급인의 공사대금채무도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3채무자의 압류채무자에 대한 자동채권이 수동채권인 피압류채권과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비록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어 압류의 효력이 생긴 후에 비로소 자동채권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제3채무자로서는 그 채권에 의한 상계로써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이 경우 자동채권이 발생한 기초가 되는 원인은 수동채권이 압류되기 전에 이미 성립하여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므로 그 자동채권은 민법 제498조 에 규정된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그 후에 취득한 채권'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 대법원 1993. 9. 28. 선고 92다5579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는 올림픽대로 중 굽은 구간이나 경사진 구간에 차량의 미끄러짐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찰력을 높여주는 미끄럼방지용 골재를 일정 면적에 도포하는 공사로서, 불완전하게 접착된 골재가 탈리(탈리)되는 경우 오히려 차량의 미끄러짐을 증대시킬 수 있으므로 골재도포 후 1시간 이상 계속 교통을 통제하면서 충분히 양생을 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여전히 부착되지 아니한 상태의 잔류 골재를 깨끗이 수거하여야 하며, 차량의 통행으로 말미암아 추가로 탈리되는 골재도 있을 수 있으므로 공사 후 1, 2일 동안 청소를 반복하여야 하는 것이었던 사실, 하수급인인 소외 1이 교통운영개선기획단의 승인과 도급계약 변경이 이루어진 직후인 2000. 2. 11. 부하직원들과 일용 근로자들 및 공사장비를 투입하여 먼저 서울 강동구 암사동 지점의 공사를 마친 다음, 계속하여 2000. 2. 13.(일요일) 10:00경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청담2교 앞의 우로 굽은 약 75m 구간의 4개 차로 중 3, 4차로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당시 올림픽대로를 순찰하던 교통경찰은 그 공사구간의 교통이 통제되어 정체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고 소외 1 등에게 당일 13:00부터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될 국제합동축복결혼식행사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조속히 마무리작업을 완료하도록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하수급인인 소외 1과 인부들은 1, 2차로의 공사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3, 4차로에 도포한 골재가 완전히 양생되지도 아니한 상태에서 청소를 대강 마친 뒤 교통을 개통하고 현장에서 철수하였으며, 이 때문에 불완전하게 양생된 노면 위로 차량의 통행이 이어짐에 따라 많은 양의 잔류 골재가 이탈되어 노면에 산재하게 되었던 사실, 그런데 소외 3이 위 포장공사 다음날인 2000. 2. 14. 00:45경 영업용 택시를 운전하고 올림픽대로 3차로 위를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진행하던 중 공사현장인 청담2교 부근에 이르러, 노면에 산재하여 있던 잔류 골재 때문에 미끄러져서 4차로 갓길 쪽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킨 후, 견인차를 기다리면서 왼편의 1차로 안쪽에 설치된 청담공원 방향 유턴 차로 위에 위 택시를 정차하여 두었고, 그 뒤에 사고처리를 위하여 출동한 견인차와 교통순찰차가 정차하고 있었는데, 마침 소외 2도 위 선행사고 발생 직후인 2000. 2. 14. 01:07경 (차량등록번호 생략) 포텐샤 승용차를 운전하고 올림픽대로 4차로 위를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시속 약 116㎞의 과속으로 진행하던 중 마침 청담2교 부근에 이르러 소외 3과 마찬가지로 노면에 흩어져 있던 골재 때문에 왼편의 1차로 쪽으로 미끄러지면서 1차로 안쪽의 유턴 차로에서 정차중이던 위 견인차의 뒷부분과 왼편의 청담공원 경계석을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고, 그 사고로 말미암아 소외 2와 동승자인 소외 4, 소외 5, 소외 6이 현장에서 모두 사망한 사실, 그 후 망 소외 4의 유족들인 소외 7, 소외 8과 망 소외 5, 망 소외 6의 유족들인 소외 9, 소외 10, 소외 11이 위 사고현장의 하자로 말미암아 위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와 소외 1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제1심에서는 패소판결을 선고받았으나, 이에 대하여 소외 7과 소외 8만 항소한 결과 그 항소가 일부 받아들여져 2003. 1. 22.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피고와 소외 1로 하여금 연대하여 소외 7에게 66,206,515원, 소외 8에게 40,871,010원과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도록 명하는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받았으며( 2002나29512 사건), 이에 대하여 피고와 소외 1이 상고하였으나 2004. 4. 16. 대법원에서 지연손해금 중 일부가 파기자판된 것을 제외하고는 위 항소심판결이 유지된 사실( 2003다12489 사건), 위 확정판결에 따라 피고는 2004. 5. 20. 소외 7, 소외 8에게 합계 84,716,006원을 실제로 지급하면서, 나머지 6,000만 원은 소외 7에게 그 금액 상당의 책임보험금을 지급한 소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대위권에 기하여 소외 7 등의 피고 등에 대한 위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압류함에 따라 이를 공탁한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사실에 의하면, 하수급인인 소외 1이 고의 또는 과실로 위 사고현장에 대한 미끄럼방지 포장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한 것도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 되어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3항 에 따라 그 수급인인 지아산업도 소외 1과 연대하여 그 피해자측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0다58859 판결 참조), 다른 한편 수급인으로서 도급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자로 말미암아 도급인인 피고의 재산에 손해가 발생하게 되었으므로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민법 제390조 에 따라 피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지아산업의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과 피고의 이러한 손해배상채권이 쌍무계약관계에서 고유의 대가관계가 있는 채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민법 제667조 제3항 의 규정이나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함이 상당하므로 위 양 채권은 서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비록 자동채권인 피고의 위 손해배상채권이 수동채권인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의 압류 후에 비로소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발생의 기초가 되는 원인은 수동채권이 압류되기 전에 이미 대부분 성립하여 존재하고 있었던 상황이므로, 그 자동채권은 민법 제498조 에 규정된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그 후에 취득한 채권"이라고 할 수 없어 피고는 상계로써 원고에 대하여 적법하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 가사 피고가 단지 구상권만을 자동채권으로 내세운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3항 은 "수급인은 하수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하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건설산업기본법 이 적용되는 건설공사( 같은 법 제2조 제4호 본문 참조)의 하도급계약관계에서 하수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그 하수급인은 물론 거기에 귀책사유가 없는 수급인도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한다는 것은 건축법 등 각종 법령·설계도서·건설관행·건설업자로서의 일반 상식 등에 반하여 공사를 시공함으로써 건축물 자체 또는 그 건설공사의 안전성을 훼손하거나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0다58859 판결 참조). 그리고 일반적으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는 지휘·감독의 관계가 없으므로 도급인은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없는 것이지만,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와 같은 이른바 노무도급의 경우에는 비록 도급인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있는 것이므로 (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다42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지위에 있는 수급인으로서는 하수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하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대외적인 관계에서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손해를 실제로 배상함으로써 자신을 면책시킨 도급인에 대하여 자신의 부담 부분에 상응하는 구상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비록 당사자가 부담하는 각 채무가 쌍무계약관계에서 고유의 대가관계가 있는 채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인정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부진정 연대채무자 중 1인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를 실제로 이행한 도급인이 사용자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수급인에 대하여 취득하게 되는 구상권은 도급인이 하자보수와 함께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채권이나 이른바 하자확대손해의 배상채권의 변형물로서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과 그 실질에 있어서 대가적인 의미가 있어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함이 상당하므로 위 양 채권은 서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 비록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어 압류의 효력이 생긴 후에 비로소 자동채권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제3채무자로서는 그 채권에 의한 상계로써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하수급인인 소외 1이나 당시 현장소장이던 소외 12는 수사기관에서 지아산업의 사장 소외 13으로부터 착공 여부나 착공시기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기록 별책 102, 178쪽), 소외 1은 소외 13이 하도급공사에 필요한 자재와 물품을 직접 구입하여 공사현장에 조달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고 있는 사실(기록 384쪽), 피고는 원심에서 변론이 종결된 후 이러한 자동채권에 터 잡아 지아산업 등을 상대로 실제로 구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는 증거자료까지도 첨부하여 "지아산업으로서는 피고 서울특별시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지급책임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변론재개신청을 한 사실(기록 348, 351쪽) 등을 알 수 있는데,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지아산업이 소외 1 등의 일의 진행과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하고 공사의 시행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을 하였는지 여부 등을 전혀 심리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피고의 변론재개신청마저도 받아들이지 아니한 채 피고가 내세우는 자동채권의 존재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속단하여 피고의 상계항변을 섣불리 배척한 원심의 조치에는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잘못도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더욱이 원심판결이 선고된 후 위 구상금청구소송에서 피고가 내세우는 이 사건 자동채권의 존재를 인정한 하급심판결이 실제로 선고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잘못이 판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

라.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상계항변을 섣불리 배척한 데에는 석명권의 불행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채증법칙 위반이나 심리미진 또는 피고가 내세우는 자동채권의 발생원인이나 그 성격 또는 나아가 이러한 자동채권에 터 잡은 상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이규홍 박재윤(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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