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3. 12. 21. 선고 93도1817 판결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3도181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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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업무상횡령,명예훼손]

판시사항

확정된 약식명령과 그 확정 전의 범죄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형법 제37조에서 말하는 확정된 판결은 반드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하는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벌금형을 선고하는 판결이 확정된 때나 약식명령이 확정된 때에도 판결이 확정된 죄라고 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강현중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1993.6.11. 선고 92노132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 무고 및 업무상횡령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의 상고 중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 명예훼손에 대한 부분에 관한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제1점( 형법 제37조에 관한 법리오해를 주장하는 부분)에 대하여

1.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은 1990.8.31.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에서 부동산중개업법위반죄로 벌금 1,000,000원을 선고받아 같은 해 9. 16. 확정되었다고 인정하고, 그 확정 전에 범한 판시 제1의 죄(무고, 업무상횡령죄)에 대하여는 징역 1년, 그 이후에 범한 판시 제2의 죄(명예훼손죄)에 대하여는 벌금 500,000원에 처하였음이 명백하다.

2.  형법 제37조는“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금고 이상의 확정판결이라고 명시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여기서 말하는 확정된 판결은 반드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하는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벌금형을 선고하는 판결이 확정된 때나 약식명령이 확정된 때에도 판결이 확정된 죄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 당원 1982.4.13. 선고 80도537 판결 참조).

3.  그러므로 피고인이 1990. 8. 31. 선고받았다는 벌금형이 소론과 같이 약식명령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여도 이 확정된 약식명령과 그 확정전의 범죄와는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는 것이므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판시 제1의 각 죄가 약식명령이 확정된 부동산중개업법위반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다 하여 그에 대하여 같은 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판시 제2의 죄와는 별도로 형을 선고한 조처는 옳고, 거기에 형법 제37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논지는 이유 없다.

제2점(무고죄에 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의 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에 의하여 무고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제1심판결이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 들고 있는 것은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 증인 김종윤, 정진학, 김일수, 권무용, 손동욱의 증언, 검사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김종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및 정진학, 김일수, 권무용, 임만재에 대한 각 진술조서와 사법경찰리 작성의 김종윤에 대한 진술조서가 있다. 

가.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범행을 부인하고,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 954평을 김종윤으로부터 매수하여 그의 승낙 아래 이를 전매하기로 하여 이를 공소외 정진학에게 전매하면서 다만 양도소득세를 절감하기 위하여 자신의 매수사실을 숨기고 위 김종윤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그의 대리인으로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같은 형식을 취한 것뿐으로, 피고인의 고소장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다고 변소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은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나.  다음으로 정진학, 권무용, 손동욱의 제1심법정 또는 검찰이나 경찰에서의 진술은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인 김종윤과 피고인으로부터 이를 매수한 정진학 사이에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였는지 아니면 피고인과 정진학 사이의 종전 계약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취지의 인정서를 작성하였는지에 관하여 진술한 것으로서, 그들의 진술이 일관성은 없으나 대체로 새로운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고 인정서를 작성한 것뿐이라는 취지이나,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의 소위가 무고에 해당되는지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은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위 김종윤으로부터 매수하여 위 정진학에게 전매한 것인지 아니면 김종윤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그의 대리인으로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인지의 여부이고, 만일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김종윤으로부터 매수하여 전매한 것이라면 설사 위의 진술대로 김종윤이 정진학과 사이에 새로운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단지 피고인이 체결한 종전 계약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인정서를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판시와 같은 내용의 고소를 한 것은 피고인이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것에 지나지 않을 뿐 이를 들어 무고죄가 성립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위의 각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할 것이다.

다.  그리고 위 정진학, 김일수, 임만재의 제1심 또는 검찰이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정진학과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이 김종윤의 것이라고 하였다는 것이나, 그 진술부분은 피고인이 양도소득세를 절감하기 위하여 자신의 매수사실을 숨기고 피고인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체결한 것과 같은 형식을 취하였다고 변소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인의 매수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고 볼 수 없고, 위 임만재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중에는 계약당시 매수인측에서 매매대금을 깎자고 하니 피고인이 자기가 산 것보다 더 헐값으로는 팔 수 없다며 일어났다는 부분이 있는 바, 그 증언 부분은 오히려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2.  이렇게 보면 제1심이 든 증거중 판시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로는 김종윤의 제1심법정, 검찰, 경찰에서의 진술 뿐인 셈인데, 그의 진술에 의하면 자신이 1988. 12. 25. 피고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평당 최저 80,000원 정도에 매도하여 달라는 의뢰를 하면서 위임장을 작성하여 주었는데 그 이틀 후인 같은 달 27.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평당 120,000원에 매도하려면 피고인이 동인으로부터 평당 100,000원에 매수하였다는 계약서가 있어야 한다고 하여 사실과 다르게 계약일자를 1988. 12. 16.로 소급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다는 것인바, 부동산의 소유자가 부동산의 매매를 위임하고 위임장을 작성하여 준 후에 다시 성질상 그와 양립되지 않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여 주면서 그 계약서가 악용될 경우에 대비하여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아니하고, 그때 작성하였다는 매매계약서(수사기록 25면)의 단서에는 김종윤은 피고인이 잔금을 지불할 시 언제라도 이전서류를 제공한다. 선, 후 계약에 있어 사고가 생길 때는 김종윤이 책임진다는 등의 특약사항이 기재되어 있고, 또 피고인에게 교부한 위임장(수사기록 24면)에도 매매성립 후 48시간 내 이전에 관계되는 정식서류일체를 제공함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이는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김종윤이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인의 전매를 전제로 매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없지 아니하며, 또한 김종윤은 1989. 1. 8.경에야 피고인의 계약체결사실을 알고 계약금의 지급을 요청하였다는 것이나 이 사건 부동산의 실질상의 매수인인 김일수의 처남으로서 매매계약에 입회하였던 임만재의 원심증언과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과 계약을 체결한 2일 후에 김종윤에게 물으니 피고인에게 매도를 위임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였다는 것인데, 그때 김종윤이 피고인의 매도사실을 알았다면 그 즉시 피고인에게 계약금의 교부를 요청할 것이지 1989. 1. 8.경에 이르러서야 이를 문제삼았다는 점도 선뜻 수긍이 가지 아니하며, 제1심 증인 조순혁, 정광혁의 증언과 위 임만재의 원심증언에 의하면 그들은 모두 이 사건 매매와 관련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사례비 또는 소개비를 받았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단순히 매매를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다면 소개비의 지급은 당연히 김종윤이 하여야 할 터인데 피고인이 이를 지급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단순히 매도의 위임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위 김종윤의 진술은 쉽사리 믿기 어렵다 할 것이고, 위 김종윤이 피고인에게“형님 중도금까지 받았으니 형님(피고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에게 9할, 나에게 1할이 있으니 형님이 팔면 인감증명서를 교부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원심 증인 신기준의 증언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또 위 김종윤의 진술이나 원심이 인정한 바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김종윤의 위임에 따라 평당 금 100,000원에 해당하는 금 95,500,000원에 매도하고, 그로부터 금 96,000,000원에 매수한 것으로 소급 작성된 허위의 매매계약서를 교부받았다는 것이 되어 피고인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게 되는데, 무엇 때문에 피고인이 그와 같은 일을 하게 된 것인지, 어떠한 필요에 의하여 그러한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인지 경험법칙이나 논리법칙상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아니한다.

3.  사정이 위와 같다면 이 사건 부동산은 피고인이 일단 매수하여 피고인이 주장하는 별개의 이익을 노려 전매한 것이거나 단순히 매매의 대리권을 위임받은 것만은 아니라는 추측이나 강한 의문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점을 밝혀 보아야 할 것이다.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증거는 형사소송법상 엄격한 증거이어야 하고, 또 그 증명력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여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제1심이 들고 있는 위의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점에 관한 합리적인 의심를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는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에 위배되는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제3점(명예훼손죄에 대한 채증법칙 위배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명예훼손의 점에 대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를 적시하는 것으로 족하고 그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행하여짐을 요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사실이 판시와 같아서 피고인이 불특정다수인이 모인 자리에서 "농협장인 공소외 1이 조합부지 매입과정에서 60,000,000원을 먹었다”는 말을 한 것이라면 피고인의 소위가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조처도 정당하다.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 무고, 업무상횡령죄에 관한 부분은 파기환송하고, 벌금 500,000원에 처한 명예훼손죄에 관한 부분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배만운(주심) 김주한 정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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