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프트웨어 개발·공급계약의 법적 성질과 계약내용의 해석방법
[2]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있어서 주장·입증책임의 분배
[1] 소프트웨어의 개발·공급계약이 통상 도급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수급인이 그 일을 완성하면 미리 확정된 용역의 대가를 전액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소프트웨어의 개발·공급계약이 성질상 반드시 정액급의 보수 지급방식을 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개별계약의 구체적인 약정에 따라 얼마든지 보수지급의 방식을 달리하여 실제로 투입한 인력의 실적에 따라 용역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할 수 있으며, 또한 일반적으로 계약내용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이므로 먼저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금전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있어서는, 채무자인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원인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입증책임을 부담한다.
사단법인 한국교통문제연구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동진 외 4인)
한국도로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안범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서 고속도로 교통관리시스템(FTMS)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개발 및 시스템관리에 관한 기술용역을 총 대가 금 3,800,000,000원, 총 기간 600일로 각 정하여 수행하되 그 개별계약은 전체 공정을 단계별로 나누어 체결하기로 하고, 1992. 12. 24. 계약금액은 금 32,699,000원, 용역기간은 계약일로부터 같은 해 12. 28.까지로 하는 내용의 제1차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 원고는 위 제1차 계약일에 캐나다의 교통관리시스템 전문회사인 델칸(Delcan)사와 사이에 위 고속도로 교통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개발 및 시스템관리에 필요한 기술용역을 미화 2,300,000불에 제공받기로 하는 기술용역업무협정을 체결한 사실, 원고는 위 제1차 용역이 완료된 후 피고와 사이에 1993. 1. 29. 계약금액은 금 2,490,000,000원,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같은 해 12. 30.까지로 하는 내용의 제2차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원고에게 1993. 3. 3. 선급금으로 금 249,000,000원을, 같은 해 5. 10. 제1차 기성금으로 금 418,792,000원을, 같은 해 9. 14. 2차 기성금으로 금 896,806,000원을, 같은 해 말 준공에 따른 잔금으로 금 925,402,000원을 각 지급하여 위 계약금액 전액을 지급한 사실, 원·피고가 위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수행업체 선정과정에서 이미 배포된 용역입찰 유의서, 현장설명서 등과 피고가 미리 마련하여 시행하여 오던 기술용역계약 일반조건 및 용역계약 특수조건 등을 계약내용의 일부로 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위 기술용역계약 일반조건에서는 ① 계약문서를 구성하는 산출내역서는 용역대가의 지급기준으로 계약문서의 효력을 가지며(제6조), ② 피고 관계 직원은 용역의 완성이나 기성 부분의 검사에 있어서 원고의 계약이행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계약에 위반되거나 부당함을 발견한 때에는 필요한 시정조치를 하여야 하도록 정하고 있고(제10조 제3항), 한편 용역계약 특수조건에서는 ① 장기계속계약의 경우에는 부기한 총 용역의 낙찰금액에서 이미 계약된 금액을 공제한 범위 안에서 계약을 체결하며 그 계약금액은 총 용역의 계약단가에 의하여 결정하고(1988. 1. 1.부터 시행된 용역계약 특수조건의 제6조), ② 피고는 계약의 수행에 있어서 원고의 행위, 계약위반 또는 성능저하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손실(비용, 부담, 지출금)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모든 돈으로부터 공제하거나 청구함으로써 이를 변제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며(고속도로 교통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System Management 용역계약 특수조건의 제3조 제1항), 또한 현장설명서에는 참여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에 나타난 시행계획, 근무일정표(manning-schedule) 등 제반 사항은 계약시 그대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1992. 10.경 원고에게 교부된 과업제안서 작성을 위한 추가 세부지침에는 "외국인이 본 과업에 참여하는 경우 한국 상주를 원칙으로 하며 본국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홈 오피스(home-office) 근무가 불가피할 시 홈 오피스 근무에 대한 인력계획을 제안서상에 상세히 작성하여야 하며 계약 후에도 홈 오피스 근무 요청서를 피고 감독원에게 제출, 승인을 받아야 홈 오피스 근무가 가능함"이라고 기재된 사실, 과학기술처장관이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 제8조 에 의하여 제정·고시한 소프트웨어개발비산정기준(과학기술처고시 제89-3호)에 의하면, 소프트웨어 개발비는 직접인건비·직접경비·제경비 및 기술료의 합계액으로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직접인건비는 개발되는 소프트웨어의 크기 및 난이도 등에 따라 산출된 총 주스텝수를 기초로 산출된 소요공수(예상소요인력)에 등급별 엔지니어링 노임단가를 적용하여 산정하도록 되어 있고, 직접경비는 여비·인쇄비·소프트웨어 툴(TOOL) 사용료 등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소요되는 실비이며, 제경비는 직접인건비의 110% 내지 120% 범위 내에서 기간단축률에 따라 산정하고, 기술료는 직접인건비와 제경비를 합한 금액의 20% 내지 40% 범위에서 품질보증기준의 적용 등의 3가지 요건에 따라 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사건 용역계약에 있어서는 직접인건비를 계산함에 있어서 소요되는 기술자를 국내기술자와 해외기술자로 구분하여(위 2차 용역계약의 경우 국내기술자 302.24인/월, 해외기술자 105.86인/월임) 국내기술자에 대하여는 위 소프트웨어개발비산정기준에 따라 등급별 엔지니어링 노임단가에 의하여 직접인건비를 산정한 반면, 해외기술자에 대하여는 별도의 단가에 의하여 산정한 결과 해외기술자의 단가가 국내기술자 단가의 5 내지 6배에 이르게 되었으며, 제경비 및 기술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도 위 소프트웨어개발비산정기준과 달리 총 투입인력의 직접인건비에 대하여 제경비 및 기술료를 산정하지 아니하고 국내기술자 직접인건비만에 대하여 120%의 제경비를 산정하고, 또 국내기술자의 직접인건비와 이에 대한 제경비를 합한 금액에 대하여만 40%의 기술료를 산정하였고, 해외기술자의 직접인건비에 대하여는 제경비, 기술료를 산정하지 아니하고 실제로 국내에서 작업함에 소요되는 항공료, 체재비 등 경비를 직접경비 항목에 포함시켜 별도로 산정한 사실, 원고는 해외기술자의 홈 오피스 근무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아무런 승인을 받지 않았고 또한 원고가 위 제2차 용역을 수행함에 있어 국내에서 투입한 위 델칸사의 해외기술자는 실제로는 54.72인/월에 불과한데도, 원고 직원인 소외 최재철은 해외기술자가 우리 나라에 입국한 사실조차 없거나 국내에 체제하지 아니한 기간에도 국내에서 근무한 것처럼 고속도로 교통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개발 및 시스템 관리용역 공정현황을 허위로 작성하여 국내에서 투입된 총 해외기술자가 계약상의 투입인원인 105.86인/월보다도 오히려 71.04인/월이 더 많은 176.90인/월인 것으로 피고에게 제출하였고, 피고는 이를 근거로 위와 같이 계약금액 전액을 지급한 사실, 그 후 감사원 감사에서 원고가 국내에서 투입한 해외기술자의 인력을 위와 같이 허위로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것이 적발되어 피고는 1994. 4. 12.경 감사원으로부터 실제 투입된 해외기술자수를 전제로 하여 산정한 용역비 정당지급액 금 1,797,442,317원보다 과다지출된 금 692,557,683원을 원고로부터 회수하도록 하는 시정요구를 받은 사실(다만 위 감사에 있어서는 투입일수 계산에 있어서 해외기술자의 입·출국일을 제외함으로써 총 해외기술자 투입일수가 46.40인/월인 것으로 산정하여 이를 근거로 과다지출된 금액을 계산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1994. 4. 16. 원고에 대하여 위 계약특수조건 제3조 제1항을 근거로 위 금 692,557,683원을 반환하라고 요구하였으며, 이에 원고는 1994. 5. 21. 감사원에 피고의 위 반환요구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심사청구를 하자, 감사원은 1995. 2. 21. 해외기술자의 국내근무일수를 산정함에 있어서 입국일과 출국일을 제외하여 계산한 부분에 대하여만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해외기술자의 총 투입일수를 54.72인/월로 인정하고 원고에 대한 반환요구금액을 위 금 692,557,683원에서 금 624,122,614원으로 경정해 준 사실 등을 각 인정한 다음, 위 기술용역계약 중 해외기술자의 용역대금의 결정은, (1) 계약내용의 일부가 된 위 현장설명서에서 제안서상의 근무일정표 등 제반 사항은 계약시 그대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는 한편 그 제안서 작성을 위한 추가 세부지침에서 외국인이 본 과업에 참여하는 경우 한국 상주를 원칙으로 하며 부득이 본국에서 근무하더라도 사전에 피고 감독원의 승인을 받도록 정하여 해외기술자의 인력투입에 대하여 피고가 직접 투입 여부를 점검하도록 되어 있는 점, (2) 이 사건 용역계약상 위 소프트웨어개발비산정기준과는 달리 제경비·기술료를 국내기술자의 직접인건비만을 기준으로 산정함으로써 국내기술자 투입에 대한 대가만을 위 소프트웨어개발비산정기준에 따라 산출하고, 해외기술자의 직접인건비 산정에 있어서는 엔지니어링 노임단가의 5배 내지 6배에 이르는 별도의 원고 독자의 기준에 따라 산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제경비·기술료를 붙이지 아니하고 실제로 지출될 해외기술자의 항공료·체재비 등을 직접경비 항목으로 편성한 점, (3) 원고 스스로 위 2차 용역계약상의 해외기술자 투입일수에 해당하는 해외기술자가 국내에서 근무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마치 국내에서 근무한 것처럼 허위의 공정현황을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고 이를 근거로 전액의 용역대금 청구를 하고 또한 피고도 이에 따라 용역대금 전액을 지급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실제로 해외기술자를 투입한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정부투자기관회계규정에서 개산계약의 경우에 사후정산이 규정되어 있고 다른 방식의 계약에 관하여는 정산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여 다른 방식의 계약에 있어서 계약금액을 상한으로 하여 계약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실제로 투입된 경비에 따라 사후 정산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원고가 이 사건 2차 용역계약상 투입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인원 이상의 해외기술자를 홈 오피스에서 투입하여 계약의 취지에 부합하는 의무이행이 있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원고가 제안서 작성을 위한 추가세부지침서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피고의 사전승인을 받지 아니한 이상 해외기술자의 직접인건비를 실제 투입인력에 따라 정산하기로 한 이 사건 2차 용역계약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해외기술자의 홈 오피스 근무에 대한 직접인건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함과 아울러 부가적 판단으로 원고 주장과 같은 해외기술자의 투입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계약해석에 관한 법리 오인의 점에 대하여
소프트웨어의 개발·공급계약이 통상 도급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수급인이 그 일을 완성하면 미리 확정된 용역의 대가를 전액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임은 소론과 같을지라도, 모든 소프트웨어의 개발·공급계약이 그 성질상 반드시 정액급의 보수 지급방식을 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개별계약의 구체적인 약정에 따라 얼마든지 보수지급의 방식을 달리하여 실제로 투입한 인력의 실적에 따라 그 용역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할 수 있으며, 또한 일반적으로 계약내용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이므로 먼저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정부투자의 공기업으로서 장기간에 걸쳐 단계별로 목적사업이 수행되는 이 사건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국내 기술수준의 향상을 도모하고 적절한 대가에 의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외기술자의 투입에 대한 용역대금은 실제로 해외기술자를 투입하는 실적에 따라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해석되는바,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계약해석에 관한 법리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2차 용역계약상 투입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인원 이상의 해외기술자를 홈 오피스에서 투입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이 부분은 가정적, 부가적인 것으로서 원심의 위 판단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논지는 결국 이유 없다.
4.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의 주장·입증책임의 점에 대하여
금전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있어서는, 채무자인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원인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그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입증책임을 부담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은 감사원의 시정요구에 따라 계약위반을 이유로 그 회수가 명하여진 이 사건 기술용역계약상의 해외기술자에 대한 용역대가에 관하여, 감사원의 결정내용을 부정하는 원고의 주장을 차례로 배척하는 방식으로 판시하였으나, 그 취지는 이 사건 기술용역계약이 해외기술자의 투입에 대한 용역대가를 지급함에 있어서는 계약이 정하는 방식에 따라 실제로 투입한 실적에 따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원고가 그 공정현황을 허위로 작성하여 청구하는 바람에 해외기술자에 대한 용역대금이 금 624,122,614원 만큼 과다지급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 들여 그 반환채무를 인정한 데에 있으므로,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의 주장·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