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3. 1. 26. 선고 91다38686 판결

대법원 1993. 1. 26. 선고 91다3868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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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무효확인][공1993.3.15..(940),845]

판시사항

가.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였으나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경우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나. 해고되어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때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한정적극)

판결요지

가.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는 부당해고라 할 것이다.

나.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는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태류

피고, 상고인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63.2.4.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1980.7.25. 사직원을 제출하여 의원면직된 사실을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로 확정하고,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 회사는 손해보험사업 및 이에 관련된 부대사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인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 각 부처 및 국영기업체, 금융기관, 보험회사 등에 대하여 사회정화라는 명목으로 부패 무능한 공직자 및 사원 등을 숙정하라는 지시를 하고, 이에 따라 재무부장관이 그 산하 각 보험회사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일정수의 직원을 해직하도록 지시하게 된 사실, 당시 피고 회사 대표이사이던 소외 1은 재무부 당국으로부터 5명의 직원을 해직시킬 것을 할당받았으나 당국에 간청하여 3명만 해직할 것을 승낙받고 피고회사 직원 중 장기근속자를 우선 해직하기로 하여 피고 회사 총무부장이던 소외 2에게 피고회사에서 두 번째로 장기근속자이던 원고를 잘 설득하여 사직원을 받을 것을 지시한 사실, 그리하여 위 소외 2는 원고에게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고 사직원을 내라고 하자 원고가 반발하므로 “어차피 누군가는 정리를 당해야 하는 것이니 회사를 위하여 사직원을 제출하여 달라”고 간청하자 원고로서는 사직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일간의 숙고끝에 어쩔 수 없이 사직원을 제출하고 피고 회사가 이를 수리하여 원고에 대하여 의원면직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수긍할 수 있고, 그 사실인정 과정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배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고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이유없는 해고는 부당해고에 다름 없는 것이다 ( 당원 1992.7.10. 선고 92다3809 판결 ; 1992.8.14. 선고 91다2981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소외 1이 재무부장관으로부터 의무적으로 일정수의 직원을 해직시키라는 지시를 받고 피고 회사 총무부장이던 소외 2를 통하여 아무런 징계사유없이 원고를 지목하여 사직원제출을 종용하자, 원고가 사직의 의사 없이 그 당시의 사회분위기에 위축되어 어쩔 수 없이 사직원을 제출하였고, 피고 회사가 이를 수리하여 원고를 의원면직하였다면, 이는 실질적으로는 정당한 이유없이 피고 회사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원고와의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부당해고로서 무효라 할 것인바,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옳고, 거기에 어떠한 위법사유가 있다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그러나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는 경우에 해당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1992.3.13. 선고 91다39085 판결 ; 1992.5.26. 선고 92다3670 판결 ; 1992.7.10. 선고 92다3809 판결 ; 1992.8.14. 선고 91다2981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의 1990.10.8.자 준비서면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하자 있는 의사표시라 할지라도 그때부터 10년 또는 하자 있는 상태에서 벗어난 때로부터 3년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를 탓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피고의 이와 같은 주장 속에는 원고가 해고 후 오랜 기간이 지나서 그 효력을 다투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포함된 것으로 못 볼바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심판결에는 이 점에 대한 아무런 이유설시가 없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제1심 제5차 변론기일에 이르러 원고가 퇴직 당시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이의 없이 수령한 사실을 자인하고 있고, 원고는 해고 후 피고 회사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90.7.24.에 이르러서야 위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을 엿볼 수 있는바, 이와 같이 원고가 해고 당시 피고로부터 아무런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고, 그 후 이에 관하여 피고 회사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에 이르러서야 위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면(비록 위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 할지라도), 이는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소가 신의칙이나 금반언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을 유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논지는 이유 있음에 돌아간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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