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할 때 그 조정 방법
[2] 명예훼손 행위의 위법성 조각사유와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3] 수사기관이나 수사담당 공무원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그 공표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4] 언론 매체가 공적인 인물이 아닌 자의 범죄사실을 보도하면서 그의 신원을 명시하거나 초상을 보여주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소극)
[1]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익사항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 상의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을 받아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등 사적 법익도 보호되어야 할 것이므로,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 그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
[2]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고,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구체적 내용,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의 광협,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항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타인의 명예의 침해의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3] 형법 제126조 가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점, 헌법 제27조 제4항 이 형사피고인에 대하여 무죄추정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점과 아울러 직접 수사를 담당한 수사기관이나 수사담당 공무원의 발표에 대하여는 국민들이 그 공표된 사실이 진실할 것으로 강하게 신뢰하리라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직접 수사를 담당한 수사기관이나 수사담당 공무원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에는 공표하는 사실이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4] 일반적으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행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사회적 규범이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제재가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실현되는가를 알리고, 나아가 범죄의 사회문화적 여건을 밝히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하는 등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어지고, 따라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을 것이나, 범죄 자체를 보도하기 위하여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 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고,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에 관한 보도가 반드시 범죄 자체에 관한 보도와 같은 공공성을 가진다고 볼 수도 없다.
[1][2]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공1988, 1392)
[2]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도1942 판결(공1995하, 3961) 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도3309 판결(공1996상, 1627) 대법원 1996. 5. 28. 선고 94다33828 판결(공1996하, 1973)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다36329 판결(공1996하, 3297)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도1473 판결(공1996하, 3491) 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도88 판결(공1997상, 1516) [3]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다18389 판결(공1994상, 194) 대법원 1996. 8. 20. 선고 94다29928 판결(공1996하, 2776) 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다57689 판결(공1998하, 1712)원고 1외 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양우 외 1인)
대한민국 외 5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혁 외 3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1. 원심의 사실인정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원고 1은 1975. 7. 23. 소외 1과 혼인신고를 마친 자로서 1990. 무렵 전주지방법원 88드4793호로 소외 1과 이혼소송이 계속중이었고, 망 소외 2는 원고 1의 오빠인 소외 3의 친구이었다.
나. 서울 서초경찰서는 1990. 5. 24.경 소외 4로부터 ' 원고 1 등에게 집단으로 감금 폭행을 당하였다.'는 피해신고가 접수되고 같은 달 29.자로 '피고소인 원고 1은 내연의 관계에 있는 성명불상의 50대 남자 및 수명의 폭력배와 함께 남편 소외 1을 이혼재판이 끝나기 전에 청부살해하여 남편 재산을 고스란히 상속받거나 또는 그를 공갈 협박하여 많은 위자료를 받아내기로 모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하여 같은 달 18. 23:00경 남편의 친구인 고소인 소외 4를 서울 서초구 소재 석주호텔 커피숍으로 유인한 다음 그를 다시 강제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대화카페 지하실로 데리고 가 감금하고 같은 날 23:30경부터 이튿날 05:00경까지 남편의 소재를 대라며 무차별 폭행하였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제출되었으며, 같은 해 6. 27.경에는 소외 1로부터도 같은 내용의 고소장이 제출됨에 따라 이 사건을 살인예비음모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사건으로 보고 원고 1 등을 입건하여 수사에 착수하게 되었다.
다. 이 사건 수사는 처음에는 소외 4로부터 피해신고를 접하였던 서초경찰서 형사계 형사 7반 소속 경장 이관에게 배당되어 고소인들에 대한 조사와 피고소인인 원고 1에 대한 피의사실 조사 및 공범으로 지목된 성명불상자들에 대한 신원파악 및 검거활동 등으로 수사가 진행되었으나, 담당 경찰의 원고 1에 대한 구속수사 건의가 검찰의 보강수사지시와 함께 거부되고, 원고 1로부터는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수사라는 항의까지 받게 되자, 그 이후의 수사는 같은 경찰서 형사계 강력 2반 소속 경사 소외 5, 경장 소외 6 등에 의하여 진행되었다.
라.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고소인 소외 4가 감금 폭행을 당하였다고 지적한 현장에 원고 1 외에 망 소외 2와 소외 7이 같이 있었던 것을 밝혀내고 그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다음, 그들이 한결같이 그 혐의사실 전부를 부인하고 있으나 고소인들의 진술로 미루어 피의자들에 대한 범죄혐의가 충분하다고 단정하고 같은 해 8. 1.경 피의자들 중 원고 1, 망 소외 2에 대한 구속영장의 신청을 준비하게 되었다.
마. 같은 해 8. 1. 14:00경 서초경찰서 형사계 소속 형사계장 소외 8은 위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에 앞서 경찰출입기자들이 모여 있는 강남경찰서 출입기자실에 전화를 걸어 '굵직한 사건을 해결하였으니 취재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를 접한 피고들 신문 및 방송사 소속 기자들이 서초경찰서에 취재를 위하여 모이자,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은 '원고 1 등에 대한 살인예비음모 피의사실에 대하여 피해자와 사건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그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었으므로 그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려고 한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아울러 수사가 개시되게 된 경위와 그 경과 및 피의자 검거경위 등 사건 전반에 관하여 설명을 하고 취재편의를 위하여 관련 수사기록을 자유로이 열람하도록 하였으며, 또 같은 달 2. 오전 중 뒤늦게 이 사건 관련기사를 취재하러 온 피고 주식회사 동아일보사 소속 기자 및 같은 달 10. 역시 이 사건 기사를 취재하러 온 원심 공동피고 주식회사 경향신문사 소속 주간경향 기자에게도 같은 내용의 설명과 취재편의를 제공함으로써 피고들 신문 및 방송사 기자들에게 원고 1 및 망 소외 2에 대한 피의사실을 공표하였다.
바. 이에 피고들 신문 및 방송사 기자들은 이를 토대로 이 사건 관련기사를 작성하였고, 피고 주식회사 동아일보사, 주식회사 중앙일보사, 주식회사 한국일보사, 주식회사 조선일보사는 같은 달 2.에 위 피고들 발행의 각 신문의 사회면에 원고 1 및 망 소외 2 등의 피의사실 관련기사를 별지목록 기재와 같이 각 보도하였고, 피고 한국방송공사는 같은 날 19:00경 정규 뉴스시간에 '남편과의 이혼소송을 진행중인 피의자 원고 1이 그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없게 되자 청부폭력배 망 소외 2 등에게 남편을 혼내 주고 위자료조로 5억 원을 받아 주면 그 대가로 1억 원을 주겠다고 제의하고, 남편의 행방을 찾기 위해 남편 친구인 피해자 소외 4를 불러내어 남편의 소재지를 대라며 감금 폭행하였다.'는 요지의 기사를 약 30초 내지 1분간에 걸쳐 원고 1의 얼굴 모습과 함께 방영하였다.
사. 원고 1, 망 소외 2 등에 대한 구속영장은 서울형사지방법원으로부터 같은 달 3. 발부되었고, 원고 1과 망 소외 2는 같은 달 29. 위 법원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원고 1 등에 대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1991. 12. 19. 위 법원은 '고소인 소외 4의 진술은 상호 모순되고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고, 그 밖에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그 무죄판결은 1992. 11. 13.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그리고 소외 4는 그 후 1993. 10. 30.경 원고 1 등에 대한 위 고소와 관련하여 그가 '피해자 원고 1과 그 남편 소외 1 간의 이혼소송에 부당하게 개입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고소를 제기함으로써 위 피해자를 무고한 것'이라는 이유로 무고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와 같은 인정 사실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피고 대한민국 예하 서초경찰서 소속 수사담당 경찰관은 경찰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원고 1 등에 대하여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그에 대한 보도를 적극적으로 요청함과 동시에 취재편의를 제공하였고, 나아가 피고 언론 각사 소속 신문 및 방송 기자들로 하여금 위와 같은 원고 1 및 망 소외 2 등의 피의사실을 실명 또는 초상과 함께 각 해당 신문에 게재하거나 방송되게 함으로써 결국 허위사실에 의하여 원고 1 및 망 소외 2의 명예를 훼손하게 하였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그 소속 위 경찰관들의 사용자로서 그들이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 주식회사 동아일보사, 주식회사 중앙일보사, 주식회사 한국일보사, 주식회사 조선일보사, 한국방송공사(이하 피고 언론 각사라고 한다)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원고 1과 망 소외 2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하등 공적인 지위에 있지도 않았고, 공적인 활동을 한 바도 없었고, 원고 등에 대한 피고들(피고 대한민국을 제외한 나머지)의 보도는 원고 등에 대한 소외인들의 고소 후 2개월간의 수사를 거친 후에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단계에서 이루어졌는바, 그 단계는 아직 피의사실의 공표가 금지되고, 피의자들은 무죄의 추정을 받는 단계이므로 공공을 위한 지대한 정보의 이익이 없는 한 그 피의사실에 대한 보도는 허용되지 아니하고, 더구나 실명을 써서 보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보도활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원고 등이 침해받은 명예 및 인격권에 비추어 비교 형량한다면 공공의 이익이 보다 무거웠다고 할 수 없다.
다. 피고 언론 각사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오보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항변에 관하여
피의사실 공표가 허용되지 아니하는 수사단계에서 공적 인물도 아닌 원고 등의 혐의 내용을 실명을 사용하여 보도함으로써 원고 등에게 명예훼손을 끼친 행위는 이익형량의 법리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이것은 피고들의 보도내용이 진실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피고 대한민국과 피고 한국방송공사의 채증법칙 위반을 주장하는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위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 예하 서초경찰서 형사계 소속 형사계장 소외 8이 언론사 기자들에게 취재를 요청하고, 수사담당 경찰관이 판시와 같이 원고 1과 망 소외 2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사실 및 피고 한국방송공사가 판시와 같은 방송 보도를 한 사실 등을 인정한 원심의 조치를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가 없다.
나. 피고 주식회사 한국일보사의 원고 1과 망 소외 2가 어떠한 범행을 하였다고 보도한 바가 없다는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이 인정한 별지 목록 4. 기재 피고 주식회사 한국일보사 경영 한국일보의 기사 내용을 살피건대, 그 내용이 전체적으로 원고 1과 망 소외 2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사실 및 그들에 대한 혐의사실을 보도하는 것임은 논지와 같다. 그러나 위 보도는 '위자료 5억 받아내려 소송 남편에 청부 폭행'이라는 제목과 아울러 "이혼소송 중인 남편으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청부폭행을 의…… 원고 1씨", "유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폭력을 행사한 망 소외 2"라는 등의 표현을 쓰고 있는바, 문법적으로 볼 때에나 위 기사로부터 일반적인 독자들이 받게 되는 인상을 기준으로 하여 볼 때에나 위 기사는 원고 1은 "위자료 5억 원을 받아내려고 이혼소송 중인 남편에게 청부 폭행을 가하였고", 망 소외 2는 "원고 1로부터 부탁을 받고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피고 주식회사 한국일보사의 위 논지도 이유가 없다.
다. 피고 언론 각사들의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조각되었음을 주장하는 상고이유에 관하여
(1)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익사항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 상의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을 받아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등 사적 법익도 보호되어야 할 것이므로,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 그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하고 (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취지에서 볼 때에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고,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1996. 5. 28. 선고 94다33828 판결, 1996. 10. 11. 선고 95다36329 판결 등 참조). 이 점은 피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다.
또한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구체적 내용,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의 광협,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항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타인의 명예의 침해의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도1942 판결, 1996. 4. 12. 선고 94도3309 판결, 1996. 10. 11. 선고 95다36329 판결, 1996. 10. 25. 선고 95도1473 판결 등 참조).
(2) 피고 대한민국의 경우
우선 원심은 피고 대한민국의 공표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하면서 그것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므로 위법하다는 판단을 하였을 뿐,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명예훼손으로서의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를 검토한 흔적이 없다.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피고 대한민국의 항변에 대하여 판단을 유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피고 대한민국 예하 서초경찰서 형사계장 소외 8과 수사담당 경찰관이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없음은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이므로, 나아가 그들이 그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가에 관하여 보건대, 형법 제126조 가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점, 헌법 제27조 제4항 이 형사피고인에 대하여 무죄추정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점과 아울러 직접 수사를 담당한 수사기관이나 수사담당 공무원의 발표에 대하여는 국민들이 그 공표된 사실이 진실할 것으로 강하게 신뢰하리라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직접 수사를 담당한 수사기관이나 수사담당 공무원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에는 공표하는 사실이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1990. 8. 1.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 1과 망 소외 2에 대하여 판시와 같이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명예를 훼손할 때까지 작성된 수사기록(갑 제9호증의 5 내지 9, 11 내지 17, 20, 22, 을 제1호증의 1 내지 5 등이다)을 살펴보면, 소외4와 소외 1이 제출한 고소장에는 원고 1이 소외 1을 살해하려고 예비, 음모하였다는 주장이 있고, 소외 1이 제출한 고소장에는 원고 1과 소외 9, 10, 11에 대한 간통고소장, 소외 11의 자필 사실확인서, 원고 1의 자인서 등의 각 사본이 첨부되어 있고, 소외 4와 소외 1은 모두 "신라호텔에서 망 소외 2가 있는 자리에서 20대 초반의 조직폭력배로부터(혹은 소외 7로부터) 소외 1을 죽여 주면 원고 1이 5억 원 또는 1억 원을 사례비로 주기로 하였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소외 4는 자신이 원고 1과 소외 7 등에 의하여 대화카페로 끌려가 그 곳 룸에 감금되어 원고 1과 망 소외 2 등에 의하여 협박과 상해를 당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원고 1과 망 소외 2는 이에 대하여 극력 부인하고 있고, 서초경찰서의 수사담당자들은 당시까지 소외 7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여, 소외 4와 소외 1이 소외 7로부터 들었다는 말에 관하여 그 진위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었고, 한편 수사담당 경찰관인 경사 소외 5와 경장 소외 6이 위 수사결과 발표일인 1990. 8. 1.자로 작성한 서초경찰서장에 대한 수사결과보고에 의하면, 수사담당 경찰관들은 원고 1과 소외 7이 '현재 계류중인 이혼심판이 결정나면 위자료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혼심판이 끝나기 전에 소외 1을 살해하여 그 재산을 절반씩 분배하는 조건으로 소외 1을 살해할 것을 상호 공모하였다.'는 혐의사실에 대하여 형법 제255조 의 살인예비음모죄를 적용하기 위하여 조사하였으나, 소외 7이 체포되지 아니하여 그 죄증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소외 7을 검거할 때까지 기소중지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으로 보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서초경찰서의 수사담당 경찰관들이나 형사계장이 그들이 공표한 원고 1과 망 소외 2에 대한 위 피의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의 위 항변은 결국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므로 원심의 위 판단유탈의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3) 피고 언론 각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행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사회적 규범이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제재가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실현되는가를 알리고, 나아가 범죄의 사회문화적 여건을 밝히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하는 등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어지고, 따라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 자체를 보도하기 위하여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 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고,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에 관한 보도가 반드시 범죄 자체에 관한 보도와 같은 공공성을 가진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 언론 각사들이 공표한 내용은 모두가 적어도 원고 1이 남편 소외 1로부터 이혼소송을 제기당하였거나(피고 주식회사 동아일보사, 중앙일보사, 조선일보사), 남편 소외 1과 이혼소송 중인데(피고 주식회사 한국일보사, 한국방송공사), 소외 1로부터 위자료를 받아 내기 위하여 폭력배에게 소외 1을 폭행하도록 교사하였으며, 망 소외 2는 원고 1로부터 그와 같은 부탁을 받고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고 언론 각사들의 원고 1과 망 소외 2에 대한 위와 같은 사실 적시는 피고 언론 각사의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로 인하여, 원고 1과 망 소외 2는 그들을 이미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피고 언론 각사의 보도 내용과 같은 죄를 범한 사람으로 인식되게 되었고,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위 보도 당시에는 원고 1과 망 소외 2를 모르던 사람도 피고 언론 각사의 보도를 접한 후에 원고 1과 망 소외 2를 접하고 그들이 언론에 의하여 보도된 바로 그 파렴치범이 아닌가 확인하려 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그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 1과 망 소외 2는 지탄과 멸시를 받고 따돌림을 당하여 당혹감과 수치감을 느끼게 되고,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인격을 구현하는 데에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반면에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 1과 망 소외 2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어떠한 의미에서도 공적인 인물이 아닌 이상 일반 국민들로서는 피고 언론 각사가 적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이를 알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그 범인이 바로 원고 1과 망 소외 2이라고 하는 것까지 알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여 볼 때에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 언론 각사가 원고 1와 망 소외 2의 신원을 명시하고, 피고 한국방송공사의 경우 초상을 보여주면서 한 원심판시의 각 적시 사실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 언론 각사가 이 사건 보도를 함에 있어서 그 적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도 없이, 원심이 피고 언론 각사의 위법성 조각 항변을 배척한 것은 결론적으로 정당하고, 여기에 피고 언론각사들이 논하고 있는 바와 같은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에 있어서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 언론 각사의 위 논지도 이유가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