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자동차 운전자의 주의의무
[2] 야간에 사고차량에서 나와 고속도로상을 무단횡단하던 피해자를 충격하는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의 과실을 부정한 사례.
[1] 도로교통법 제58조는 보행자는 고속도로를 통행하거나 횡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운전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행자가 고속도로를 통행하거나 횡단할 것까지 예상하여 급정차를 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운전할 주의의무는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는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고를 발생시킨 경우라도 운전자가 상당한 거리에서 그와 같은 무단횡단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고, 그에 따라 즉시 감속하거나 급제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면 피해자와의 충돌을 면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자동차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2] 야간에 선행사고로 인하여 고속도로 3차선상에 멈추어 서 있는 차량에서 나와 중앙분리대 쪽으로 무단횡단하던 피해자를 충격하는 사고를 발생시킨 사안에서 운전자가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소지가 많다는 이유로, 그와 달리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
해동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교창)
서울고법 1997. 12. 22. 선고 97나50390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소외 1이 1995. 5. 13. 01:10경 소외 주식회사 ○○○○○○ 소유의 (차량등록번호 1 생략) 그랜져 승용차를 운전하여 경기 용인군 남사면 봉명리에 있는 편도 4차로의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서울 기점 49.7km 지점을 1차로를 따라 시속 약 120km의 속도로 진행하다가 때마침 망 소외 2 소유의 (차량등록번호 2 생략) 소나타 개인택시가 전방 약 50m 지점의 3차로 부근에 평택 쪽을 향하여 반대방향으로 멈춰 서 있는 것(위 개인택시는 사고 지점을 평택 쪽에서 오산 쪽을 향하여 진행하다가 왼쪽 앞범퍼 부분으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키고 그 충격으로 180°회전하면서 반대방향으로 멈추어 섰던 것이다.)을 발견하고도 자신의 1차로 주행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속단하고, 감속하지 아니한 채 같은 속도로 진행하다가 망 소외 2가 상의 겉옷을 벗고 흰색 내의 차림으로 1차로와 2차로 사이에 있다가 중앙분리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약 20 내지 30m 거리에서 발견하였으나, 단지 지나가는 차에서 떨어진 비닐이 바람에 날리는 것으로 속단하고 역시 감속이나 정차를 시도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진행하다가 망 소외 2를 충격하여 그로 하여금 두개골 골절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소나타 개인택시가 위와 같은 상태로 서 있는 것은 고속도로 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서 통상의 운전자로서는 즉시 그 부근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따라서 소외 1로서는 그에 대응하여 즉시 감속 또는 서행하면서 그 주변에 사고와 관련 있는 사람이나 장애물이 있는지 전방주시를 더욱 철저히 함으로써 제2의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하고, 더욱이 그 전방 20 내지 30m 지점에서 움직이는 하얀 물체를 발견하였다면 즉시 속도를 줄여 서행하면서 그 물체를 예의주시하여 혹시 사람이면 급제동하는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하는데도 소외 1이 그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다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하여 피고의 면책 항변을 배척하였다.
2. 당원의 판단
도로교통법 제58조는 보행자는 고속도로를 통행하거나 횡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운전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행자가 고속도로를 통행하거나 횡단할 것까지 예상하여 급정차를 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운전할 주의의무는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는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고를 발생시킨 경우라도 운전자가 상당한 거리에서 그와 같은 무단횡단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고, 그에 따라 즉시 감속하거나 급제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면 피해자와의 충돌을 면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자동차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당원 1996. 10. 15. 선고 96다22525 판결, 1989. 3. 28. 선고 88도1484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사고 장소는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왼쪽으로 약간 굽은 지점이고, 이 사건 사고가 난 후 소외 1보다 뒤에서 소외 3이 (차량등록번호 3 생략) 카고트럭을 운전하여 시속 약 70km의 속도로 3차로를 따라 진행하여 오던 중 약 100m 앞에서 진행하던 5t 화물차량이 갑자기 3차로에서 중앙분리대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그 순간 소외 3은 약 50m 전방에 위 소나타 개인택시가 전조등이나 비상등을 켜지 않은 상태로 서 있음을 발견하고 즉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였으나 위 카고트럭의 오른쪽 앞범퍼로 위 소나타 개인택시의 오른쪽을 들이받고 이어서 오른쪽 노견으로 이탈하여 방음벽에 충돌하는 사고를 냈으며, 그에 선행하던 위 5t 화물차량은 위 소나타 개인택시와 충돌하는 것은 면하였으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음을 엿볼 수 있는바(갑 제12호증의 5, 10, 11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소외 1이 시속 약 120km의 속도로 진행하다가 위 소나타 개인택시를 약 50m 전방에서 발견하였다 하더라도 그 즉시 전조등이나 비상등도 켜있지 아니한 위 소나타 개인택시가 사고로 인하여 180°회전하여 반대방향으로 멈추어 서 있는 차량임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고, 따라서 그와 같은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그 운전자가 갑자기 1차로와 2차로의 경계선으로부터 중앙분리대 쪽으로 걸어 나올 것을 예상하기도 어렵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할 것이고, 한편 소외 1이 위 소나타 개인택시가 사고로 인하여 180°회전하여 반대방향으로 멈추어 서 있는 차량임을 파악하였다 하더라도 위 소나타 개인택시는 3차로 위에 서 있었으므로 1차로로 진행하고 있었던 소외 1로서는 2차로나 3차로로 진행차선을 변경할 수는 없고, 즉시 감속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인데, 시속 약 70km의 속도로 3차로를 따라 진행하여 오던 소외 3이 약 50m 전방에서 위 소나타 개인택시를 발견하고 즉시 브레이크를 밟으며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였는데도 위 소나타 개인택시와의 충돌을 피하지 못한 점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이 위 소나타 개인택시를 발견하고 즉시 감속하였다 하더라도 망 소외 2를 충격하는 사고를 면할 수 있었을 것인지 의문이라 할 것이다(소외 1이 위 소나타 개인택시를 발견하고 즉시 감속하였다 하더라도 소외 1은 50m 미만, 20 내지 30m 이상의 어느 거리에서 망 소외 2를 발견하게 되었을 것이다).
결국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소외 1이 위 소나타 개인택시를 발견할 당시 그 차량의 상태를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소외 1이 위 그랜져 승용차의 운행에 있어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소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사정들과 위 그랜져 승용차가 제동하는 데에 필요한 거리 등에 대하여는 따져보지도 아니한 채 소외 1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다는 피고의 항변을 가볍게 배척하고 만 것은 고속도로 운행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명백하다.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