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를 특정하여 위탁받은 금원을 임의로 소비한 경우 횡령죄의 성부
위탁자로부터 특정용도에 사용하도록 위탁받은 금원을 수탁자가 그 용도에사용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
피고인
변호사 이재성
서울고등법원 1994.1.21. 선고 92노4789 판결
상고를 기각한다.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은 건설업체인 공소외 회사를 운영하던 자로서 1990.7.경 국방부삼일직장주택조합(이하 삼일조합이라 한다)과 신도림지역주택조합(이하 신도림조합이라 한다)이 서울 구로구 구로동 3의 6외 5필지 지상에 공동으로 추진 중이던 조합아파트 건축과 관련하여 위 주택조합의 운영 및 조합아파트 건축에 관련된 업무의 대행계약을 맺고 조합원들로부터 조합비 및 분양대금을 납부받아 이를 관리하여 오면서 토지대금과 건축공사대금의 지급 등을 집행하여 오던 중, 피고인이 별도로 추진 중이던 경기 여주군 북내면 천송리 소재 경원리조텔신축공사가 준단되는 등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되자 조합원들로부터 납부받은 금액 중에서 위 경원리조텔 공사관련대금 및 사채 변제를 위하여 금 39억원을 지출함으로써 위 대행계약에 따른 예정이익금 30억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 9억원을 임의로 전용하였다고 인정하고 있고, 한편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소외 주형률 등이 주축이 되어 위 삼일조합의 결성을 추진하면서 아파트 건축부지의 매수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피고인과의 사이에 피고인은 "조합원의 가입과 탈퇴에 관한 사항, 각종 인허가에 관한 사항, 자금의 관리, 조합비 및 분양대금의 수납, 납부독촉 및 관리, 토지의 취득에 관한 사항, 조합목적에 적정한 지출의 집행, 공사진행상황의 감독, 기타 조합의 설립목적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 조합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모든 업무를 대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삼일조합의 조합원모집이 부진하여 신도림조합을 따로 결성하여 공동으로 위 아파트의 건축을 추진하게 되었는바, 위 삼일조합과 신도림조합은 1991.9.경 소외 현대건설주식회사에게 위 아파트의 건축공사를 도급하고 피고인과의 사이에 조합원들이 부담할 아파트분양 대금을 확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인은 조합원으로부터 조합비와 분양대금을 납부받아 조합의 운영 및 아파트건축공사의 관리를 맡아오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제1심판결 판시의 일시에 조합의 돈 중 합계 금 5,695,124,400원을 인출하여 소비하였는데 그 중 조합을 위하여 지출된 금원인 토지매입시의 사채이자 금 12억5천만 원과 조합원 모집수수료 및 인허가비용을 제외하면 피고인이 경원리조텔 공사대금과 그 공사에 소요된 사채변제로 소비한 금액은 금 39억원이고, 그 중 금 30억원은 피고인이 대행이익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조합의 임원이 미리 사용할 것을 승낙한 것이므로 결국 피고인이 임의로 소비한 금액은 금 9억원이 되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다.
2.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피고인은 조합원들로부터 조합비 및 분양대금을 납부받아 그 자금을 관리하면서 조합을 운영하고 조합아파트 건축공사 일체를 관리하여 줄 것을 위 조합으로부터 위탁받은 지위에 있고, 소론과 같이 조합과 피고인간에 앞으로 공사비 인상요인이 있더라도 분양대금을 동결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하여도 피고인이 분양대금을 납부받아 아파트를 건축 공급하는 측면에서 조합과 피고인은 도급계약의 관계에 있고 납부받은 분양대금이 바로 피고인에게 귀속하거나 조합이 피고인에게 분양대금의 전용을 허락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피고인이 조합원들로부터 납부받은 자금은 조합의 운영과 조합아파트의 건축관리에 한하여 사용하도록 용도가 정하여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위탁자로부터 특정용도에 사용하도록 위탁받은 금원을 수탁자가 그 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소비한 경우에는 횡령죄를 구성하는 것이므로(당원 1990.1.23. 선고 89도904 판결 참조) 소론과 같이 피고인이 이를 일시 다른 용도로 전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횡령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소장이 없고, 소론이 지적하는 토지대금 지급을 위한 사채의 이자로 지출된 금 12억5천만 원은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에서 피고인이 임의지출한 것으로 인정한 금 39억원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함이 기록상 명백하고, 피고인이 공사진행 중에 예상이익금을 독자적으로 추산하여 조합의 승낙없이 이를 임의로 소비하였다면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원심판결에 횡령죄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다는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3. 원심은 피고인이 임의로 지출한 금 39억원 중 조합업무대행에 따른 이익금 30억 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 9억원을 횡령하였다고 판시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바, 원심판결 이유에서 변호인의 항소이유를 배척함에 있어 금 39억원 전액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하나 검사가 공소제기한 금 9억원의 범위 내에서 유죄로 인정한다는 판시를 하였다고 하여 원심판결에 공소제기가 없는 부분에 대한 심판을 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