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09. 8. 18. 선고 2009나26048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9. 8. 18. 선고 2009나26048 판결

  • 링크 복사하기
[손해배상][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원고 1외 507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형태)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최혜리 외 3인)

변론종결

2009. 7. 16.

주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들의 항소와 당심에서의 확장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4.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상속관계 및 손해금액표 확장후청구금액④란 기재 각 금원 및 이에 대하여 1950. 9. 1.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들은 당심에서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2. 항소취지

가. 원고

제1심 판결 중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상속관계 및 손해금액표 항소가액②란 기재 각 금원 및 이에 대하여 1950. 9. 1.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피고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손배배상청구권의 발생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 해당 부분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피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가. 소멸시효 항변

피고는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이 1950. 8. 5.경부터 1950. 8. 26.경까지 사이에 발생하였는바, 원고들은 적어도 1960. 8. 21.경 유해발굴 당시에는 위 사건으로 인한 손해 및 그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위 유해발굴 당시로부터 3년이 경과한 1963. 8. 22.경 시효로 소멸되었다 할 것이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위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한 1955. 8. 27.경 시효로 소멸되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소는 위 기간이 모두 경과한 2008. 6. 17. 제기되었으므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다.

나. 판단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전단 규정에 따른 배상청구권은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이를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할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할 것이고,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은 진행하지 않지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바(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6031 판결 , 2006. 4. 27. 선고 2006다138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희생자들이 1950. 8. 5.경부터 1950. 8. 26.경까지 사이에 총살됨으로써 희생자 및 유족인 원고들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1955. 8. 27.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소가 2008. 6. 17.에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학살의 가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한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 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①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②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③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④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고, 또한 위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앞서 기초 사실에서 인정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1975.경 처형자 명부와 좌익계열자 명부를 그때까지의 각종 자료를 기초로 작성하였고, 처형자 명부는 1975. 5. 31., 좌익계열자 명부는 1976. 1. 29.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 에 의하여 3급 비밀로 지정하였으나, 그 시기는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와 유족인 원고들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한 1955. 8. 27. 이후일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사실로 인하여 채무자인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1960. 4. 19. 이후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유족회가 결성되어 유해발굴 등 조사가 이루어지고, 합동묘가 설치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점에서 의문사 사건 등에서 국가가 정보기관 등을 통하여 장기간에 걸쳐서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은폐, 왜곡하여 온 사례, 인혁당 사건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거나 조작한 사례 등과는 다르다고 할 것이다.), ③ 피고가 2005. 5. 31.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제정·시행하였는데, 같은 법 제34조 는 ′국가는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제36조 제1항 은 ′정부는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에 따라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과거에 존재하던 인권 유린과 의문사 사건 등에 대한 진실규명을 하는 차원에서 울산 국민보도연맹사건을 조사하여 그 진실규명 조사결과를 의결로써 결정함에 있어서 위와 같이 국가에게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국가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공식 사과, 위령사업 및 유가족들에 대한 원호사업 지원, 호적정정),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역사기록의 수정 및 등재, 평화인권교육 강화, 관련법률의 정비)를 권고하였지만, 위와 같은 피고의 일련의 행위는 위 법의 제정 목적 및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과거에 존재하던 반민주적,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바로잡음으로써 과거에 대해 반성을 하고 그에 기초하여 장래의 국민적 화해와 통합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어서 이를 근거로 피고가 위 법과 별도의 법제인 국가배상법 상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거나 시효 주장을 하지 아니하겠다는 태도를 취하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점, ④ 유족들이 국가기관에 진실규명을 지속적으로 요청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유족들 자신은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의 시효소멸 주장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고, 원고들의 항소와 당심에서 확장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창보(재판장) 이관용 이지현

  • 검색
  • 맨위로
  • 페이지업
  • 페이지다운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