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32045 판결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3204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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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의)][공1999.1.1.(73),14]

판시사항

[1] 심전도검사상 이상이 발견된 환자에 대하여 정밀검사를 시행하지 아니한 채 전신마취를 시행하여 수술 도중 마취로 인한 부작용으로 사망한 경우에 의료과실을 인정한 사례

[2]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의료사고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 확대된 손해와 교통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한정 적극)

판결요지

[1] 전신마취에 의한 수술을 함에 있어 사전에 실시한 심전도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었으나 심전도검사 결과가 전신마취에 부적합한 정도에 이르는지 여부를 보다 정밀한 검사를 통하여 확인하는 등의 절차 없이 그대로 일반적인 마취 방법으로 수술을 시행하던 중 마취로 인한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고에서 병원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었다고 본 사례.

[2] 교통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치료를 하던 의사의 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확대된 경우, 의사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확대된 손해와 교통사고 사이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이 경우 교통사고와 의료사고가 각기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객관적으로 관련되고 공동하여 위법하게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인정되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

원고,피상고인

김유숙 외 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선호)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기창 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피고 2 재단법인의 상고에 대한 판단

원심은, 정송성이 1991. 11. 3. 05:30경 교통사고로 약 10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고관절 후방탈구 및 좌대퇴골두 관절 내 골절 등의 상해를 입고 위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다음부터는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 응급실에 후송되어 같은 날 09:00경부터 탈구 및 골절 부위에 대한 도수정복수술을 받았으나 관절 내에 골절편이 끼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피고 병원 의사들은 이를 제거하기 위한 수술에 대비하여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다음날인 11. 4. 간기능검사와 심전도검사를 하였는데, 간기능검사에서는 간효소치가 정상치 보다 높게 나오고 심전도검사에서는 우측변위 및 '1차성방실차단'의 의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실, 이에 피고 병원 의사들은 그 다음날인 11. 5. 심장기능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24시간 홀터모니터링검사(단시간의 심전도검사에서는 일과성으로 출현하는 부정맥이나 발작성 허혈성 변화를 포착하기 어려우므로 장시간 연속되는 심전도기록장치를 환자에 부착하여 24시간에 걸쳐 심전도를 기록한 후 이를 해석하는 검사 방법)를 시행하기로 하고 그 뜻을 정송성의 가족들에게 알려 검사에 필요한 접수절차까지 마치게 하였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그 검사를 시행하지 아니한 사실, 피고 병원 의사들은 그 다음날인 11. 6. 시행한 고관절 전산화단층촬영검사에서 정송성의 대퇴골두 관절 내에 작은 골절편이 유리되어 있음을 확인하였으나 같은 날 시행한 간기능검사에서도 간효소치가 정상치 보다 높게 나오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심전도검사에서 심장의 우측변위 및 '1차성방실차단'의 의증이 있어 정송성을 전신마취할 경우 그에 따른 부적응증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피고 병원 마취과에 위와 같은 간기능검사 및 심전도검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마취 가능 여부에 관하여 협의진료를 의뢰한바, 마취과에서는 심전도검사 결과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 없이 간효소치의 상승은 수상(수상)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니 간효소치가 상승 추세에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고, 이에 피고 병원 정형외과 의사들은 정송성에 대한 수술계획을 일단 중지하고 지속적인 간기능검사를 실시하기로 하였는데, 그 후 실시된 간기능검사에서 간효소치가 정상범위로 나타나자 위 골절편 제거를 위한 수술을 같은 달 20. 시행하기로 결정한 사실, 그런데 피고 병원 의사들은 수술 전날인 11. 19. 실시한 심전도검사에서 다시 심장의 우측변위 및 '1차성방실차단'의 소견이 확인되었음에도 병원 내부의 분위기가 심장내과에서 협의진료를 꺼려한다는 등의 이유로 심전도검사 결과가 전신마취에 부적합한 정도에 이르는지 여부를 보다 정밀한 검사를 통하여 확인하지 아니한 채 막연히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그대로 수술 절차에 들어가, 11. 20. 08:20경 마취과 의사가 일반적인 마취 방법으로 정송성을 전신마취하고, 정형외과 의사들이 09:10경 수술을 시작하였는데, 09:15경부터 맥박이 급격히 빨라지고 혈중산소포화도가 급감하며 혈압이 급강하하여 심정지가 발생하자 즉시 수술을 중지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하였으나 정송성은 같은 날 15:40경 심정지로 사망한 사실, 사망 후 정송성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심근의 섬유화 소견을 보이고 양측 심관상동맥에는 고도의 경화 및 협착증이 나타나 있음이 확인된 사실, 일반적으로 마취제는 호흡 및 심장박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고도의 관상동맥 경화 및 협착증 환자를 일반적인 마취 방법으로 마취하게 되면 심한 자극을 받아 사망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특히 정송성과 같이 양측성 관상동맥 협착증 환자의 경우에는 단지 마취에 의한 자극만으로도 심장마비가 발생할 확률이 50% 이상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송성도 고도의 심관상동맥 경화 및 협착증이 있는 상태에서 마취로 인한 부작용으로 심정지를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실, 심관상동맥질환 등 심장질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검사 방법으로는 단계적으로 ① 환자의 병력청취, ② 신체이학적검사, ③ 안정시의 심전도검사, ④ 흉부방사선촬영검사, ⑤ 24시간 홀터모니터링검사, ⑥ 심초음파검사, ⑦ 운동부하검사, ⑧ 관상동맥조영술 등이 있고, 심전도검사에서 나타나는 '1차성방실차단'이란 심장 내의 전기전도 과정 중 심방에서 심실로의 전기전도가 정상범위인 0.2초보다 지연되는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서 확인할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 심장기능 이상이 의심된다는 의미인데, 일반적으로 심장박동 이상에 의한 부정맥이나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심근허혈 증상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24시간 홀터모니터링 검사 방법에 의하여 심관상동맥질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 방법으로 검사할 경우 40% 내지 70% 정도 심관상동맥질환 유무를 밝혀낼 수 있으며, 그 방법에 의하여도 심관상동맥질환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심장질환의 의심이 남아 있으면 보다 정밀한 심초음파검사, 운동부하검사, 관상동맥조영술 등의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병원 의사들은 정송성에게 심장기능 이상이 의심되는 소견이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24시간 홀터모니터링검사를 실시할 것을 결정하고서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를 시행하지 아니하였고, 수술 전날 시행한 심전도검사에서도 심장기능 이상이 의심되는 소견이 다시 확인되었으며, 골편제거수술은 심장기능 이상으로 인한 수술부적응증 여부를 미리 확인하지 않고서라도 시급히 시행하여야 할 수술이 아니었는데도, 심장내과에서 협의진료를 꺼려한다는 등의 이유로 전신마취에 의한 수술에 앞서 시행하여야 할 필요한 검사를 충분히 시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정송성에게 마취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고도의 심관상동맥 경화 및 협착증의 질환이 있음을 발견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마취 방법으로 정송성을 전신마취하였다가 결국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정송성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므로, 정송성의 사망은 피고 병원 의사들의 진료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살펴보니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으며,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피고 병원 의사들은 당시의 의학 수준이나 임상의학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도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고, 거기에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위 피고의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고 1의 상고에 대한 판단

교통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치료를 하던 의사의 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확대된 경우, 의사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확대된 손해와 교통사고 사이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이 경우 교통사고와 의료사고가 각기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객관적으로 관련되고 공동하여 위법하게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인정되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 (이 법원 1997. 8. 29. 선고 96다46903 판결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정송성은 위 피고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약 10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고관절후방 탈구 및 좌대퇴골두 관절 내 골절 등의 상해를 입고 상해 부위에 대한 수술을 받기 위하여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던 중 앞서 본 바와 같은 의료과실로 사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정송성의 사망이 그를 치료한 의사의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교통사고와 정송성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는 객관적으로 관련·공동성이 있는 일련의 행위로서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므로 위 피고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정송성의 사망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상당인과관계나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위 피고의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박준서 이임수 서성(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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