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도2422 판결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도2422 판결

  • 링크 복사하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판시사항

가. 피해자의 일관되고 합리적인 진술을 피고인과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피해자의 진술이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된다고 한 사례

나. 공갈죄의 수단으로서의 협박의 의의와 판단기준

판결요지

가.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신체상의 위해를 가하거나 업무를 방해할 듯한 취지의 언사를 사용하여 협박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피해자들이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물론이고 법정에 이르러서도 비교적 일관된 진술로써 이를 뒷받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술내용에 있어서도 특별히 합리성을 결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면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면, 그러한 진술들을 피고인과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지위에 있는 피해자들의 진술이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된다고 한 사례.

나.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않고 언어나 거동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이면 족한 것이며, 이러한 해악의 고지가 비록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고 하여도 그 권리실현의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인 이상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이냐의 여부는 그 행위의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 즉 추구된 목적과 선택된 수단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인천지방법원 1994.7.21. 선고 94노528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 중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2.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의 요지는, "피고인은 여행사를 설립운영할 목적으로 1993.5.24. 공소외 최민금의 명의로 피해자 김승광으로부터 당시 그가 신축중이던 "동방프라자"빌딩 내의 이 사건 점포를 임대보증금 5,000만 원, 차임 월 금 100만 원에 임대받아 그 임대보증금의 일부로 금 3,900만 원을 지급하였는데도 위 점포건물에 대한 사용검사가 나오지 않아 개업이 늦어지게 되자 위 피해자를 위협하여 손해배상 명목으로 금원을 갈취할 것을 마음먹고, (1). 1993.10.27. 15:00경 이 사건 건물신축공사현장사무실내에서 위 피해자에게 "개업이 늦어져 손해를 보았으니 10.30.까지 금 3,000만 원을 내놓아라. 나를 피하면 어떤 결과가 올지도 모른다. 애들을 시켜서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리겠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금원의 교부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신체 등에 어떤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여 금원을 갈취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불응하여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여 미수에 그치고, (2). 공소외 1, 2, 3 등과 공모하여, 같은 해 11.3. 14:00경부터 17:00경까지 위 현장사무실내에서, 피고인은 위 피해자에게 "조금 있으면 애들이 30-40명 몰려오니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후회하지 마라. 이 새끼들 말 안들으면 허리를 부러뜨리겠다"는 등의 말을 하여 위협하고 위 피해자 등의 주민등록증을 건네받아 신원조회를 한다면서 모처로 전화를 걸고는 "당장 끌고가 한 3년간 콩밥을 먹이겠다."고 소리치고, 발로 그 곳에 놓여 있던 탁자를 걷어차 넘어뜨리고 "8,000만 원의 손해를 보았으니 당장 내놓던지 안되면 현금보관증이라도 써달라"고 요구하고, 위 공소외 1은 적색 스프레이로 그 곳 유리창에 "사기분양한 악덕건축업자 처단하라"는 등의 문구를 적어놓고, 위 공소외2, 3 등은 주위를 왔다갔다하면서 위세를 보임으로써 금원의 교부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신체등에 어떤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여 피해자로 하여금 겁을 먹게 하여, 즉시 그 자리에서 피해자로부터 같은 달 5.까지 금 8,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현금보관증을 교부받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갈취하고, (3). 같은 달 14. 16:00경 위 현장사무실 내에서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감독인 피해자 정광섭에게 "8,000만원을 내일까지 가져 오지 않으면 너와 김승광의 집에 애들을 여러명 배치시켜 집에서 먹고 자도록 만들겠다. 돈이 다 준비되지 않으면 절반이라도 가져와 무릎꿇고 용서해달라고 빌어라"는 등의 말을 하고, 계속하여 같은 달 15. 18:00경 인근 로얄호텔 커피숍에서 위 피해자를 만나 "전날 말한대로 너와 김승광의 집에 애들을 여러명 배치하겠다. 너의 집사람이 임신한 것을 알고 있는데 너의 집에 보내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 김승광이 안 나타났으니 손해배상금을 1억 원으로 올리겠다.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라고 말하는 등으로 위협하면서 금원의 교부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피해자 등의 신체에 어떤 위해를 가할듯한 태도를 보여 금원을 갈취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불응하여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여 미수에 그친 것이다"라고 함에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에 대하여 판단함에 있어서 그 판결에서 들고 있는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1993.5.24. 피해자 김승광으로부터 공소외 최민금의 명의로 당시 위 김승광이 신축중이던 이 사건 "동방프라자"빌딩 내 2층 점포를 여행사의 설립 경영에 사용할 목적으로 임대받고 그 점포인도약정일에 맞추어 개업준비를 모두 마쳤는데 위 김승광이 점포인도기일을 연기해 가면서 3차례나 그 약정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 건물의 사용검사를 받는 것조차 불투명하게 되자, 위 점포의 임차를 포기하여 그 임대차계약을 해제하고 위 김승광으로부터 그 원상회복으로서 그 동안 임대보증금의 일부로 지급한 금 3,900만 원의 반환 및 위 개업준비비용으로 지출한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위하여, 같은 해 10.27. 위 건물의 현장사무실로 위 김승광을 찾아가 피해배상을 요구하고, 또 같은 해 11.3. 위 김승광에게 손해배상명목으로 금 8,000만 원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대동한 공소외 1을 시켜 현장사무실 창문과 준비해간 현수막 등에 "사기분양 동방프라자"라고 쓰고 사무실 내 유리탁자를 발로 차 유리를 깨뜨리는 등의 소란을 피우고, 위 김승광으로부터 "1993.11.5.까지 8,000만 원을 상환하겠다"는 취지의 현금보관증을 작성교부받았으며, 같은 달 14.과 15.에는 위 김승광의 피용자인 위 건물신축공사 현장사무소장 피해자 정광섭을 통하여 위 약정에 따른 금원지급을 독촉한 사실등이 인정될 뿐이고, 피고인이 위 인정의 소란행위 외에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바와 같이 위 피해자들에 대하여 신체상의 위해를 가하거나 건물신축분양업무를 방해할 듯한 취지의 언사를 사용하여 협박하였다는 내용의 피해자들의 진술은, 피고인과 이해대립되는 관계에 있는 자들의 일방적인 진술인 점, 현금보관증 작성 당시 피해자 일행 등 10여 명의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그러한 협박을 하고 나아가 위 김승광이 그로 인하여 두려움을 느낄 만한 정황이 아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모두 신빙하기 어려우며, 그 밖에 참고인 박진세, 남궁준철의 각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은 그 증거능력이 없거나 위 협박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피고인이 위 인정과 같이 점포임차를 포기하고 이미 지급된 임대보증금을 반환받고 개업준비를 위하여 지출한 비용상당의 손해를 배상받으려 한 행위는 당연한 권리의 행사라고 인정되므로, 비록 피고인이 과거 다수의 사기죄 등을 저지른 전과가 있는데다가 피해자들에게 임대차계약의 해제를 요구하면서 다소 과격한 언사를 쓰고 페인트로 남의 사무실 유리창에 낙서를 하고 유리탁자를 발로 찼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재물손괴죄 등을 구성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정도의 행위만 가지고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갈취행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판시 각 공갈 내지 공갈미수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신체상의 위해를 가하거나 건물신축분양업무를 방해할 듯한 취지의 언사를 사용하여 협박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위 피해자들이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물론이고 법정에 이르러서도 비교적 일관된 진술로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술내용에 있어서도 특별히 합리성을 결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면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진술들을 피고인과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지위에 있는 피해자들의 진술이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될 일이고, 더욱이 원심은 이 점에 대하여 유력한 반증으로, 피해자 김승광이 현금보관증을 작성할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위 양순부의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의 "피고인은 8,000만 원의 배상을 요구하면서 유리탁자를 발로 차 깨뜨리고 고성을 질렀을 뿐이지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내용의 협박은 하지 않았다"라는 진술을 들고 있으나, 위 양순부는 그 스스로도 시인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사무실 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행패를 부리는 동안 주위에서 위세를 가하였던 자임을 고려하면, 위 진술 당시 피고인의 입장을 두둔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실내용을 밝히는데 주저하였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의 위와 같은 진술내용에는 신빙성을 부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 밖에 피해자 김승광이 현금보관증을 작성할 당시 현장에 피해자 일행을 포함하여 여러사람이 함께 있었다는 점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협박을 가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외포심을 일으킬 만한 정황은 아니었다고 단정한 것도 사리에 비추어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그리고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와 거기에 피고인 자신의 진술 및 기타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객관적인 증거들을 함께 살펴보면, 피고인은 1993.11.3. 피해자 김승광이 여러차례에 걸쳐 임대목적의 점포를 약정한 기일에 인도할 의무를 이행치 않음으로써 위 점포에서 여행알선업을 영위하려던 당초 사업계획의 수행이 어렵게 되자, 위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점포 임대차계약을 해제하고 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을 요구하기 위하여 위 점포건물의 건축공사현장 사무실에 공소외 1,3 등 일행 2인을 대동하고 찾아가서 전화로 위 공소외 2까지 불러낸 다음 전후 3시간 여에 걸쳐, 피고인은 위 피해자에게 위 점포 임대차보증금으로 이미 지급한 금 3,900만 원에다 자신이 임의로 위 임대차계약의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액으로 결가계산한 금원을 포함시켜 임대차보증금 3,900만 원의 2배가 넘는 합계 금 8,000만 원을 즉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심한 욕설과 함께 사무실 내에 있던 유리탁자를 발로 차 유리를 깨뜨리는 등으로 행패를 부리고, 그 사이 일행 중 1인은 피고인의 사전 지시에 따라 미리 준비해 간 현수막에 "사기분양한 악덕 건축업자 처단하라"는 내용을 써서 이를 게시할 듯한 태도를 보이고 또 위 현장사무실 유리창에는 붉은 락카칠로 "동방프라자 사기분양"이라고 써 놓았으며, 나머지 위 공소외 3 등 일행 2인은 피고인 옆에서 험한 인상을 짓거나 사무실 내부를 서성거리는 등으로 위세를 가하였고, 이러한 분위기에 눌려 위 피해자가 위 요구금액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비치자 피고인은 이를 확실히 증빙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위 피해자로 하여금 백지에다 피고인이 부르는 대로 "금 8,000만 원을 1993.11.5.까지 피고인에게 상환할 것을 약속함. 이 금액은 건물을 사기분양한데 따른 것이므로 돌려 드리는 것임"이라는 내용을 적은 현금보관증을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게까지 하였음은 분명하다.

무릇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않고 언어나 거동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이면 족한 것이며, 이러한 해악의 고지가 비록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고 하여도 그 권리실현의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인 이상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대법원 1991.11.26. 선고 91도2344 판결 참조),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이냐의 여부는 그 행위의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 즉 추구된 목적과 선택된 수단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0.8.14. 선고 90도114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장시간에 걸쳐 피해자 김승광의 건물건축공사 현장사무실 내에서 다른 일행 3인과 합세하여 과격한 언사와 함께 집기를 손괴하고 건물 창문에 위 피해자의 신용을 해치는 불온한 내용을 기재하거나 같은 취지를 담은 현수막을 건물 외벽에 게시할 듯한 태도를 보이는 등의 행위를 취하였다면, 이는 위 피해자가 피고인의 금전지급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 자신의 신체나 재산 등에 부당한 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게 한 것으로서 위 피해자로 하여금 겁을 먹게 하기에 족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고, 그것이 비록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위 피해자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점포임대차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 내에서 그 권리실현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행사된 수단방법이 구체적인 태양에 있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위 행위는 공갈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결국 원심의 판단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공갈죄의 위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4.  한편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제2항 부분에 관하여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피해자 성현범에 대한 경찰 및 검찰 작성의 각 진술조서를 그 신빙성이 없다 하여 이를 배척하고 그 밖에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명이 없다 하여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잘못이 있다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 즉 피해자 김승광, 정광섭 등에 대한 공갈 내지 공갈미수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나머지 상고부분은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 검색
  • 맨위로
  • 페이지업
  • 페이지다운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