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 2006. 9. 6. 선고 2005나5469 판결

대전고등법원 2006. 9. 6. 선고 2005나546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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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금][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대전광역시 도시개발공사(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배외 1인)

피고, 항소인

한국전력공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송근명)

변론종결

2006. 8. 23.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967,762,014원과 이에 대하여 1997. 8. 1.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건설부장관은 1992. 9. 4. 대전 대덕구 송촌동 일원 961,000㎡(대전송촌지구)를 택지개발촉진법 에 의한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고시하고, 1993. 12. 8. 사업면적을 1,008,800㎡로 변경하여 대전송촌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변경 및 택지개발계획을 승인하였다. 사업시행자인 대전직할시장은 1993. 12. 15. 대전송촌지구 택지개발계획을 공고하고, 1994. 11. 18. 대전송촌지구(이하 ‘지구’라고만 한다) 내 도시계획도로에 설치되는 전기·통신시설은 지중화(지중화)할 것을 승인조건으로 하여 대전송촌지구 택지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이라 한다)의 실시계획을 승인·고시하였다.

나. 대전직할시장은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을 그 산하기관인 대전직할시 공영개발사업단에게 맡겨 시행하였는데, 대전직할시 공영개발사업단장은 1993. 6. 4. 피고에게 송촌지구 택지개발계획 수립에 따른 전력공급에 관하여 업무협의 의뢰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같은 달 14일 ‘인근 변전소에게 전력공급이 가능한데, 비용부담 및 단지 내 배전선로 구성 등은 피고의 전기공급규정에 의하며, 사업시행확정 및 승인시 구체적인 사항은 별도로 협의를 요한다.’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그 후 대전직할시 공영개발사업단장은 1994. 12. 19. 피고에게 전기시설 지중화계획이 포함된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실시계획 승인 내용을 통지하면서 전기공급에 관한 협조를 구하였다. 피고는 1995. 9. 18.경 원고(1995. 6. 30. 원고가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을 위탁받아 대행하게 되었는데, 당시 원고의 명칭은 ‘대전광역시 한밭개발공사’였다)에게 전력공급방안을 결정·통지하면서 ‘지중 배전 설치공사는 1992. 12. 8. 개정된 주택건설촉진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른 피고 회사의 영업처리지침에 따라 설계가 완료되는 대로 원고가 분담하여야 할 공사비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통지하였다. 이어 피고는 1996. 5. 8. 원고에게 공사비부담계약서 초안을 첨부하여 공사비부담계약을 체결할 것과 5,117,710,530원(부가세 포함. 이하 같다)의 공사비를 납입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위 공사비부담계약서 초안에는 전기사업법 및 관계 법령과 피고의 규정 및 내칙에 정한 바에 따라 피고가 공사비 및 부담금을 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원고와 피고는 1996. 8. 21. 원고가 피고에게 우선 위 공사비 5,117,710,530원을 3회로 분할하여 지급하되, 공사 시행결과에 따라 피고의 부담금 산정 방법에 의하여 원고의 부담금을 확정기로 하고,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공사비는 전기사업법 및 피고의 전기공급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설계공사비로 산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공사비부담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비부담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위 계약에 따라 1997. 7. 31.까지 총 3회에 걸쳐 피고에게 공사비 5,117,710,530원을 모두 지급하였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전기시설 공사의 준공 후인 2000. 7. 20. 원고에게 실제 총 공사비 중 4,499,135,191원을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공사금액으로 산정한 후,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돈 중 위 금액을 뺀 나머지 돈과 이자 및 법인세 등을 합하여 637,072,510원을 피고가 환급할 금액으로 확정하여 통보하고, 그 무렵 이를 원고에게 환급하였다.

그런데, 위 정산 내역에 따르면 폭 20m 이상의 도시계획예정도로로 분리된 주택단지 경계선까지 전기시설을 설치함에 있어 가공(가공)으로 설치하는 것에 비하여 지중(지중)으로 설치할 경우 추가되는 비용인 1,967,762,014원(지중설치비 2,077,328,755원에서 가공설치비 109,566,741원을 뺀 금액. 이하 ‘이 사건 지중설치에 따른 추가 비용’이라고 한다)을 원고가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라.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당시 시행되던 법 규정은 별지 기재와 같다(이하 주택건설촉진법 을 ‘주촉법’이라 한다). 피고는 주촉법 제36조 제3항 제4항 에 대하여 헌법소원( 2001헌바71 )을 제기하였는데, 헌법재판소는 2005. 2. 24. 위 각 규정이 통상적인 방법인 가공설치는 물론이고 지중설치의 경우에도 그 설치비용 전부를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각 규정은 헌법 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인정근거] 갑1, 2, 5, 9, 10, 11호증의 각 1, 2, 갑3, 4, 8, 12호증의 각 1 내지 3, 갑6, 7호증, 을1호증, 2호증의 1 내지 6, 3호증의 1, 2의 각 기재, 다툼 없는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14조 1항 에 의하여 준용되는 주촉법 제36조 제1항 제2호 , 제3항 에 따르면, 간선시설인 전기시설은 가공(가공)설치이든 지중(지중)설치이든 그 설치방법에 관계없이 그 설치비용을 모두 피고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고(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으로 법원이 위와 같은 판단에 기속된다), 주촉법 제3조 제8호 , 제36조 제4항 그 시행령 제3조 , 제35조 제4항 [별표6] 제3호에 따르면, 주택단지 밖의 기간이 되는 시설로부터 폭 20m 이상인 도시계획예정도로로 분리된 주택단지의 경계선까지는 피고가 전기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 사건 지중설치에 따른 추가비용은 피고가 부담하여야 한다.

(2) 이를 전제로, 위 법 규정과 다른 내용으로 체결된 이 사건 공사비부담계약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효력이 없다. ① 전기시설의 설치비용을 공급하는 자에게 부담시킨 위 택촉법 및 주촉법 규정들은 강행규정으로서 이 사건 공사비부담계약은 위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② 이 사건 공사비부담계약은 피고가 독점적·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여 원고에게 부당한 부담을 과하고 자신은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법률행위이므로 민법 제103조 에 따라 무효이다. ③ 이 사건 공사비부담계약은 피고가 자신의 독점적 사업자의 지위를 앞세워 사업일정에 쫓기는 원고의 궁박한 사정을 이용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이므로 민법 제104조 에 따라 무효이다. ④ 이 사건 공사비부담계약은 원고가 착오로 인하여 법령상 공사비 부담의무가 없음을 모르고 한 것이므로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바, 원고의 이 사건 소장 송달로서 취소되었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반환하지 않은 돈 중 이 사건 지중설치에 따른 추가비용 상당액인 금 1,967,762,014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주촉법 제36조 제1항 제2호 , 제3항 을 원고 주장과 같이 간선시설인 전기시설의 설치방법에 관계없이 설치비용을 모두 피고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고, 이는 가공설치비에 한해서 피고가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왜냐하면, 위 규정에는 설치방법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으므로 설치 방법에 대하여는 입법자가 피고의 합리적 재량에 따르도록 일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전기사업법 규정에 기하여 피고가 관할관청의 인가를 받아 시행하고 있던 피고의 전기공급규정에 따르면 전기시설은 가공(가공)으로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2) 따라서 이 사건 공사비부담계약은 위와 같은 주촉법 규정에 위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주촉법 제36조 는 강행법규도 아니고, 이 사건 공사비부담계약에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다른 무효나 취소 사유도 없으므로, 그에 따른 공사비 정산은 정당하다.

(3) 원고는 이 사건 지중설치에 따른 추가비용을 이미 택지 분양가에 포함시켜 분양함으로써 그 손해가 전보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에게 손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이 성립할 수 없다. 오히려, 이를 원고에게 지급하는 것은 원고가 2중으로 이득을 얻게 되는 결과가 되어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4) 원고는 광역자치단체 소속 지방공사로서 택지분양 등에 관한 관련 법규를 충분히 검토하고 이 사건 사업에 착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자신에게 이 사건 지중설치에 따른 추가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없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게 이를 지급한 것은 채무가 없음을 알면서도 변제한 것으로써 민법 제742조 의 비채변제에 해당하여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3. 판단

가. 주촉법 제36조 제1항 , 제3항 이, 원고의 주장처럼 배전선로의 지중화 비용을 전기공급자에게 부담지우고 있는지 아니면 피고의 주장처럼 통상적인 전기시설인 가공(가공)의 배전선로 비용만을 전기공급자에게 부담지우고 있을 뿐인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먼저 주촉법 제36조 제1항 , 제3항 규정의 문언을 보건대, 위 규정은 일정한 규모 이상의 택지를 조성하는 택지개발사업의 경우 전기간선시설은 당해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자가 설치하고 그 설치의무자가 설치비용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그 문언만으로 볼 때에는 원고 측의 해석과 피고 측의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원고 측의 해석과 피고 측의 해석이 모두 법률 문언의 가능한 범위 내에 있으므로 이어서 우리 법 전체의 체계에서 두 가지 가능한 해석 중 어느 쪽이 합당한 의미를 갖는 해석인지를 살펴본다.

다. 과거 송전선로와 배전선로는 가공선(가공선)의 방법으로 설치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전기사업법 제16조 에 근거하여 산업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피고가 제정한 기본공급약관에서 전기시설의 설치방법은 가공설치를 원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약관 제28조 제1항)도 이러한 송배전선로의 통상적인 설치방법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도시와 산업의 발전에 따라 가공선 방식의 송배선시설이 보행자의 안전과 원활한 교통에 방해가 되고 도시미관을 해치며 재해발생 시 큰 위험을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건강과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송배전선로의 지중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특히 도시지역에서는 전선 외에 각종의 통신선(전화선, 컴퓨터 통신선, 케이블 TV선 등)이 뒤얽히면서 배전선로의 지중화 필요성이 더욱 강력해졌다(건강에 대한 위해가능성의 관점에서 보면 고압전기가 흐르는 송전선로의 지중화 필요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송배전선로 지중화의 경우 고장발생 시 고장발생장소를 발견하기 어렵고 복구시간이 많이 걸리며, 선로운영을 위한 지상기기의 설치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가공선로 공사에 비하여 지중화 선로 공사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어려움이 있어서 모든 송배전 선로의 지중화는 아직까지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록에 의하면 가공선 설치와 비교할 때 지중선 설치에는 통상 7 내지 10배 정도의 비용이 들고, 이 사건의 경우에는 무려 약 19배 정도의 추가설치비가 주1) 들었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 때문에 송배전선로의 지중화 사업은 전기수용시설 밀집지역 즉 대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주2) 있다.

라.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배전선로의 지중화 사업비용의 부담자 결정이 어떠한 사회경제적 의미를 갖는지를 본다(송전선로의 경우에는 건강에 대한 위해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건강의 문제에 관하여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배전선로의 지중화 비용에 관한 경제적 문제만을 살펴본다).

(1) 배전선로 시설비용을 사업자의 부담으로 할 경우 그 비용은 전기공급비용에 산입되어 전기공급가격에 반영되게 된다. 통상적인 배전선로인 가공선로의 경우, 수용시설 산개지역(농촌지역)의 시설비용은 수용시설 밀집지역(도시지역)의 시설비용보다 많이 들게 되고, 이를 일률적으로 전기공급가격에 반영할 경우 수용시설 산개지역(농촌지역)의 시설비용 일부가 수용시설 밀집지역(도시지역)의 수용가에 전가되게 된다. 그런데 수용시설 산개지역(농촌지역)의 설치비용이 더 비싸게 든다고 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므로 동일한 서비스에 대하여 동일한 가격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그 비용의 전가는 공정성의 요청에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중화 비용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주로 수용시설 밀집지역(도시지역)에만 제공되는 지중화 비용의 경우에는 이를 동일한 공급가격이라는 장치를 통하여 그 비용이 수용시설 산개지역(농촌지역)의 수용가에 전가되게 되는데, 지중화 시설 지역의 토지가치를 높이고 수용가에 더 우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을 그렇지 않은 지역의 수용가에 전가하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이 법원의 의견으로는 국가가 법을 통하여 위와 같은 비용의 전가를 강제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떠한 법원리도 찾을 수 없다.

단계적이더라도 전국의 모든 배전선로를 지중화 한다는 국가적 결단이 있거나 지중화 지역과 비지중화 지역의 전기공급가격을 차등화 하는 정책이 수반되지 않은 이상 배전선로 지중화 비용을 전적으로 전기공급자의 비용으로 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합당한 정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 법원의 생각이다(다만 배전선로를 지중화할 경우 배전선로의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전선 사고를 크게 주3) 줄여 보상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지중화 비용을 전기공급자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할 경우에는 곧바로 그 비용이 가격을 통하여 비지중화 지역의 수용가에 전가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 배전선로 지중화는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토지의 이용가치를 증가시키므로 토지의 가격을 높이게 된다. 만일 법에 의하여 배전선로의 지중화 사업비용 전부가 전기공급업자의 부담으로 될 경우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아무런 비용부담 없이 배전선로의 지중화를 결정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된다면 지중화에 드는 비용과 지중화로 인한 편익 사이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 없이 지중화 결정이 이루어지게 되고 결국 사회경제적인 낭비(비효율성)가 발생하게 된다. 대규모의 택지개발사업에서 지중화 사업을 통하여 더 좋은 택지를 공급하는 일만 보면 좋은 것 같지만 비용과 편익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과 고려 없이 지중화 사업이 진행될 경우, 아직 지중화 사업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택지개발지구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이 보다 열등한 서비스를 제공 받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전가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지중화 비용의 부담자와 지중화 편익의 수혜자가 분리됨으로써 지중화 사업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질 경우 종국에는 모든 전기수용가가 비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받게 되는 또 하나의 ‘공유토지의 비극’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률 문언의 내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할 경우, 그 중 한 해석이 사회경제적인 비효율성을 야기하는 해석이고 다른 해석이 사회경제적인 효율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해석이라면, 마땅히 후자의 해석이 합당한 법률의 의미가 되어야 할 것이다.

(3) 이 사건에서 실제로 원고는 지중화 비용을 택지조성비용에 산입하여 택지공급가격에 반영하였다.

마.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 캐롤라이나주 소재 Duke Power Company, 플로리다주 소재 Florida Power & Light Company 등 미국의 8개 전력회사의 경우에는 전기공급약관에 가공설치를 원칙으로 전기사용장소의 소유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지중설비를 설치하고 가공설비와의 차액은 고객이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그 설비의 소유·관리는 전기공급자가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전선 공동구 정비를 통한 비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주4) 있는데, 지중화사업 대상지역의 경우 사업자 부담비율이 지중화 방식에 따라 1/2 또는 1/3 정도이고 그 이외 지역의 경우에는 지중화를 요청한 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마.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직 전기시설의 통상적인 설치방법이 가공설치 방법이고, 주촉법 제36조 제1항 , 제3항 이 지중화 비용을 전적으로 전기공급자에게 부담 지우는 해석이 갖는 불공정성, 그리고 그 불공정성을 정당화할 어떠한 법원리도 발견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주촉법 제36조 제1항 , 제3항 의 규정은 가공설치 방법을 전제로 그 설치비용을 전기공급자의 부담으로 하고 있을 뿐이고, 지중화 비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단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합당하다. 법률의 의미를 밝히는 일은 법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므로 헌법재판소가 주촉법 제36조 제1항 , 제3항 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위 규정의 의미를 이 법원과 달리 해석하였다고 하여 이 법원의 위와 같은 해석에 대한 방해가 되지는 아니 한다( 헌법재판소 2005. 2. 24. 선고 2001헌바71 결정 은 위 규정이 지중화 비용을 전기공급자의 부담으로 정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5:4로 위헌의견을 내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위 규정을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

사. 따라서 주촉법 제36조 제1항 제2호 , 제3항 에 의하여 피고와 원고 사이의 이 사건 공사비부담계약 및 이에 기한 위 정산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모두 부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박철(재판장) 정선오 윤영훈

주1) 일본의 자료에 의하면, 여러 통신선과 가스, 수도 등을 함께 수용하는 공동구 방식으로 시설할 경우 1㎞당 약 30억 내지 41억 엔의 건설비용이 들고, 단순히 도로 지하에 전선을 매설하는 방식에 의하더라도 1㎞당 약 6억 엔의 시설비용이 든다고 한다.

주2)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1996년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배전선로 중 7.9%만이 지중화 되었으나 서울만을 보면 배전선로의 42.5%가 지중화 되었는데 이러한 수치가 대도시 중심의 지중화 사업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02년 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전국의 지중화율은 9.7%에 불과하였다.

주3)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회사의 경우 사고가 67% 감소하였고, 볼티모어 가스전력사의 경우 54% 감소하였으며, 알라바마 전력회사의 경우 64% 감소하였고, 독일 VDEW 전력회사의 경우 78%나 감소하였다(1993년 1월 기준)

주4) 1970년대 통계로 파리, 런던, 본의 지중화 비율이 100%이고, 뉴욕의 지중화 비율이 72.1%인데 반하여 토쿄의 지중화 비율이 35.3%, 오오사카의 지중화 비율이 32.1%에 불과한 등 전력회사의 노력만으로는 지중화 사업이 지지부진하였고, 몇 차례의 대지진을 겪으면서 재해대책이 강력하게 요구됨에 따라 지중화사업이 국가적 정책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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