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노무도급의 경우 도급인의 사용자 책임
나. 피용자의 실화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피용자의 과실의 정도
다. 공작물의 하자자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경우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의 책임
라. 피용자 아닌 타인의 행위로 발생한 공작물의 화재로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공작물소유자 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과실의 정도
마.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소정의 " 중대한 과실" 의 의미
가. 일반적으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는 지휘감독의 관계가 없으므로 도급인은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없는 것이라 하겠으나,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와 같은 이른바 노무도급의 경우에 있어서는 도급인이라 하더라도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나.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상의 과실로 화재를 발생케 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피용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다. 화재가 어떤 공작물의 하자자체로 인하여 직접 발생된 경우에는 민법 제758조 제1항 에 의하여 그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는 그 화재로 입은 타인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라. 화재가 피용자 아닌 타인의 독립된 행위로 인하여 발화된 후, 이것이 공작물에 연소, 확산되는 과정에서 제3자에게 입힌 손해에 대하여는 그 공작물의 소유자는 특히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에 의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마.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상당의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가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 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 를 말한다 할 것이므로, 화재와 관계없는 방화성이 없는 카텐을 설치하였다거나, 수동 경보장치가 있는데 자동경보장치의 작동이 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노병연외 9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찬일
주식회사 뉴-서울호텔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건호, 장대영
김종복
원심판결중 피고 주식회사 뉴-서울호텔의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은행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의 상고 소송비용은 같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1. 먼저 피고 은행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은행 은 동 은행 여행원 채용시험문제지를 등사하기 위하여 피고 은행 인사과장 소외 1의 지휘 감독아래 인사과장 대리 소외 2등 관계직원과 필경사 및 등사공등을 고용하여 판시 일시경 뉴-서울호텔 311호실에 투숙하여 위 작업을 하게 되었던 사실, 그때 등사공으로 고용되어 소외 1의 지휘 감독아래 로라로 등사판을 밀어 시험문제지를 등사하던 소외 3은 시험문제 등사원지를 등사판에 고정시키지 아니하면 로라로 밀때 그 원지가 움직여 등사작업에 지장을 줄 것을 방지하려고 시험문제 등사원지를 등사판망에 고정시키기 위하여 가열된 인두로 원지 상단 양끝을 눌러서 그 원지를 고정한 뒤 등사작업을 하고 있었던바, 위 등사원지는 기름성분이 많아 화재의 위험성이 많으므로 이러한 경우 동 소외인으로서는 마땅히 화재의 위험성이 없는 전기인두를 사용하거나 일반인두로 석유램프에 가열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도 석유램프가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함은 물론 바닥에 필판을 깔고 석유램프 부근에 시험문제지 등 인화질물을 제거한 뒤 작업을 함으로써 위 석유램프가 넘어지더라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최소한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태만히 하여 석유램프를 객실바닥에 함부로 놓아두고 시험문제지를 그 주위에 널려 둔 채 작업하다가, 인두로 석유램프를 부딪쳐서 그 석유램프를 넘어뜨려 객실바닥에 그 석유가 쏟아지게 하고 이에 불이 붙어 바로 시험문제지, 등사원지 등 인화성이 강한 물건들에 번지게 한 중대한 과실로 화재를 발생케 하고, 위 화재는 동호텔 3층 및 4층 객실에 연소 확산되어 3, 4층 객실 14개를 전소케 하여 위 호텔 3층 306호실에 투숙 취침중이던 소외 노도섭이 질식 사망하게 된 사실, 그런데 피고 은행은 은행구내에 사무실을 임차하여 등사실을 경영하는 소외 김종복에게 인쇄물 제작업무를 도급주고 있었고, 위 소외 3은 위 김종복에게 고용되어 등사공으로 근무하던 사람으로서 평소 김종복이나 소외 3은 피고 은행의 직원이나 피용자는 아니었고 이건 시험문제지 인쇄도 소외 김종복이가 피고 은행으로부터 도급을 받은 것이었으나, 피고 은행은 시험문제지 인쇄가 고도의 보안유지와 정확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으므로 위 김종복에게 그 인쇄업무를 일임하지 아니하고 소외 1을 총책임자로 하여 위 김종복을 통하여 필경사로 소외 조병용, 등사공으로 소외 3을 차출받아 위 호텔 311호실에서 피고 은행 관계직원 및 위 조병용, 소외 3을 모아 놓고 출제문제의 선정,교정 및 필경, 등사보안(기밀유지)등 문제지 작성의 전 범위에 걸쳐 위 사람들을 지휘 감독하여 그 문제지를 인쇄하다가 위와 같은 사고가 나게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소외 3이 평소 소외 김종복의 피용인 일뿐 피고 은행의 직원 또는 그 피용인이 아니었으나 위 시험문제지 등사공으로 채용한 것이 이건 사고일 단 하루 또는 단 한번에 한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수행을 피고 은행이 감독한 이상 피고 은행은 소외 3의 이건 사무집행상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위 노도섭이 사망한데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여 보아도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게 수긍이 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였다거나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은 없다.
그리고 위 판시이유에 의하면, 피고 은행이 소외 3을 직접 고용하였다는 것인지 소외 김종복에게 이건 일을 도급주었다는 것인지 다소 그 표현이 모호한 바는 있으나 그 전후 문맥을 기록과 비교하여 보면, 평소 피고의 일반적인 인쇄업무는 소외 김종복이 피고 은행으로부터 수급하여 소외 3 등으로 하여금 그 작업을 하게 하였으나 이건 시험문제지 인쇄업무는 보안유지와 정확성의 필요상 소외 김종복이 추천하여 온 소외 3을 피고 은행이 직접일시 고용하여 피고 은행은 인사과장인 소외 1의 필경, 등사, 보안 등에 관한 직접 지휘 감독하에 작업을 하게 하였다는 취지로 풀이 할 수 있고, 소외 3은 위와 같은 경위로 등사업무 수행상의 중대한 과실로 화재를 발생케 하였다는 것인 즉 거기에 이유의 모순이 있다고 할 수 없고, 가사 소외 3과의 관계가 소론과 같은 도급관계에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는 지휘 감독의 관계가 없으므로 도급인은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없는 것이라 하겠으나, 도급인이 수급인 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와 같은 이른바 노무도급의 경우에 있어서는 도급인이라 하더라도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있다 할 것이므로( 당원 1965.10.19. 선고 65다1688 ; 1975.4.8. 선고 74다481 ; 1979.2.13. 선고 78다2245 각 판결 참조)원심의 피고 은행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조치는 결국 정당하고 거기에 판결이유에 모순이 있거나 법령의 적용을 잘못한 위법도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피고 주식회사 뉴-서울호텔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상의 과실로 화재를 발생케 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피용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며( 당원 1962.10.25. 선고 62다452 판결 참조), 화재가 어떤 공작물의 하자 자체로 인하여 직접 발생된 경우에는 민법 제758조 제1항 에 의하여 그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는 그 화재로 입은 타인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나, 화재가 피용자 아닌 타인의 독립된 행위로 인하여 발화된 후, 이것이 공작물에 연소, 확산되는 과정에서 제3자에게 입힌 손해에 대하여는 그 공작물의 소유자는 특히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에 의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있다 할 것이고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 상당의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가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 를 말한다 할 것이다.
(2)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건 화재가 피고 주식회사 뉴-서울호텔(이하 피고 호텔이라 한다)의 피용자의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라거나 또는 피고 호텔 소유의 공작물 자체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된 것이 아니라 피고 호텔의 투숙객인 소외 3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하고 동 화재가 피고 호텔 다른 객실에 연소 확산되어 위 노도섭이 동 화재로 사망에 이르게 된 사실을 확정하면서, " 피고 호텔이 소방대상물의 특수 장소로서 반드시 자동화재 탐지설비(경보장치)와 소화기를 완비할 최소한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은 물론 내부 카텐 등 실내장식물은 방염성이 있는 것으로 설치하여야 함에도 이를 해태하여 1978.12. 중순경 위 호텔 2층 그릴에 방염성이 없는 카텐을 설치하고 그해 6월초순경부터는 위 호텔 자동경보장치의 스위치를 작동시키지 아니한 중대한 과실로 이건 화재를 신속히 진화시키지 못하여 위 호텔 3층 및 4층 객실 14개를 전소케 하고 그 투숙객들에게 화재발생을 조속히 경보하지 못함으로써 위 호텔 306호실에 투숙중이던 위 노도섭으로 하여금 그때를 놓쳐 화재현장에서 대피치 못하고 질식 사망" 케 하였으니 이는 소외 3의 중대한 과실과 피고 호텔 대표자의 각 사무집행상의 중대한 과실이 경합된 공동불법행위로 화재를 발생케하여 위 노도섭이 사망하게 된 것이라 하여, 소외 3의 사용자인 피고 은행과 피고 호텔은 각자 이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 호텔2층에 설치되어 있다는 방염성이 없는 카텐이라는 것은 이건 화재사고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고(화재는 3, 4층에 국한되었다. 기록 271페이지 참조) 이건 화재당시 피고 호텔의 소화기 비치상태에 어떠한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할만한 아무런 자료를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당시 피고 호텔에는 소방법 에 따라 그 기준에 맞게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었다는 것이니(소화기 문제로 피고호텔측이 형사처벌을 받은 바도 없음이 분명하다. 기록 230, 622페이지) 위 카텐과 소화기 문제로서는 이건 화재로 인한 사고에 대하여 피고 호텔측에 어떠한 잘못이 있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다만 피고 호텔에서는 자동경보장치의 고장으로 호텔 투숙객들의 담배연기만으로도 쉽사리 경보가 울리는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건 화재사고 이전부터 지구경종(자동장치)의 스위치를 꺼놓았었고 그 때문에 이건 화재당시 자동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나(이 점은 피고 호텔측도 자인하고 있다) 위와 같은 자동경보장치의 고장 내지는 수리를 하지 아니하고 스위치를 꺼놓은 것이 이건 화재가 피고호텔 객실에 연소 확산되어 위 노도섭이 사망한데 대하여 피고 호텔측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당시 피고 호텔에서는 자동경보장치에 대처할 다른 경보장치는 전혀 없었는지(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을 제10호증의 5의 기재에 의하면 당시 수동경보장치에 의하여 경보를 한 사실 및 구내방송을 통하여 즉시 대피를 안내한 사실 등이 엿보인다.)
자동경보장치에 의한 경보가 울리지 아니함으로써 화재가 어떻게 연소 확산되었으며 투숙객의 대피가 어느 정도 늦어졌는지(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증인 신삼성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306호실에는 소외 노도섭을 비롯한 7명의 투숙객이 투숙하였으나 6명은 창문을 통하여 안전하게 대피를 하였고 위 노도섭만이 복도를 통하여 대피하다가 질식 사망한 사실이 인정된다.) 등에 관하여 상세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점에 관한 상세한 심리판단도 없이 피고 호텔에 대하여 이건 화재로 인한 위 노도섭의 사망에 관하여 피고 호텔 대표자의 사무집행상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하였음은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하였거나 실화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법리를 오해하고 나아가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3. 따라서 원판결중 피고 주식회사 뉴-서울호텔의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인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한국은행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기각된 부분의 상고 소송비용은 그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