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국세환급청구권에 대한 시효에 관하여 예산회계법 소정의 시효기간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나. 주주의 종합소득세 과오납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 국가가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경우
다. 주주가 법인소득 중 누락분의 배당 또는 증여 간주에 기인한 자신에 대한 종합소득세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는 이유로 납부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에서, 국가가 시효소멸의 항변을 하는 것은 회사의 법인세부과처분취소소송이 그 시효완성 전에 제기되어 그 후 승소확정되었더라도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가. 국가는 국세기본법 제54조 소정의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였고 국세환급청구권에 대하여는 예산회계법 보다는 특별법인 국세기본법 제54조 소정의 시효가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도, 원심이 국세기본법 상의 시효규정을 내세우지 아니하고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소정의 소멸시효기간이 일응 완료되었다고 설시한 것은 잘못이나, 양자 사이의 시효기간에 차이가 없으므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 탓할 수는 없다.
나. 법인이 납부한 법인세와 그 법인의 주주가 납부한 종합소득세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서 비록 종합소득세의 증가분이 법인의 소득 중 일부 누락분의 배당 또는 증여 간주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법인이 법인에 대한 법인세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청구와 주주가 자신에 대한 종합소득세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는 이유로 납부한 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청구는 그 주체나 대상이 전혀 별개의 것이므로 법인이 국가를 상대로 법인세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고 하여 주주의 종합소득세 과오납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데 지장을 줄 리가 없고,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후에 뒤늦게 주주가 국가를 상대로 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국가는 시효의 항변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다만 채무자인 국가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인 주주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인 국가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채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 주주가 법인소득 중 누락분의 배당 또는 증여 간주에 기인한 자신에 대한 종합소득세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는 이유로 납부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에서, 국가가 시효소멸의 항변을 하는 것은 회사의 법인세부과처분취소소송이 그 시효완성 전에 제기되어 그 후 승소확정되었더라도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가.나.다. 국세기본법 제54조 가.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 민법 제2조 나.다. 제170조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기학
대한민국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판시사실에 기초하여 소외 한국중등교과서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 고등교과서주식회사, 한국교과서주식회사, 한국검정실업교과서주식회사의 탈루소득의 일부가 주주인 원고에게 배당 또는 급여로 지급되었다고 인정하여 이루어진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종합소득세부과처분 중 소외 회사의 탈루소득에 기초한 부분은 그 탈루소득인정의 과세자료가 합리적 근거 없이 수사기관이나 과세담당 공무원들의 강요로 그 작성자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되었으므로 그 내용이 진정한 과세자료라 볼 수 없고, 따라서 이에 터잡은 이 사건 부과처분에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당연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소외 회사의 탈루소득에 기초한 원고의 납부세액 상당인 금 88,436,452원과 국세기본법 제52조 , 같은법시행령 제30조 제2항 소정의 국세환급가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후,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오납소득세반환청구권이 국세기본법 제54조 소정의 5년의 소멸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이 사건 세금을 납부한 1981. 12. 7.부터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소정의 소멸시효기간 5년이 경과한 뒤인 1990. 11. 15.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한 이상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응 그 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시한 다음, 나아가 원고의 권리남용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항변 제출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가.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법인의 탈루소득이 그대로 사외 유출되어 주주나 임원에게 배당 또는 상여로 지급된 것으로 인정된 경우에 법인의 소득과 주주 등의 관계는 동일한 소득이 아무런 부가 없이 그대로 소재를 이동한 것에 불과하여 양자는 원천(원천)과 계류(계류)의 관계에 있으므로 원천을 봉쇄하면 계류가 막히듯이 법인소득의 탈루가 부정되면 위 법인소득으로부터 비롯된 주주 등의 소득도 당연히 부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인의 소득탈루를 부정하는 소송이 법인에 의하여 제기되고 그와 같은 소송에 소멸시효의 흐름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면 이것은 마치 원천의 흐름을 차단한 것과 같아서 원천이 막히면 계류도 당연히 막히는 것과 같이 주주 등이 스스로 그 시효의 흐름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법인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과가 주주 등에도 당연히 미친다고 일반 국민이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법의식이라 할 것이다.
또한 법인의 소제기에 따른 소멸시효중단의 효력이 이 사건에서와 같은 관계에 있는 주주 등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는 동일한 효과를 위하여 주주들마다 개별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 주장 및 입증방법 등이 동일한 소송절차를 반복하여야 하는 점에서 절차경제의 원칙이나 비용경제의 원칙에 크게 반하게 되므로 위와 같은 국민들의 법의식은 법률상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인정된다.
나. 이 사건에서도 과세관청이 법인에 대하여 탈루소득이 있음을 이유로 법인세를 부과함과 아울러 위 탈루소득이 사외로 유출되어 임원이나 주주에게 귀속되었다 하여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경우에 법인에 대한 부과처분이 그 불복절차를 통하여 취소되면 그 임원이나 주주들에 대한 종합소득세부과처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불복절차를 밟지 않아도 과세관청 스스로 종래 이를 취소하여 왔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당연히 그러리라고 믿고, 또 원천을 막으면 계류도 자연히 막히는 것처럼 이미 소외 법인이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계속중인데 그 소송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원고에게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원고가 소외 회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국세환급신청 여부를 결정하려고 환급신청을 하지 아니하고 있던 중 최종적으로 1989. 5. 23. 대법원에서 소외 법인에 대한 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는 이유로 이를 취소한다는 고등법원판결이 상고기각으로 확정됨에 따라 1990. 4. 19. 피고에게 국세환급신청을 하기에 이르게 된 사실 및 1989. 5. 23.자 대법원의 위 판결에 의하여 소외 회사에 대한 부과처분이 취소로 확정되자 마포세무서장이 서대문세무서장에게 기왕에 통보하였던 원고에 관한 탈루소득의 원천징수자료에 관하여 이를 취소하는 취지의 통보까지 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다. 그렇다면, 법인의 탈루소득이 다시 주주 등에게 배당 또는 상여의 형태로 유출되었다 하여 법인에 대하여는 법인세를 부과하고 주주 등에 대하여는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경우 법인이 그 부과처분을 무효라고 다투는 소송을 제기한 결과 법인의 국세환급청구채권에 대한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는 때에는 그 소제기에 따르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당연히 주주 등의 국세환급청구채권에도 미친다고 생각하는 법의식에 지배되어 별도의 불복절차를 취하지 아니한 주주나 임원들에 대한 종합소득세부과처분도 과세관청이 종래와 같이 당연히 이를 취소하여 과오납금을 환급하리라 믿고 소외 회사의 법인세부과처분취소 소송의 결과를 기다려 온 원고에 대하여 종래와는 달리 이 사건 부과처분을 취소하지 아니하고 그 환급금청구에 불응하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법률상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 국민의 법의식을 무시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국민의 법의식과 법집행 사이에 중대한 괴리를 발생케 하여 법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세징수의 형평을 사실상 해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 스스로 소송절차의 남용을 유도하는 폐단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조세징수권 남용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남용된 조세징수권의 결과를 향유하기 위하여 소송에서 소멸시효의 항변을 제출하는 것은 국가의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 우선, 피고는 국세기본법 제54조 소정의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였고, 국세환급청구권에 대하여는 예산회계법 보다는 특별법인 국세기본법 제54조 소정의 시효가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도 원심이 국세기본법 상의 시효규정을 내세우지 아니하고 예산회계법 소정의 소멸시효기간이 일응 완료되었다고 설시한 것은 잘못이나, 양자 사이의 시효기간에 차이가 없으므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 탓할 수는 없다 (당원 1992.3.10. 선고 91다37096 판결 참조).
3. 소멸시효제도는 일정 기간 계속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곤란하게 되는 증거보전으로부터 구제하고 자기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법적 보호에서 제외하기 위하여 채무자에게 인정된 제도이나, 채무자의 이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는 우리 민법 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아야 함이 당연한 것이라고 할 것이지만, 법인이 납부한 법인세와 그 법인의 주주가 납부한 종합소득세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서 비록 종합소득세의 증가분이 법인의 소득 중 일부 누락분의 배당 또는 증여 간주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법인이 법인에 대한 법인세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청구와 주주가 자신에 대한 종합소득세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는 이유로 납부한 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청구는 그 주체(원고)나 대상(소송물)이 전혀 별개의 것이므로 법인이 국가를 상대로 법인세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고 하여 주주의 종합소득세 과오납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는데 지장을 줄 리가 없고,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후에 뒤늦게 주주가 국가를 상대로 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국가는 시효의 항변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다만 채무자인 국가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인 주주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인 원고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인 국가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인 원고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채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소외 회사가 제기한 위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소송의 응소과정에서나 별도로 원고에 대하여서나 위 회사의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피고가 패소할 경우 주주인 원고가 납부한 세금에 관하여 소송절차 없이 반환하겠다거나 소멸시효항변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는 없고, 원고의 소제기를 저지, 방해하는 등의 행동을 한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채권자인 원고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며, 시효완성 후에도 채무자인 피고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인 바도 없고, 일반적인 국세의 과오납으로 인한 반환청구의 채권자들과는 달리 이 사건 원고에 관하여만 특별히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아야 할 사정도 없고 같은 조건의 다른 주주들이 오납국세를 변제 받았다는 사정도 보이지 아니하여 소멸시효완성을 이유로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도 할 수 없으며, 다만 원고 스스로 소외 회사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면 원고는 별도의 소송절차 없이 오납소득세를 반환받을 수 있으리라고 신뢰하였다는 것이나 원고가 그러한 신뢰를 형성함에 있어 피고가 특별히 기여한 바가 없는 이상 채무자인 피고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소외 회사가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승소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같은 지위에 있는 주주들이 각자 과오납국세의 환급을 청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아니한다는데 번거로움이 없지 아니하지만 이는 선정당사자 제도의 활용 등 소송기술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이 점이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국세환급금의 소멸시효에 관한 국세기본법 제54조 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