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3. 6. 8. 선고 93다3073 판결

대법원 1993. 6. 8. 선고 93다307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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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손해배상등]

판시사항

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의 의의와 특히 학술의 범위에 속하는저작물의 경우

나.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저작물의 유사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대비하여야 할 부분(=독창적인 표현)

다. 저작권자의 강의록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내용의 키-레터스(Key-letters)를 분석방법론으로 사용하고 그 이론을 이용하여 희랍어의 문법에 관한 자신의 저서에 사용하였지만 구체적인 표현까지 베끼지 않았으므로 저작권의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 한 사례

판결요지

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의 창작적 표현물이어야 하므로 저작권법이 보호하고 있는 것은 사상,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소설의 스토리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저작물이 될 수 없으며 저작권법에서 정하고 있는 저작인격권, 저작재산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특히 학술의 범위에 속하는 저작물의 경우 학술적인 내용은 만인에게 공통되는 것이고 누구에 대하여도 자유로운 이용이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그 저작권의 보호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지 학술적인 내용에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나.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에 해당하고 저작자의 독창성이 나타난 개인적인 부분에 한하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표현에 해당하고 독창적인 부분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

다. 저작권자의 강의록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내용의 키-레터스(Key-letters)를 분석방법론으로 사용하고 그 이론을 이용하여 희랍어의 문법에 관한 자신의 저서에 사용하였지만 구체적인 표현까지 베끼지 않았으므로 저작권의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 한 사례.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신사훈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2.11.17. 선고 91나54789,54796(반소)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반소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본소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갑 제3호증(페트라 헬라어)은 원고가 임의로 변조한 것이라는 취지의 증거항변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배척하고, 또 원심이 피고가 원고 저작의 ‘페트라 헬라어’는 피고의 강의내용 중 독창적인 표현형식을 무단인용하여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의 저서인 ‘희랍어문법’에 게재한 판시와 같은 기술부분은 그 표현형식이 현저히 모욕적이고, 비방중상적인 것이어서 사회통념상 시인될 수 없는 것으로 원고의 명예감정을 부당히 침해하는 내용이고, 이를 게재한 위 책이 출판, 판매, 배포됨으로써 원고의 명예가 현저하게 훼손되었다고 판단한 조처를 수긍할 수 있고, 비록 원고가 피고의 저작물인 강의록을 무단인용하여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의 판시행위가 명예훼손의 불법행위가 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피고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하더라도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됨은 소론과 같으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의 위 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다른 점에 관하여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성 조각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다 할 것이다.

본소에 관한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반소에 관하여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의 창작적 표현물이어야 하는 것이고( 당원 1979.12.28. 선고 79도1482 판결; 1990.10.23. 선고 90다카8845 판결), 따라서 저작권법이 보호하고 있는 것은 사상,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소설의 스토리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저작물은 될 수 없으며, 저작권법에서 정하고 있는 저작인격권, 저작재산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특히 학술의 범위에 속하는 저작물의 경우 그 학술적인 내용은 만인에게 공통되는 것이고, 누구에 대하여도 그 자유로운 이용이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그 저작권의 보호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지 학술적인 내용에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결국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에 해당하고, 저작자의 독창성이 나타난 개인적인 부분에 한하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표현에 해당하고 독창적인 부분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당원 1991.8.13. 선고 91다1642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 및 원심이 확정한 사실을 위의 법리에 비추어 검토하면, 피고가 그의 강의록에서 원고에 의하여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 중, 먼저 원심판결 별지 4.의 제1-5항의 각 기술부분은 히브리어와 희랍어의 특성과 신약이 희랍어로 구약이 히브리어로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단순한 기술이거나 희랍어의 학습방법에 관한 것으로서 피고가 독창적으로 창작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러한 학술적인 내용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표현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대상이 아닌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므로 그 이론을 이용하더라도 구체적인 표현까지 베끼지 않는 한 저작권의 침해로 인정되지 아니할 것인 바, 원고의 저작물이 피고 강의록의 구체적인 표현까지 그대로 베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 저작권의 침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위 별지 4.의 제7-13항의 각 기술부분은 희랍어의 문법에 관한 단어의 음절구분과 이를 가로로 그은 선에 수직선을 넣어 도식화하여 그 명칭, 액센트의 종류와 규칙, 액센트의 일반원리 등 희랍어의 문법적 특성에 관한 설명으로서, 위와 같은 문법적 특성은 동일한 사실에 관하여 여러 가지 표현형식이 있을 수 있는 문예작품과 달리 그 성질상 표현형식에 있어서 개성이 있기 어려울 뿐 아니라, 피고가 사용하기 이전부터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의 강의록 중 위 부분이 독창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고, 또 위 부분에 관한 설명을 함에 있어서 사용된 용어도 종래부터 사용되어 온 문법용어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그의 저서에서 피고의 강의록과 유사한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의 침해가 된다고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위 별지 4.의 제6항의 기술부분에 있어서 피고가 몇 개의 철자 {키-레터스(Key-letters)}로써 희랍어를 분석해 가는, 종래에 사용된 바 없는 방법론을 사용하면서, 예를 들어 희랍어의 1인칭 복수에는 반드시 m(희랍어로는 μ)이 있으므로 m(μ)은 1인칭의 키-레터스이고, 2인칭 복수의 키-레터스는 t(τ)이며, 중간태와 수동태의 키-레터스는 θ와 αι 라는 등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바, 위 희랍어의 어미변화를 설명함에 있어 사용한 용어인 키-레터스(Key-letters)의 선택이나 분석내용의 기술방법에 독창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그의 저작물에서 희랍어의 분석방법론으로 사용한 키레터스 또한 피고의 그것과 거의 동일한 내용인 점도 인정된다{이 점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가 사용한 키레터스는 기존의 ‘희랍어문법’에 관한 국내외 학술서의 분석방법을 원용하면서 변화하는 어미 중 기본적인 인칭어미, 특징적인 인칭어미로서 그 인칭, 수 등을 알 수 있는 특징적인 중요한 요소라는 일반적인 의미 즉, 키워드(Keyword)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위 키-레터스(Key-letters)와는 희랍어의 어미변화에 대한 표현방식을 달리한다고 하나, 이 부분의 판단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가 사용하고 있는 키-레터스를 이용한 희랍어의 분석방법은 비록 그것이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어문법적인 원리나 법칙에 해당하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표현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대상이 아닌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므로 그 이론을 이용하더라도 구체적인 표현까지 베끼지 않는한 저작권의 침해로 되지는 아니할 것인바, 원고의 저서와 피고의 강의록의 내용으로 보아 원고가 피고의 표현형식을 그대로 베꼈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도 저작권의 침해가 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의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가 피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사실로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위 판결이 확정되었음은 소론과 같으나,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내용에 비추어 위 형사판결과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당원 1989.5.9. 선고 88다카6075 판결; 1991.2.8. 선고 90다852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비록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에 있어 그 설시가 다소 미흡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없지는 아니하나, 원고가 피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였다는 결론은 정당하므로 반소에 관한 논지도 모두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최재호(주심) 최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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