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 후 수술 도중에 심정지가 발생하여 뇌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 증세를 초래한 의료사고에서, 피해자의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을 완화한 사례
환자가 전신마취 및 수술 도중에 심정지가 발생하여 뇌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 등의 증세에 이른 경우에는,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의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환자의 특이체질 등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
원고 1 외 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철섭)
피고 지방공사 의료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무근)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원심이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인정한 이 사건 사실관계와 피고의 책임의 근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 의료원은 1988. 10. 7. 원고 1의 왼쪽 목 뒷부분에 생긴 혹에 대하여 진찰한 결과 이를 단순한 지방종으로 진단하고 위 원고에게 며칠간의 입원으로 제거할 수 있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설명한 후 수술 전 검사로서 혈액, 요, 간 기능검사와 흉부엑스(X)선 검사를 마치고 절제수술을 시행하기 위하여 같은 달 11. 위 원고를 입원하게 하였다.
수술 전 검사 결과 위 원고는 위 지방종 외에 다른 질병은 없는 것으로 진단되었으나, 다만 1987. 1.경 신경성 인두증세, 1988. 4.경 알레르기성 기관지염으로 피고 의료원의 외래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은 병력이 발견되었다. 위 원고에 대한 수술은 1988. 10. 12. 피고 의료원의 마취의사인 원심 피고 원심 피고, 집도의사 소외 1, 수술보조의사 소외 2와 간호사 2명이 참여하여 시행되었는데, 위 수술팀은 환자의 수술부위가 목부위로서 혈액순환이 잘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국소마취를 할 경우 혈액을 통하여 전신에 마취제 독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고, 또 수술 도중 환자의 불안감과 불편감을 없애기 위해 전신마취를 하기로 결정하고 마취제는 이산화질소, 산소 및 할로탄(Halothane) 혼합가스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위 수술팀은 같은 날 10:05경 수술 전 처치로서 아트로핀 0.4㎎을 근육주사한 다음 10:15경 위 원고를 수술실로 옮겨 위 수술전검사 결과지를 조사한 결과 심전도검사를 하지 않았음을 발견하였으나 위 소외 1이 청진기로 심음을 청진하여 부정맥 및 잡음이 없음이 확인되자 바로 마취를 시작하여, 10:30경 마취유도제인 펜토탈(Pentothal) 250㎎을 정맥주사하여 환자가 잠들게 한 다음 근육이완제인 석시닐콜린(Succinylcholine) 100㎎을 정맥주사함과 동시에 마취기의 산소를 분당 5ℓ로 조절하여 마스크를 통해 호흡낭으로 강압조절하여 기관내 삽관을 하고 근육이완제 마이오블럭(Mioblock) 4㎎을 정맥주사하고 마취기를 통해 산소 분당 2ℓ, 이산화질소 분당 2ℓ, 할로탄 2.0%로 조절하여 인공호흡식으로 전신 흡입마취를 시행하였다.
그런데, 수술을 하던 중 마취 시작 약 20분 후, 수술 시작 약 10분 후인 10:50경 환자의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이어 혈압이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떨어지면서 원인불명의 심정지가 발생하였다. 위 수술팀은 위 심정지가 발생하자 수술 및 마취제 투여를 중단하고 100% 산소로 강압조절 호흡시킴과 동시에 심장마사지를 시행하였으나 반응이 없었고, 이어 승압 및 강심제인 에피네프린(Epinephrine) 1㎎을 정맥주사하고 계속 심장마사지를 하자 비로소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에 위 원심 피고와 소외 1은 서로 협의하여 환자의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이미 수술을 시작한 터이므로 다시 수술을 계속하여 끝마치기로 결정하고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다시 마취 및 수술을 계속하여 11:20경 수술을 종료하였다.
위 수술팀은 수술이 끝난 직후 위 원고를 중환자실로 옮겼으나 환자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혈압과 호흡이 계속 불안정하였고 이에 수술팀은 환자의 혈압조절을 위한 약물을 투여하고 기관 내 관을 삽관하여 보조호흡을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계속 관찰하였으나 환자는 혼수상태에서 회복되지 못하였고, 수술 5일 후인 같은 달 17. 피고 의료원 내과에서 뇌저산소증 및 뇌위축이라는 추정진단을 하고 환자를 계속 관찰하던 중 같은 달 20. 뇌파검사상 전반적인 뇌기능저하로 판명되자 피고 의료진은 같은 달 24. 위 원고를 부산대학병원으로 후송하여 계속 치료케 하였으나 호전되지 못하고 위 원고는 현재 뇌손상으로 전신마비와 구음장애, 정신질환 등의 증세를 보이는 파킨슨씨증후군에 이르게 되었다.
나. 이 사건 마취유도제로 사용된 펜토탈은 이를 호흡기 감염증상이 있는 환자나 기관지 천식 환자에 사용할 경우에는 특별한 주의를 요하며 기도에 종양이 있는 환자는 약물투여 후 무의식상태에서 기도폐쇄를 유발할 수 있고 근이완제가 첨가되면 폐쇄가 더 심해질 수 있으며(이 사건 마취에는 근이완제인 석시닐콜린과 마이오블럭이 함께 사용되었다), 합병증으로는 머리동작, 인두 및 기관지자극 등으로 후두경련이나 기관지경련이 발생하여 저산소증이 생길 수 있고, 드물게는 심혈관계의 허탈을 초래하여 심정지에 빠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연구되어 있다. 의학적으로 뇌손상의 주원인은 저산소증이고 수술 도중 심정지가 오는 경우 저산소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에게는 그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시술로 인하여 발생 가능한 위험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취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요구되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은 전신마취는 환자의 중추신경계, 호흡기계, 순환기계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마취제나 마취보조제에 의한 심각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올 수 있고, 그 시술상의 과오가 환자의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를 가져 올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를 담당하는 의사는 수술 중에 있어서는 물론 수술 전후의 전 과정을 통하여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비하여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을 포함하여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① 원고 1은 신경성 인두 및 알레르기성 기관지염의 병력이 있는데다가 이 사건 수술부위가 목 뒷부분으로서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수술과정 중의 자극으로 인한 신경의 반사작용 등의 영향으로 심정지, 호흡정지가 발생할 위험성이 예견되므로, 이러한 경우에 마취를 담당한 위 원심 피고로서는 수술 전 검사로서 구강 내, 특히 치아와 편도선 상태의 시진, 심잡음과 호흡음의 청진, 맥박상태의 촉진과 아울러 교감신경 긴장성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심전도검사 등을 철저히 시행하여 환자의 특이체질 또는 약제의 부작용 등에 의한 사고발생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하였어야 함에도(위 원고는 응급환자가 아니어서 수술 전에 위와 같은 사전검사를 충분히 시행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이 사건 마취 시술 직전 위 원고에 대한 외래검사결과지를 조사하여 심전도검사를 하지 아니한 사실을 발견하고도 수술의 중요성에 비추어 불충분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청진기에 의한 심음청진만에 의존하여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곧바로 마취를 시작한 점에서 마취시술 전의 검사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고, ② 한편 위 원고에 대한 마취 도중 환자의 혈압이 떨어지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정지가 발생하여 응급조치에 의해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환자의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면, 마취의사인 위 원심 피고와 집도의사인 소외 1은 목부위의 작은 양성종양의 제거라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서 특별히 수술을 계속하여야 할 급박한 사정이 없는 이 사건 수술을 일단 중단하고 위 심정지의 원인과 그로 인한 후유증 등을 철저히 조사하여 적절한 대처방안을 강구하였어야 하는데도 위 심정지의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마취 및 수술을 계속한 과실이 있으며, ③ 나아가 수술 이후의 조치에 있어서도, 수술 후 5일이나 경과한 1988. 10. 17.에 비로소 뇌저산소증 및 뇌위축이라는 추정 진단을 하고 다시 3일이 지난 같은 달 20. 뇌파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뇌기능저하로 판명되자 같은 달 24. 부산대학병원으로 후송하여 치료케 한 것은 환자의 용태 등에 비추어 적절하고 신속한 사후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라. 위 원고 1은 이 사건 마취 및 수술 직후부터 혼수상태에 빠져 파킨슨씨증후군에 이른 것이므로 위 의료사고는 위 원심 피고가 시술한 마취과정에서 발생한 것임이 분명한바, 위 원고가 마취제나 마취유도제의 사용시 주의를 요하는 호흡기 계통의 질환을 앓은 병력이 있고 이 사건 수술부위도 목부위인 점 등에 비추어 환자에 대한 심전도검사는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나아가 전신마취의 경우 사전에 충분한 조사를 거쳐 건강한 사람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심정지가 오고 그 후유증으로 뇌손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비율이 0.1% 이하로 극히 낮은 점과 위 원고에 대한 마취 도중 심정지가 발생하고 응급조치로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상당한 시간 동안 마취제가 투여되고 수술이 계속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위 원심 피고나 소외 1이 마취나 집도수술을 제때에 중단하고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은 원고 1의 위 발병 및 증상의 확대에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따라서 피고로서는 위와 같은 과실 없이 수술의 전 과정을 통하여 최선의 조치를 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리라는 점에 대한 반증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이 사건 사고발생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이 사건 사고는 전적으로 피고측의 지배하에서 발생한 것이고 진료기록 등도 피고측이 전문적인 견지에서 작성한 것으로서 원고측에서 수술상황을 파악하기가 극히 곤란하다는 점에 비추어서도 위와 같이 해석함이 타당하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특히 수술 전 검사에서 위 원고가 신경성 인두증세, 알레르기성 기관지염으로 치료를 받은 병력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그리고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비추어 보면, 마취유도제인 펜토탈, 흡입마취제인 할로탄 등을 이용하여 전신마취를 하기 전에 심전도검사를 하거나 마취 도중의 심허탈 및 심정지를 사전에 예측하기 위하여 마취 중에 심전도 감시장치를 부착하여 심기능을 항상 감시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보이고, 한편 마취 전에 심전도검사를 했다든가 마취 중에 심전도감시장치를 부착시켜 심기능을 항시 감시하였더라면 심정지를 더욱 빨리 발견하여 뇌손상의 정도를 줄일 수도 있었다고 보이므로(기록 754쪽의 대한마취과학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참조), 피고 의료원에 심전도검사기가 구비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기록 255면 이하의 심전도 결과지 참조), 위 원심 피고가 마취 전에 심전도검사를 하지 않았고 마취 중에도 심전도감시장치를 부착시키지 않았으며(마취기록지나 기타 기록사항에 마취 중에 심전도감시장치를 이용했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다. 기록 729쪽의 대한의학협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참조), 마취 중에 마취의사 등이 계속적으로 심음을 청진하였는지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면, 위 원심 피고 등에게 수술 전이나 수술 중의 검사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으므로, 원심이, 위 원심 피고가 원고 1에 대한 마취를 시행하기 전에 미리 심전도검사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이를 하지 아니한 데 시술 전의 검사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유불비나 채증법칙 위배, 예견가능성의 유무에 대한 심리미진, 의료과오에 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그리고 원래 의료행위에 있어서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다른 경우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의 위반, 손해의 발생 및 주의의무의 위반과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할 것이나,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그 일부를 알 수 있는 외에 의사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손해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인지의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환자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환자가 전신마취 및 수술 도중에 심정지가 발생하여 뇌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 등의 증세에 이른 경우에 있어서는,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의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환자의 특이체질 등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 고 할 것이다( 당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 1의 뇌손상의 원인인 심정지가 이 사건 마취 및 수술 도중에 일어났고, 이 사건 마취 및 수술과 위 원고의 뇌손상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되었을 가능성은 찾아볼 수 없으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원심 피고가 위 원고에 대한 마취를 시행하기 전에 미리 심전도검사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이를 하지 아니하고 마취 및 수술 중에도 심전도감시장치를 부착시켜서 심기능을 항시 감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등 시술 전 또는 시술 중에 대처를 소홀히 했다는 점 등을 종합 참작하여 보면, 위 원고의 뇌손상은 위 원심 피고 등의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라. 다만, 원심은 마취의사인 위 원심 피고와 집도의사인 소외 1이 마취 도중 심정지가 발생하고 나서 응급조치에 의하여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 후에 수술을 중단하지 아니하고 다시 마취 및 수술을 계속한 점과 뒤늦게 환자를 부산대학병원으로 후송하는 등 수술 후의 조치를 소홀히 한 점에 과실이 있다고 하였으나, 심정지가 발생한 후에 소생술에 의하여 정상으로 돌아오고 나서 비교적 간단한 수술인 목 뒤의 종양 제거수술에 대하여 마취 및 수술을 계속한 조치(재개한 후의 수술시간이 20분 정도에 불과하다)가 과연 위 의료사고의 발생이나 그 증상확대의 원인이 되었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밝히지 아니하고, 또 수술을 종료한 후 뇌소생을 위하여 계속한 치료가 부적절하다고 할 수 없는 이상, 다른 병원에 전원하지 아니한 것만으로 수술 후의 사후조치가 반드시 부적절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데도 수술을 종료한 후에 한 치료가 부적절한지에 관하여 밝히지 아니한 채, 원심이 막연히 위와 같은 점에 과실이 있고 위 원고의 발병 및 증상의 확대에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할 것이나, 위와 같이 위 원고의 뇌손상이 위 원심 피고 등의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되어 피고측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이상 판결의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
마. 따라서 원심이 피고 의료원이 이 사건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결국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