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이의유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나. 부당해고기간 동안 근로자가 청구할 수 있는 임금의 범위
가.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으나, 다만 이와 같은 경우라도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된다.
나.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처분이 무효인 경우에는 그 동안 근로계약관계가 유효하게 계속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아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서에 매년 단체교섭을 통하여 임금인상을 결정, 시행하도록 되어 있어 이에 따라 매년 임금인상을 하여 왔다면 부당해고기간 동안의 근로자의 임금도 해고처분 이후에 체결된 단체협약서에 의하여 인상된 임금에 따라 산정하여야 한다.
가. 민법 제2조 , 근로기준법 제27조 , 나. 민법 제538조 제1항 , 근로기준법 제36조
원고
한국방송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민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제2, 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의 판시이유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본바, 원심이 그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는 1982.7.26.부터 피고 산하 방송국의 시청료징수원으로 근무해 오던 중, 피고 공사의 기자임을 사칭하면서 소외인 을 강간, 협박하고 동인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혐의로 1990.3.3. 구속되었고, 그와 같은 내용이 문화방송의 뉴스에 보도되자 피고 공사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1990.3.26. 원고의 위 비위가 피고 공사가 규정하는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를 징계해임한 사실, 그러자 원고는 기자를 사칭하거나 강간하였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며 다만 1987.9.경부터 소외인 과 불륜관계를 맺어 오던 중 사소한 시비로 동인에게 두 차례 상해를 가한 적이 있는데 동인이 원고와의 관계를 청산하려고 고소를 제기한 것뿐이라고 주장하였고, 결국 원고는 위 상해사건으로 약식기소되어 통상회부되었다가 대구지방법원에서 1991.2.8. 벌금 2,000,000원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실, 피고 공사의 시청료 징수업무처리규정 제93조 제1항 제4호는 징수원이 피고 공사의 명예를 훼손하였거나 징수원의 품위를 오손한 경우를 징계사유로 하고 있고, 같은 제2항에는 징계의 종류로서 비위의 정도에 따라 견책, 감봉, 정직, 해임, 파면의 5가지를 열거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비위사실은 피고 공사가 정한 위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 비위내용이 원고가 수행하는 업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생활에 관한 것이어서 피고 공사의 경영질서나 영업활동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과 그 비위의 정도, 그로 인한 형사처벌의 결과, 그 밖에 원고가 수행하는 시청료징수업무의 성격, 원고가 피고 공사에 입사한 이후 8년 이상 비교적 성실하게 근무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원고와의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이 피고에게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정도의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위 비위사실만으로 원고를 징계해임한 것은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어서 그 절차상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살필 것도 없이 무효라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및 징계권의 재량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제1점에 대하여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당원 1992.8.14.선고 91다 29811 판결 , 1993.1.26.선고 91다 38686 판결 각 참조), 다만 이와 같은 경우라도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피고 소송대리인의 1992.11.19.자 준비서면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가 1990.4.9. 재심인사위원회의 징계해임사실을 통고받고 같은 달 17. 아무런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으며 그 징계사유로 인하여 기소된 형사재판에서도 이러한 해임사실을 인정하였으므로, 원고가 1991.9.26.에야 이 사건 제소를 한 것은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피고의 위 주장속에는 원고가 해고된 지 오랜기간이 지나서 그 효력을 다투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포함된 것으로 못 볼바 아니며,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징계해임사실을 통고받은 후 1990.4.17. 퇴직금 3,446,490원을 다른 조건 없이 수령하였고, 그로부터 1년 5개월이나 지난 1991.9.26.에 이르러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판결에는 이 점에 대한 아무런 이유설시가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퇴직금을 수령한 이유, 그 당시 이의의 유보를 하였는지 여부, 원고가 이 사건 해고무효확인 등의 청구를 해고 후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제기한 이유, 이 사건 해임처분에 대한 원고의 그 동안의 태도, 다른 구제절차 등을 밟은 흔적이 있는지 등을 심리하여 그 사실관계에 따라 피고의 위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소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피고의 위 주장에 대하여 심리를 미진하고 판단을 유탈한 위법이 있는 것이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그 이유가 있다.
2.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공사에서는 시청료징수원들에게 매월 정액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액의 기본급과 연 500퍼센트의 상여금, 시청료징수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인 징수수당 및 기타 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원고는 위 해임처분 직전인 1990.2.에 기본급 금 224,600원 및 상여금 93,583원, 활동비 금 80,000원, 징수수당 금 80,780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위 해임처분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 후로도 1990.2.에 지급받은 합계 금 478,963원 상당을 매월 계속 지급받았을 것으로 보아, 피고는 원고에게 해임처분일 다음날로부터 복직시까지 매월 위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처분이 무효인 경우에는 그 동안 근로계약관계가 유효하게 계속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아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당원 1992.12.8.선고 92다 39860 판결 참조), 단체협약서에 매년 단체교섭을 통하여 임금인상을 결정, 시행하도록 되어 있어 이에 따라 매년 임금인상을 하여 왔다면 부당해고기간 동안의 근로자의 임금도 해고처분 이후에 체결된 단체협약서에 의하여 인상된 임금에 따라 산정하여야 할 것 이다.
나아가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 공사는 외근노동조합 단체협약서(갑 제24호증)에서 피고와 노조는 매년 4월을 임금 조정시기로 정하여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인상을 결정하고 이를 1월부터 소급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제47조), 이에 따라 1990.4.7. 임금의 세부항목들에 대하여 인상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인상된 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부당해고기간 동안의 원고의 임금을 산정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심리를 미진하여 해고 직전인 1990.2. 임금만을 기초로 산정하였을 뿐 위 인상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및 부당해고기간 동안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임금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는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