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5. 11. 7. 선고 94다5649 판결

대법원 1995. 11. 7. 선고 94다564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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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 시조의 27세손을 공동선조로 하는 11명으로 구성된 갑 문중의 당사자표시를 시조의 21세손을 공동선조로 하는 19명으로 구성된 을 문중으로 변경하여 달라는 신청을 불허한 사례

나. 문중의 구성원이 아닌 자가 문중총회의 대표자 선임 결의에 참석하여 발언하고 표결에 참가한 경우, 그 선임 결의의 효력

판결요지

가. 시조의 27세손을 공동선조로 하는 11명으로 구성된 갑 문중의 당사자표시를 시조의 21세손을 공동선조로 하는 19명으로 구성된 을 문중으로 변경하여 달라는 신청을, 결과적으로 공동선조와 구성원을 서로 달리하는 별개의 실체를 가진 당사자로의 변경을 구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나. 문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는 자가 문중총회의 대표자 선임 결의에 참석하여 발언을 하고 표결에 참가한 바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참가한 문중원 아닌 자의 수나 그 발언의 내용이 결의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중총회나 대표자 선임 결의를 당연히 무효라고 할 것은 아니며, 문중원 아닌 자의 표결을 제외하더라도 그 결의가 성립함에 필요한 정족수를 충족하는 때에는 그 결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 상고인

함양박씨병백당주억소문중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윤홍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1993.12.22. 선고 93나300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당사자 표시변경은 당사자로 표시된 자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그 표시만을 변경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것인바,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에 의하면 이 사건 제소당시 원고로 표시된 '함양박씨병백당주억소문중'(이하 원고 문중이라 한다)은 함양박씨의 시조 박선의 27세손인 주억공을 공동선조로 한 문중으로서 문중원은 11명이고, 원고가 표시변경을 구한 '함양박씨병백당세갑공문중'은 위 박선의 21세손인 세갑공을 공동선조로 한 문중으로서 문중원은 19명이라는 것이며, 또한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당초 이 사건 토지들이 원고 문중의 소유에 속한다고 주장하였다가 제1심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후 원심에 이르러 새로이 표시변경을 구한 문중의 소유라고 주장을 바꾸었음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표시변경신청은 결과적으로 공동선조와 구성원을 서로 달리하는 별개의 실체를 가진 당사자로의 변경을 구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4.10.11. 선고 94다19792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옳고, 거기에 당사자표시변경이나 종중 또는 문중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제소 전까지는 원고 문중의 대표자가 정하여져 있지 아니하고 문중총회의 소집에 관한 문중규약이나 관례도 정립되어 있지 아니하였는데,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위하여 문중 대표자를 선임할 필요가 있게 되자 문중원 중 연고항존자인 소외 1이 문중총회를 소집하였던 바, 그 문중총회에는 문중원 6명이 참석한 외에 문중원이 아닌 소외 2, 소외 3이 참석하여 위 참석자 8명 전원의 찬성으로 소외 4를 대표자로 선임하였으며, 그 결의 과정에서 위 소외 2는 위 소외 4를 대표자로 선임함에 대하여 다른 의견이 없으며,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 문중의 소유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을 확정한 다음, 위 문중총회는 문중원 아닌 자가 2명이나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회의로서 유효한 문중총회로서의 요건을 흠결하였으므로 그 문중총회에서 대표자로 선임된 위 소외 4는 원고 문중의 적법한 대표자가 될 수 없고, 따라서 그가 원고 문중의 대표자 자격으로 제기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하여 이를 각하하였다.

그러나, 문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는 자가 문중총회의 대표자 선임결의에 참석하여 발언을 하고 표결에 참가한 바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참가한 문중원 아닌 자의 수나 그 발언의 내용이 결의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중총회나 대표자 선임결의를 당연히 무효라고 할 것은 아니며, 문중원 아닌 자의 표결을 제외하더라도 그 결의가 성립함에 필요한 정족수를 충족하는 때에는 그 결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를 살펴보면, 위 결의에 참가한 비문중원 2명을 제외하더라도 문중원 총 11명 중 출석한 문중원 6명 전원이 대표자 선임결의에 찬성한 셈이 되어 그 정족수를 충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고 문중의 총회회의록(갑 제6호증)에 나타난 위 대표자 선임결의의 과정을 보면, 참석한 문중원이 위 소외 4를 대표자로 추천하고 이에 대한 재청이 나온 후, 대표자로 추천할 다른 사람이 없는지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하여 위 소외 2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을 뿐이고, 대표자 선임결의가 끝난 다음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위 소외 2의 발언이 행하여졌음을 알 수 있는바, 위 대표자 선임결의의 과정을 살펴볼 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써는 위 결의가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대표자 선임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에는 문중총회 결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용득(재판장) 천경송 지창권 신성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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