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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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집43(1)민,123;공1995.4.15.(990),1586]

판시사항

가. 환자측에서 일응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의료상의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것인지 여부

나. 의사의 전방경추융합술 시행 이후에 사지 부전마비증세가 의사의 시술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인하여 초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사례

다. 의사측의 진료기록 변조행위를 입증방해행위로서 의사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하는 자료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일반적으로 의료행위에 있어서 그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의 위반, 손해의 발생 및 주의의무의 위반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는 이를 주장하는 환자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이지만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그 일부를 알 수 있는 외에 의사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 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손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환자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우므로, 환자가 치료 도중에 하반신완전마비 등 사지부전마비증상이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는 환자측에서 일응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

나. 의사의 전방경추융합술 시행 이후에 나타난 환자의 사지부전마비증세가 의사가 시술과정에서 수술기구 등으로 환자의 전면척추동맥 또는 신경근 동맥을 과다압박 또는 손상하게 하여 척수혈류장애를 초래하였거나, 또는 환자의 제6 또는 제7 경추부위의 척수를 손상시킨 잘못으로 인하여 초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사례.

다. 의료분쟁에 있어서 의사측이 가지고 있는 진료기록 등의 기재가 사실인정이나 법적 판단을 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의사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그 변조이유에 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당사자간의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입증방해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하여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의사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광규

피고, 상고인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준수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그 보충이유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가. 이 사건에서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즉, 원고 1(이하 원고라 한다)는 1981.경부터 경부동통, 우측상지의 방사통 및 저린감이 있고, 우측상지의 삼두박근이 약화되어 이를 치료하기 위하여 1985.3.15. 피고 법인이 운영하는 영동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의사인 소외 박용구의 진찰을 받은 사실, 위 박용구는 원고를 검진한 결과 제6 내지 7 경추간반탈출증으로 진단하고, 제5 내지 제7 경추간관절에서도 후방골극(spur)이 관찰되었고, 후방 종인대의 골화증(O.P.L.L.)도 의심이 있는 것으로 진단하여, 같은 달 19. 동인에 대하여 물리치료를 시행하기 위하여 위 병원에 입원시킨 사실, 위 병원의 신경외과 과장으로 재직하던 피고 2는 원고에 대한 물리치료로서는 치유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를 근원적으로 치료하기 위하여 같은 해 4.2. 원고에 대하여 전방경추융합술(목의 전방의 피부를 절개하여 제6 경추와 제7 경추 사이의 추간반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골편을 삽입하는 수술, 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시행한 사실, 추간반탈출증은 추간반이 외력에 견디지 못하여 그것을 둘러싼 피막을 찢고 탈출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주로 후면으로 탈출하여 척수신경근을 압박하여 신경장애를 일으키는데, 그 증세가 심한 경우에는 후방탈출 추간반(디스크)을 제거하는 사실, 피고 2는 이 사건 수술을 함에 있어 "경추척추증에 대한 변형된 스미스-로빈슨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그 수술방법은 원래 1955. 스미스와 로빈슨에 의하여 개발된 경추부 추간반 질환에 대한 전방경추융합술을 메이필드와 벤자멘 등이 에어드릴을 이용하여 경추부 추간반과 후방골각을 제거하도록 수술방법을 변형시킨 것인 사실, 원고에 대한 수술과정은 환자를 전신마취시켜 반드시 눕히고 경부 중앙선에서 우측으로 주름선을 따라 옆으로 약 5cm 정도의 피부를 절개하여 해부학적 공간을 따라 경추 전면에 도달한 후 #15 수술칼 및 수술도구인 디스크 포셉(disc forcep)을 사용하여 디스크를 대강 제거한 다음, 수술용 현미경을 사용하여 에어드릴로 디스크를 완전히 제거한 후 그 공간에 환자의 장골능에서 떼어낸 골편을 삽입하는 골이식 융합수술인 사실, 그런데 이 사건 수술 직후 마취에서 깨어나서부터 원고에게는 하반신 완전마비 등 사지 부전마비증상이 발생하였고, 피고 2는 같은 달 3.(원심판시 4.는 3.의 오기로 보인다) 동인에 대한 컴퓨터단층촬영을 실시한 후 같은 달 4.(원심판시 3.은 4.의 오기로 보인다) 재수술을 시행하였지만 이식골의 위치도 이상이 없었고 마비를 초래할 만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였으며(재수술시 척수신경 전방 5mm의 공간에 피가 응고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였는데 이것은 척수를 압박할 만한 크기의 혈종이 아니었다), 위 하반신 마비증상은 회복되지 아니하였고, 원고에게 하반신 완전마비를 비롯한 사지의 부전마비증세가 영구적으로 남게 된 사실, 원고에 대한 최종진단명은 제6 및 제7 경추 부위의 척수위축증(부적합한 혈류를 동반한 국소적 위축)인 사실,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수술 이전에 진단된 골화증이 돌연한 척수병변(척수병변)의 원인은 되지 아니하고, 달리 원고에게 이 사건 수술 이전에 척수병변을 야기할 만한 척수공동증(척수공동증, 척수내 공동이 형성되어 신경을 파괴하는 병) 등의 흔적은 발견되지 아니한 사실, 척수위축으로 인한 하반신마비가 생기는 원인으로서는 ① 외상성, 즉 외과수술로 인한 것, ② 세균감염으로 인한 것, ③ 탈수초성으로 인한 것, ④ 혈관성으로 인한 것, ⑤ 원인불명인 것(혈관내 혈류부족으로 인한 경우 포함)등 5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위 원인들 중 ② 세균감염의 경우에는 열이 몹시 나는 전구증상(전구증상)이, ③ 탈수초성의 경우에는 먼저 눈이 안보이는 전구증상이, ④ 혈관성으로 인한 것인 경우에는 전신홍반 및 낭창이 나타나는 전구증상이 각 나타나는데, 원고에게는 이러한 전구증상이 없었던 사실, 그런데 경수에 혈액을 공급하는 전면척수동맥(Anterior Spinal Artery)은 척추동맥(Vertebral Arteries)으로부터 척수의 중심부를 타고 하향 파생된 동맥으로 1개 내지 3개의 신경근동맥(Radicular Arteries)과 합쳐지는데, 위 신경근 동맥이 압박을 받으면 동맥경련 또는 혈전증이 생겨 척수병변을 발생시킬 수 있고, 척수 또는 전면척추동맥이 수술중 외과적인 원인에 의하여 손상되면 운동마비 감각장애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사실, 이 사건과 같은 수술후 극심한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은 1퍼센트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고 2는 1982. 위 수술방법을 습득하여 시행한 이래 원고를 수술하기 전 약 50명의 환자에 대하여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였고, 이 사건 수술이후부터 1991.12.경까지 약 70명의 환자를 수술하였으나, 이 사건과 같은 척수마비가 발생한 것은 원고의 경우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나.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취사한 증거관계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논지가 지적하는 원심 감정인 이기찬의 감정결과를 기록에 의하여 자세히 살펴보아도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일반적으로 의료행위에 있어서 그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의 위반, 손해의 발생 및 주의의무의 위반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는 이를 주장하는 환자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이지만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그 일부를 알 수 있는 외에 의사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손해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환자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위반과 손해의 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우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환자가 치료 도중에 하반신완전마비등 사지부전마비증상이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는 환자측에서 일응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할 것인바 ( 당원 1995.2.10. 선고 93다52402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사지부전마비증세가 이 사건 수술 직후에 나타났고, 그 증상에 대한 최종적인 의학적 진단명이 혈류부족으로 인한 제6 및 제7 경추부위의 척수위축증으로 밝혀져 그 부위가 이 사건 수술부위와 일치되며, 이 사건 수술 전후를 통하여 원고에게 척수위축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를 초래할 만한 특별한 원인이나 증상이 관찰되지 아니하고, 나아가 척수위축으로 인한 하반신마비가 생기는 원인들 중 세균감염, 탈수초성 및 혈관성으로 인한 경우에는 각 특유한 전구증상이 나타나는데도 원고에게는 이러한 전구증상이 없었으므로 외상성 또는 원인불명의 두가지만이 남게 되는 데다가, 신경근 동맥이 압박을 받으면 동맥경련 또는 혈전증이 생겨 척수병변을 발생시킬 수 있고, 척수 또는 전면척수동맥이 수술중 외과적인 원인에 의하여 손상되면 운동마비 감각장애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면, 비록 시술상의 잘못 이외의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합병증이 발생하는 확률이 1% 미만으로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사지부전마비증세는 피고 2가 시술과정에서 수술기구 등으로 원고의 전면척추동맥 또는 신경근 동맥을 과다압박 또는 손상하게 하여 척수혈류장애를 초래하였거나, 또는 원고의 제6 또는 제7 경추부위의 척수를 손상시킨 잘못으로 인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 2의 수술상의 과실을 인정하고 피고 2에게 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이, 피고 법인에게는 피고 2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음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의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이, "원고의 하반신 마비는 피고 2의 집도상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원고에게 잠재된 척수혈류장애에 기하여 자연적으로 척수마비가 발생한 것이거나, 또는 동인에게는 경추간반탈출증과 동반하여 퇴행성 척추증인 경추골화증이 있는바, 이러한 퇴행성질환은 경추뿐만 아니라 신체의 전반적인 노화현상과 동반하므로 동맥경화등 임상적으로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혈관질환이 잠재할 가능성이 있고 위 혈관질환으로 인한 척추마비증은 현대의학 수준으로서는 불가항력이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들의 전거증으로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원심 감정인 이기찬의 감정결과에 대한 판단을 유탈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가 없다.

3. 제3점에 대하여

의료분쟁에 있어서 의사측이 가지고 있는 진료기록 등의 기재가 사실인정이나 법적 판단을 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의사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그 변조이유에 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당사자간의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입증방해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하여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의사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소제기 후 의사진료기록(차트) 등에 대한 제1심 법원의 서증조사기일에 제출된 1987.3.16. 최종 작성된 피고 2 명의의 의사진료기록(차트)(갑 제8호증의 1) 및 레지던트 소외 황용순 명의의 의사진료기록(차트)(갑 제8호증의 10)의 기재 중 원고에 대한 진단명의 일부가 흑색 볼펜으로 가필되어 원래의 진단명을 식별할 수 없도록 변조되어 있다면, 피고측이 그 변조이유에 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이는 명백한 입증방해행위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이를 피고 2의 수술과정상의 과오를 추정하는 하나의 자료로 삼았음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입증방해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4. 이에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한 피고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박만호(주심) 박준서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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