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49978 판결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4997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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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공1998.9.1.(65),2203]

판시사항

[1] 피해자에게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악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책임의 성립 여부(소극)

[2] 사용자책임이 면책되는 피해자의 중과실의 의미

[3] 상호신용금고가 어음을 취득함에 있어 배서의 적법성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배서 경위 등을 확인하지 아니한 경우, 피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사용자책임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있어서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

[2] 사용자책임이 면책되는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3] 상호신용금고가 어음을 취득함에 있어 배서의 적법성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배서 경위 등을 확인하지 아니한 경우, 피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사용자책임을 부정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사조상호신용금고

피고,상고인

피고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 한 $덴마크유가공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환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1은 피고의 경리직원으로서 금전출납, 세금계산 및 거래처로부터 피고에게 물품대금조로 현금이나 어음 등이 입금되었을 경우 현금을 은행에 입금하고 어음을 예치·위탁하거나 또는 경리부 차장인 소외 최진구의 지시를 받아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는 등 경리업무를 담당하는 자이었고, 위 최진구는 대금결제, 지출승인, 수입·지출에 관한 장부정리, 전표작성, 세금계산, 은행에 대한 입출금, 거래처로부터 물품대금조로 어음을 취득한 경우 이를 주거래 은행에 예치·위탁하는 등의 경리업무를 총괄하는 자인 사실, 소외 주식회사 롯데삼강(이하 롯데삼강이라고 한다)은 1993. 12. 30. 피고에게 (1) 금액 41,250,000원, 발행일 같은 날, 지급기일 1994. 5. 6., 수취인 ' 피고로 기재된 약속어음 1장(이하 이 사건 제1어음이라고 한다)과 (2) 금액 56,226,500원, 발행일 같은 날, 지급기일 1994. 4. 7.로 되어 있고, 수취인은 이 사건 제1어음과 같은 약속어음 1장(이하 이 사건 제2어음이라고 한다)을 물품대금의 변제를 위하여 각 발행교부한 사실, 그 후 위 최진구가 정읍시에 있는 본사에 출장을 가면서 그 소관 업무에 관하여 적절한 감독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틈을 이용하여, 위 소외 1은 피고 금고에 보관중이던 이 사건 각 어음을 절취한 후, 소외 행원산업 주식회사(이하 행원산업이라고 한다)의 관리사장이던 소외 2와 공모하여 피고의 배서를 위조하여 피고가 행원산업에 이 사건 각 어음을 배서양도한 것처럼 허위기재하고 그 다음의 배서란에 행원산업의 배서를 기재한 사실, 원고는 행원산업에게 (1) 1994. 1. 14. 이 사건 제1어음에 관하여는 위 일자로부터 지급기일까지 112일 상당기간 동안의 연 1할 7푼의 비율에 의한 선이자인 금 2,151,780원을 공제한 금 39,098,220원, (2) 같은 달 19. 이 사건 제2어음에 관하여는 위 일자부터 지급기일까지 78일 상당기간 동안의 같은 비율에 의한 선이자인 금 2,042,639원을 공제한 금 54,183,861원 합계 금 93,282,081원을 할인금으로 교부하고, 행원산업으로부터 이 사건 각 어음을 배서양도 받은 사실, 그 후 원고가 이 사건 각 어음을 그 각 지급제시기간 내에 지급제시하였으나 피고가 롯데삼강에 이 사건 각 어음의 사고신고를 하여 모두 지급거절된 사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각 어음의 발행인인 롯데삼강을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약속어음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이 사건 각 어음을 취득함에 있어서 원고에게 중과실이 있으므로 그 어음을 선의취득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최종적으로 패소확정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소외인이 이 사건 각 어음을 절취하고 위 소외 2와 공모하여 그 배서를 위조한 행위는, 그의 사무집행 행위 자체에 속하지는 아니하나, 위 소외 1이 위조한 어음의 외형, 위 소외 1이 피고의 어음관련 주무부서인 경리부에서 수행한 직무의 내용, 직원감독관계, 위 소외 1에게 어음의 절취 및 배서 위조의 기회를 줄 정도로 허술하였던 피고의 어음사무처리에 관한 운영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위 소외 1의 이 사건 각 어음의 절취 및 배서위조 행위와 그 행위에 대한 위 최진구의 감독 소홀은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피고의 경리사원 또는 경리부 차장으로서 위 소외인들의 앞서 본 바와 같은 각 직무와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라고 할 것이고, 위 소외 1이 이 사건 각 어음을 절취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그 배서를 위조하였으며, 원고로서는 이 사건 각 어음의 지급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피고 명의의 배서가 진정한 것이라고 믿고 그 신용상태도 감안하여 이를 취득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원고의 손해와 위 소외 1의 절취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것이어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위 소외 1 및 위 최진구의 사용자로서 그들의 위와 같은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위와 같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이 사건 각 어음을 취득함에 있어 원고에게 그 판시와 같은 과실이 있음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위 소외 1의 행위가 피고의 사무집행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러한 원고의 중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이 점에 관한 피고의 중과실 주장을 배척하였다.

2. 판 단

가.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우선 원심의 위 사실인정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한 사실오인,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제2점에 대하여

그러나 원심이 원고가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함에 있어 위 소외 1의 피고 명의의 배서위조행위 등이 피고의 사무집행에 해당하지 않음을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있어서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 고 할 것이고( 대법원 1983. 6. 28. 선고 83다카217 판결, 1996. 12. 10. 선고 95다17595 판결, 1998. 3. 27. 선고 97다19687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할인취득한 이 사건 각 어음의 제1배서란에는 수취인인 피고가 아닌 행원산업 명의의 배서가 기재되었다가 말소되어 있었고, 위 말소된 배서 다음에 다시 기재되어 있는 피고의 배서란에는 수기로, 대표자격의 표시도 없이, 피고의 상호만 기재되어 있으면서도 그 옆에는 피고 명의의 인감이 아닌 행원산업의 인감이 거꾸로 찍혀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제1어음의 행원산업 배서란에 날인되어 있는 대표이사 인영이 같은 날 원고와의 어음거래약정 체결을 위하여 작성·제출한 사용인감신청서상의 인영과 상이한 인영이 날인되어 있었던 사실, 위 소외 2는 이 사건 제1어음이 물품거래로 취득한 어음이라고 하면서도 물품대금영수증 사본과 납품확인서를 첨부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제1어음의 할인을 요구하였고, 약 15일간의 기간 동안 행원산업의 규모(어음거래약정 체결시 제출한 서류에는 종업원 25명 규모의 소기업이라고 기재되어 있다.)에 비하여 비교적 고액인 금액 합계 약 215,000,000원 상당의 어음 4장을 3차례에 걸쳐 할인하여 간 사실, 원고는 행원산업과 처음으로 어음거래를 하면서도 어음할인 의뢰를 하는 행원산업의 자산 및 영업상태를 조사하지 아니하였고 법인등기부등본도 제출받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추후에 제출되었다) 행원산업의 자산 및 영업상태나 연대보증인인 위 행원산업의 대표이사 소외 황태령의 재산사항에 대한 아무런 확인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당일 신용조사서를 작성하였고 그 이후에도 이를 게을리 한 사실, 원고는 상호신용금고로서 어음의 할인업무 등을 영리를 목적으로 조직적·계속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사실( 상호신용금고법 제11조 제1항 참조)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상호신용금고업을 하는 회사로서 어음거래 및 어음할인에 정통하고 있으므로 일반인의 경우에 비하여 어음거래 및 할인취득에 더욱 신중하게 대처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각 어음들의 소지인인 행원산업이 원고와 처음으로 어음 거래를 시작하였고 행원산업의 규모에 비하여 월등히 큰 액수의 이 사건 각 어음들을 할인하면서 물품대금영수증이나 납품확인서를 첨부하지 아니한 채 할인을 요구한 행위나, 앞서 본 배서상의 문제점 특히 수기로, 대표자격의 표시 없이, 피고의 상호로만 기재되어 있으면서도 그 옆에는 피고 명의의 인감이 아닌 행원산업의 인감이 거꾸로 찍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행원산업의 실질적인 무권리성을 의심하게 할 만한 사정이 충분히 있었고, 피고의 배서도 외형상으로 보아도 배서의 기재 자체에 의하여 위와 같이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볼 만한 현저한 사정이 있었으므로 마땅히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어음에 위와 같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배서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조회하여 보아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각 어음들의 수취인이자 배서인으로 기재된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어음에 배서하게 된 경위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아니하고 발행인인 롯데삼강에게만 발행 여부의 확인전화만 하고 이를 취득한 데에는 비록 외형상으로는 위 소외 1 등의 앞서 본 바와 같은 위조 등의 행위가 그 직무와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라고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위 소외 1 등의 위조 등의 행위가 정당한 사무집행의 범위에 속하지 아니함을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점을 살펴보지 아니하고 피고에게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였음은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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