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도1940 판결

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도194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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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판시사항

[1] 공동정범의 성립요건

[2] 절도죄에 있어서 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한데,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2] 오토바이를 절취하여 오면 그 물건을 사 주겠다고 한 것이 절도죄에 있어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88. 9. 13. 선고 88도1114 판결(공1988, 1294),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도3204 판결(공1993상, 1188),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도1435 판결(공1993하, 2479),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461 판결(공1996상, 846),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도2427 판결(공1997상, 708)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창국

원심판결

부산지법 1997. 7. 11. 선고 97노118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절도죄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묻고 있는 다음과 같은 취지의 공소장 제1., 제3. 기재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판결이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그 범죄사실들과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 1의 3회에 걸친 특수절도(합동범)에 관한 공소장 제2. 기재 각 범죄사실은 모두가 피고인의 절도 습벽의 발현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이들이 포괄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4 제1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음이 명백하다.

피고인은 오토바이 판매점을 경영하는 자인데,

(1) 원심 공동피고인 1이 오토바이를 절취하여 오면 피고인이 이를 처분하기로 원심 공동피고인 1, 공소외 1과 공모하고,

원심 공동피고인 1은 공소외 1과 합동하여 1996. 6. 초순 일자불상경부터 같은 해 9. 초순 일자불상경까지 부산 시내 각지에서 원심 공동피고인 1이 길가에 있는 오토바이를 끌어와 공소외 1과 함께 공소외 1이 운전하는 승합차에 싣고 가는 방법으로 8회에 걸쳐 오토바이를 절취하고,

(2) 원심 공동피고인 1이 오토바이를 절취하여 오면 피고인이 이를 처분하기로 원심 공동피고인 1, 공소외 2와 공모하고,

원심 공동피고인 1은 공소외 2와 합동하여 1996. 8. 하순 일자불상경 부산 부산진구 개금 3동 281의 6 소재 농심쌀상회 앞길에서 원심 공동피고인 1이 길가에 있는 오토바이를 끌어와 공소외 2와 함께 공소외 2가 운전하는 승합차에 싣고 가 오토바이를 절취하였다.

2. 당원의 판단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한데,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도3204 판결, 1996. 1. 26. 선고 95도2461 판결, 1997. 1. 24. 선고 96도2427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공소장 제1., 제3. 기재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을 절도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박진용, 허지운, 최현성와 공모한 내용이 그들과 공동의사로 절도 범행을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그들의 행위를 이용하여 피고인의 절취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 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보면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 1, 공소외 1, 공소외 2 등이 공모한 경위와 내용,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이 범행을 실행한 후의 정황 등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장물취득 등의 전과가 있는 사람으로서 중고오토바이 매매업을 경영하고 있었다. 한편 원심 공동피고인 1은 서울에 있다가 공소외 1으로부터 "부산에 돈벌이가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1996. 5. 초순경에 부산으로 내려왔다. 원심 공동피고인 1이 부산에 내려와 공소외 1과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오토바이 절도 범행을 벌이고, 절취한 오토바이를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 2 등에게 넘기고 대가를 취득하여 온 점에 비추어 보면 "부산에 돈벌이가 있다."는 말은 "절취하는 오토바이의 판로가 확보되어 있으니 부산에 내려와 함께 오토바이 절도를 하여 돈을 벌자."는 뜻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원심 공동피고인 1과 공소외 1은 피고인을 장물아비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원심 공동피고인 1에 대한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참조. 수사기록 52쪽).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이 오토바이를 절취하여 오면 대당 금 150,000원 정도의 돈을 주고 이를 사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심 공동피고인 1인 1은 1996. 8.말에는 개금동 철길 건널목에서 오토바이 1대를 절취하여 피고인에게 가져다 주었는데 그 다음날 피고인이 돈을 주지 않자 2일 뒤에 그 오토바이를 평소 알고 있었던 공소외 3에게 처분한 일이 있고( 원심 공동피고인 1에 대한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참조. 수사기록 127쪽), 공소외 1은 자기들이 절취하여 피고인에게 대당 금 150,000원을 받고 넘기는 오토바이를 전우홍이 피고인에게 대당 금 250,000원 내지 금 300,000원씩 주고 구입한다는 것을 알고는 절취한 오토바이를 피고인에게 넘기지 않고, 원심 공동피고인 2에게 넘기기도 하였다( 원심 공동피고인 2에 대한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참조. 수사기록 147쪽). 기록상 피고인이 원심 원심 공동피고인 1, 공소외 1, 공소외 2 등에게 "오토바이를 훔쳐 와라"고 할 때에 절취할 오토바이나 절취 행위를 할 시간, 장소 등을 특정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그러므로 그 의미는 "어디에 있는 누구의 오토바이라도 상관없으니 훔쳐와라"라고 하는 뜻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이 오토바이를 절취할 때에 사용한 승합차를 피고인이 내어 준 일이 있고,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이 절취한 오토바이를 쉽게 가져다 놓을 수 있도록 피고인이 자기 점포의 열쇠를 원심 공동피고인 1에게 주었다고 하는 등의 사정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에 비추어 보면,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이 절취하여 온 오토바이를 피고인이 인도받으면서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에게 돈을 주는 관계는 피고인이 그들과 한패가 되어 공동으로 물건을 절취한 후 두목으로서 다른 가담자들에게 범죄로 취득한 이익을 나누어 주는 관계이거나, 자기의 일을 시켜놓고 일을 마친 데에 대하여 수고비를 지급하는 관계 또는 함께 오토바이를 절취한 후 피고인은 오토바이의 처분행위를 담당하는 관계라기보다는 오히려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으로부터 장물을 매수하면서 그 대금을 지급하는 관계라고 생각된다. 결국 공소장 제1., 제3. 기재 공소사실에 있어서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 1, 공소외 1, 공소외 2 등과 공모하였다는 내용은 "우리가 함께 오토바이를 훔치자. 다만 현장에서 훔치는 일은 너희들이 맡아서 해라. 그러면 장물은 내가 맡아서 처분하겠다."는 것이었다기 보다는 "너희들이 오토바이를 훔쳐라. 그러면 장물은 내가 사 주겠다."는 것이었다고 보인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에게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제1심 판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 1, 공소외 1, 공소외 2 등과 "원심 공동피고인 1이 오토바이를 절취하여 오면 피고인이 이를 처분하기로 공모하였다."고 하는 위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하여 제1심 판시 제1., 제3. 기재 범죄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동정범이라고 단정하고 만 것은 공동정범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국선변호인의 논지는 이유가 있다.

제1심 판시 제1., 제3. 기재 각 범죄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을 절도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 그 각 범죄사실과 제1심 판시 제2. 범죄사실을 모두 묶어 포괄적으로 상습절도라고 인정한 원심판결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전체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최종영 이돈희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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